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이 웬 한물간 박한 유머라도 하는건가 읽으신 분들 어이없으실 줄 압니다. 하지만 브라운관을 쳐다보며 이불깃을 물어뜯으며 절규한 끝에 새삼 깨달음을 얻었던 것이 한달 아니 불과 몇주 전 일이므로 확실히 말할 수 있습니다.
수비만큼 공격도 중요합니다.
예선탈락의 예감이 점점 현실화 되어가는 시점에서 예약기능이 망가진 비디오만 쳐다보다가는 여자 국대팀의 올림픽 게임은 한 시합도 못 보겠다는 위기감이 아침잠 많은 인간을 월요일 새벽 5시부터 깨워놓았습니다.
기사와 wkbl게시판에 오른 글을 보며 단단히 각오하고 보기 시작한 게임이었는데 의외로 내용에서 나쁘지 않았습니다. 스페인 선수들도 신장도 높고 기본기가 좋았는데 시합은 거의 대등하게 진행됐습니다. 무엇보다 돋보였던 건 수비였습니다. 탄탄한 근육질의 유럽여자들과 맞서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 강한 수비로 대등하게 리바운드를 잡았기에 부진한 필드골 성공률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앞서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3분을 남겨놓은 시점에서 이기고 있는 시합을 보며 저는 갑자기 아무래도 우리가 질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무려 3분이나 남았는데 겨우 3점차의 점수를 지키려는 소극적인 시합을 하는 한국팀을 보며 불길한 기분은 점점 더 커졌습니다. 살려는 자 반드시 죽을 것이고... 이건 이순신 장군 말씀이던가 쩝~
어째든 방정맞은 내 예감 탓인지 거의 잡을 것 같았던 승리가 눈앞에서 날아갔습니다. 내용상으로 봐도 나중에 확인했던 기록을 봐도 6패한 시합들 중 내용상 가장 좋았던 게임이었습니다. 그런 시합을 놓치는 꼴을 보고 출근해야하다니 정말 월요일 새벽의 출발로는 최악이었습니다. 차라리 정말로 답답할 정도로 못하는 시합을 봤다면 그렇게 울화통이 치밀지 않았을 겁니다.
그야말로 해결사 부재 게임의 전형이었습니다. 에이스가 없는 팀, 공격을 주저하는 팀, 소극적인 팀...나머지 5경기를 못 봤지만 한국팀이 올린 처참한 기록은 단지 실력이 딸려서라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 게임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건 공격과 수비는 양날개와 같습니다. 어느 날개가 약해도 잘 날수 없습니다.
그런데 왜 농구 지도자들이나 모든 전문가들은 그토록 수비를 강조할까?
그건 비유해서 말하자면 수비는 회접시 밑에 깔리는 무채고 공격은 그 위에 올라앉은 생선 같은 존재라서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어린이에게 소세지를 먹이는 것보다 시금치를 먹이는 게 휠씬 더 어려운 것처럼 슛을 넣는 것에 비해 수비는 지루하고 힘듭니다. 슛을 넣기 위해서는 전 동작을 포함해봐야 대략 2~3초 정도의 강한 집중력을 요하지만 수비는 상대에게 주어진 24초(또는 30초)동안 끊임없는 집중을 요합니다. 어째든 시금치를 먹이고 나면 소세지는 알아서 먹도록 내버려둬도 잘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시금치와 소세지 어느 것이 더 영양가가 있다라고 말하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전통 있는 횟집이라면 무채도 못 써는 녀석에게 선뜻 생선회를 뜨도록 할 리가 없죠. 눈감고도 무채를 칠 수 있도록 몇 년간 단련시킨 다음 생선을 맡길 겁니다.
하지만 국내 농구 사정은 그렇게 여유있게 기다려 줄 형편이 되질 못합니다. 초등학교든 중학교든 시합은 있게 마련이고 학부모에게 코치월급을 비롯해 시설설비까지 많은 부분을 빚지는 우리 학원 스포츠계 현실을 생각해보면 어쨌건 당장당장의 승리에 연연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본기를 닦는 훈련은 그렇게 금방 성과를 보기 힘듭니다.
요리사 숫자가 적으면 견습에게도 광어를 뜨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손님은 무채를 먹으러 온 게 아니니까요.
어쨌거나 그렇게 속성으로 요리사가 됐다해도 끊임없이 뒤에서 무채 치는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결국은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훌륭한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은 만큼 반쪽선수라는 오명을 프로까지 가져가는 선수도 상당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국내선수들을 보며 가장 아쉬운 부분은 신장보다 오히려 기초체력부족입니다. 농구에서 신장은 말할 수 없이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코트에 김영헌, 최홍만, 서장훈, 하승진...이렇게 세워놓은 순 없는 겁니다. 기왕이면 장신선수를 많이 키웠으면 하는 게 희망이지만 그렇다고 없는 장신선수를 바라는 걸로 문제는 해결 나지 않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키라면 코치가 늘려 줄 수 없을지 몰라도 체력이라면 적절한 지도와 과학적인 관리, 그리고 선수 본인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좀더 강하게 키울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게 바뀌긴 어렵지만 확실히 효과는 있습니다.
