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도 복음화 수단이다
스마트폰으로 미사를 하거나 성지순례를 한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디지털과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통신과 커뮤니케이션 기술은 날로 새로워지고 있다. 신기술이 쉼 없이 쏟아져 나오고, 더러는 곧 사라지기도 한다. 낯설고 신기한 변화에 기대와 우려가 겹친다.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의 하나는 새로운 소통방식의 급증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온라인에서의 만남과 소통이 늘어났다. 그 영역도 단순모임에서 회의, 교육, 산업으로 넓어졌다. 줌(Zoom) 이용자와 함께 메타버스(Metaverse) 이용자도 늘고 있다. 메타버스는 사용자가 자신의 분신인 아바타를 통해 소통하고 활동하는 3차원의 가상세계다.
메타버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해서 현실과 비슷한 가상세계도 구현한다. 초기에는 게임에 익숙한 젊은이 중심으로 이용하였다. 코로나 확산 이후, 활용이 늘어나 대규모 공연을 메타버스 세상에서도 한다. 메타버스 영역이 홍보, 교육은 물론, 다양한 사업 분야로 확산되었다.
올해 8월에 서강대학교에서 열리는 시그니스 세계총회도 메타버스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 시그니스(SIGNIS)는 바티칸이 공인한, 미디어에 종사하는 언론인과 커뮤니케이터의 사도직 단체다. 코로나 확산에 따라 최소 인원만 참가하는 대면회의와 화상회의로 하는 비대면 회의를 동시에 할 예정이다. 한승수 시그니스 세계총회 조직위원장이 메타버스를 제안하고 지원하면서 구체화되었다. 한국의 디지털 기술을 세계에 보여주고 청소년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이번 시그니스 메타버스 세상에서는 총회는 물론, 회원들의 만남과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진다. 세계 여러 나라의 가톨릭 현황, 가톨릭 영화, 가톨릭미디어를 소개하는 전시회도 메타버스의 가상 세상에 마련된다. 한국의 순교성지를 3D로 구현하여, 방문객 아바타들이 가이드 아바타의 설명을 들으며 순례하는 공간도 꾸며진다. MZ세대 젊은이들에게 가톨릭을 가까이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미디어를 통한 복음화 방법을 찾는 분들에게는 새로운 기술과 시도를 체험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메타버스에 대한 염려도 있다. 가상세계에 오래 머물다 보면 현실 세계와 혼동하게 될까 우려된다. 사이버 세상의 관계가 실제 인간관계로 이어지기도 쉽지 않다. 교회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공동체. 사람과의 직접적인 만남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곳이다. 가상의 교회가 현실 교회를 대체할 수는 없지만, 현실 교회를 돕는 방향으로 메타버스를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기술이어서 접근하기 어렵다고도 한다. 초보자도 쉽게 이용할 만한 방법은 있다. 최희정 시그니스 세계총회 로컬 사무국장은 총회 준비과정에서 익힌 메타버스 경험을 살렸다. 이프랜드(ifland)란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본당 교우들과 기도 모임을 시작했다. 메타버스는 친교, 나눔, 선교를 위한 교회의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가능하다.
메타버스를 인터넷의 손자라고도 한다. 인터넷이 그러했듯, 메타버스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모든 기술은 선과 악이 있듯이, 양면성이 있다. 단점을 피하며 장점을 찾아내면, 사이버 세상과 현실 세상에서의 조화로운 활동이 가능하지 않을까. 특히 젊은이를 불러 모으는 데는 메타버스가 효과적이다. 기술이 진화하여 메타버스 대중화 여건이 빠르게 조성되고 있다. 이제는 복음화 수단으로 메타버스 활용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사이버 세상에도 주님은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