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질문지를 보내고 한 달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지금쯤 전성훈 씨 인터뷰가 실린 신문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
기자님께 연락드리려 했는데, 마침 기자님께 문자가 왔다.
문자에는 몇 개의 추가 질문이 담겨 있다.
월평빌라에서 있었던 사건, 사고와 에피소드, 월평빌라 단체 사진,
비장애인들이 알았으면 하는 점 등 주로 월평빌라에 관한 질문들이었다.
전성훈 씨를 취재하는 기자님이라면 충분히 궁금해하고 물을 수 있는 질문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5번과 6번 질문에서 남상에 사는 청년으로서 거창에 바라는 점을 이야기했었다.
전성훈 씨가 살고 있는 곳에 대해 소개해야 한다면 5번, 6번 질문의 답으로 충분하다 생각했다.
“전성훈 씨, 기자님께 문자가 왔습니다. 추가 질문을 보내 주셨어요. 읽어 보실래요?”
우선 전성훈 씨께 기자님의 문자를 보여드렸다.
질문을 다 읽은 뒤에는 전성훈 씨와 이번 인터뷰에 참여하게 된 계기,
인터뷰를 결심하게 된 이유를 다시 나눴다.
“전성훈 씨, 기자님께서 보내 주신 질문을 읽어 보니 전성훈 씨와 월평빌라를 궁금해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충분히 답할 수 있는 질문이긴한데 굳이 월평빌라를 소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남상에 살고 있다 적었으니
그 정도로 충분하지 않나 싶습니다. 여느 사람이 자신이 살고 있는 빌라를 굳이 소개하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추가 질문에는 답하기 어려울 것 같고, 그 이유를 기자님께 설명드리면 좋겠어요.”
“네에.”
전성훈 씨와 이야기를 마치고 돕는 직원의 생각을 정리하고 전성훈 씨에게 한 번 더 묻고, 기자님께 설명드리기 위한 자료를 정리했다.
1. 인터뷰를 하게 된 이유
① 여느 청년과 같이
회장님 질문에 전성훈 씨는 답이 없었고 직원은 전성훈 씨도 거창에 사는 청년이니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말씀드렸다. 걱정하시는 분량도, 대면 인터뷰가 아닌 질문지를 받아 작성하는 인터뷰 방식이기에 직원이 충분히 도울 수 있고 직원이 아니더라도 가족, 지인, 전임자 선생님들이 기록한 일지들이 있어 전성훈 씨가 그동안 거창에서 어떻게 살아왔고 무엇을 좋아하며,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충분히 답할 수 있을 것이라 말씀드렸다.
「2023년 3월 15일 수요일 일지, 박효진」 ‘거창에 사는 청년이니까’ 발췌
오늘 전성훈 씨께 인터뷰에 몇 번을 물어도 ‘네’라고 답한다. 전성훈 씨도 본인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고 거창에 사는 청년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이 있기에 그런 듯하다. (중략) 2023년 4월 17일 월요일, 박효진
(중략) ② ‘인터뷰’가 지닌 의미가 있죠. 거창에 사는 여느 청년과 같이…. 그럼요. 뭐 달라야 할 것 있나요? 잘 이루시기 바랍니다. 정진호
「2023년 4월 17일 월요일 일지, 박효진」 ‘네에’ 발췌·편집
② 전성훈 씨가 청년 인터뷰에 참여하면 좋겠다는 박효진 선생님의 뜻은 비단 인터뷰 자체만 두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참여에 담긴 여느 청년, 여느 회원, 시설에 살아도, 장애가 있어도를 읽는다. 깊이 공감한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진호
「2023년 상반기 개인별 지원 평가(정합성 평가) 후기|사회사업4팀」 발췌
② 어려운 부분은 함께
총 8개의 질문을 받았다. 당장 전성훈 씨가 답할 수 있는 것도 있었고 바로 답하기에는 막막한 질문도 있었다. 질문들을 읽으며 전성훈 씨를 잘 알고 함께 답해줄 수 있는 지인을 찾아보자 이야기 나눴다.
「2023년 5월 8일 월요일 일지, 박효진」 ‘청년 인터뷰 ① 질문지 도착’ 발췌·편집
2. 전성훈 씨의 방법으로
① 직원과 의논
청년 인터뷰 질문지에 직업 관련 질문이 많다. 전성훈 씨의 직장 경험을 적으면 좋을 것 같아 전성훈 씨 직장 생활을 이야기해 줄 지인을 찾기로 한다. 전성훈 씨의 첫 직장이었던 클레오미용실 원장님을 찾아뵈러 간다.
「2023년 5월 23일 화요일 일지, 박효진」 ‘청년 인터뷰 ② 거울은 항상 깨끗했지’ 발췌
② 둘레 사람과 의논
“성훈이가 학교 다닐 때부터 우리 미용실을 다녔어요. 그러다가 은경 쌤이랑 직장 구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직장 이야기하다 여기서 일하게 됐죠.”
“성훈이는 아침에 출근해서 1시간 동안 거울 6개를 닦았어요. 처음이니까 그 정도 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나보다 먼저 오니까 문을 열고 들어왔어요. 그래서 잃어버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하고 열쇠를 맡겼는데 잃어버리기도 하고.”
“일하다가 화분도 깬 적 있어요. 뒤로 가다가 깼는데 우리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요.”
“지 일하기 싫은 날에는 꾀도 부리고 그랬어요. 맨날 같은 곳만 닦을 때도 있고.”
이야기하는 내내 두 분의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실수투성이였던 전성훈 씨의 첫 직장 생활이 두 사람에게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는 듯했다.
