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을 위한 건강연령평가’를 통해 측정한 그의 건강나이는 실제 나이보다 1살 많은 62세로 평가됐다. 심장병ㆍ당뇨병 발병 가능성이 높다는 의사의 충고도 들었다. 이때부터 그는 운동ㆍ영양ㆍ생활습관 등 전 방위로 살빼기 작전에 돌입했다.
다행히도 윤 씨는 의사ㆍ영양사ㆍ운동처방사의 지시를 잘 따랐다. 한 달간 미국 여행을 다녀왔는데 현지에서도 자신이 ‘회춘 프로젝트’ 참가자라는 사실을 망각하지 않았다. 그는 “젊어지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한지 1~2개월째에는 주변에서 ‘얼굴에 병색이 돈다며 중단하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며 “운동 뒤 통증이 세 번 심하게 왔는데 겁이 나서 중도 포기를 심각하게 고려했었다”며 ‘위기의 순간’을 전했다.
‘회춘 프로젝트’를 시작한지 6개월이 지난 뒤 그는 확실히 달라졌다. 표정이 밝았고 몸매가 청년처럼 변해 있었다.
사진 포즈를 취하기 위해 웃통을 주저 없이 벗어 보일 만큼 자신감이 넘쳤다. 당시 실제 나이가 62세이던 윤 씨의 건강나이는 54세로 평가됐다.
주변에서 ‘나이보다 7∼8년은 젊어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한다.
그동안 혈압 약을 두 종류에서 한 종류로 줄였는데도 혈압은 정상 범위 이내였다. 혈관건강에 유익한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HDL 콜레스테롤 수치도 42에서 64로 올라갔다.
윤씨는 “전에도 비아그라(발기부전 치료제)를 복용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6개월 새 발기의 강직도가 확실히 좋아졌다”고 말했다. 특히 허리사이즈가 크게 줄어 32인치 짜리 새 바지를 사러 가야겠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그의 주치의였던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살 빼고 운동하는 것이 회춘의 가장 유효한 수단이라는 사실을 윤씨가 잘 보여줬다”며 “비만하면 혈관 건강이 부실해지고 쉬 피로하게 되는데 이는 성생활에도 결정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조언했다.
한림대 춘천병원 비뇨기과 이성호 교수팀은 허리 사이즈가 큰 복부 비만 남성의 발기부전 위험은 정상 남성의 2.9배나 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배에 지방이 많이 끼면 발기와 관련이 있는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 빈 대학 연구진은 매주 1000㎉(15분간 6㎞ 자전거 타기, 15분간 2.4㎞ 달리기, 30분간 춤추기, 30~45분 정원 가꾸기)만 운동으로 소모해도 중년 남성의 발기부전이 38%나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회춘은 노인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젊을 때는 앞만 보고 달리다가 ‘회춘 프로젝트’에 뛰어든 사람도 적지 않다. 중견기업 CEO인 김 모 씨(60)는 30대 이후 30분 단위로 약속을 정할 만큼 정신없이 살았다. 저녁에는 술자리가 없는 날이 드물었다.
그는 50대 중반 이후 만성 피로에 시달렸고 술 실력은 물론 성기능도 약해졌다. 우울감이 자주 밀려왔다. 결국 그는 서울의 A노화전문 클리닉의 문을 두드렸다.
동맥의 경화 상태를 통해 추정한 김 씨의 혈관 나이는 72세였다. 허리둘레 88㎝(한국 남성이 90㎝ 이상이면 복부 비만), 근력을 나타내는 손 아귀힘(악력)은 27㎏, 성장호르몬과 남성호르몬 수치도 정상 범위를 크게 밑돌았다.
그에게는 체중 감량 외에 성장호르몬 보충ㆍ항산화 성분 주사 등 본격적인 회춘 치료가 처방됐다. 1년간 회춘 치료를 받은 성과가 분명히 있었다. 무엇보다 혈관 나이가 42세로 낮아진 것이 김 씨를 만족시켰다. 체중과 허리둘레가 약간 감소했다. 체중이 줄면 근력도 따라서 감소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등 근력은 오히려 127㎏으로 좋아졌다.
악력도 오른손 40㎏, 왼손 45㎏으로 나아졌다. 발기력 점수도 높아졌다.
‘58년생’ 개띠 남성인 중소기업 대표 이 모 씨는 2006년 11월부터 ‘몸 새로 만들기’ 작업에 들어갔다. 스트레스가 심한 사업, 하루 3갑 이상의 흡연, 주 5∼6회의 음주가 이미 이 씨의 몸을 심하게 망가뜨린 상태였다. 특히 간이 심각하게 탈이 나 있었고 성기능도 발기부전 치료제에 의존해야 할 만큼 떨어져 있었다.
