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교문학 10호 원고 (시 3편)
1.물빛 꿰매기
이신경
소슬한 찬바람이
산 그림자 밀고 내려와
호수 위에 치마끈을 풀고 있습니다
물안개,
물안개는 흩어지고
서녘의 햇살 물결에 부서져
비단길을 만들고 있습니다
무명치마 둘러 입고
화전밭 일구시던 우리 어머니
그 매운 삶 어찌 잊고 저 길을 걸어가셨을까
스멀스멀 피어오릅니다
부모 은공
못다 한 불효여식
호숫가에 앉아
회심가를 놓습니다
한 땀 한 땀 치마폭에
그리운 당신의 모습
물빛으로 꿰매고 있습니다
2. 달맞이
이신경
오늘은 추석명절
조상님 모시는 날이다
보름달 소나무 숲 위로 걸어온다
쪽진 머리 달빛 곱게 차려입고
우리 어머님이 걸어오신다
넉넉하고 인자한 모습 매운 손맛
차례상 준비하며 따라 부르라 하셨던
어머니의 노래
조율이시 棗栗梨枾
홍동백서 紅東白西
생동숙서 生東熟西
좌포우혜 左脯右醯
어동육서 魚東肉西
두동미서 頭東尾西
고서비동 考西秕東
반서갱동 飯西羹東
차례상 풍년이다
손주들 부모은중경 독송하는 소리
조상님 음덕 기린다
며느리 앞세워 뜰에 나가
임자 없어 따라오신
고혼들께 축원 올리니
중천에 우리 어머님이 환하게 웃고 계신다
1. 고개 너머 외딴집
이신경
산모퉁이 외딴 집에
작은 가을이 찾아왔다
산벚나무 이파리 연못에 맴돌고
언덕 너머 빨간 우체통은
배달부 자전거만 기다리는데
햇살 한 줌 뿌려 놓은 멍석에는
구름이 그림자를 그린다
삶의 때가 곱게 익은 장독대
댓돌 위 가지런한 고무신 한 켤레
전혀 외롭지 않는
울도 담도 대문도 없는 우리 집
초가지붕 위에
둥근 박은 밤을 밝히고
별들 내려와 정담을 나누고 있는
불 켜지 않아도 마음이 편안한
고개 너머 외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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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한국문협 시분과 회원
송파문협 이사
시성,한하운문학회 부이사장
사).한국 창작문학회 부회장
한국문학비평가 협회 이사
창작문학대상.시서울 월간문학상
시집 [물빛꿰매기] [짚베옷에 흘린눈물]외
주소:송파구 석촌동 154ㅡ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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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교문학10호 시3편
이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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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11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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