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고유의 체취가 있다. 짙은 향수를 뿌리지 않아도 고운 향이 솔솔 풍기는 사람에게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반면 지독하고 쾨쾨한 냄새가 나는 사람과는 마스크를 쓰고 대화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지인 중 한 명은 자신만의 예쁜 냄새를 만들기 위해 샴푸, 린스, 보디 클렌징 등을 같은 브랜드로 통일하고 샤워 후엔 샤워 코롱을 살짝 뿌린다고 한다. 같은 브랜드의 제품을 쓰면 동일한 향들이 자극적이지 않게 섞여 은은하면서도 달콤한 냄새가 몸에 배기 때문. 실제로 그녀에게서는 언제나 기분 좋은 냄새가 풍긴다. 그 향긋하고 예쁜 냄새에 반해 팔짱을 끼고 싶고 손도 잡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긴다.
주변에 이렇게 향긋한 냄새만 풍기는 사람들만 있다면 참 좋겠지만 악취에 가까운 ‘야리꼬리한’ 냄새를 풍기는 이들이 더 많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아무리 가까운 친구라 해도, 심지어 사랑하는 연인이나 가족이라 할지라도 참을 수 없는 악취를 풍기는 사람이라면 견디기 힘들다. 개인적으로 가장 싫어하는 유형은 식후 제대로 양치를 하지 않는 사람이다. 점심 메뉴가 무엇이었는지 바로 상상할 수 있을 만큼 최악이다. 대개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양치질을 생략한 채 인스턴트커피와 담배로 식후를 마무리하는데, 음식 냄새가 담배 혹은 커피 냄새와 혼합돼 악취를 생성하는 것이다.
입 냄새 이야기가 나오니 문득 한 사람이 강렬하게 떠오른다. 전 직장 선배였던 지독해(34) 씨. 같은 팀이다 보니 함께 회의할 일도 많았고, 옆자리에 앉은 탓에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눌 기회도 많았다. 쿨한 성격, 엣지 있는 스타일, 기발한 기획력을 갖춘 매력녀였지만, 그녀에게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으니 바로 입에서 시궁창 냄새가 난다는 것! 점심 식사 후 그녀가 양치질하는 꼴은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는데, 식후 그녀와 대화를 나눠야 하는 상황이 닥치기라도 하면 식은땀이 날 만큼 곤욕스러웠다. 나는 그녀가 말할 때면 잠시 호흡을 멈추고 악취로부터 내 코를 보호하곤 했다. 그런데 결국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어느 날 지독해 씨가 나를 조용히 회의실로 호출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녀와 마주 본 채로 얼마 전에 저지른 내 실수에 대한 일장 연설을 들어야 했다. 시간이 갈수록 정신이 혼미해져갔고, 5분만 더 그 냄새를 맡았다가는 정말이지 질식사할 것만 같았다.
“아! 선배님, 잠시만요, 잠시만요!”
나는 결국 울렁거리는 속을 참지 못하고 회의실을 빠져나가 화장실로 직행했다. 화장실 창문을 열고 맑은 산소를 몇 분간 들이마신 후에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지독해 씨! 양치 좀 합시다. 그 정도 에티켓도 모릅니까!’
사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입 냄새는 누구에게서나 난다. 직장인의 90% 이상이 입 냄새에 신경 쓴다는 연구 조사가 있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는 몸 냄새 중 하나가 입 냄새이다. 직장인들이 입 냄새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대인 관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성과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입 냄새가 나는 원인은 다양하다. 전문가들은 구취를 일으키는 대부분의 원인은 충치나 치석, 치태, 설태 등의 구강 내 질환이라고 지적한다. 평소 잘못된 칫솔질 습관이나 흡연, 음식물 찌꺼기 등으로 인한 충치 및 치주 질환이 구취를 함께 유발한다는 것. 이 경우 충치 치료나 치주 치료, 스케일링 등 치과 치료만 잘 받아도 금세 호전될 수 있으니 다행이다.
