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2
시간이 소멸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머리 속에서 시계가 소멸합니다.
시계가 소멸하므로 조금함과 지루함이 없습니다.
그런 것들은 원래 시간의 노예였습니다.
과거에 대한 회상이나 미래에 대한 계획도 없습니다.
과거에 대한 회상은 원래 존재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에고의 발버둥입니다.
어렸을 때와 젊었을 때와 나이들어 늙어가는 나는 똑같은 존재가 아닙니다.
육체와 정신체의 구성요소가 많은 변화를 겪었고, 지금도 변하고 있는 실체없는 홀로그램입니다.
그것을 실존하는 나라고 주장하고 유지하려고 에고가 과거를 끌어와 지금의 나와 동일시를 하는 겁니다.
또한 미래에 대한 기대와 계획은 현재의 결핍과 불만족을 채우기 위한 에고의 의미없는 추구입니다.
삶은 괴롭지 않은데 기대와 추구가 없는 괴로움을 만들어냅니다.
지나가 버리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이 지금 현재이므로,
지금 현재의 삶에 충실한 것이 도라고 하는 분들이 있던데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 시간에 구속되어 있다는 말입니다.
이 순간에 있는 그대로 실재하는 현존이야말로 도라고 하는 분들이 있던데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거기에 시간이라는 관념이 있다면 틀린 말이 되버립니다.
그럼 시간을 인지하지 못한다거나 시간에 무심한다거나 시간을 무시한다는 뜻이냐?
그것도 아닙니다.
아침에 해가 뜨고, 점심이 오고, 저녁의 어둠이 내려앉는 것을 압니다.
이번 주 혹은 그 다음 주에 약속이 잡혀있다는 것을 압니다.
누군가가 몇 달 후에 순례를 하면 어떻겠냐는 말도 듣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에게는 시간이 소멸했습니다.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모두가 현명한 분들이라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첫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