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정치 마음공부는 기억 양심 행동 셋이 중요합니다.
2024년 12월 9일
“헌법 제1조는 국민이 주인이다”를 박근혜 대통령 탄핵할 때 많은 사람이 밖에 나와 함께 외쳤고 누구나 실감하고 기억하였습니다. 국민 누구나 이렇게 큰일을 겪으면서 판단한 기억(judged memory, 憶持)을 마음속에 갖고 있습니다. 또 정치인들도 항상 마음속에서 자신의 정치 행위를 짚어보는 양심(oneself-introspection, 自證分)이 국민의 믿음(信)을 얻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국민은 앞으로 어떤 정치인도 이 원칙을 지킬 것이라고 커다란 기억을 굳게 믿고 방심하였습니다.
어제오늘 뉴스를 보면 대통령은 겉으로는 투명인간이 되고 속으로는 잠수 타고, 횡재를 노렸던 반란 주모자들은 숨고, 힘없는 여당 대표는 “질서 있는 퇴진”을 말하는 데 왕권시대의 선양(禪讓)처럼 국가권력을 물려받으려고 합니다. 야당 대표 몇몇은 “정치 탄압”이라고 말하며 재판을 연기하고 빠져나가려고 애씁니다. 물러난 원로 정치인들은 국정 안정이 중요하다고 듣기 좋은 말로 현재 상황을 질질 끌고 가며 뭉개다 보면 좋은 날이 온다고 말합니다.
지난 몇십 년 동안에 일어난 일들을 보면 정치인들의 과도한 흥분 상태, 군인의 정치 개입, 이랬다저랬다 말 바꾸기, 범죄와 재판, 대통령 가족과 부인의 불법행위, 선거 이후의 정치 보복, 여당과 야당의 당파 싸움, 당내에서 친 아무개 비 아무개, 온갖 권모술수 등 갈수록 황당합니다. 정치 상대방과 공존하며 서로 견제하지 않고 혼자 다 갖겠다는 권력 야욕이 판치고 결국에는 비상계엄을 불러왔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정치 무지이며 혼란입니다.
지난 몇십 년 동안에 대통령을 얼마나 많이 뽑았습니까? 국회의원들을 또 얼마나 많이 뽑았습니까? 대통령마다 뒤끝이 좋지 않고 국회의원마다 국회에서 몰려다니며 싸움질하고 비리를 저지르고 못된 짓 못난 짓을 얼마나 했는지 알 수도 없습니다. 국민은 정치인들을 믿지(信) 않는지 오래되었습니다.
국회의원과 대통령 선거 때마다 후보들은 “내가 제일 잘하겠습니다”를 외치며 속였으나 지역구 시민과 국민은 그들을 믿고 좋은 앞날을 기대하며 투표하여 선출하였습니다. 그런데 뽑아놓으면 대통령은 옛날 임금님이 되고 국회의원은 지방 세력자가 되어 여전히 옛날처럼 몰려다니며 싸우고 국민과 국가를 잊어버렸습니다. 국민은 누구나 더 나은 사람을 뽑으려고 애썼으나 얼마 가지 않아 속은 것을 알고 실망하고 좌절하였습니다. 지금은 민주시대인데 정치인들은 왕권시대 모습을 여전히 많이 나타냅니다.
정치 혼란의 근본적인 까닭을 보면 국민은 행동하고 판단하여 쌓은 기억들을 쉽게 잊어버렸기 때문이고 또 정치인은 언제든지 기억과 양심을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민주정치의 마음공부(心學)는 기억(judged memory, 憶持)과 양심(oneself-introspection, 自證分)과 행동(作爲, 造業) 셋이 중요합니다. 기억과 양심을 강력하고 새롭게 늘리는 행동이 민주정치의 마음공부입니다.
기억과 양심을 유지하려면 반복적인 행동과 새로운 판단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어떤 일을 당하면 지난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 판단하고 또 현재 상황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옳고 그름과 가치를 판단합니다(現量). 뉴스와 책을 보고 알게 된 기억과 개념에 따라 판단하는(分別) 것도 중요하나 강력하지 못하여 현재와 미래의 잘못을 방어하지 못하고 금지하지도 못합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분별을 버리고 현재 모습의 실상을 판단하라고 강조하였습니다.
현장에 참여하여 몸소 겪으면서 양심이 알아내서 새롭게 생긴 기억이 더 강력합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기억이 저절로 정리되어 옳은 말이나 그른 말이라는 개념이 생깁니다. 기억과 개념은 과거를 아는 것이고 현재 상황을 새롭게 아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상황을 새롭게 알고 판단하려면 행동하여야 하고 이렇게 생긴 기억도 잘 쌓아놓고 정리하여야 합니다.
오늘 추운 날씨에도 수만 수십만 명 많은 사람이 길에 나와서 옳은 것을 외치고 지키려고 합니다. 뉴스를 보면 마음속에서 화가 나고 나도 동참하여 우리의 양심과 권리를 지켜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내 양심이 행동하라고 시킵니다. 뉴스는 마치 곁에 있는 사람이 나에게 함께 나가자고 말하는 것처럼 내가 행동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많은 사람이 행동하는 것을 보고 생긴 기억은 강력하지 못하기에 미래의 잘못을 방어하지 못합니다. 나를 대신하여 남들이 행동한 것은 나의 기억이 되지 않습니다.
나 자신이 하루라도 옳고 강력한 기억을 가지려면 또 양심이 올바르게 판단하며 살려면 행동하고 깨어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민주정치의 마음공부(心學)입니다. 내 양심이 행동하라고 시키고 행동이 양심을 더 밝게 깨우는 것이 소위 심학에서는 본체가 공부이고 공부가 본체라는 뜻(本體即工夫,工夫即本體)이며 지행합일(知行合一)이라고 말합니다.
아무리 먹고살기에 바쁘고 어렵더라도 행동하여야만 양심도 기억도 새로워지고 강력해져서 앞날을 고칠 수 있습니다. 그래야만 양심과 기억을 잃고 정신 나간 정치인들이 발을 붙이지 못하여 정치 혼란이 줄어듭니다. 이것은 우리가 지난 백 년 동안 나라를 잃었다가 되찾고 또 전쟁과 쿠데타의 고통을 겪으면서 얻은 민주정치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