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 읍·면·동, 실태조사 요청에도 ‘묵묵부답’ 탁상행정 전형
예산 60% 이상 미집행… 이천시청 뒤늦게 “전수조사 후 전원 설치할 것”
[배석환 기자]=매년 여름철 기습적인 국지성 집중호우로 저지대 주택과 지하 주차장 침수 사고에 대한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천시의 침수 방지 대책이 사실상 ‘독자적 방치’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드러나 주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이천시 차원의 거창한 대책 마련 홍보와는 대조적으로, 정작 일선 현장에서는 예산이 넉넉히 확보되어 있음에도 단 한 곳의 방지 시설도 설치되지 않은 채 심각한 행정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설치율 0%” 예산 쌓아두고도 손 놓은 읍·면·동 행정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작년부터 올해 현재까지 이천시 대월면 관내의 반지하 빌라나 아파트 등 침수 취약 주거지역 중 물막이판(차수판) 등 침수 방지 시설이 설치된 곳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타 지자체는 물론 이천시 중심권역이 장마철 전 설치 완료를 목표로 총력을 다했던 것과 정반대의 행보다.
주민들은 언제 폭우가 쏟아질지 모르는 엄중한 상황 속에서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이 수해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예산 부족 때문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천시는 2026년도 관련 사업으로 1억 원의 예산을 세워놓았으나, 현재까지 아파트 4곳과 빌라 1곳에 차수막을 세웠을 뿐이다.
폭우가 쏟아지는 현재까지도 전체 예산의 60%가 미집행된 채 시 금고에 잠자고 있다.
이 같은 ‘예산 부집행’ 촌극의 원인은 일선 행정복지센터의 태만이다.
이천시청 차원에서 14개 읍·면·동에 침수 취약지역 실태조사를 실시해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각 읍·면·동이 실태조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제자리걸음만 한 것으로 밝혀졌다.
적극적인 홍보나 수요 조사가 전무하다 보니, 대월면의 한 빌라 주민은 “매년 비만 오면 지하가 잠길까 봐 잠을 못 자는데, 시에서 이런 지원 사업을 하는 줄도 몰랐다”며 “예산이 있어도 집행을 안 하고 대책을 세워도 추진을 안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현장 공무원들을 향해 분통을 터뜨렸다.
재난 위기 앞인데… 면사무소 공무원 ‘웃음 띤 안일한 태도’ 충격
행정의 부진보다 더 심각한 것은 현장 공무원들의 전형적인 안전 불감증과 고삐 풀린 공직기강이다.
취재 기자가 관내의 침수 방지 시설 설치 전무(0건) 사태와 관련해 대책을 묻자,
담당 공무원은 주민들의 생명·재산과 직결된 이 엄중한 사안에 대해 심각성을 인지하기는커녕 비웃는 듯한 웃음을 띠며 가볍게 답변해 충격을 안겼다.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재난 대비 담당 공무원이 기습 폭우의 위험성 앞에 전혀 긴장하지 않고, 오히려 문제를 제기하는 취재진과 주민들의 우려를 가벼운 처신으로 일관한 것이다.
지역 방재 전문가는 “대책과 예산이 마련되어 있고 상부의 실태조사 요청이 있었음에도 현장에서 이를 뭉갠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이자 탁상행정”이라며 “특정 지역이 방역·방재 사각지대로 전락하지 않도록 이천시 차원의 즉각적인 현장 감사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천시청 뒤늦은 수습 행보… “다시 전수조사 벌여 전부 설치하겠다”
일선 읍·면·동의 태만으로 인한 '방재 구멍'이 본지 취재로 드러나자 이천시청 관계자는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이천시청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선 읍·면·동의 실태조사 미진 부분을 파악했다”고 시인하며, “이번에 시 차원에서 다시 전수조사를 철저히 벌여 침수 우려가 있는 취약 지역에는 예산을 전액 투입해서라도 전부 설치해 줄 방침”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장마전선이 북상하며 언제든 폭우가 쏟아질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이천시는 주민들이 느끼는 분노와 공포를 무겁게 받아들여 행정 해이를 보여준 관련 공무원에 엄중히 문책하는 한편, 약속한 '원포인트 전수조사 및 긴급 설치 지원'을 즉각 이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