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형의 죽음 그 이후
글-德田 이응철
형님은 요양병원에 입원하고 계셨다.
미수의 노령에 위암수술을 흔쾌히 받으셨지만, 기력이 부족해 소대변을 받아내면서 자연히 요양병원 신세를 지게 되셨다. 요양병원은 정해진 틀속에서 해가 지고 달이 뜨니, 그야말로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형님은 외치신다. 면회 가는 친척들에게 형님은 늘 불만이 높다. 못마땅하시어 이곳을 벗어나는 것만이 최고의 목표인 셈이다. 오죽하시면 용돈은 항상 시내 외진 병원에서 고향집까지 갈 수 있는 택시비 5만원을 항상 전중에 넣고 병원생활을 하시곤 한다.
결국 형님은 그 후 찾아온 착한 며느리 옷자락을 부여잡고 죽어도 집에 가서 죽게 해달라고 눈물을 보여 그옇고 남편을 설득해 성사되었다. 그날부터 며느리는 요양보호사께 몇 시간을 협조받기는 하지만, 촉성재배 비닐하우스에 남편과 피땀을 흘리며 간호에 눈코 뜰새 없었다. 시아버님 뒷바라지에 정성을 쏟았으나 결국 2년만에 생에 마침표를 찍으셨다.
코로나 19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절반을 강타해 어렵게 장례를 마치고, 나는 그간 경주 이씨 종가집 맏며느리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 삼우제-.며느리는 시집와서 시할머니, 시부모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극정성을 다해 뒷바라지해 날개없는 천사라고 누구나 불러준다..
삼우제 때 며느리가 본 시아버지의 마지막 길을 어떠했을까? 돌아가시기 3일 전 부터였다. 피골이 상접한 백형은 벽을 가리키며 누가 데리러 왔다고 두려움에 떨기도 하셨단다. 머리를 풀어헤친 여자가 대문앞에 서성인다고 버럭 소리를 치시고, 등걸개 효자손으로 사정없이 방바닥을 내리치셔 놀랐다고 전한다. 돌아가시기 전날에도 수시로 불러 손가락질을 하며 괴로운 표정으로 저기 누가 서 있다고 속삭이셔 때로는 등골이 오싹했다고 전한다.
그는 누구인가? 누가 망자를 모시러 온 것일까? 죽음을 근사체험한 분들한테 의례히 많이 들은 이야기들이다. 그럴 때마다 저승사자가 왔다고 우주왈 전한다. 망자가 식사를 못해 뇌가 헷갈리는 현상으로 과학에서도 환각 착각 헛보임으로 폄하해 오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죽음학 강의의 권위자 정현채 교수 왈, 죽기 직전에 이런 현상을 유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력 주장한다. 세계적으로 수천 건 이상의 근사체험사례들이 발표를 보면 거의 비슷하다는 것이다. 죽음 이후의 또 다른 세계를 엿볼 수 있는 학문이라고 학자들은 보고 있다.
죽음을 체험한 경우는 주로 교통사고나 각종 수술로 다시 돌아온 자들이 주장하지만 정신병자 취급을 하고 육체적인 고통이 헛것이라고 여겨왔다. 특히 과학의 신봉인 의사들은 뇌가 멈춘 상태에서 의식이 존재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과연 뇌 없이 의식만으로도 존재할 수 있을까? 심한 교통사고로 심폐소생술을 받던 20세 영국여성의 근사체험이 발표되었다. 수술을 받으면서 몸에서 분리되어 1,2미터 천장으로 올라 자기 육체를 내려다본다는 것이다. 유체 이탈이나 체외이탈이라고 한다. 육신이 분리되어 어디론가 자유롭게 간다. 나무도 보고 새도 보고 사람도 몇 명 만나고 빛이 유난히 눈부신 곳을 돌아 왔을 때 수술이 끝났을 때라고 전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체이탈은 많이 들어왔다. 오토바이에 두 노인 내외가 타고 장을 보고 오다가 고개를 넘다 사고가 났다. 할머니는 중경상인데, 할아버지는 유체이탈로 근사체험을 하고 일주일 후에 깨어났다. 죽어서 어디론가 갔는데 도중에서 먼저 죽은 가족친족들도 만났다. 아직 때가 아니니 돌아가라고 해, 흔히 말하는 요단강, 레테르 강을 건널 때 앞서 가던 강아지가 다리에서 떨어지면서 깨어났다고 전한다.
