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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회를 30년 동안 하나님께서 지켜주셨는데. 여러분들 그동안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지난주 수요일 당회 결정 사항을 여러분들에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여러 조직 중에서 일단 방송실에 대한 조직을 방송실의 업무 능력 향상과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 외주로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오륜교회 방송실 노동자들은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7월 13일 오륜교회 이모 사무국장, 당회원인 장로 3명과 방송실에서 일하는 노동자 전체가 참여한 가운데 열린 회의에서 이모 장로는 당회 결정이라며 ‘방송실 조직개편(용역전환) 시행 안내문’을 발표했다. 이 장로는 2019년 말 만들어진 오륜교회 산하 방송위원회 위원장이다. 방송위가 2020년 중순부터 방송실 재물조사에 나서고, 2021년 6월 방송실 업무 컨설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이것이 외주 용역으로 이어질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2020년 자체 방송인 오륜교회 OCBN을 설립한 만큼 방송실 노동자들은 모든 게 이를 위한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오륜교회 방송 부조실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 ⓒ오륜교회 노조 제공
상상도 못 할 일이 벌어졌고 오륜교회 방송실 노동자들은 이에 맞서 싸움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8월 3일 노동조합을 만들었고, 자신들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오륜교회를 제소했다. 오륜교회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그들을 지난 18일 만났다. 이날 인터뷰엔 방송실장 L씨, 영상팀장 Y씨, 인터넷 팀장 L씨와 이들을 도와 자원봉사로 영상업무를 지원해온 K씨가 함께했다.
“교회가 아웃소싱이요? 뉴스에 날 토픽감인데요”
“뉴스에 내시던지 토픽감이면.
당회가 결정해서 하는 건데
교회에서 그런 걸 하냐고 지금 나한테 따지는 거야?”
방송실 외주화를 통보하며 오륜교회가 보인 태도는 ‘교회’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았다. 외주화 조치를 통보받은 회의 석상에서 오륜교회 방송실 노동자들은 항의했지만, 교회 측의 태도는 막무가내였다. 인터넷 팀장 L씨와 이모 사무국장이 이날 나눈 대화를 보면 교회 측의 태도를 잘 알 수 있다.
인터넷 팀장 “그러니까 교회가 일반 기업이 아니고 교회가 효율성을 따지면서 아웃소싱하는 사례가 있었나요. 정 직원들을 대상으로. 뉴스에 날 토픽감인데요.”
사무국장 “뉴스에 내시던지. 토픽감이면.”
인터넷 팀장 “내시던지가 무슨 말씀이에요 저한테. 지금 제가 내겠다는 게 아니고 물어보는 거잖아요. 기업에서 따지는 그런 효율성을 교회에서 지금 적용을 해서 하겠다는 거잖아요.”
사무국장 “그렇지. 당회가 결정해서 하는 건데 교회에서 그런 걸 하냐고 지금 나한테 따지는 거야?”
방송실 노동자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오륜교회는 당회의 결정이라며 무조건 따를 것을 강요했다. 심지어 김은호 담임목사도 외주화와 관련해 문제를 제기하자 “당회의 결정”이라며 자신은 권한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고 한다. 김 목사는 개신교계 언론 평화나무를 통해서도 지난 1월 “당회에서 결정된 사안이고,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 것”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하지만, ‘당회’는 장로와 담임목사가 참여하는 교회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로, 담임목사가 당회장을 겸임하기 때문에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건 어불성설에 가까운 주장이다.
방송실 업무 컨설팅 한다더니
컨설팅 업체가 직접 외주 계약까지
여기에 더해 방송실 노동자들이 더욱 이해할 수 없었던 건 외주업체로 공지된 곳이 다름 아닌 방송실 업무 컨설팅을 진행한 M사라는 사실이었다. 방송업무를 외주화하는 게 적합하다는 조직 진단을 내리고, 그런 진단을 내린 업체가 직접 외주를 수주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거다. 방송실 노동자들은 해당 업체가 애초에 컨설팅 업무를 수행할 능력도 없고, 방송업무를 앞으로 맡아 진행하기도 힘든 업체라고 주장했다. 잡코리아, 사람인 등 취업정보 사이트에 올라있는 해당 업체 기업정보엔 직원 숫자가 3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와 있다.
