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중복 허리를 넘고 있는 시기
현관 문만 열어도 뜨거움에 숨이 막히는 때
각자 집안에서 집콕 방콕을 하며 지내다가 스트레스 쌓이는지
우리 얼굴 한 번 보자~~
지난 5월에 강릉으로 여행을 다녀온 친구들이다.
동행이라는 단톡방에서 대화를 하다가
글타고 뜨겁고 어수선한 시절에 어디 돌아다닐 수도 없고
즉석에서... 그래 울집에 오세요~~
한방 오리백숙이나 해 먹읍시다~~
1초도 안되서 쪼아 쪼아~~~ 박수치고 난리~~
다른때 같으면 너무 머니 마니... 일이 있니...
시큰둥한 반응일텐데 너도 나도 좋단다.
일사천리로 그 자리서 날짜 시간 정하고 땡~~
사흘만에 만난게 어제였다.
그제 장 봐 온 오리 두마리에 한방 약재 열여섯가지에
우리집에서 캔 마늘 5통을 손질해서
아침 10시부터 남편이 가마솥에 한약재부터 다리느라 불을 땐다.
군소리 없이 마누라 친구들 온다고 부탁을 들어주는 남편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이 안타깝지만, 나도 바쁘니 어쩌랴~
초월역에서 차 가진 친구랑 만나서 출발했다고 하길래
아침부터 준비해 둔 늙은 호박전을 부치기 시작했다.
지난 해 농사지어 큰 것을 다 썰어 말리고
작고 예쁜 늙은 호박 두개를 문갑위에 올려놓고 바라만 보다가
이제 밭에도 늙은 호박이 서너개 달렸으니 요 두넘을 어제 잡았다.
아침부터 에어컨 풀 가동하고 이요리 저요리 하느라
주방과 식탁을 오가는데 몸과 마음이 바쁘다,
호박전은 호박 갈은 것에 부침가루를 조금 섞은 거라
크게는 부칠수가 없고 얇게도 힘든다.
기술이 필요하기도 하고...
친구들이 오자마자 달달하고 부드러운 늙은 호박전을
맛보여 줄 생각에 더운줄도 모르고 일하는데
어머 벌써 친구들이 도착했네...
거실 밖으로 내다보니 대문 앞에 차가 도착했다.
12시 반 정도에 온다고 하더니 12시도 안됐는데 왔다.
친구들도 오고 싶었나 보다... 일찍 서두른걸 보면...
아궁이 앞에서 불 때는 남편에게 인사들을 하고 있는데
앞치마 두른채 마중 나가 친구들을 안내한다.
오리백숙은 시간 맞추어 한다고 아직 멀었고
방금 부친 호박전을 먹어보라 하니
배가 고픈지 허겁지겁들 먹으며 엄지 척~을 한다.
생전 처음 먹어본다는 늙은 호박전...
나도 이걸 경상도 남편 덕분에 먹어도 보고 할 줄도 안다.
경주 위, 포항의 죽도 시장에서 회를 먹는데
거기 식당들은 스키다시에 호박전이 나온다.
금방 부친 호박전이 어찌나 맛있던지...ㅎ
형님이 그걸 보더니 집에 가서 부쳐 주신다.
식당보다야 맛은 없었지만, 시댁에 갈때마다 먹어보았다.
그래서 그 뒤로 서울 살 때도 늙은 호박을 사다가
부침개도 하고 호박죽도 쑤어먹고, 자주 이용했다.
여기와서는 호박이 풍년이니 늙혔다가
호박 고지넣고 찰 시루떡도 하고 경노당에도 갖다드리고...
호박전을 갖다 주는대로 먹어치우길래
오늘의 메인 요리 오리 백숙을 먹어야지~~ 하며
내가 손수 만든 토마토 쥬스를 한 잔씩 돌리니 또 최고란다~
남편이 땀 뻘뻘 흘리며 불때서 끓인 오리 백숙을 가져오자
또 다시 허겁지겁 먹느라 정신없다.
내가 손수 담근 매실주를 반주로 해서 참 잘들 먹는다.
