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평론) 톨스토이 장편 소설 "전쟁과 평화" 줄거리
1. 들어가는 말
톨스토이의 장편소설 “전쟁과 평화”는 1차 러시아 프랑스 전쟁, 2차 러시아 프랑스 전쟁을 배경으로하여 러시아인들의 삶과 고통,사랑철학, 애국심을 잘 그려내고 있다. 등장 인물만 해도 500 여명이 넘는 대작으로 톨스토이를 세계적 문호로 알린 대표작이다. 1993년 필자가 영화로도 감명 깊게 본 바 있다.
2. 전쟁의 이중성, 이 작품의 사랑 철학
누구나 전쟁을 생각하면 잔인함과 고통을 떠올린다. 그러나 전쟁이 모든 사람에게 이렇게 잔인하기만 한 것일까? 작가 톨스토이는 바로 이 점을 전쟁이 가진 이중적 성격으로 잘 설명하고 있다. 즉 어떤 사람은 전쟁의 가혹한 희생물이 된 반면에 또 다른 사람은 전쟁으로 오희려 출세하고 신분이 상승되고 전쟁 와중에서도 정신 못 차리고 파티,사교를 즐기는 족속들도 있다. 즉 동일한 전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음과 같이 사람마다 다르다.
1)귀족가문 출신인 안드레이 볼콘스키(나타샤의 첫 약혼자)는 이 전쟁을 출세의 계기로 삼고자 하는 출세지향적 캐릭터이다. 그는 나폴레옹을 선망하였고, 나폴레옹과 같은 명예를 얻고자 하였다. 그래서 그는 러시아가 패전한 아우스테리츠 전투에서 용감하게 적진을 향해 돌진하여 큰 전공을 세워 영웅이 되어 출세코자 했으나 죽음을 넘나드는 부상을 당하고 아우스테리츠의 하늘을 올려다 본다. 바로 그 순간, 그가 선망했던 나폴레옹이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 모습을 보고 난 안드레이가 나폴레옹은 전쟁광으로 정말 하찮은 한 인간에 불과하다고 생각을 바꾼다.. 안드레이의 명예가 정치적 위상을 염두에 두고 출세를 추구하다 결국 실망하고 비참하게 죽은 경우라면
2)안드레이의 친구 니콜라이( 나타샤의 오빠)가 추구하는 명예는, 애국심에 바탕을 둔 순수한 애국자의 캐릭터이다. 그래서 니콜라이는 전장의 제일선에서 용맹하게 싸운다. 그는 전투 수행에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러나 우연히 1807년 러시아와 프랑스의 평화를 위한 강화조약 체결 현장에 있게 되었을 때 그는 전쟁의 또 다른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프랑스 군만 보면 죽여야 하는, 그렇지 않으면 프랑스 군에 의해 죽어야 하는 전투병의 입장에서는 강화조약 현장에서 러시아 정치인과 프랑스 정치인의 상호 존경 및 우호적인 분위기는 납득하기 힘든 광경이었던 것이다.
3)보리스는 전형적인 정치 군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러시아의 상류사회가 어떻게 움직이는 가를 그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미 깨닫고 있었다. 명망 있는 사람과 교류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곧 권력이 되는 러시아의 상류사회는 군대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어머니와 친분이 있는 바실리 공작의 주선으로 희망하던 황제의 호위를 담당하는 비 전투 부대에 배속된다. 그 자리에서 무슨 일을 했던가는 중요치 않다. 러시아 프랑스의 강화조약이 체결되는 현장에 호위대로 파견해 주기를 상관에게 간청한다. 그가 그 강화의 자리에서 한 일이라고는 거의 전무하다. 하지만 후에 러시아 사회에서는 그 자리에 있었던 사실이 커다란 경력이 되고, 출세에도 기여하게 된다.
4) 페테르부르크의 상류사회는 러시아가 전쟁 중에도 그들의 사교 모임을 결코 중단하지는 않았다. 세상은 참 불공평하다. 전쟁 와중에도 이렇게 인생을 한껏 즐기는 부류들이 있으니,.......