오륜교회 방송실 노동자들에게 날아든 정리해고 계획 공지 서류엔 오륜교회 직인이 찍혀있다. ⓒ오륜교회 노조 제공
이런 반대에도 외주화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외주화 발표 얼마 뒤 노동자들에겐 외주업체로 전직하거나, 이를 거부하면 퇴사해야 한다는 통보가 날아들었다. 결국, 방송실 노동자 17명 가운데 8명은 외주업체로 소속을 옮기는 데 동의했고, 1명은 퇴사했다. 7월 31일엔 ‘정리해고 계획 공지 및 근로자대표 선정통보 요청’ 서류가 오륜교회 방송실장 L씨를 비롯해 외주업체 이적을 거부한 8명에게 날아왔다.
“당회의 결정에 따라 방송실을 2021.8.1.부로 외부 전문업체로 외주화하기로 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해당부문에 근무하던 직원 전원에 대하여 외주업체로의 고용가능토록 노력하였으나 일부 직원의 경우 외주업체로의 전적/입사에 동의하지 않아 부득이 교회는 잉여인력에 대하여 정리해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였습니다.
이에 외주업체로의 전적에 동의하지 않은 직원들과 정리해고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자 하니 2021.8.13까지 근로자대표를 정하셔서 통보해주시기 바랍니다. - 오륜교회”
“교회에서 정리해고라는 단어를
들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어요.
교회라면 일반 사회, 또는 기업과 달라야 하지 않을까요.”
결국, 정리해고 계획을 공지한 지 두 달 반 만인 지난해 9월 31일 노동자 5명은 해고됐고, 3명은 각각 행정실과 전혀 연고가 없는 경기도 가평과 평택에 있는 오륜교회 지교회 간사로 발령이 됐다. 방송실장인 L 씨는 이런 교회의 태도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교회에서 정리해고라는 단어를 들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어요. 교회라면 일반 사회, 또는 기업과 달라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교회에 기대하는 모습은 사랑이 밑바탕에 깔려 있고, 이를 바탕으로 서로 격려하고, 존중하는 공동체일 겁니다. 하지만, 이번에 우리가 마주한 오륜교회의 모습은 그런 기대와 너무나 동떨어진 것이어서 상처를 많이 받았고, 실망도 컸습니다.”
오륜교회에서 해직된 노동자들. 왼쪽부터 영상팀장, 방송실장, 인터넷팀장 ⓒ권종술 기자
교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동권 문제는 비단 오륜교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교회에선 일종의 관리자급이라고 할 수 있는 당회원인 담임목사, 장로 이외에도 부목사, 전도사, 반주자, 사찰(교회 관리를 담당하는 직책) 등 다양한 이들이 일하고 있는데, 개신교계에선 이런 사람들이 3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을 둘러싸고 노동권 문제가 논란이 되기도 하고, 부당노동행위로 교회가 노동위에 제소당하는 일도 자주 일어난다.
교회가 교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노동자가 아닌 교역자 등으로 표현하며 노동권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문제를 바꾸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려해도 노동조합 자체에 부정적인 시각도 많고, 심지어 교단 헌법으로 노동조합 건설을 불허하는 경우까지 있다.
