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서예[3359]弘齋 正祖(홍재 정조)7절,
夜登芙蓉亭小樓(야등부용정소루)
夜登芙蓉亭小樓(야등부용정소루)
밤에 부용정芙蓉亭 작은 누각樓閣에 올라
弘齋 正祖(홍재 정조)
心臺花會又玆樓 (심대화회우자루)
세심대洗心臺에서 꽃놀이하고 또 이 누각樓閣에서 꽃구경하니
爲是今春可樂遊 (위시금춘가락유)
이것으로 올봄에는 능히 즐겁게 놀았다 하겠네.
此夜君臣同祝意 (차야군신동축의)
이 밤에 임금과 신하가 함께 축원祝願하는 뜻은
萬年枝上月長留 (만년지상월장유)
사철나무 가지 위에 달이 오래도록 머무르는 것이네.
이하=홍재전서 제6권 / 시(詩)
夜登芙蓉亭小樓 幷小序
是夜月明。予謂諸臣曰。原韻有宮林待月輪之句。卿等泛舟太液可乎。重臣李文源應聲升舟。從之者十九人。乃給玉笛壺酒。沿洄于亭嶼之間。紗籠三十。對列樹池邊。與花光月色。上下輝暎。御芙蓉亭小樓以觀之。列侍者閣臣六史官一。其餘坐池岸。樓上人與舟中人相語。榮輔曰。船中雖佳。不如天上羣仙列侍香案。勉兢曰。春水船如天上坐。文源曰。橋上人行樓上坐。相看俱是畫圖中。行恁曰。舟 中有酒否。文源曰。樽空矣不敢請。予命以小艇載酒以繼之。民始曰。錦帆得意。何時下岸。文源曰。此興何時已。有防曰。不可無我吟。樓上舟中岸邊。呼韻分軸。應口相和。須臾篇旣圓。鐫揭芙蓉亭眉。
밤에 부용정(芙蓉亭)의 작은 누각에 오르다 소서를 아울러 쓰다
이날 밤에 달이 밝으므로, 내가 여러 신하들에게 이르기를, “원운(原韻)에 ‘궁궐 숲에 달 뜨기만 기다린다[宮林待月輪]’는 구절이 있으니, 경들은 태액지(太液池)에 배를 띄우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하니, 중신(重臣) 이문원(李文源)이 그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배에 오르자, 그를 따르는 사람이 19인이었다. 이에 옥적(玉笛)과 호주(壺酒)를 지급하여 배는 정서(亭嶼)의 사이를 돌며 오르내리고, 30개의 사등롱(紗燈籠)을 못가의 벌여 있는 나무에 마주 달아 놓으니, 화려한 꽃, 밝은 달빛과 함께 위아래로 환히 비쳤다. 나는 부용정의 작은 누각에 임어하여 그것을 구경하였는데, 줄지어 시좌(侍坐)한 사람은 각신이 6인, 사관이 1인이었고, 그 나머지는 못가의 언덕에 앉아 있었다. 이때 누각에 앉은 사람이 배 안에 있는 사람과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서영보(徐榮輔)가 말하기를 “배 안이 아무리 좋다 해도 천상(天上)의 뭇 신선들이 향안(香案)을 줄지어 시좌하고 있는 것만은 못할 것이다.” 하자, 이면긍(李勉兢)이 말하기를 “봄 물에 배를 띄우니 천상에 앉은 것만 같다.” 하였고, 이문원은 말하기를 “다리 위를 오가는 사람과 누각 위에 앉은 사람, 서로 마주보니 모두가 그림 속의 경치로구나.” 하였다. 윤행임(尹行恁)이 말하기를 “배 안에 술은 있는가?” 하니, 이문원이 말하기를 “동이는 비었으나 감히 청하지 못할 뿐이다.” 하므로, 내가 명하여 작은 배에다 술을 싣고 가서 더 주게 하였다. 정민시(鄭民始)가 말하기를 “비단 돛이 마음에 만족하니, 어느 때나 언덕을 내려갈런고.” 하자, 이문원이 말하기를 “이 흥취가 어느 때나 그칠런고.” 하니, 서유방(徐有防)이 말하기를 “우리가 시를 읊지 않을 수가 없다.” 하였다. 그리하여 누각 위와 배 안과 언덕 가에서 각각 운(韻)을 부르고 축(軸)을 나누어 운이 떨어지는 대로 곧장 서로 창화하여 잠깐 동안에 편(篇)이 다 이루어지자, 이것을 새겨서 부용정의 문미에 걸었다.
心臺花會又玆樓。爲是今春可樂遊。
此夜君臣同祝意。萬年枝上月長留。
세심대서 꽃놀이하고 또 이 누각에서 하니 / 心臺花會又玆樓
이것으로 올봄엔 즐겁게 놀았다 하겠네 / 爲是今春可樂遊
이 밤에 임금 신하가 함께 축원하는 뜻은 / 此夜君臣同祝意
만년지 위에 달이 오래도록 머무는 거라오 / 萬年枝上月長留
[주-D001] 만년지(萬年枝) :
동청목(冬靑木), 또는 연대가 아주 오래된 큰 나무를 가리키기도 한다.
ⓒ 한국고전번역원 | 임정기 (역) | 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