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지는 그런 시절.
문득 시(詩) 한편 읽으면서 오랫동안
가보지 못한 용마산이 떠올랐다.
2010년 거기서 발견한 용담꽃
낭떠러지 같은 곳에
옹기종기 군락으로 폈다
용의 쓸개라는 뜻의 용담(龍膽)
용은 전설의 동물인데 보지도 않고
이런 명칭을 어떻게 지어냈을까?
가을철 벌들에게 중요한
밀원(蜜源) 역할을 하기도...
멀리서 보기만해도 아름답다.
그때 보았던 꽃들의 추억 소환!
지금도 눈에 선한데, 그쪽으로 가면
찾아봐야지 하며 여태 세월만 보낸다.
서울의 안산 자락길 올라가기 위해
서대문 뜨란채 아파트 담장을 지나가며
읽은 시화들 중에서 발견한 아름다운 글!
용담꽃, 강성범 시
그대여
가을에 기대어 사랑을 주고, 받는 꽃
용담을 아시나요
후미진 가을 산
나지막하게 그늘진 그곳에
눈물 훔치며 남몰래 피어나는 꽃
'당신이 힘들거나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라는 꽃말 담아
홀로 별 헤이는 꽃
갈바람에 수줍음도 잠시
짙푸른 쪽빛치마 하늘거리며
나들이 나서는 가을여자 같은 꽃
밟힌 꽃대 쓰러지면
그 꽃 온 가슴으로 안고서
잎과 잎 사이 새로운 꽃 또 키워내는
어쩌면 우리네 어머니 같은 꽃
10월의 저무는 노을 녘
용의 쓸개처럼 쓰디 쓴 뿌리로
청보라 꽃잎 청초하게 녹여내는 의미를
그대는 아시나요
용담꽃 시와 함께 시인의 마음도 느끼며...
이쁜 꽃과 함께 옛 추억도 키워내는
멋진 시월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