기독노조 위원장 엄태근 목사
“오륜교회의 해고 조치는 노동법 규정 위반한 사건이면서
동시에 교회의 원칙에서도 벗어난 것”
더구나 상당수 개신교회는 그 규모가 중소기업 이상인 경우도 많아 교회측의 반노동적 태도는 심각한 노동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오륜교회만해도 1년 예산이 300억 원 이상이고, 전임으로 일하는 부목사가 40명 정도고, 준 전임 부목사가 10여 명, 전도사도 10여 명이 된다. 여기에 오륜교회에 소속돼 일하는 직원이 30명이 훌쩍 넘는 큰 조직이고, 재적 신도가 3만 명이 넘는다. 지난 2020년 8월엔 이런 현실을 바꾸고자 부목사들이 중심이 돼 교회에서 일하는 다양한 이들이 참여하는 ‘기독노조’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기독노조 위원장 엄태근 목사는 오륜교회의 해고 조치는 노동법에 있는 규정을 위반한 사건이면서 동시에 교회의 원칙에서도 벗어난 것이라고 꼬집었다. 엄 목사는 “각 교단 헌법엔 권고 사임, 혹은 해고와 관련한 규정이 있다. 일방적으로 해고하지 못하도록 반대하는 이들의 형편도 살펴서 교인들 전체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해고는 이런 교회적 원칙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엄 목사는 이어 “이번 사건은 예배당이 일반 기업과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당회 결정이라면서 이직이나 그만두라고 통보하는 것은 일반 회사처럼 자본주의 존재 방식을 따르겠다는 것이다. 많은 교회가 그동안 말로는 하나님의 교회라고 하면서도 헌금 수익을 늘리기 위해 건축을 크게 하고, 그 건축 자금을 모으기 위해 다양한 명목의 헌금을 걷으며 확장해왔다. 이렇게 현실은 사업장에 가까우면서도 때론 주님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며 노동자성을 거부하기도 하는 등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해 왔다”고 지적했다.
노동자들 손 들어준 서울지노위
“오륜교회 해고와 전보조치는
경영상 이유와 업무상 필요성 없어 부당,
즉각 복직시켜야”
지난해 12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선 오륜교회 방송실 노동자들이 제기한 부당해고 및 부당배치전환과 관련한 구제신청을 인용했다. 서울지노위는 “이 사건 해고는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부당하고 이 사건 배치전환은 업무상 필요성이 없어 부당하다”고 판정하면서, 부당해고된 노동자들과 부당하게 배치전환된 노동자를 즉각 원직 복직시키고, 정상적으로 근무하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는 오륜교회 방송실 노동자들 ⓒ오륜교회노조
오륜교회 측은 서울지노위 심판 과정에서 “코로나 19로 인해 교인수가 급감하여 경영상 어려움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지노위에선 이를 입증할 자료를 교회 측에서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면서 교회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외주화가 방송을 효율화하려는 조치라는 오륜교회 측의 주장도 서울지노위는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오륜교회는 “방송실 운영의 외주화가 도산 회피를 위한 비용 절감의 목적이라기보다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예배의 증가로 방송의 중요성이 대두되어 방송의 전문성 및 효율성 제고를 위한 경영상 판단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지노위는 판정문을 통해 “사용자는 방송실 운영 방안에 대한 외부 컨설팅을 수행한 업체를 외주업체로 선정하였는데, ‘용역업체의 매출이나 실적은 파악하지 못하였다’라는 사용자의 심문회의 진술 내용과 같이 사용자가 당초 컨설팅 업체를 용역업체로 선정한 사유 등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고, 외주화 이후 이전과 비교하여 방송의 전문성과 효율성이 향상되었는지 여부에 대한 입증도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17명이 하던 업무 12명이 할 수 있다더니
현재 외주 직원 15명과 복직한 4명 등 19명 근무
결국, 오륜교회는 지난 1월 26일 자로 직원 8명 가운데 4명의 복직을 결정했다. 오륜교회 방송실 노동자들은 어떤 기준으로 4명만 복직시킨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방송실 업무는 외주업체에서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복직된 노동자 4명은 행정실 산하의 방송팀이란 조직을 새로 꾸려 배치됐다. 17명이 하는 일을 ‘12명이 그대로 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외주화를 결정했지만, 현재 외주업체 직원은 15명이고, 이번 판정으로 복직한 4명을 더하면 19명으로 외주화 전과 비교해 두 사람이 더 일하는 상황이다. 오륜교회 방송실 노동자들은 인원은 늘었지만, ‘업무를 그대로 할 수 있다’던 주장이 무색하게 방송 프로그램 등 업무는 줄어들었고, 영상과 음향이 어긋나는 등 방송사고도 전보다 많아졌다고 주장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현실을 마주한 방송실 노동자들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오륜교회는 단순한 직장 그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방송실장 L씨가 오륜교회에서 일을 시작한 건 지난 2007년이었다. SBS 영상취재팀과 케이블 방송에서 편성제작 총괄팀장으로 일했던 그는 오륜교회로 옮기기까지 오랜 기간 기도하며 준비했다. 오륜교회로 전직은 신앙인으로서의 사명을 실천하기 위한 선택이기도 했다.
