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왕립프로이센 음성위원회가 1916년부터 채록한 세계각국의 음성문화자료(에디슨 원통형 실린더 음반)들 중 독일군 포로가 된 러시아 군인신분의 고려인들의 노래가 있다. 이들의 노래 안에는 그 당시의 시대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KBS 파노라마 ‘고려인 이주 150주년 – 카레이스키’, ‘독일군 포로가 된 고려인들’ 편 참고)
국립국악원에서는 해당 음반을 ‘베를린 민족학박물관 포노그람 아카이브와 훔볼트대학교 라우트 아카이브 소장 한국의 음원 –그리움의 노래’로 제작하였다. 판소리앙상블 ‘모’는이 음반에는 수록된 노래들 중 ‘성주풀이’, ‘애원성’, ‘만났도다’, ‘염불’, ‘기생점고’, ‘아라랑’을 판소리연주자의 시각으로 재해석하여 복원한다. 판소리앙상블 ‘모’는 서울대학교 국악과 판소리전공 졸업생 왕서은, 이나래, 심상윤, 김소진이 판소리의 열린 표현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음악작업을 시도하고자 모인 팀이다.
‘성주풀이’, ‘기생점고’, ‘염불(중타령)’은 현재 남도민요와 판소리에서 같은 제목으로 전승되고 있으나 가사 내용만 비슷할 뿐 선율과 음악적 특색이 다르다. ‘애원성’은 판소리에서 슬픈 곡조를 일컫는 용어이나 본 음반의 ‘애원성’은 흥겨운 느낌을 준다. ‘아라랑’은 현재에 불려지는 아리랑과 가사 내용은 비슷하지만 선율이 다르다.
'만났도다'는 '보구가' 또는 ‘거의가’라고도 하며,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기 전 결연한 의지를 한 편의 시 '장부가'에 담아 불렀고 이에 우덕순 의사가 화답한 노래가 원수를 갚는 노래 '보구가(報仇歌)'이다.
이들의 음악은 전문 음악인의 예술 음악이 아닌 일반 민중이 평소에 부르던 대로 장단없이 흥얼거리며 남긴 음원이기 때문에 선율이 단순하고 반복되는 구조이며 음정과 박자가 자유롭다. 판소리앙상블 ‘모’는 음원을 있는 그대로 복원하기도 하고, 서양 작곡기법이 도입되지 않았던 당시의 시대적 배경에 초점을 맞춰 판소리 연주자의 입장에서 재구성을 시도하였다.
‘묻혀있던 노래 모, 나다’ 공연을 통해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현대에 이르는 음악을 한 자리에서 만나고 잃었던 역사의 한 단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