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모든 결정은 사업적인 바탕에서 이루어졌을 것입니다. 2012년에 첫 선을 보인 트위지는 초기에는 독일과 프랑스 등 서유럽 시장이 거의 1만대가 판매되는 가장 큰 시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동남아시아가 전체 판매량의 6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시장의 중심이 이동했습니다. 연간 판매량도 4천대 남짓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서유럽 시장의 비중이 급격히 줄어든 것입니다.
그리고 전기차에서 단일 부품으로는 가장 가격적 비중이 높은 부품인 배터리를 우리나라의 LG 화학이 전량 납품합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었을 것입니다. 게다가 르노 스페인 공장의 대대적인 개편 작업이 계획되어 있기 때문에 트위지 생산 라인을 보다 효용이 높은 모델로 전환하는 것이 르노 본사 입장에서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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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트위지 독점 생산권을 유치한 르노 삼성의 노력은 칭찬받아야 마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피나는 노력 끝에 가져온 것이라고까지는 말하기 어렵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린다면 트위지는 미래가 불투명한 제품입니다. 즉, 생산 라인의 확보와 더불어 시장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전략이 필수적으로 동반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르노 본사의 부담만 덜어주고 우리는 골칫덩어리를 끌어안은 신세가 될 수도 있습니다.
트위지는 새로운 시장을 여는 모델인 만큼 여러 면에서 개선의 여지가 많습니다. 크게 나누면 상품적 측면과 비 상품적 측면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상품적인 측면에서는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창문이나 도어 잠금장치, 냉난방장치, 블루투스 기능 등이 많이 거론됩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생산 라인을 가져오면서 어느 정도는 가능성이 있을 것입니다. 이미 이동식 충전기나 개선된 창문 등이 선보인 것처럼 르노삼성자동차의 제품 개선 의지는 높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진짜 난제는 상품 외적인 면에 있습니다. 우리가 이미 이전에 저속 전기차의 실패에서 겪었던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제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트위지로 대표되는 현재의 초소형 전기차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습니다. 보조금은 주고 있으니 혜택이 많은 것이 아니냐고 말하실 분들이 계실 겁니다.
하지만 보조금을 받아도 1천만원 전후인 이 탈 것은 도로에서 가장 푸대접을 받습니다. 이륜차처럼 자동차 전용 도로를 달릴 수 없는데다가 주차할 때는 그냥 자동차 자리에 주차해야 합니다. 한국 르노 홈페이지에 주차장 한 면에 세 대를 세울 수 있을 정도로 아담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법에서는 그냥 차 한 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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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트위지는 ‘전기 스쿠터에 바퀴 두 개와 지붕만 추가한 편의성에 자동차의 책임은 지되 전용도로는 못 들어가는 이륜차 대접’을 받는 아주 애매한 입지입니다.
따라서 이 제도적인 부분을 국내에 공장을 가진 자동차 제작사인 르노삼성자동차가 앞장서서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야 트위지, 그리고 나아가 초소형 전기차 – 더 넓게는 UNECE 규정의 L 클래서 경량자동차 전체 – 를 활성화시킬 수 있습니다. 도로에 개구리 주차를 허용하고 이면 도로에는 30분 이하의 주차를 허용하는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면 초소형 전기차는 훨씬 매력적으로 보일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도시 집중형 국가입니다. 따라서 가장 비싼 자원은 면적입니다. 그러므로 면적을 덜 차지하는 교통수단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 논리적입니다. 이륜차도 3륜화를 통하여 초소형 도심 교통수단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이륜차 산업 기반은 이미 무너졌습니다. 따라서 자동차가 소형화하여 도심형 개인 교통수단으로 진화하는 것만큼은 뒤처져서는 안 되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전기차 보급률이 전 세계에서 가장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그 중심에는 현대기아차와 한국 지엠만 있습니다. 그렇다면 르노 삼성은 자신만의 자리를 초소형 전기차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출처 : 나윤석의 독차(讀車)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