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인의 소울 푸드 ‘베지마이트’ 탄생 100주년 기념 동전(Vegemite coins)이 등장했다.
1달러 기념 동전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초상이 들어간 호주의 마지막 주화이기도 하다.
KEY POINTS
호주인의 고유 소울 푸드 베지마이트 (Vegemite) 올해로 탄생 100주년
베지마이트 1달러 코인…엘리자베스 2세 들어간 마지막 주화로 각광
채소즙·소금·이스트가 주 성분…비타민 B군 복합체 면역력 강화에 도움
극한의 짠맛 호불호 갈려…스위스 Disgusting Food Museum 리스트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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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생계 이상의 것입니다. 문화적 차이는 종종 우리를 분리하고 경계를 만들지만
호기심 많은 음식은 우리를 연결할 수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호주만의 고유 식품을 꼽으라면
호주인의 아침 식탁에 빠지지 않는 베지마이트(Vegemite)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 않을까요!
호주인의 소울 푸드로 통하는 베지마이트가 올해로 탄생 100년(1923-2023년)을 맞이했습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초상이 들어간 기념 동전(Vegemite coins)도 등장했습니다.
베지마이트 100년의 역사 살펴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합니다.
주양중 PD(이하 진행자): 호주 하면 떠올려지는 대표 이미지 바로 ‘베지마이트’입니다.
호주의 국민 과자 ‘팀탐’이 젊은 층에 인기가 높다 해도 ‘베지마이트’에 견줄 수 없죠?
유화정 PD: 베지마이트는 호주에서 개발한 고유 식품 가공품으로
전 세계인들에게 호주인의 소울 푸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우리 한국인이 된장 고추장을 먹듯 베지마이트는 호주인의 전통 먹거리이자 건강식입니다.
호주인들은 주로 아침 식탁에서 베지마이트를 버터와 함께 토스트에 발라 먹습니다.
종종 크래커에 발라 간식으로 즐기기도 하고요. 어려서부터 베지마이트에 익숙한 아이들은
런치 박스에 베지마이트 샌드위치를 넣어갑니다.
진행자: 코로나 19로 인해 면역력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한국의 김치를 비롯해
세계 발효 식품들이 주목을 받았는데 베지마이트도 하나로 꼽아졌죠.
유화정 PD: Vegemite의 주성분은 양파 샐러리 등등에서 추출한 채소즙, 소금,
빵효모인 이스트의 혼합물로 탄수화물과 지방 함유량이 거의 없는 고단백 식품입니다.
주목할 부분은 비타민B군 영양소가 풍부하다는 점인데요. 베지마이트 한 스푼을 먹으면
비타민 B1(티아민)과 비타민 B9(엽산)의 권장 섭취량의 절반 정도를 해결할 수 있읍니다.
비타민 B는 우리 몸에서 기본적인 생리기능을 담당하는데, 충분히 섭취하질 않으면
식욕이 떨어지고 피로에 시달리게 됩니다. 또한 비타민 B가 부족하면
우울증을 비롯한 여러 가지 정신 건강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진행자: 만성 피로는 면역력 저하의 주범이라는 것, 코로나 19를 통해 각인이 됐지 않습니까,
베지마이트의 영양학적 우수성에 대해서는 그간의 여러 과학적 연구가 뒷받침하죠?
유화정 PD: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영국의학협회는
“베지마이트는 비타민 B의 훌륭한 원천”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는데요.
균형잡힌 영양섭취가 어려웠던 당시에는 베지마이트가 ‘영양제’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호주 의료 전문가와 육아 전문가들은 베지마이트 스프레드를 비타민 B가 풍부하고
균형 잡힌 식품으로 환자들에게 권장하기까지 했는데, 베지마이트가 처음 개발된 지
20년이 지난 1942년까지 VEGEMITE 호주 가정의 식탁에 오르는 주식이 됐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호주 과학자들의 최근 연구에서는 흥미로운 결과가 도출됐다면서요?
유화정 PD: 호주 연구자들은 효모균이 들어간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스트레스와 불안을 더 적게 경험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호주 빅토리아 대학 연구팀은 500명의 뉴질랜드, 호주, 영국 사람들을 대상으로
효모균이 들어간 베지마이트를 얼마나 섭취하는지 설문 조사를 실시했는데요.
흥미로운 점은 베지마이트를 하루 한 스푼과 네 스푼을 먹는 것을 비교했을 때
효과면에서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즉 먹는 양보다는 일관성을 가지고
일상 음식으로 섭취하는 것이 스트레스 감소에 도움이 된다는 겁니다.