반면 치아 건강에는 문제가 없는데 참기 힘든 냄새를 풍기는 또 다른 유형이 있다. 바로 양치질에 게으른 사람들이다. 아침은 뭘 먹었는지 점심은 뭘 먹었는지, 하루 종일 자신이 먹은 메뉴를 생중계한다. 음식물 냄새는 물론이고 윗니와 아랫니 사이에 낀 이물질도 가끔씩 보여준다. 아무리 꽃단장을 하고 있는 여자라도 이빨 사이에 이물질이 낀 채로 마늘, 양파, 생강 냄새를 솔솔 풍긴다면 호감을 느끼기란 불가능하다.
가장 역겨운 악취를 풍기는 유형은 내부 기관의 문제로 인해 사라지지 않는 입 냄새를 풍기는 사람들이다. 입 냄새가 지독한 사람들 중 약 10% 정도는 치과적 원인이 아닌 위장 질환, 호흡기 질환, 소화기 질환, 신장 질환, 당뇨 때문이다. 드물게는 정신적 스트레스로 침샘 분비 기능이 약해져 구취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경우 정밀 검진을 통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아무리 양치 습관을 바꾼다 한들 별다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무리한 다이어트, 불규칙한 식사 습관, 폭식 등도 심한 입 냄새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이다. 불균형한 식생활은 위를 약하게 하고, 약해진 위장에는 열이 쌓여 입 냄새가 심해질 수 있으니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면 자신의 구취 상태를 꼼꼼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요즘처럼 원만한 대인 관계가 업무 능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대에 불쾌한 냄새로 사람들의 비호감을 사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도 없다. 다행히 입 냄새는 세심하게 관리해주면 말끔히 사라질 수 있으니 조금 더 부지런을 떨어보자.
|Tip. 몸에서 나는 각종 악취를 없애는 방법|
○● 민트향, 박하향 캔디를 항상 휴대하기
향이 강한 민트와 박하 맛 캔디는 입 안을 상쾌하게 해주는 것은 물론 입속에 남은 음식물 냄새도 제거한다. 휴대가 편리해 언제 어디서든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 잦은 음주로 상한 위는 유자차로 달래기
잦은 술자리로 입 냄새가 심해졌다면 유자차를 마셔보자. 동의보감에 따르면 유자는 위 속의 나쁜 기운을 없애고 술독을 풀어주며 입 냄새를 제거하는 데 효과적이다.
○● 식후엔 과일을 섭취하는 습관 기르기
후식으로 과일 몇 조각을 먹는 습관도 입 냄새를 제거하는 좋은 방법이다. 식사 후 양치질할 시간 없이 바로 대화를 나눠야 하는 상황이라면 과일 몇 조각을 꼭 챙겨 먹자. 과즙이 입 안을 일차적으로 씻어줄 뿐만 아니라 각종 음식 냄새 또한 제거할 수 있다.
○● 신경 쓰이는 생리 냄새, 항균 물티슈 이용하기
생리 기간 중에 나는 냄새는 일회용 생리대의 화학물질과 생리혈이 결합하여 발생한다. 이 쾨쾨한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생리대를 자주 갈고 항균 처리된 물티슈로 몸을 자주 닦는 것이 좋다. 한방 생리대는 일반 생리대보다 냄새를 덜 나게 도와준다. 통풍을 방해하는 옷은 되도록 피하고 가벼운 샤워를 자주 하는 것도 요령이다.
○● 여름철 고민 액취증, 파우더로 싹싹!
일명 ‘암내’를 방지하려면 겨드랑이, 음모 부위를 비누로 잘 씻고 말린 뒤 탈취제를 발라주면 좋다. 탈취제 대신 베이비파우더 등을 바르는 것도 뽀송뽀송한 상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정도로 냄새가 심할 경우에는 피부과에서 실시하는 땀샘 융해술을 받는 방법도 있다.
○● 안절부절 발 냄새, 전용 스프레이로 해결하기
발에 땀이 많은 사람은 발 냄새가 심할 수밖에 없다. 발 냄새를 제거하려면 발을 씻은 뒤 잘 말린 다음 파우더를 뿌리거나 녹차 티백을 우려낸 물에 5분간 담가주면 효과적이다. 외출 전에는 반드시 발 냄새 제거 스프레이를 뿌려줄 것. 앞이 막힌 신발을 신을 경우 깔창 밑에 동전이나 백반을 넣어두는 것도 발 냄새 흡수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