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래기 제 살 뜯어먹는 짓거리 하네”
무슨 말인가 궁금하여 물어보니,
고시래기라는 고기가 있는데
이 놈은 성질이 뭣 같아서
배가 고프면 제 살을 뜯어 먹는다고 한다.
자기 살 썩어 들어 가는 줄 모르고
당장 의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자기의 살을 뜯는 고기.
참 대단한(?) 고기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홍콩에 내가 자주 다닐 때
가끔씩 우리 음식이 먹고 싶거나
집 생각이 날 때 한국인이 많은 코소웨이베이에 가면
한국식 부페 비슷한 곳이 있어 한국 교포들이
우리음식을 만들어 파는데 가끔씩 다니고는 하였다.
그 후 이것이 장사가 좀 된다고 하니
비슷비슷한 메뉴에 비슷한 조건들의 가게들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하더니 불과 1~2년만에
반경 500여 미터 이내에만 거의 20여 개로 늘어 났다.
처음에는 근처에 시설이 다른 분위기의 가게가
생기기 시작하더니 하나 둘 늘어감에 따라
결국에는 가격경쟁으로 치닫기 시작하였다.
손님의 대부분이 한국인이고 한국인은 정해져 있는데,
수요는 한정되고 공급은 늘어나고,
걱정되는 마음에 물어보니 선의의 경쟁이란다.
물론 돈 내고 먹으러 가는 나에게는
싸서 나쁠 것이 없었으나 그것도 잠시,
무슨 이유에서 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 둘씩 문을 닫기 시작하였단다.
홍콩에 몇 년 자주 다녔다고
중국사람을 두둔하는 것은 아니나
중국인들은 어느 상점가에 신규오픈을 하려 할 때
먼저 입점한 곳과의 중복은 최대한 피한다고 들었다.
최소한의 상도의를 지키기 위하여,
그것은 곧 상대방을 보호한다는 측면도 있으나
결국은 나를 보호하는 방법인 것을 알기 때문이리라.
오래 전 중동에 건설 붐이 일었을 때
초창기 한국의 건설회사들은 참으로 열심히 일하였고
그 덕에 우리경제가 일어서는 발판이 되었다.
그러나 이쪽에서도 역시 고시래기 제살 뜯어먹는
광경은 여지없이 발휘 되었었다.
국내 회사끼리의 가격경쟁, 출혈경쟁,
꼭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겠으나
결국 21세기에 들어 당시에 치고 받던 대기업들,
동아건설, 대우건설, 쌍용건설 등 내노라 하는 기업들은
이제 우리의 기억 속에 아련히 잊혀져 가는
추억 속의 기업이 되고 말았다.
선의의 경쟁,
선의의 경쟁이란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새로운 것을 개발해 남보다 더
나은 것을 추구할 때 쓰이는 말이지
남의 밥그릇을 빼앗을 때 쓰이는 말이 아니리라.
내가 속해 있는 귀금속 업계의 예를 한번 보자.
우리 업계의 현실을 혹자는 선의의 경쟁이라는
표현도 하는데 소가 웃을 말이다.
몇년전만해도 g당 10달러에 수출하던 귀금속 제품을
g당 2~3달러에 수주 받아 하청공장에 7~80센트에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것이 어떻게
선의의 경쟁이라는 말인가.
70년대 청계피복노조의 전태일 열사가 대노할 일이다.
제살 썩어 결국에는 파멸하고 마는
“고시래기 제살뜯어먹는다”는 말을
가슴깊이 새겨 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