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회 참석차 고향 갔다가 하루 전 토요일 오후에는
늦둥이 아들 녀석 데리고 지금은 청도중학교로 바뀐
옛 모교 교정을 구석구석 둘러보았슴다.
아들에게 들려주곤 했던 아빠 검정고무신 신던 시절
얘기의 배경무대를 보여줄 겸 모처럼 40여년 전의
아련한 추억에 젖어보고 싶어서였지요.
교실은 모두 새로 지어졌으나 무더운 여름철에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더위에 지친 우리들의 작은 몸을 식혀주던
수음지의 큰 나무들은 옛날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더군요.
나이로 치면 우리들 아버지뻘 쯤 되던 플라타나스 나무
는 다시 40여 성상의 나이테를 더해 두 아름은 족히
되는 거목이 되었고 까까머리 개구장이들이 원숭이
처럼 타고 놀던 단풍나무는 너무 노쇠하여 보는 이의
맴을 쪼까 짠하게 했슴다.
수음지 남쪽으로 난 개구멍도 계단 디딤돌만 콘크리트
블록으로 바뀌었을 뿐 그 자리에 그대로였는데
아들에게 가끔 들려주곤 했던 전설의 고향 똥시각시편
이야기 속의 그 화장실 자리에는 교실이 들어서 있더
군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때 내게 학교생활의 가장 큰
스트레스거리는 화장실 가는 거였던 것 같슴다.
그 놈의 똥시각시 괴담 때문에 대낮에도 혼자서는
오줌 누러 가는 것 조차 무서워했으니. 6년 동안
학교화장실에서 큰 볼일 본 것은 기껏해야 열번이
채 안되는 것 같네요.
그나마 오줌도 똥시 안에서 누야하는 여자로 태어
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웠는지...
(병신 쪼다같이 나만 그랬던 건 아닌지 모르겠네)
아무튼 동기회 덕분에 40여년 전 추억의 그 장소에서
흑백필름으로 머리속에 간직하고 있던 아련한 추억
조각들을 꺼집어내 퍼즐 맞추기를 해보는 특별한 시
간을 가져 보았슴다.
연필 한 자루가 귀했고 급식 강냉이죽이 꿀맛이었던
가난과 결핍의 유년 시절을 보내고, 오랜 세월 온갖
풍상에도 꿋꿋이 사람노릇하며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일조한 우리 친구들, 모두가 인간승리의
주인공들입니다.
가끔은 자기 스스로에게 칭찬도 좀 하고 삼겹살에
소주 한 잔 대접하는 것이 어떨는지요?
첫댓글 아련한 옛 추억이 새록 새록 묻어나는 글 정말 감동이네 그려, 친구야 때이른 무더위에 잘 지내고 있나 가까이 있으면 가끔 만나서 션한 막걸리나 한잔 하면서 인생 이바구라도 나누었으면 좋으련만.......................
하 ㅎ 똥시각시 가 그렇게 겁나더나 '장호한테좀부탁이라도 하지 ,,날이좀덥네 휴일이라 자전거하이킹 좀하고 들어와샤워하고 주말농장에서 가져온야채와비빔밥에다 자네가 즐기는 생막걸리 한잔하고있다 ,,조만간 또자리한번하자 ,,,
학교화장실 옆 사택에 사신 박동규 선생님 가족들은 늦은 밤에도 그 화장실을 사용했을텐데 똥시각시가 안 무서웠는지 어릴 때부터 그게 참 궁금했었었네. 담에 샘 만나면 물어봐야지.
파란구슬 주까 빨간구슬 주까
그거 통시각시 이야기 아니가
그때는 참 무지 무서웠는데 ~
6학년때 단임 장한규 선생님
그때는 참 젊어 셨는데 ~
가는 세월을 그누가 막으리요
아~~~나 지금 그~옛날로 돌아가네 그시절엔 소름이 끼칠 정도로 아이구 무시라 ㅎㅎ 친구가 아름다운 먼~추억으로 날 여행시키 주는구만 고마우이 복 마이 받으시게~~~ㄲ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