진행자: 매일 아침 식탁에 오르는 데는 그런 이유가 있네요.
베지마이트가 세계적인 천연 건강식품으로 꼽히지만,
문제는 특유의 짠맛과 향으로 호불호가 확실하게 갈리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데요.
유화정 PD: 호주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맛보기를 체험하는 호주의 특산품이자
쇼핑 리스트에도 올라있는 유명 관광 상품이기도 하죠.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수년 전만 해도 호주에서 베지마이트를 접한 한국인들이
Nutella와 같은 초콜릿 스프레드로 착각하고 먹었다가 까나리 액젓을 연상시키는
강렬한 짠맛에 봉변을 당했다는 에피소드도 종종 들리곤 했습니다.
청국장이 호불호가 갈리듯이 베지마이트 역시 짠맛에 세계인들의 호불호가 갈리는데요.
이런 이유로 중국의 취두부(Stinky tofu – pungent bean curd from China),
태국의 두리안(Durian – infamously stinky fruit from Thailand) 등과 함께
스위스 역겨운 음식 박물관(Disgusting Food Museum) 리스트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올해로 100년의 역사를 지켜온 베지마이트, 그 첫 시작이 궁금합니다.
일각에선 영국의 '마마이트(Marmite)'를 옮겨 온 것이라는 설도 있던데요.
유화정 PD: 베지마이트는 1919년, 호주 출신의 시릴 칼리스터 박사가 개발한
혼합 스프레드로 1920년 영국에서 먼저 마마이트라는 이름으로 시판됐습니다.
베지마이트는 전쟁 중 마마이트의 부족으로 호주에서 재 발명이 이뤄지는데요.
1차 세계 대전 동안 독일 U-보트 함대의 공격으로 호주의 마마이트 공급이 중단됐고,
전쟁이 끝난 후에도 영국에서 마마이트 수입이 어렵게 되자
호주 식품회사 프레드 워커 앤 코에서는
맥주 회사에서 쓰고 버려지는 효모에 소금, 셀러리, 양파 추출물을 섞어
마마이트와 비슷한 빵 용 스프레드 '베지마이트'를 탄생시켰습니다.
영국의 마마이트와 비교해 베지마이트는 단맛을 낮춰 호주인들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졌고 빵에 바를 때도 훨씬 부드럽게 발라집니다.
진행자: 2020년 영화 촬영차 호주를 방문한 Tom Hanks가 코로나 자가격리 중 토스트에
베지마이트를 스프레드 하는 장면이 해외 토픽 뉴스로 전 세계적인 스캔들이 되기도 했죠?
유화정 PD: "베지마이트는 이렇게 바르세요"라며 비긴너와 중독이 됐을 때를 구분해서
소개하는 영상들과 베지마이트 맛있게 먹는 법 등이 SNS에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호주인들은 토스트에 버터를 먼저 넓게 펴 바르고 그 위에 베지마이트를 스프레드 하죠.
버터를 첨가하면 베지마이트의 짠맛과 강한 향이 중화돼 큰 무리 없이 드실 수 있습니다.
베지마이트는 치즈, 아보카도와도 아주 잘 어울리는데요.
호주식 카페의 인기 브런치 메뉴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베지마이트를 활용한 국수나 카레, 심지어 베지마이트 마카롱,
베지마이트 아이스크림과 같은 이색 조합이 젊은 층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진행자: 베지마이트 탄생 100년을 맞아 기념 동전이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특히 동전 수집가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고요?
유화정 PD: 호주조폐국(Royal Australian Mint)은 베지마이트를 바른 식빵 그림을 담은
1달러 동전을 출시했습니다. 식빵 한쪽 끝을 베어 먹은 앙증맞은 그림이 들어 있어
호주인들에게 친근감을 자아내게 하는데요.
베지마이트 기념 동전이 100주년 기념주화라는 점도 있지만
수집가들에게는 각광의 되고 동전 이면에 실린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초상 때문입니다.
수십 년 동안 호주 화폐에 등장한 여왕의 이미지는 호주와 영국 왕실과의 관계,
입헌군주국으로서의 지위를 상기시켜 왔는데요. 이번 베지마이트 100주년 기념 동전은
엘리자베스 2세가 등장하는 마지막 주화라는 점이 수집가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호주인들의 소울 푸드 베지마이트의 유래와 100년 기념주화 탄생까지 살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