의사는 그에게 호르몬을 보충하고 음주횟수를 주 2회로 줄여 간을 쉬게 하며 금연할 것 등 세 가지를 주문했다. 2년의 노력 끝에 이 씨는 허리둘레가 90㎝에서 86㎝로 줄었다. 그는 “발기력도 다소 개선돼 비아그라(발기부전 치료제)의 용량을 100㎎에서 50㎎ 짜리로 줄였다”고 말했다.
국어사전에는 회춘(回春)의 의미를 세 가지로 나누어 기술했다. ‘봄이 다시 돌아옴’, ‘중병에서 회복되어 건강을 되찾음’, ‘도로 젊어짐’ 등이다. 일상적인 대화에서의 회춘은 대체로 세 번째인 ‘도로 젊어짐’을 가리킨다. 특히 남성의 성적(性的) 능력이 젊을 때처럼 다시 왕성해진 것을 흔히 ‘회춘했다’고 표현한다.
‘회춘에 성공했느냐’를 판정하는 잣대로는 성생활의 만족도, 자신감과 활력의 증가 정도, 노화의 억제, 성인병의 유무 등이 거론된다. 회춘하려면 질병이 없어야 하는 데 특히 당뇨병의 회춘의 방해 요인이다. 당뇨병은 발기부전 등 성기능을 약화시키는 주된 원인중 하나이므로 평소 혈당 관리와 혈관 건강에 유의해야 한다.
성장호르몬ㆍ남성호르몬ㆍ여성호르몬 등 노화 관련 호르몬의 분비를 늘리는 것도 회춘을 돕는다. 운동을 20분 이상 꾸준히 하면 성장호르몬, 밤 12시 이전에 잠을 자면 새벽녘에 남성호르몬이 많이 분비된다.
전복ㆍ굴ㆍ마ㆍ참깨ㆍ쇠고기 등 아르기닌(아미노산의 일종) 함유 식품은 성장호르몬, 장어ㆍ전복ㆍ등 푸른 생선 등 셀레늄ㆍ아연 함유 식품은 남성호르몬의 분비를 늘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화의 주범으로 통하는 유해(활성)산소를 없애는 것도 효과적인 회춘법이다. 유해산소를 없애는 항산화 성분은 색이 짙은 채소나 과일 등에 많이 들어 있다. 가장 효과가 빠르고 강력한 회춘법은 성장호르몬ㆍ남성호르몬ㆍ여성호르몬 등 호르몬을 보충하는 것이지만 여기에는 크고 작은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회춘이 늘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40대 중반의 직장인 권 모 씨는 살을 뺀 뒤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 치웠다. 13㎏이나 체중을 감량하면서 생긴 자신감이 “어떤 새로운 일에 도전해도 나는 성공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자가 발전한 것이다. 그 후 시작한 사업이 뜻대로 풀리지 않고 경기나 나빠져 새 직장을 찾기도 힘들어졌다. 스트레스가 심해져 ‘아저씨 몸매’가 복원되는 등 이중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50대 중반의 CEO 양 모 씨는 배가 홀쭉해지면서 자신의 성적 매력이 젊은 여성에게도 통할 것이라는 자신감에 빠져 망신을 톡톡히 당했다. 이처럼 살빼기 등으로 회춘에 성공한 사람 중에 과도한 자신감, 자아의 팽창으로 인해 실수를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옷 등 당장 불필요한 물건을 마구 사거나 다른 사람을 심하게 간섭하거나 사직서를 내는 등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IT 기업에서 근무하는 엔지니어 강 모 씨(40)는 체중 감량으로 회춘에 성공한 케이스이다. 그는 대한체형비만학회가 기획한 『비만 캠페인』에 참여해 3개월 만에 15㎏을 감량했다. 의사의 처방대로 탄수화물과 기름진(지방) 음식의 섭취를 줄이고 헬스클럽에 가서 주 3회 이상 땀을 흘렸다. 비만치료제도 복용했다. 키 174㎝에 체중 85㎏이던 ‘둔중한’ 몸매가 몰라보게 날씬해졌다. 강 씨의 체중 감량 성공 스토리는 회사 안에서도 화제가 됐다. 만나는 사람마다 비법을 캐물었다.
주변에서 젊어졌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되면서 자신감은 업그레이드됐다. 오랫동안 ‘단벌신사’였던 그였지만 지금은 날렵해진 사이즈에 맞는 옷 고르는 재미가 생겼다. 강 씨의 부인은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옷만 고르고 전에 입지 못했던 니트 옷도 즐겨 입는다”며 “살을 뺀 뒤로 저녁 식사 약속이 많아져 귀가 시간이 계속 늦어진다”며 볼멘소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