로스토프 백작(나타샤, 니콜라이의 아버지) 가문 역시 그의 아들들이 참전하지 않았다면 역시 전쟁과는 무관한 삶을 살아갔을 것이다. 백작의 딸 나타샤는 변덕스럽지만 활달하고 인정이 많고 사교적인 성격으로 인하여 젊은이들에게 많은 호감을 산다. 이소설에서 가장 인기 있는 등장인물이 나타샤이다. 그녀의 남동생이 전사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녀에게는 사랑이 최대의 관심사였다. 사교 모임에서 얻게 되는 사랑이 과연 바람직할까? 나타샤는 사교모임에서 처음 본 안드레이 볼콘스키의 매력에 끌리어 열정적인 사랑을 느끼게 되고 약혼까지 하게 된다. 그러나 안드레이 아버지의 반대로 인하여 1년 간의 이별기간을 두고 있을 때, 전쟁 중 그녀는 새로운 사람에게 다시 사랑을 느끼게 된다. 역시 사교 모임에서 잘 생긴 외모의 청년 아나톨리와 사랑에 빠져 지내다 곧 아나톨리와 파혼을 하고 도피 하기에 이른다. 외모와 사교에 이끌린 사랑은 결국 오래가지 못함을 나타샤는 아나톨리에게 물리고 나서 뼈저리게 느꼈다.
바실리 공작의 딸 엘렌(피에르의 첫재 부인)은 뛰어난 미모를 가졌다. 피에르 베주호프 백작의 막대한 재산을 탐하여 피에르와 정략적인 결혼을 하게 되고 자신이 지닌 미모와 남편의 위상을 이용하여 사교계의 주연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그러나 정작 남편과는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바람을 피워 염문을 퍼뜨린다. 사교계에서 스스로의 역량이 커졌다고 판단되었을 때, 사교계의 힘을 이용하여 막대한 위자료만 챙기고 남편 피에르와 이혼을 시도하는 도중에 엘렌은 질병으로 사망한다.
5) 톨스토이는 이런 사교계에서 눈이 맞은 사랑을 진정한 사랑으로 보고 있지 않다. 가식과 외면을 중시한 사랑, 부와 신분상승을 목적으로 한 정략적 사랑에는 불편한 시선을 두고 있다. 사랑철학에 대하여 톨스토이는 인도주의와 맑은 영혼을 강조한다. 아래 등장 인물들의 삶과 사랑에서 이점을 톨스토이는 특히 강조한다.
안드레이 볼콘스키의 누이 동생인 마리아는 엄숙하고 맑은 영혼의 소유자이며, 지성과 교양을 소유하고 있다. 외모는 아름답지 못하지만 지혜로운 눈을 가졌다. 마리아는 자기를 시집 보내기 싫어하는 아버지의 의중과 자신의 아름답지 못한 외모로 인하여 자신에게는 사랑이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괴팍한 성격의 아버지로부터 온갖 구박을 받으면서도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사랑으로 보살핀다. 괴팍한 아버지는 임종 직전에 “사랑하는 내 딸아” 하는 화해의 말을 남긴다. 전쟁 중 위험에 처한 마리아를 우연히 구해준 나타샤의 오빠 니콜라이와 서로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이 시기에 아버지 로스토프 백작의 방만한 가사운영으로 인해 집안의 재정상태가 파탄에 이르게 된 니콜라이(나타샤 오빠)는 청혼을 결정하지 못한다. 마리아가 가진 돈 때문에 결혼하려 한다는 시선을 스스로 부끄럽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리아는 청혼을 하지 못하는 문제가 자기가 가진 돈 때문인 것을 알고 니콜라이의 진정한 사랑을 확인한다. 마리아와 결혼 후 니콜라이는 아버지의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하여 엄격한 자기관리를 하게 되고, 원만한 가정생활을 이끌게 된다.
사교계의 호화스런 사랑으로 아픔을 뼈저리게 겪었던 나타샤도 외면적이고 화려한 사교계의 사랑을 크게 반성하게 되었고 안드레이의 친구이자 미모의 엘렌과 사별하여 사랑의 아픔을 맛본 피에르와 결혼을 하여 비로소 진정한 참된 사랑을 느끼게 되고 아이들의 어머니로서 결국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 나타샤와 처음 약혼 했던 안드레이는 나타샤의 간호를 받으나 전쟁 도중 죽게 된다.