“기도를 많이 하면서 고민했어요.
그러다 교회 방송 사역에 대한 비전을 주셨고
마침 오륜교회에서 사람을 뽑는다는
구인광고를 보고 지원하게 됐어요.
“SBS에서 일할 땐 주어진 임무만 수행하면 되기 때문에 큰 스트레스는 없었어요. 그런데, 케이블방송으로 이직하면서 제작 편성에 지역 단체장까지 담당하게됐고, 본연의 방송제작외 업무외적인 일에 대한 고민이 많았고 이직을 생각하며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교회 방송 사역에 대한 비전을 주셨고 마침 오륜교회에서 사람을 뽑는다는 구인광고를 보고 지원하게 됐어요. 당시에 오륜교회를 직접 찾아 방송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 걸 확인했고, 김은호 담임목사님 설교도 들었어요. 그리고 저와 비전이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륜교회 방송이 한국 개신교계에서 최고의 방송이 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오륜교회 방송 부조실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 ⓒ오륜교회 노조 제공
다른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영상팀장으로 일한 Y씨는 SBS 영상취재팀, 산업자원부 산하기관 방송팀PD 등으로 일하다 오륜교회에 왔다. 어린 시절 천주교에서 영세를 받았던 그는 오륜교회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개신교 신자가 됐다. 직장 생활 때문에 종교를 가지게 된 것이 아니라, 인생을 건 중요한 결심이었다. 기독교적인 용어를 빌리자면 하나님 안에서 다시 태어난 ‘회심’이었다. 이렇게 오륜교회에서 삶을 다시 시작한 지 10여 년이 지났다.
2013년부터 오륜교회에서 인터넷 팀장으로 일하며 홈페이지와 인터넷, 전산 관련 업무를 담당해온 L씨는 목회자 집안에서 태어나 계속 교회에서 일해왔다. 그에겐 교회에서 일하는 건 신앙생활의 연장이었다.
자체 방송국 통해 OTT서비스
자체 셋톱박스 ‘OBOX’ 운영까지
개신교계에서도 인정했던 오륜교회 방송 시스템
방송실장 L씨가 처음 일을 시작할 당시만 하더라도 오륜교회 방송실엔 영상 2명, 음향 2명, 조명 1명, 인터넷 관리 한 명 등 총 6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15년 가까이 그는 다른 동료들과 함께 오륜교회 방송을 위해 헌신해왔고, 방송실은 성장을 거듭했다. 지난해 기준 방송실은 17명이 일하는 큰 조직으로 발전했다.