이웃 새벽장에서 반찬을 파는 핏기없는 할머니는 근사체험을 만나는 이들마다 전해준다. 생생하다. 암수술할 때 어느 골짜기를 지나는데 온 산이 탐스런 꽃들로 뒤덮여 황홀했다고 한다. 그 역시 발길이 다한 곳에 서니 더 있다가 오라고 점잖게 타이르는 심판관의 말을 듣고 부끄러워 발길을 돌렸다고 하며 지금이라도 그런 곳이라면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잘라 말씀하신다.
이런 체험들을 한낮 꿈이나 허상 환각으로 여기던 시대를 접고, 그 이후에 세계와 연결된다는 것이 죽음학이다. 사망 후에도 의식이 지속되는 것이 분명하다면 사후 어느 세상으로 향했을까? 백형이 돌아가시고 사후 세계가 더욱 궁금증을 더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생명이 끊어지면서 어느 세계에서 망자를 기다리고 있을까? 모셔가려고 형님의 눈에 보이는 벽에 서있는 사람들과 머리를 풀고 대문밖에 서 있는 여자는 또 어디서 온 것일까? 우리가 살아온 지구별에서 어느 별나라로 안내를 받아갔단 말인가?
요즘 죽음학 강의 책자를 보면 죽음은 근사체험자들이 전하는 것들을 중시한다.
우선 망자는 공통적으로 말한다. 나는 죽었다는 것을 인식하고, 체외이탈을 해 터널을 통과한다는 것이다. 밝은 빛과 교신하며 풍경을 관찰하며 죽은 가족 친지들을 만난다고 한다. 2001년 네델란드에서 344명 대상중 62명(18%)이 경험을 토로한 것이다. 뇌의 작용과 무관한 그 어떤 것의 작용을 이제는 믿어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죽음은 무엇인가? 모든 것의 끝이 아니다. 죽음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알 수 없는 세계로 가는 것이라고 죽음학을 강의하는 학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육신과 영혼 그 영육의 갈림길에서 누구나 겪게 되는 내세는 다른 차원으로 옮겨가는 것이란 주장이 전 세계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지구별에서 신병훈련소 같은 장애와 고난을 극복하고, 헌옷 같은 육신을 내려다보고 자유로운 존재가 되어 우리 영혼은 어느 별로 안내를 받는 다면 그곳은 어디일까?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 없는가란 책을 지은이는 사후세계가 작금에 와서 유의미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헛된 죽음, 마지막, 모든 게 끝이 죽음이 아니다. 또 다른 세계에서 손짓하고 있다면 진정 우리의 내세관은 또 다른 면에서 영혼은 힘을 얻지 않을까? 죽음을 목전에 두고 두려워하는 환자들에게 이승과 이어지는 세계로 그들에게 힘을 주어야 하지 않을까? 사후세계가 화성에 착륙한 지구인처럼 베일이 벗겨지는 그 날이 기다려진다.(끝)
*참고문헌-정현채 2018.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 없는가?. 비아북
,<약력>
- 김유정문학공모 최우수(‘95)
- 강원일보 신춘문예 동화(‘96)입상
- 수필과 비평지 신인상(‘97)
- 강원수필문학상(‘14.11)
- 제 9회 백교문학상 수상
- 강원수필문학회장 역임, 현 강원수필문학고문
- 수필집-어머니의 빈손(2008) 바다는 강을 거부하지 않는다.
- (2011) 달을 낚고 구름밭을 갈다(수필화집)(2014)
- 감로개화송(甘露開花頌) 수필화집 발간(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