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연주 기자,김태헌 기자 = 금융당국이 실손보험료의 적정성 검토에 나섰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는 '문재인 케어'가 보험료에 미치는 영향도 분석할 방침이다. 실손보험료가 과하다는 결론이 나면 보험료 인하 압박에 가능성이 높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14일 "'문재인 케어'가 보험료에 미치는 영향 분석은 올해 안으로 추진하겠다"며 "보건복지부 세부안이 나오면 구체적인 일정을 잡고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9일 3800여개의 비급여 항목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실손보험의 보장 항목이 적어져 보험사가 준비해야 할 지급보험금이 줄어든다. 보험료 인하의 명분이 되는 셈이다. 금감원은 이미 추진하고 있던 보험료 책정 관련 감리를 정부 정책 영향까지 고려해 조만간 결론을 낼 계획이다.
올해 들어 보험사들은 실손보험료를 일제히 인상했다. 인상률을 보면, 롯데손보(32.8%)가 가장 높았고 현대해상(26.9%), KB손보(26.1%), 메리츠화재(25.6%), 삼성화재(24.8%), 동부화재(24.8%), 흥국화재(21.1%), 한화손보(20.4%) 순이었다. 지난해 삼성생명(22.7%)과 교보생명(23.1%) 등 생보사도 보험료를 인상했다.
업계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 17) 도입에 앞서 수익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실손보험은 대표적인 적자 사업이다. 과잉진료 등 '도덕적 해이'가 빈번해서다. 대다수 보험사의 손해율이 130%를 넘는다. 문재인 케어로 골칫거리였던 비급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가 한시름 놓는 분위기다.
문제는 실손보험의 수익성 악화다. 실손보험은 높은 손해율에도 우량 고객을 발판삼아 보험사의 '캐시카우' 역할을 했다. 장기적으로 실손보험의 입지가 축소될 수 밖에 없어 업계도 고민에 빠졌다. 만약 보험료 인상이 부적절하다고 결론이 나면, 감리 결과를 반영해 보험료를 낮출 수밖에 없다.
실손보험 고객의 '대규모 이탈'이 발생할 수도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실손보험 계약 건수는 3456만건에 달한다. 국민의 약 65%가 가입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건강보험 보장이 강화되면서 갱신료 등을 고려해 실손보험을 해지하는 고객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적자 구조 개선에 앞서 인하부터 압박하는 분위기에도 난색을 보이고 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지난 6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보험사의 반사이익이 1조500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손해율과는 별개로 보험료 인하 작업에 속도가 붙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와 관련 기관은 이번 정책 효과에 대한 검증에 나섰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건강보험 보장률을 고려하면 여전히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비중은 높다"면서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실손보험의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곧 존폐 위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을 대체할 상품을 찾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