방송실장 L씨가 SBS에서 일할 당시 사진과 출입증 등 자료 ⓒ권종술 기자
규모만 커진게 아니라 질적으로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뒀다. 단순히 교회 예배를 중계하는 차원을 넘어 ‘OCBN’이란 자체 방송국까지 설립해 뉴스, 문화, 찬양 등 다양한 방송을 제공하는 OTT 사업도 진행했다. ‘OCBN’ 방송 전용 셋톱박스인 ‘OBOX’를 통해 자체적으로 방송 송출했다. 개신교계에서도 이런 오륜교회의 시스템을 인정할 정도였다. 사실 이런 엄청난 서비스를 노동자 17명이 해낸다는 건 효율성을 논하기 이전에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이런 기적이 가능했던 건 자원봉사로 영상업무를 지원하는 등 신도들의 도움도 있었지만, 일하는 이들의 신앙적인 열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런 열정은 때론 열정의 강요로, 무급 노동을 강요하는 ‘열정페이’로 이어졌다. 인터넷 팀장 L씨는 “열정페이를 교회에서 강요하는 일이 많아요. 정당한 보상 없이 주 40시간 이상 근무를 ‘신앙적으로 더 봉사하라’며 요구해요”라고 말했다. 이런 요구는 오륜교회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로 손꼽히는 ‘다니엘기도회’ 기간엔 더욱 강해진다. 오륜교회와 다른 여러 교회가 연합으로 3주 동안 진행되는 기도회 기간엔 매일 저녁 생방송이 이어진다. 평소 방송업무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3주 동안 생방송을 진행하는 건 만만치 않은 중노동이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칭찬 한 번 들을 수 없었어요.
칭찬엔 그렇게 인식해도, 조그만 사고조차 용납하지 않았어요.
실수로 사고가 나면 담임목사에게 ‘시말서’를 써야 했어요.
때문에, 실수를 안 하려고 매일 방송을 전쟁처럼 했어요.”
“남들이 들으면 믿지 못할 업무량이에요. 21일 동안 열리는 ‘다니엘 기도회’ 기간에 1주일에 70시간 넘게 일해요. 다니엘 기도회가 오륜교회의 중요한 행사니 만큼 섬긴다는 마음으로 일했어요, 해마다 헌금이 수억 원씩 들어오고 이를 어려운 이들에게 도움을 주었다고 홍보해요. 이런 바탕엔 연속으로 쉬지 않고 일한 방송실 노동자들의 노고가 들어있는데, 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이야기해도 항상 장로들은 희생만 요구했어요. 심지어 3주 연속 근무 후에 주어지는 휴일도 하루에 불과했습니다. 단 하루만 쉬고, 다시 정상 근무를 시작했어요.”
방송실장 L씨는 “제가 일한 14년 동안 가끔 수고비라며 얼마 정도를 준 것 이외엔 제대로 보상이 없었어요”라고 말했다. 정당한 보상은 없었지만, 늘 업무는 보통 그 이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열정에 더해 완벽함까지 요구된 것이다.
오륜교회에서 운영하는 다니엘기도회 홈페이지. 매년 3주 동안 진행되는 기도회 기간 동안 방송실은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늦게 까지 일하며 생방송을 진행해야 했다. ⓒ오륜교회 홈페이지 캡쳐
“오륜교회는, 일에 대한 욕심이 많아요. 그래서 일반 기업에서 일하는 것 이상으로 압력이 높았어요. 그런 요구에 맞춰서 말 그대로 뼈 빠지게 일했어요. 그런 때문에 오륜교회 방송이 개신교계의 인정을 받는 등 큰 성과를 거둔 거예요. 일반 기업에서 이런 성과를 거뒀다면 격려와 함께 포상도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칭찬 한 번 들을 수 없었어요. 칭찬엔 그렇게 인식해도, 조그만 사고조차 용납하지 않았어요. 실수로 사고가 나면 담임목사에게 ‘시말서’를 써야 했어요. 때문에, 실수를 안 하려고 매일 방송을 전쟁처럼 했어요.”
이들에게 날아든 정리해고 통보 서류엔
슬프게도 그들이 사랑하는 ‘오륜교회’ 직인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이들과 함께 자원봉사로 영상업무를 담당해온 K씨는 “일할 때는 쉬는 날에도 초과임금 없이 일할 것을 요구하면서 항상 교회에 헌신하는 마음을 강조했지만, 평가할 때는 사회적 기준 그 이상을 이야기했어요. 교회 장로들은 자신들의 필요에 맞게 그때그때 다른 기준을 요구해요”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이들의 이런 열정은 인정받지 못했고, 이들에게 날아든 정리해고 통보 서류엔 슬프게도 그들이 사랑하는 ‘오륜교회’ 직인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삶의 전부나 마찬가지였고, 그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겼던 ‘오륜교회’의 이름으로 내려진 정리해고 통보는 이들을 더욱 힘들게 했다.
