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수출용 첨단 장갑차 개발
독일 라인메탈 꺾고 역전극 일궈
K9 자주포 이어 두번째 수출 쾌거
업계 '가보지 않은 길 새로 썼다'
한국의 미래형 궤도 보병전투장갑차 '레드백'이 호주 대륙을 달린다.
호주 '붉은등 독거미'에서 이름을 딴 레드백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호주 수출용으로 기혹한 첨단 장갑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8일 호주와 3조1649억원 규모의 보병전투차 공급 본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28년까지 래드백 129대를 납품하게 된다.
레드백은 한화 측이 호주 시장 진출을 위해 개발한 맞춤형 5세대 보병전투차량으로서 현지 작전 운용 환경에 최적화된 기능과
성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승무원 3명, 전투원 8명 등 최대 1명이 탈 수 있다.
1000마력의 파워팩 엔진을 장착해 야지(들판) 기준 시속 65km로 주행할 수 있으며 중량은 42t이다.
대전차 미사일을 먼저 감지하고 요격하는 '능동 방어체계'와 대전차 지뢰를 견뎌내는 특수 방호 기능 등 신기술도 대거 적용했다.
이에 더해 30mm 기관포와 7.62mm기관총, 대전차 미사일 발사가 가능한 '하이브리드 포탑'도 장착했다.
또 열상 장비 탐지를 피할 수 있는 일종의 스텔스 장비인 열상 위장막과 궤도에 철이 아닌 복합 소재 고무 궤도를 사용했다.
고무 궤도는 철제 궤도와 비교해 주행 소음이 적고 50% 이상 가벼워서 연료를 아낄 수 있다.
레드백은 아직 우리 군이 운용하지 않고 있어 이번이 첫 수출이다.
호주에는 K9 자주포에 이어 두 번째로 수출하는 지상 장비다.
K9 자주포와 K2 전차, FA50 경공격기 등이 이미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레드백이 또 하나의 'K-방산' 효자로 합류했다는 의의도 크다.
업계 안팎에서는 '가보지 않은 길을 새로 썼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방산기업이 수출형으로 기획해 해외 선진 시장에 진입한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호주 장갑차 사업에 도전할지 여부를 결정하던 지난 2017년 무렵만 해도 내부에서조차 '가능성이 적지 않느냐'는 회의론이 나왔지만, 이듬해부터 국내 기업 최초로 오세아니아 지역 최대 방산전시회인 '랜드포스 2018'에 참가하는 등 남다른 결단이 이어졌다.
리처드 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호주 법인(HDA)장은 '도면 한 장조차 없던 상황에서 과감한 투자로 사업에 뛰어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당시 유력한 후보였던 독일 라인메탈과 컨소시엄 구성을 추진하던 한화는 사업 제안서 제출 마감 직전인 2018년 하반기부터
단독 사업 참여로 방향을 틀었다.
당시 라인메탈이 컨소시엄 참여에 퇴자를 놓자 '이럴 바에 우리가 만들자'는 결론이 난 것이다.
이후 테스크포스(TF)를 꾸리고 회사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최종 후보 결정을 한 달 앞둔 2019년 8월 시제 차량을 완성할 수 있었다.
최종 경쟁 후보로 함께 오른 것도 라인메탈의 '링스'였다.
이미 호주의 바퀴형 장갑차 도입 사업을 수주한 이력이 있는 독일 라인메탈이 우세할 것이란 관측도 많았지만,
한화가 현지 생산 조건을 제시하면서 대역전극이 펼쳐졌다.
판도를 뒤바꾼 데는 '빨리빨리' 신속하게 납품하는 한국의 이미지도 한몫했다.
레드백은 호주 빅토리아주 질롱에 건설 중인 H-ACE 공장에서 생산돼 2028년까지 호주군에 차례대로 납품한다.
H-ACE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호주형 K9 자주포인 '헌츠맨 AS9'과 탄약 운반자인 'AS10'을 생산하는 곳으로
내년 완공을 앞두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계약으로 첨단 기술 기반의방산이 미래 성장 동력이자
국가 전략산업으로 발돋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과 최고 수준의 안보 협력 관계를 맺은 호주가 요구하는 무기 체계 역시 글로벌 최고 수준의 성능이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에서도 러브콜이 줄을 잇는다는 후문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혼란한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 데표 방산 기업으로서 또 한 걸음 나아갔다'며
'우방국의 국가 안보를 위한 역할도 계속 찾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