뭐 개인적으로는 한국농구를 NBA보다 훨씬 더 좋아하고 있고 지금 KBL에서 보여주는 경기도 재미있게 보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냉정하게 말한다면 우리 남자 농구선수들에게 솔직한 말로 합격점 주긴 어렵습니다.
스피드, 파워, 탄력 모두 합격점이 나올만큼 상하체 모두 고르게 단련된 선수는 정말 손에 꼽아도 좋을 정도입니다. 매년 대학에서 올라오는 루키들은 실시합에서 10분도 소화하기 어려운 부실한 체력으로 올라오는 선수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니 프로적응도 제대로 되지 않고 어영부영 몸빵용 파울용으로 돌려지다 은퇴라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체력이 강하면 부상도 적어집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장신을 만났을 때 위치선정에서 밀리지 않아 좀더 자신감을 갖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자신감은 바로 슛 성공률도 높여 줄 겁니다.
힘은 체격대로 나오는 만큼 남보다 1cm 작다면 그보다 1시간 2시간 더 연습해 키 큰 선수보다 더한 체력을 갖춰야 합니다. 동양인 특유의 체질상 장신이면 허약 체질인 경우가 많으므로 그런 선수라면 남보다 웨이트 강화에 훨씬 더 많은 땀을 흘려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이한권 선수처럼 슛셀렉션도 좋고 성공률도 높은 장신선수가 체력을 갖추어 미들라인에라도 설 수 있다면 확실한 주전으로 자기자리를 굳힐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현재의 어중띤 모습으로는 죽도 밥도 안됩니다.
슛 역시 그렇습니다. 현재처럼 선수들 평균 자유투 6~70%대라면 10cm 이상 장신선수들과 싸워 도저히 이길 수 없습니다. 무채 치는 실력은 단번에 늘지 않습니다. 연습 또 연습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한국농구가 가야 할 길은 선수들을 기본부터 단련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한국농구의 발전도 있을 것이고 서장훈 선수(확실한 보증수표) 은퇴 전에 한번이라도 더 중국을 이기고 아시아를 재패 하는 기쁨을 누려 보겠죠.
동감합니다.특히 수비와 체력에 대한 부분,수비도 역시 공격과 함께 농구의 기본기입니다.또한 돌아가신 故 전규삼 선생님께서 그렇게 강조하셨던 기본기중 하나가 "체력."이죠.결국 기술도 체력이 바탕이 되야 더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고.다만 "벌크업"은 체질에 맞는 과학적인 트레이닝이
첫댓글 ^_^ 방갑습니다.
오랜만이시네요 시즌 시작되면 좋은 글 부탁드릴께요...^^
중국애들은 키커도 하체도 실하고 좋던데요... 우리나라도 그런 몸 좀 만들길~
무뭉님 글볼려고.. 맨날 들어와도.. 없던데... 드뎌... 한방 터트리시네요~! 국농게를 눌렀을때, 무뭉님의 글이 있는걸 보고.. 느낀 기쁨이란... ㅎㅎㅎ
동감합니다.특히 수비와 체력에 대한 부분,수비도 역시 공격과 함께 농구의 기본기입니다.또한 돌아가신 故 전규삼 선생님께서 그렇게 강조하셨던 기본기중 하나가 "체력."이죠.결국 기술도 체력이 바탕이 되야 더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고.다만 "벌크업"은 체질에 맞는 과학적인 트레이닝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봅니다.단순한 "몸불리기."와는 차이를 둘 수 있도록 말입니다.사람마다 체질에 맞는 "벌크업."을 통해 파워를 효율적으로 키워내야 합니다.아직 이런 점은 한국농구가 취약하다고 보는데,이 점도 하루빨리 보완됐으면 좋겠습니다.
체력도 체격못지않게 중요하죠..^^..예를 드신 이한권선수도 몸좀 더 좋아지고 부상없이 뛸수있다면 더 좋을듯싶은데..아직은 부족하다는 생각만..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잘읽었습니다. 그러고보니 故전규삼 할아버지의 제자들은 하나같이 체력적으로는 뛰어난 선수들이네요.(뭐 농구 자체를 잘하지만....)김승현 선수의선수의 경우에는 평소 벤치프레스를 120KG으로 들면서 운동을 한다고 하더군요...@.@;;
기본에 충실해야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