지난해 7월 외주화 발표가 있기 전까지 이런 일은 결코 예상하지 못했고, 사랑하고, 믿었기에 아픔은 컸다. 사랑으로 시작했고,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교회에서 일해왔지만, 그들이 만난 교회 현실은 이렇게 불합리한 일투성이였다.
“교회에서 일하다 보면 정해진 규정과 업무량 다 있음에도 그대로 안 하는 경우를 많이 만나요. 예전에 교회 조명을 구매할 때 장로 한 분 때문에 고생한 적이 있어요. 일반 회사 같으면 조명 장비의 스펙을 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각 업체의 입찰을 받고 회사별로 가격과 품질을 살펴서 계약합니다. 그런데, 교회에서 장비를 구매하는데, 장로님 한 분이 자신 업체를 참여시켰어요. 근데, 그 업체는 방송전문 조명업체가 아니라 교인이 운영하는 인테리어 조명업체였어요. 자신의 회사 제품이 아니라 중국에서 조명을 사 와서 입찰에 참여했고 결국, 시연회 때 담임목사님께서 다른 회사 조명을 선택했어요, 장로님이 가지고 온 조명은 나중에 추가로 교회에서 구매한걸로 알고 있고, 입찰하려고 중국에서 본인이 조명을 구매했다면서 교회에서 구매해 줄 것을 요구 한겁니다. 이렇게 정상적이지 않고 이해할 수 없는 일 처리가 종종 있었습니다.”
이런 현실을 바꾸려고 이들은 노력했다. 방송실장 L씨는 “일을 하면서 방송실 업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한국 개신교회들의 급여와 복지를 알아보고, 불합리한 것은 개선을 요구하는 등 나름 열심히 노력해 왔습니다. 그런 노력으로 방송실도 커지고, 인원도 늘어나고, 장비도 현대화되는 등 달라졌지만, 이런 노력을 교회는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오히려 이런 현실을 바꾸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담임목사와 장로들을 비롯한 교회 실권자들의 미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이번 외주화 조치도 그렇게 늘 입바른 소리를 해온 방송실장과 각 팀장 등 방송실 노동자들에 대한 견제라고 추측했다.
방송실 회의에서 발표하고 있는 영상팀장 Y씨 ⓒ오륜교회 노조 제공
또한, 교회와 싸움이 길게 이어지면서 신도들 사이에서 각종 유언비어성 소문이 떠돌며 이들이 매도당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교회 측의 부당해고에 맞서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었음에도 마치 노동조합을 결성해 외주화 등 이번 사태가 빚어진 것처럼 왜곡하는 주장도 나온다. 영상팀장 Y씨는 “다른 분을 통해서 들인 이야기인데, 우리가 패거리 문화를 만들어 행동하고 있다는 등 왜곡된 정보가 흘러 다닌다고 해요. 잘못된 정보지만, 신도들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아서 해명할 기회조차 별로 없어요. 교회에 헌신하며 일해온 시간이 다 지워졌다”며 안타까워했다.
사실 오륜교회 일반 신도나 심지어 부목사 중에서도 교회에서 방송실 외주화를 추진하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이들이 많았다. 장로들과 담임목사가 모인 당회에서 결정했지만, 이런 내용은 일반 신도들에게 제대로 공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외주화 결정된 지 몇 개월이 지난 최근까지도 이들에게 전화를 걸어 업무를 부탁하는 부목사나 신도가 있을 정도다.
“개인적으론 담임목사에게 실망이 너무 컸어요.
함께 사역한다는 생각으로 방송실을 꾸리고,
노력해온 저로선 너무 실망스러웠습니다.”
