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 사 평
올해 이상화시인상의 심사는 어렵지 않게 합의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해서 심사 자체가 수월했다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당대를 표상할 만한 뛰어난 시집들이 많았고,
그 가운데서도 대구 경북 출신 시인들의 시집이 여럿이었다.
다만 이상화 시인의 이름에 걸맞은 상이 되기 위해서는
지역의 대표성을 뛰어넘는
보편성에 이를 필요가 있다는 데에 의견이 모아졌다.
이것은 이상화 시인의 고향에 대한 역차별(?)을 포함하는 것이었기에,
심사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결정을 내려주신
두 분 심사위원들의 결단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장석남의「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는 그대로 진경산수다.
진경산수이되, 돌 하나 얼룩 하나에도
사랑하는 사람의 무늬가 그려져 있는 인물화이기도 하다.
진정한 서정이란 앓는 몸을 지나쳐온 것이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을
장석남의 시는 아프게, 아름답게, 아련하게 증언하고 있다.
저 세 개의‘아’자 돌림 부사야말로
이상화가「나의 침실로」에서 묘파해낸 것이 아니던가?
이상화 시인은 마돈나를 부르던 간절한 돈호법만으로도
사랑하는 이의 모습과 그와의 거리와 그를 기다리는 타는 마음을 그려냈다.
장석남의 시가 되살려내는 것도 바로
그런 흔적의 현현, 그리움의 에피파니 같은 것이다.
그것도 반드시 몸을 되울려 나오는 소리로.
시집의 어디를 펼쳐 봐도 오감을 구현하는 감각들이 붐비고,
이 감각들의 병목현상으로 시가 풍요롭게 울린다.
이 풍요로움과 이상화 시인과의 만남을 환영한다.
수상을 축하드린다.
2013년 5월
심사위원 도광의, 박정남, 권혁웅(글)
수상 소감
봄빛이 난만합니다. 초록이 넘칩니다. 붉고 흰 꽃들이 차례로 피었다 갔고 들판엔 숨
었던 새들의 울음이 다시 허공에 길을 내고 있습니다.
제 맘속에 상화 선생은‘가르마 같은 논길’을 끝도 없이 걸어가는 분으로 오랫동안
새겨져 있습니다. 가르마 같은 길이라니요. 그 정갈하고 사색적이며 또한 생산적인 길
입니다.
그 길에서 호명하는 제 이름을 들으니 떨립니다. 그분이 살았던 시대를 떠올리고 그
분이 살았던 공간을 떠올리고 그분의 목소리를 떠올려 봅니다. 그리고 그분이 만났던
시와 사랑과 안타까움도 떠올립니다. 큰 영광이 없었던 일생인 듯합니다.
그러나 그분의 시와 마음이 봄빛처럼 살아서 해마다 이맘때면 빛납니다. 풀빛 짙어
지는 이맘때 우리 말을 아는 사람 치고 그분의 그 시를 떠올리지 않을 이는 아마 드물
듯싶습니다. 그분의 그 들판, 이제는 빼앗긴 들판이 아니라 봄빛 찬란한 들녘에서 그
정신의 메아리로 호명되는 제 이름은 초라합니다. 그러나 풀잎 한 잎에 맺힌 이슬 한
알로 그분의 영원한 들을 장식할 수 있다면 제 시력은 족하겠습니다. 관계된 분들 모
두에게 감사드립니다.
2013년 5월 7일 서울에서
장 석 남
■ 수상작품
나의 유산은
내 유산으로는
징검다리 같은 것으로 하고 싶어
장마 큰물이 덮었다가 이내 지쳐서는 다시 내보여주는,
은근히 세운 무릎 상부같이 드러나는
검은 징검돌 같은 걸로 하고 싶어
지금은,
불어난 물길을 먹먹히 바라보듯
섭섭함의 시간이지만
내 유산으로는 징검다리 같은 것으로 하고 싶어
꽃처럼 옮겨가는 목숨들의
발밑의 묵묵한 목숨
과도한 성냄이나 기쁨이 마셨더라도
이내 일고여덟 형제들 새까만 정수리처럼 솟아나와
모두들 건네주고 건네주는
징검돌의 은은한 부동(不動)
나의 유산은
2013
이상화문학제
이상화문학제 2013
이상화문학제 2013
수상자
장석남
_ 1965년 인천 출생 _ 인하대 대학원 국문과 마침 _ 1987년《경향신문》신춘문예로 등단
_ 1991년 시집『새 떼들에게로의 망명』, 2012년 시집『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등 7권의 시집 출간
_ 김수영문학상, 현대문학상, 미당문학상, 김달진문학상 등 수상
_ 현재 한양여대 문창과 교수로 재직 중
초대일시
5월 22일(수) 18:30~20:00
장소
계산동 이상화고택 앞마당
주최•주관
이상화기념사업회
후원
대구광역시
이상화기념사업회
700-082 대구광역시 중구 계산동 2가 84번지
T. (053) 256-3762
http://www.sanghw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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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 고택
이상화시인상 연혁
•1985년 4월 죽순문학회에 의해 이상화시인상 제정
•2008년 5월 죽순문학회 제23회 이상화시인상 시상
(수상 정호승 시인)
•2009년 4월 이상화기념사업회 발족에 따라 죽순문학회로부터
이상화시인상 인계
•2009년 5월 제24회 이상화시인상 수상자로 김기택 시인 선정
•2010년 5월 제25회 이상화시인상 수상자로 박정남 시인 선정
•2011년 5월 제26회 이상화시인상 수상자로 송재학 시인 선정
•2012년 5월 제27회 이상화시인상 수상자로 권혁웅 시인 선정
•2013년 5월 제28회 이상화시인상 수상자로 장석남 시인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