3. 쿠투조프 장군의 애국심, 탁월한 전략
역사는 이 전쟁을 어떠한 모습으로 기록하고 있는가.? 나폴레옹이 러시아 영토를 침범했던 1812년의 전쟁에서 총사령관으로 러시아군을 지휘했던 쿠투조프 장군에 대하여 톨스토이는 일반 여론과는 다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즉 러시아를 대표하는 애국심의 상징 인물로 그리고 있다. 역사는 대체적으로 쿠투조프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고령으로 인한 판단력 부족, 결단력 부족, 지나치게 소극적인 이라는 이유로 당시 러시아 사교계가 내렸던 결론을 역사는 받아쓰고 있다. 그러나 톨스토이는 쿠투조프 만큼 러시아와 러시아 백성을 위했던 위대한 장군은 많지 않았다고 다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나폴레옹은 개전이래 전투다운 전투를 한번도 치루지 않고 물밀듯이 러시아 영토를 잠식하기 시작했다. 러시아군은 후퇴하기에 바빴다. 한번도 외국 군대의 침범을 받아 보지 않았던 러시아의 자존심 모스크바, 이 모스크바를 목전에 둔 보로지노 에서 최초로 러시아군의 격렬한 저항이 시작되었다. 승리만을 알고 있던 프랑스 군대는 예상 못한 러시아군의 저항에 당황하기 시작하였다. 나폴레옹의 명성만으로도 러시아는 당연히 도망가는 것으로 알고 있던 프랑스 군도 전쟁의 참혹함을 보로지노에서 경험하게 된다. 러시아의 저항은 격렬하였지만 전쟁은 나폴레옹군의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보로지노에서 프랑스 군도 인적, 물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그 중에서도 승리만을 기억하고 있던 프랑스군에게 패배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 사기의 저하가 가장 큰 손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쿠투조프는 보로지노에서 가한 일격이 프랑스군에게 어느정도의 충격을 주었는지를 살피고자 하였다. 판단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더 이상의 싸움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잘 알고 고의적으로 모스크바 후방으로 병력을 철수시켰다. 모두가 죽더라도 자존심인 모스크바는 지켜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친다. 비난이 쏟아진다. 안렉산드르 황제까지도 쿠투조프의 지휘능력에 의심을 품는다. 그러나 쿠투조프는 모스크바에서의 전투를 포기한다. 프랑스군은 당당히 모스크바에 입성하지만, 쿠투조프의 예상대로 보로지노에서 당한 일격은 프랑스군에게는 치명적이었다. 치명적 일격을 맞았지만 아직 힘이 남아 있는 야수와 굳이 싸울 필요가 없다는 것이 쿠투조프의 탁월한 판단이었다. 쿠투초프가 파 놓은 함정에 빠져 나폴레옹군은 혹독한 추위와 굶주림으로 스스로 무너져 내렸으며 한 달여의 모스크바 점령을 끝내고 서둘러 퇴각을 시작한다.
전의를 상실한 프랑스군을 향한 추격이 시작되었다. 쿠투조프는 또다시 패잔병들을 향한 너무 무차별적인 추격을 자제시킨다. 쥐도 너무 심하게 몰면 궁지에 몰려 고양이를 문다는 지혜를 잘 알았던 것이다. 프랑스군을 추격하는 데는 일정부분 러시아군의 희생도 불가피하다는 것을 감안한 것이다.
4. 종합 평가
톨스토이는 이야기한다. 나폴레옹 황제든 알렉산드르 황제든 전쟁 최고 지도자는 승리해야만 영웅이 되고 국민의 염원에 부합하여 자기의 정치적 입지를 더욱 굳힐 수 있다. 전쟁에 패배하면 최고 권력자는 물론 국가 운명도 위태로워진다. 그래서 전쟁은 가능한 피하여 평화를 추구하기 위해서 각국은 평소에 군비를 튼튼히 하고 국민의 애국심을 바탕으로 전쟁을 사전에 막아 평화를 누려야 한다.
또한 전쟁은 희생한 다수가 있는가 하면 전쟁으로 인해서 출세한 사람도 있고 전쟁 와중에도 정신 못차리고 파티를 즐기는 족속들도 있어 전쟁은 항상 이중적 성격을 가졌음을 알고 정치지도자는 전쟁 참가 유가족에게는 훈장, 연금, 보상금을 충분히 주는 등 국민의 불만을 최소화 할 정책을 시행해야 민심을 얻는다.
그리고 전쟁 중이라도 젊은이들은 사교적, 외모지상주의 사랑이 아닌 인도주의와 맑은 영혼을 중시하는 사랑철학을 가지고 결혼해야 행복하다.
또한 전쟁은 사랑하는 사람끼리의 운명을 크게 갈라 놓는다. 즉 사랑을 약속했던 사람과 결합하지 못하고 에상치 못했던 다른 상대와 결혼하게 된다. 예컨대 나타샤는 안드레이와 결혼하지 못하고 피에르와 결혼하게 된다. 즉 출세지향주의 상대보다는 사랑의 아품을 서로 체험한 참된 사랑을 결국 서로가 잘 선택한 셈이다.
사족을 달면 필자가 대학 1학년 때 읽었던 적이 있는 한국 소설가 홍성유가 쓴 “비극은 없다” 소설도 "전쟁과 평화" 비슷하게 사랑하는 남녀들의 운명을 6.25전쟁이 크게 갈라 놓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