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1060) - 극한폭염과 이상태풍을 견디며
한여름의 고비는 8월초, 그 기간에 가을의 등장을 예고하는 입추가 들어 있고 곧바로 더위의 끝자락을 장식하는 말복이 뒤따른다. 유난히 무더운 올해는 이 기간에 가마솥처럼 뜨거운 극한폭염과 한반도를 관통하는 이상태풍이 한꺼번에 덮쳐 더욱 힘겨운 날들, 공교롭게 말복을 전후하여 내습한 태풍 카눈이 영남과 영동지방을 비롯하여 전국에 많은 폭풍우를 뿌리고도 예상보다 얌전하게 한반도를 벗어나 한숨 돌리게 되어 다행이다.
테풍 카눈이 지나간 무심천, 하상도로가 잠겨 있다.
태풍이 관통하는 어제(8월 10일)는 서울에서 월례 모임이 있는 날, 외출을 자제하라는 당국의 권유 따라 서울행을 포기하고 종일 두문불출하며 TV에서 전하는 태풍의 진행상황을 예의주시하였다. 다행히 제주도와 경상남도를 거쳐 한반도에 상륙한 제6호 태풍 카눈은 영동지방에 시간당 90mm를 넘는 극한호우를 쏟아 부어 여러 고을이 물바다를 이루었지만 극심한 피해상황은 면한 듯, 철저한 대비로 이겨낸 모두가 한숨 돌렸다. 매사 유비무환으로 이겨내기를!
한반도를 처음으로 관통한다는 태풍 카눈의 정체는 무엇일까. ‘유럽연합의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가 지난달 지구 평균온도가 최고기록을 깼다고 8일 공식발표했다. 섭씨 16.95도. 2019년 기록보다 0.33도 높아졌다. 1850년부터 1900년 사이 평균온도보다 1.5도 높아전 것. 7월말 몇 가지 충격적인 뉴스가 있었다. 7월 25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앞바다가 38.4도를 기록. 마이애미 앞바다에 냉수공급이 끊어지게 된다. 지구온난화로 북극 빙하가 녹는 바람에 심층해수도 사라진다는 경고다. 7월 27일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의 중간 관측결과를 보고받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 시대가 끝나고 지구 열탕화(global boiling) 시대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런 기후변화는 모두 태풍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바다가 뜨거워지면 열대저기압인 태풍이 자주 발생하며, 수증기를 더 많이 빨아들여 강력해 진다. 북극까지 더워지면서 적도 지역과 온도차가 줄어들면 바람이 약해지고 태풍의 이동속도는 느려진다. 카눈은 이례적인 패턴을 보였다. 태평양을 갈팡질팡 하다가 한반도를 남북으로 길고 느리게 관통하며 많은 비를 뿌렸다. 지구가 끓게 됐으니 태풍이 이상해진 건 당연하다. 인간이 자초한 뉴노멀이다.'(중앙일보 2023. 8. 11 오병상의 글, ‘이상한 태풍 카눈’에서)
지난 8일은 입추, 유례없는 폭염에 일찍 다가온 가을입성의 신호가 유난히 반갑다. 때에 맞춰 언론에서 접한 입추의 유래가 솔깃하다. 그 내용, ‘8일은 입추(立秋)다. 이 무렵은 들녘의 과실들이 한창 여무는 때다. 옥수수는 벌써 알갱이가 꽉 찼다. 하지만 벼를 비롯한 많은 곡식은 이제부터 하루가 다르게 속을 채운다. 입추 때는 벼 자라는 소리가 하도 커서 동네 개들이 놀라 짖는다는 옛말이 있을 정도다.(2023. 8. 8. 경향신문, 엄민용 기자의 ’입추 땐 벼 익는 소리에 개들도 놀란다’에서)
벼 익는 소리에 개들도 놀란다는 입추의 들녘
입추 지나고 말복(8월 10일)을 앞둔 때, 가까운 인척이 무더위 잘 견디도록 장어로 보신하라며 금일봉을 보내왔다. 태풍의 내습으로 장어 먹기는 주말에나. 입맛을 돋우려 함인가, 때맞춰 풍천장어(내 고장 명산) 예찬의 글이 눈에 띤다. ‘전북 고창에는 명매기골에서 발원하여 방등산, 선운산, 소요산 등을 지나 고창갯벌로 흘러드는 인천강이 있다. 이 강은 갯벌과 만나는 강 하구에서 선운도량을 굽이쳐 흐르는 도솔계곡과 만나 곰소만으로 흘러든다. 그 덕에 곰소만에는 바지락, 동죽, 백합, 김 등이 서식하고 잘 자란다. 곰소만의 고창갯벌은 세계자연유산 한국의 갯벌 중 한 곳으로 등재된 곳이다. 곰소만을 시베리아와 호주를 오가는 많은 도요새가 찾듯이, 인천강 하구갯벌은 태평양에서 부화한 어린 뱀장어(실뱀장어)가 수천㎞를 헤엄쳐 찾아올라와 성어로 자란다. 이렇게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서 자라기에 풍천장어라 불렀다. 풍천은 낮에는 해풍이 밤에는 육풍이 서로 교차하는 곳으로 모천회귀의 본능이 강한 뱀장어의 치어들이 찾아와 성어로 자라는 서식처이다. 고창에는 뱀장어를 양식하는 양만장이 70여 곳에 이른다. 전국에 공급하는 뱀장어의 30% 정도를 이곳에서 생산하고 있다. 판소리를 채집해 정리한 고창 출신 신재효의 기록에도 용왕의 폐결핵 치료법으로 풍천장어가 등장하기도 한다. 이번 말복에 장어로 기력을 회복하고 가을을 준비하자.'(2023. 8. 9 조선일보, 김준의 ’고창 풍천장어구이‘에서)
풍천장어의 서식지, 인천강
* 어제(8월 10일) 지난봄 서울에서 도쿄까지(1,158km, 해로 포함 2,000km) 조선통신사 옛길 한일우정걷기를 주관한 한국체육진흥회로부터 행사를 무사히 마친 감사인사와 함께 그때 걸은 결과물을 집대성한 기록(결과보고서, 캠페인 서명 걸게, 내가 쓴 기행록 등)이 송달되었다. 큰 행사를 차질 없이 치르고 이를 꼼꼼한 결과물로 챙겨 관계기관과 참가자에게 배송한 주최 측의 친절과 노고에 감사드린다.
이를 받은 일행가운데 한 분이 보내온 메시지, ‘김태호 교수님! 한국체육진흥회로부터 서울~도쿄 걷기결과물을 받고 다시 한 번 감사의 글을 드립니다. 블로그에 기행록 내용을 전부 복사해서 보관하고 있었는데 책으로 새로 보니 너무 좋습니다. 또다시 그 당시의 기억을 더듬고 추억을 회상하면서 교수님의 노고에 경의를 표합니다. 최소 일 년에 한 번 쯤은 제가 찍은 사진과 매칭하면서 읽어보겠습니다. 내내 건강하십시오.’ 기록은 기억을 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