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개인비밀카페에 올린 글입니다.
전날 어선에 덧댄 지지대가 허술해서 걱정입니다.
집에 가면 밥을 해 먹고 느긋하게 목포로 출발하며
죽교동에 있는 통나무 두 개를 가져 가서 추가로 보강을 할까...생각합니다.
띠융띠융~~ 뿌르르르르~~~
핸드폰 벨이 울립니다.
"사장님~ 태풍 준비 안하세요??"
정성마린의 김사장입니다.
"어제 했었고 오늘도 추가로 하려고 하는데요...왜요??"
"지지대 해 놓으신 거....완전 장난이네요..아이구 뒷편 지지대는 흔들려요
볼라벤이 더 강해져서 풍속이 빨라 졌데요
크레인으로 안전한 곳에 어선을 옮겨야 겠어요"
김사장 판단이 옳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에 도착하자 마자 옷을 갈아 입고 처칠을 태우고
내가 밟을 수 있는 최대 속도로 고속도로를 달려 목포로 향했습니다.
[광목 고속도로의 터털을 지나며.. 불빛이 춤을 춥니다.
볼라벤도 터널을 지나듯 기쁘게 보내 줄 수 있기를]
목포에 도착하니
크레인 기사가 작업을 거부합니다.
바람이 불면 위험하니 작업을 할 수가 없답니다.
..........평소같으면 바람이 불어도 작업을 할 터인데
어제는 목포에 있는 크레인 기사들 대목이었습니다.
크레인으로 끌어 올릴 수 있는 배들은 모조리 뭍으로 올리느라 크레인기사들 진땀을 빼고 주머니도 두둑해 졌으니까요.
김사장의 애교로 크레인 기사가 뒤늦게 등장하고
바람 속에 빗방울이 닌자처럼 숨어서 날립니다.
신문사에서 나왔다는 기자는 내 배를 들어 올리는 광경을
연신 찍어 댑니다.
[가능한 한 어선을 뭍으로 올려 두었습니다. 크레인작업이 불가능한 대형 어선만 물에 떠 있습니다.
볼라벤이 뒷 모습을 보인 이후 대형 어선들도 다시 일상처럼 파도 위에서 탱고를 출 수 있기를 바랍니다
목포 북항의 가로등이 굳건히 태풍의 언저리를 비추고 있습니다]
한 숨을 돌리고 나니 주변의 상황이 눈에 들어 옵니다.
소형 어선은 최대한 바람을 피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한 선주들의 꼼꼼한 손길이 보입니다.
최근 개통한 목포대교는 경찰차와 연합뉴스 취재차량, 소방차로 차단을 하여
통행을 막고 있습니다.
어선을 올려 두었던 선대를 목포 건축현장으로 옮겨 놓고
다시 요트 계류해 놓은 곳으로 발길을 향합니다.
[눈이 좋으신 분만 보입니다.
앗!! 날짜 수정이 안되어 있군요. 8월27일입니다. ...ㅡ,.ㅡ;;
27일 밤 12시경 바람이 크낙한 깃발을 허공에 활짝 펼쳐 내고 있습니다.
빗방울이 후레쉬에 반사되어 허공에 빛을 남겼네요]
일단 요트 캐빈 내에 고인 물을 퍼내고 있는데
어둠 속에서 목소리가 빗소리를 잡아 흔듭니다.
"걱정되어서 나와 보셨나 보네요??"
고개를 들어 보니 앗!!! 해병대 마크...
우산 속에 흰머리가 가득한 것을 보니 한 눈에 봐도 나보다는 선배입니다.
"해병!!! 몇기십니까? 저는 3XX기 입니다"
경례를 받은 노어부....하얀 이를 어둠 속에서 반짝이며
"17X기네...집은 대성동인데 배에서 먹고자고 생활하고 있어"
말씀을 듣고 보니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만한 분입니다.
아파트는 따로 있으면서도 배에서 생활을 하신다..
오호...멋진 삶이 아닌가 싶습니다.
나도 정년이 되면 요트로 세계일주나 하려고 하는데
굳이 세계일주가 아니더라도
흔들리는 배에서 먹고자고 음악이나 들으면서 간간이 낚시질이나 하면
그 또한 신선 놀음일 듯 합니다.
목포 항의 파도를 지켜보고 하늘에 떠도는 바람을 세어보고
바람 결에 비치는 빗방을을 찾아 봤습니다.
목포에서의 태풍피해 정점이 새벽 3시라는데
새벽 1시까지 파도도 부드럽고 바람이야 세일링하기 딱 좋고
빗방울은 흥에 겨워 맞을 만 합니다.
[대형선박들이 줄지어 도열해 있습니다. 이 시간까지도 여전히 바람은 양반걸음이고
비는 새색시이고 파도는 게으른 하인의 하품이었습니다.
부두의 가로등 색조가 너무 따스합니다.]
태풍피해 정점이라는 이야기를 태풍의 중심점이 목포에 도착하는 시간으로 착각했습니다.
현재 태풍의 이동속도는 시속 30키로...
제주에서 목포까지 150여 키로미터(실제는 157km 더군요)..
새벽 1시 현재 계산상으로는 목포에서 60~70키로 떨어진 곳에 있는데
거의 태풍의 눈에 해당되는 위치임에도 이런 정도라면 세력이 많이 약화되었다고 판단...
철수하기로 하였습니다.
실은 볼라벤이 지나는 밤새내 요트 캐빈 내에서 잠자며 비상사태에 즉각 대응하려고 했었습니다.
크레인을 불러서 어선을 옮기는 수고가 부질없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태풍을 감시하고 있는 중에 조수석에 앉아 있는 처칠이 졸고 있습니다.
오잇!! 초병이 졸면 안되지이~~~]
새벽 1시...광주로 향하는 고속도로를 달리며 쏟아지는 잠을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함평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맑은 정신에 운전하기로 하였습니다.
깜박 잠이 든 순간.....
차를 누군가가 심하게 흔듭니다.
반사적으로 시계를 보니 새벽 3시 10분....
왼편 고속도로를 보니 지나가는 차가 한 대도 없고
바람소리가 끄앙....끄으앙..하며 차를 흔들어 대고 있었습니다.
잠결에도 어선을 안전한 곳으로 옮긴 수고가 헛되지 않았다는 행복감이 듭니다.
다시 목포로 돌아갈까하다 심한 비바람에 차가 움직이기 힘든 상황이라
출근할 수 없는 불상사가 생길까봐
고속도로에서 시속 20~30km의 속도로 조심조심 광주로 돌아 왔습니다.
[날짜가 바뀌어 8월28일 새벽입니다.
고속도로에서 이런 경고문을 써놓지 않더라도
드센 바람에 저절로 속도를 줄이게 됩니다.
차가 날아 갈 것 같더군요]
아침 5시...
잠이 들면 깨어나기 힘들 것 같아 의자에 앉아 잠시 눈을 붙이는데
볼라벤이 인근의 양철판을 두들깁니다.
꾸다당...꾸당꾸당....꾸다다다당...
첫댓글 수고많으셨네요! 오랜만입니다
대천(보령)시내는 이시각(오후3시)까지
강한 바람이 간헐적으로 불고있네요.
오전에 간판이 떨어졌다는 건물주의 연락을
받아 치우냐고 저도 좀 분주했읍니다 !ㅋㅋㅋ
광주는 지금 소강상....아니 종료상태입니다.
새벽녘 3시경에 강풍의 위력에 뜨끔했습니다.
오천식구들의 요트는 무탈하겠지요?
저도 아마도...(내일 새벽경에나 내려가서 확인하려고 하는데..) 무탈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