“잘 못 하는 거 아니까. 그래도 즐겁게 일했어요. 그리고 거울은 항상 깨끗했어요. 성훈이가 키가 크잖아. 잘했어요. 미용실은 거울이 제일 중요하잖아요.”
(중략)
“성훈이는 항상 같아요. 한결같아서 단점이 없을 것 같아요. 장점은 놀러 올 미용실이 있다는 것 아니겠어요?”
원장님도 직원과 비슷한 생각을 하신 것 같다. 아마 전성훈 씨도 말은 안 해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원장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어느새 질문지를 거의 다 채운 느낌이다.
「2023년 5월 23일 화요일 일지, 박효진」 ‘청년 인터뷰 ② 거울은 항상 깨끗했지’ 발췌·편집
3. 전성훈 씨와 월평빌라
① 전성훈 씨에게 월평빌라는
1. 입주자의 집
주택은 각 가구의 집입니다. 대규모 공동주택도 각 가구의 집이고 기숙사형 생활주택이나 공유주택도 각 가구의 집입니다. 사회가 마련하여 제공하는 주택, 사회주택도 각 가구의 집입니다. 어디서 어떻게 마련하고 어떤 조건으로 제공하든 각 가구의 집입니다. 시설 주택도 여느 주택과 마찬가지로 각 가구의 집입니다. 그런데, 시설 입주자는 대개 남남이라 개개인이 각각 다른 가구이므로 시설 주택은 곧 각 입주자의 집입니다. 주택의 위치 규모 형태가 어떠하든, 어디서 어떻게 마련하고 어떤 조건으로 제공하든, 어떤 도움을 얼마나 받든, 각 입주자의 집입니다. 지원주택이나 자립생활주택처럼 기관이 수탁 운영하는 주택뿐 아니라 직영하는 주택도 각 입주자의 집입니다. 지원 기관의 주소지 밖에 있는 주택뿐 아니라 안에 있는 시설 주택도 각 입주자의 집입니다. 한집 한방에 여러 명이 사는 시설 주택도 각 입주자의 집입니다. 사생활에 얼마쯤 제약이 있을지라도 각 입주자의 집입니다. 『복지요결』, 143쪽, ‘1. 입주자의 집’ 발췌
② 월평빌라에서 전성훈 씨는
2) 상황적 약자
상황적 약자는 어떤 상황에서 약한 사람입니다. 사회적 약자뿐 아니라 누구나 사회사업 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누구나 어떤 상황에서는 도움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상황적 약자라고 다 사회사업 대상자가 되는 건 아닙니다. 어떤 상황에서 약하다고 다 ‘사회사업’ 도움이 필요한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회사업 대상자로서 약자는 엄밀히 말하자면 약한 상황 ‘그때 그 일에서’ 사회사업 도움이 필요한 사람입니다. 사회사업은 그때 그 일에서의 약점으로써 그 사람 자체를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항시 약자인 것처럼 대하지 않습니다. 『복지요결』, 23쪽, ‘2) 상황적 약자’ 발췌
전성훈 씨와 인터뷰에 참여한 뜻이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의 뜻을 기자님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 기자님이 구상한 인터뷰 방향과 그리는 기사 모양이 있을 테니. 그럴수록 더 잘 설명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리한 자료를 전성훈 씨와 읽는다. 포스트잇에 메모한 말까지 하나씩 천천히 읽는다. 다 읽고 나서는 더할 것이 없는지 다시 직원에게 건넨다. 전성훈 씨와 기자님께 문자를 보낸다.
2023년 6월 26일 월요일, 박효진
①‘근본이 있어야 합니다. 사회사업 그렇게 하는 까닭, 자기 실천의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복지요결』 ‘근본이 없으면’ 발췌. 우리는 『복지요결』을 자기 실천의 근거로 삼고 일하죠. ‘교과서’라 부르기도 하고요. 그러는 동시에 어떤 일, 어떤 상황에 처할 때마다 ‘자기 실천의 근거’를 더욱 가까이서 들여다보고, 치열하게 따져 묻습니다. 오늘 이 기록 속의 박효진 선생님처럼요. ②이날 선생님의 떨림을 기억합시다. 그래야 하고 그러려 애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덜림이 우리를 여전히 움직이게 하고 살게 할 겁니다. ③뜻을 굽히지 않으면서 동시에 온유하게 의논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지역사회에 대하여 박효진 선생님이 또 하나의 변화를 심었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그 씨앗이 싹을 틔워 일을 이루겠지요. 정진호
인터뷰를 통해서 박효진 선생님이 전성훈 씨를 더 할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인터뷰 핑계로 지인들 찾아뵙고 성훈 씨에 대해 더 질문하고 말입니다. 긴 시간 동안 애쓰셨어요. 신아름
전성훈, 취미(청년동아리활동) 23-1, 페인팅메이트
전성훈, 취미(페인팅메이트) 23-2, 고마워요
전성훈, 취미(페인팅메이트) 23-3, 청년 인터뷰① 거창에 사는 청년이니까
전성훈, 취미(페인팅메이트) 23-4, 청년 인터뷰② 네에
전성훈, 취미(페인팅메이트) 23-5, 청년 인터뷰③ 질문지 도착
전성훈, 취미(페인팅메이트) 23-6, 청년 인터뷰④ 거울은 항상 깨끗했지
전성훈, 취미(페인팅메이트) 23-7, 청년 인터뷰 ⑤ 그랬었지?
전성훈, 취미(페인팅메이트) 23-8, 청년 인터뷰 ⑥ 마지막 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