남편은 넷이 먹으라며 식탁에 따로 앉아서 먹는단다.
이럴땐 참 센스쟁이....ㅎㅎㅎ
참 사진을 한 장 찍어야쥐~~
음식을 반쯤은 먹고야 생각이 나서 한방 찍어 보았다.
메인이 백숙에 찹쌀죽이라 반찬은 별로 필요없을꺼라 했지만,
그래도 따로 밥도 하고 반찬도 준비를 했더니
웬걸 반찬이 동이 난다.
오리와 한약 재료와, 찹쌀 외엔 모든게 우리집 소출,
무공해 재료라서 그런지 맛있다며 잘 먹어주니 흐뭇하다.
죽이 더 맛나다고 한 공기씩 먹더니
기사를 해 준 친구가 남은 죽에 눈독을 드린다.
딸에게 주고 싶다고... 당첨~
당장 용기를 가져와 담아 놓으니
남은 오리고기 몇 덩이도 집어 넣는다.
배불러서 한 쪽도 먹어보지 못한 단호박 찐 건
제일 연장자인 친구가 찜한다. 오케이~
당장 지퍼백에 봉인~
버터구이 가지 요리가 맛있다며 거의 독식을 하다시피한 친구에겐
오늘 아침에 딴 가지 몇개를...
과일 먹고... 커피 타임.... 재잘 재잘...
여자 넷이 모이니 솔직히 재잘거리는 수준은 아니고
집안이 들썩 들썩 하다가 오후 5시, 예정된 시간에 갈 준비를 한다.
골고루 미리 준비해둔 오이지 5개씩 고구마순 데친거 한봉씩 깻잎 데친거 한봉씩...
한 친구가 남은 호박전에 눈길 주길래 그것도...
아~ 즐겁고 행복한 하루였다.
첫댓글
재미있는 친구들과의 만남
이야기 잘 보고 갑니다.
복중에 오는 손님은 호랑이 보다 더 무섭다는데
우리가 이렇게 와도 괜찮아~~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하며 들어서길래...
완전 괜찮아~~~ 난 언제든 오케이~~
정말 눈꼽만큼도 힘들지 않은 하루였읍니다. ^*^
풍란 님
복중에 그래도 즐거운 하루보네셨네요
친구가 참 좋은거지요
福 많이 받으세요
마자요. 전 언제든 서울 살 때도 친구들을
자주 초대했는데... 이제 생각해보니 35년간
친구들 집엔 한 번도 가본적이 없네요...ㅎㅎ
항상 우리집에서 모였으니깐...
아무나 할수없는 넉넉한 마음과 사랑이 넘치는 풍란님 ㅎ왜?전 그런 친구가 없을까요?
문득 잘못 살아온것 같은 나의 삶을 뒤돌아 보게 되네요~~
힘든많큼 즐겁고 보람된 시간으로 올 여름 더위 행복한 마음으로 보상 받으신것 같네요~~^&^
저는 외롭게 성장해서 친구들을 좋아했읍니다.
이런 사람 저런 사람 가리지않고
다만 사람을 잘 알고 그에 맞게 대해주며
항상 내가 손해 보자...하는 생각으로 살아왔지요.
젊을때보다는 지금 더욱 서로를 생각해 주는 마음이 커가네요. ^*^
우린 이나이 평생을 소끕장난 같이 끼니나 때우며 먹는 일에는 신경 끄고 살아왔는데
풍란님은 시골밥상 진수성찬으로 수라상같이 차려 드시는 모습에 정말 놀랐습니다. 언제 번개 모임때 알현하고 진한 막걸리 거나하게 대작할 날 학수고대합니다, 풍란여사님!!
우리집은 그랬다간 난리납니다. 무슨 특권인지 울집 남편은 반찬이 소홀하면 인상이 찌프려집니다. ㅎ
괜찮은 고기나 생선이 빠진 날은 특히나 표시나지요. 가끔은 참 알미워요. ㅎㅎ
삼식이 영감으로 살면서 무에 그리 당당한지... 오늘 남편 흉 좀 보았읍니다. ㅎㅎㅎ
아이고 그날이 올해안에 있을지 무척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