노동자들에게 해고는 커다란 충격이다. 삶이 흔들리는 위기가 되고, 많은 이들이 이 과정에서 아파하고, 흔들리고, 위기를 겪는다. 이들에게 있어 교회에서 당한 해고도 그런 충격, 또는 그 이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 해고는 직장을 잃는 차원을 넘어 자신의 신앙생활과 종교적 기반까지 흔들릴 수 있는 큰 시련이기 때문이다. 오륜교회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개신교인이 된 영상팀장 Y씨는 가족들에게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저는 믿음의 1세대가 되고 싶었어요. 그러기 위해 이전과 달라진 모습을 가족들에게 보여주려고 노력했어요. 사랑으로 아이를 키웠어요. 아버지 어머니도 교회에 전도하기 위해 노력해 왔어요. 그런데 그런 노력이 이번에 한순간에 날아갔어요. 가족들이 ‘어떻게 교회에서 그럴 수 있냐’고 묻는데 아무런 할 말이 없더라구요”
방송실장 L씨는 누구보다 신뢰했던 김은호 목사가 이번 외주화와 관련해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뒤로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고 실망했다고 했다. 오륜교회로 이직을 결정하기 전에 교회를 찾아 김 목사의 설교를 꼼꼼하게 챙겨 들었고, 그런 김 목사의 설교가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 가운데 하나였을 정도로 믿음이 컸기에 이번 해고 사태로 큰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서울지노위에 출석해 대기하고 있는 오륜교회 방송실 노동자들 ⓒ오륜교회노조
“그동안 장로들이 불합리한 주장을 해도 기분 나빠하지 않고 일했던 건 담임목사인 김은호 목사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이번에 외주화 논란이 일자마자 목사님을 찾아가 어떻게 된 일이냐고 여쭤보니 ‘나는 은퇴도 얼마 안 남았고, 장로들이 결정하면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했어요. 제가 ‘컨설팅 결과 문서는 읽어봤냐’고 여쭤보니 ‘길어서 첫 장만 보고 사인했다’고 하더라구요. 이런 태도에 개인적으론 실망이 너무 컸어요. 함께 사역한다는 생각으로 방송실을 꾸리고, 노력해온 저로선 너무 실망스러웠습니다.”
“오륜교회가 슬로건에서 말하는
‘행복한 교회, 건강한 교회’가
교회만의 행복을 의미해선 안 된다고 봅니다.
교회는 약한 자, 슬픈 자,
어려운 자를 위해 존재해야 합니다.”
오륜교회 슬로건은 ‘행복한 교회, 건강한 교회’이고, 올해 표어는 ‘주여 다시 회복시켜 주십시오’이다. 영상팀장 Y씨는 “여기서 말하는 회복이 우리를 배제한 나머지만의 회복인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회복은 원직 복직이에요. 오륜교회가 슬로건에서 말하는 ‘행복한 교회, 건강한 교회’가 교회만의 행복을 의미해선 안 된다고 봅니다. 교회는 약한 자, 슬픈 자, 어려운 자를 위해 존재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오륜교회의 모습은 그렇지 못해요”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부터 이어온 싸움이 어느덧 7개월을 훌쩍 넘겼다. 3월 중엔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지노위와 마찬가지로 복직 판정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복직 판정이 나온다고 해도 오륜교회 측에서 깨끗이 인정하고 모두를 복직시킬 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들은 교회 측이 이행강제금을 부담하면서 행정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고 내다봤다. 이들은 끝까지 부당해고에 맞서 싸운다는 각오다. 그것이 자신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자신들이 사랑했던 오륜교회를 제대로 회복하는 길이라고 이들은 믿는다. 방송실장 L씨는 끝으로 이렇게 각오를 밝혔다.
“교회가 원고가 돼서 노동위원회가 열리고, 재판까지 하게 될 수 있는 상황까지 가는 게 가슴 아파요. 제가 낸 십일조 등 헌금이, 신도들이 낸 소중한 헌금이 이런데 쓰인다는 게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요. 교회를 상대로 싸운다는 게 마음이 아프지만, 우리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끝까지 싸울 거예요.”
첫댓글 무엇을 위한 방송이고 누구를 위한 외주입니까? 이건 뭐, 교회인지 시장통인지...
교회가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