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라이온즈가 11월29일 열린 2011 아시아 시리즈(대만 타이중) 결승전에서 일본 소프트뱅크 호크스를 5-3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우승으로 삼성라이온즈는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에 이어 2011시즌에만 세 번째 우승을 거머쥐었다. 동시에 2005년부터 열린 아시아 시리즈에서 일본의 독주를 끊고, 한국 프로야구팀 최초로 아시아 정상을 밟은 구단이 되었다. 경기 직후 류중일 감독은 "일본전을 이겼지만 일본은 정말 야구 잘한다. 일본팀을 역전한 게 아니라 거의 비슷해 진 게 아닌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두 번 질 수는 없다’ 영봉패의 치욕에 독기 오른 타선
지난 26일 일본과의 예선 2차전에서 삼성은 0-9로 졌다. 韓日 국가대항전의 성격을 가진 경기에서 겨우 콜드패를 면하는 경기를 한 것. 삼성라이온즈는 ’치욕’, ’수모’, ’참패’라는 여론의 비난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예선전 패배는 약이 되었다. 0-9 참패를 당한 만큼 ’결승전에선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승리에 대한 집념은 강해질 수 밖에 없었다. 설욕에 대한 의지는 타선의 집중력에서 고스란히 나타났다.
0-1로 뒤진 5회 초, 삼성라이온즈는 이정식의 안타와 김상수의 몸에 맞는 공, 배영섭의 볼넷으로 1사 만루 찬스를 만들었다. 이어진 타석은 1회초 수비 때 부상당한 박한이를 대신해 들어온 정형식.
정형식은 2타점 중전 안타를 때리며, 이정식과 김상수를 불러들였다. 이후 박석민이 2루타를 치면서 스코어는 3-1. 주자는 1루와 2루. 독기 오른 타선은 모처럼 잡은 찬스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최형우가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난 후 강봉규가 유격수 스치는 중전 안타를 치며 주자를 모두 불러들였다. 5회에만 5점이나 뽑아 냈다. 단 한 번의 찬스를 살려 대량득점에 성공한 삼성은 필승조를 가동시켰다. 정현욱이 2/3이닝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권혁이 안타 2개를 맞으며 위기가 찾아왔다. 이후 올라온 오승환 마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2점을 허용. 하지만 오승환은 9회 ’끝판대장’의 모습을 되찾으며 경기를 5-3, 삼성의 승리로 마무리 되었다.
■ 장원삼, 무너진 선발진의 구세주가 되다
이번 대회까지 총 세 번의 아시아 시리즈에 참가한 삼성라이온즈. 2005년과 2006년의 삼성라이온즈도 불펜 만큼은 당시 최강이었다. 타선은 오히려 지금보다 좋았다. 하지만 문제는 선발이었다. 경기 초반 선발이 실점을 많이 하니 허리와 뒷문이 튼튼해도 번번이 승리를 놓쳤다. 결국 승부는 불펜이 아닌 선발에서 갈린 셈이었다.
이번 아시아 시리즈에는 장원삼이 있었다. 장원삼은 무너진 선발진에서 일당백의 역할을 했다. 반드시 잡고 가야 할 호주전에 나서 10-2 대승을 이끌었고, 3일 만에 등판한 일본과의 결승전에서도 6과 1/3이닝 안타 5개, 볼넷 1, 삼진 3개, 1실점으로 호투했다.
결승전 MVP에 선정된 장원삼은 "3일 만의 등판이 힘들지만 마지막 경기라 젖 먹던 힘까지 내서 던졌던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 초보답지 않은 ’노련함’ 류중일의 승부수
이번 아시아 시리즈 우승에 있어 류중일 감독의 전략을 빼놓을 수 없다. ’무기가 마땅치 않다면, 전술로 승부해야 한다’ 영리한 초보감독은 게임의 법칙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사실상 이번 아시아 시리즈에서 류중일 감독에게 필승을 가져다 줄 무기는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뒷문’ 오승환은 건재했지만, ’불펜의 핵’ 안지만이 빠졌고, 정규시즌 붙박이 선발 라인업 중에서는 장원삼만 참가했다.
결국 초보감독은 1.5군의 선수들을 일본전에 내보내며 ’전략적 패배’를 선택했다. 일본에게 크게 패한 후 대만전에서 만난 류중일 감독은 "질 줄 알고 있었다. 다만 이렇게 큰 점수차로 질 줄 몰랐을 뿐"이라며 "크게 졌으니 오히려 선수들은 더 약이 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 승리를 위한 일보 후퇴. 류감독의 선택은 성공이었다. 만약 일본전 대패를 막겠다고 1.5군 대신 권오준, 정현욱을 투입했다면 대만전마저 위태로울 수 있었다. 자존심 보다는 실리를 챙기기로 한 초보감독의 영리함은 삼성라이온즈에게 ’한국 프로야구팀 최초의 아시아 정상 제패’라는 영광을 가져다 주었다.
12월 한 달 동안 휴식을 취한 선수들은 1월 괌 전지훈련을 시작으로 2012년을 위한 담금질을 시작한다. 마운드에 비해 가벼운 타선, 빈약한 왼손 불펜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 2012년 더 강해진 삼성라이온즈의 힘찬 포효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