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룡골에는 여자가 없다☆
만물이 들려주는 무정설법
-正牧스님의 저서-
오룡골에는 여자가 없다 -89~92쪽 -25회
작성자:甘露華
작성시간:17.06.08
*만물이 들려주는 무정설법*
삼월 오일, 자연의 절기는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이요,
정토원은 염불당 기초공사를 마무리하고 정토의봄을기다리는날이었습니다.
새벽별을 보고 일어나 일하다가 저녁별을 보며 마친 날이 어느덧 열 달이 지났습니다.
나는 정리된 곳곳을 둘러보다가 바윗돌에 앉아 가만히 생각해보았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껏 일하고 공부하는 것은 스스로 일으킨신념도 아니고 나의 힘도 아니었습니다.
어제 한 일을 오늘 바라보면
한결같이 "내가 무슨 재주 무슨 힘으로 저렇게 했을까"하며 스스로 놀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만든 설계도를 따라 한 것도 아니고, 누구의 조언을 받은것도 아닌데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정토를 연상케 하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화되었습니다.
나는 열 달 동안 일을 하면서 단 한 사람의 도움도 요청한 적이 없으나 사람이 필요하면 누군가 찾아와 힘든 일을 도왔습니다.
내일 먹을끼니를 걱정한 적이 없으나 모자라면 누군가 찾아와 채워주고 갔습니다.
부족한 경비는 목소리도 얼굴도 알 수 없는 사람들이 꼭 필요한 양만큼 통장에 채워주는 것을 보고 그때마다 은행 대기석에 앉아 "은혜에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수없이 되새겼습니다.
개울에 쌓인 낙엽을 걱정하면 큰비가 내려 쓸어 갔고, 땅을 파면 기이한 암석이 솟아오르고, 바위를 구르다가 힘이 모자라 놓치면 스스로굴러 제자리에 드러누웠습니다.
집에 빛이 들도록 작은 나무들은 손수
베어 정리하고 하늘 높이 솟아오른 큰 나무는 도리가 없어 바라만 보고 있으니 어느 날 스스로 쓰러졌습니다. 밤이면 신심으로 글을 쓰고
언제나 새벽이면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이른 아침에 전날의 피로가 식지 않아도 삽을 들면 기운이 살아나고, 피로가 심한 날은 비나 눈이 내려 쉬게 하였습니다.
이 모든 일들의 성취는 내가 이룬 것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본래 남다른 재주도 없고 은혜 받을 공덕을 지은 일도 없었고, 더욱이 자연을
지배할 힘도 없습니다.
나의 믿음, 나의 일은 오직 아미타 부처님이 나에게 주신 신심, 무량한 화신化身으로부터 입은 은혜였습니다.
내가 잠시 생각에 잠긴 동안 엷은 어둠 사이로 흰 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때보다 밝게 보이는 눈송이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마음속으로 '공사 마무리를 축하하는 꽃비다'를 연발하였습니다.
도구를정리해 두고 저녁 늦게 군불을 지피는 동안 전화벨 소리가 요란스럽게
울렸습니다.
그 때는 나는 "해제철이라 이 몸을 밖으로 불러내는 소리구나" 하는 직감으로 받지를 않고 내 손길을 기다리는 일들을 마무리하였습니다.
또 새벽이 열리자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순간 나는 깜짝놀라고말았습니다.
아니, 밤사이에 내린 눈이 어마어마했습니다.
온통 눈 세상에 대나무 허리들이 부러지기 직전이었습니다.
저번에는 46년 만이라더니 아침 뉴스를 보니 이번에는 100년만의 폭설이라 하였습니다.
부산은 엉망진창이라 하나 오룡골은 더없이 한가한 모습이었습니다.
저 소란한 소리들은 모두가 너무 바빠서 그럴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아침이 밝아오자 갑자기 하늘이 뚫리고 떠오른 태양이 제설기보다빠른 속도로 눈을 녹였습니다.
눈이 녹아내리는 매화나무 가지 사이로
꽃들이 피어오르고 대나무들은 한 숨 길게 쉬며 허리를 폈습니다.
낮에는 여름 같은 따가운 볕이 쪼이자 그렇게 많이 쌓였던 눈이 절반은
녹아버렸습니다.
정오가 지나 짙푸른 하늘, 눈 덮인 원효산을 바라보고 있을 때 사방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둘러보니 나의 무관심을 질책하는 나무들이었습니다.
늦게나마 미안한 마음으로 집 주위의 단풍나무 세 그루, 매화나무 두 그루, 자두나무 한 그루, 목련 한 그루, 향나무 한그루를 가지치기 하여 시원한 봄을 맞도록 하였습니다.
밭 언덕에 올라 땀을 식히고 있을 때 요란한 소리가 들려 돌아보았습니다.
가을에 만들다가 중단한 연못에서 제철을 맞은 개구리들이 짝짓기에 빠져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사랑싸움으로 떠들고 있었습니다.
짝을 찾지 못한 녀석들은 자기 못생긴 것은 탓하지 않고 나에게 방이좁다고 짜증을 부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무정설법無情說法을 생각하며
개구리들과 약속했습니다.
"그래, 너희들도 모두 아미타 부처님의 화신이야. 방을 넓혀 주마."
신神을 중심으로 가르치는 종교가 있고 인간을 중심으로 가르치는종교가 있습니다.
불교는 대개 인간의 마음을 중심으로 가르치지만 그가운데 정토문은 자연과 생명의 청정광명을 동시에 가르칩니다.
인간의 소리 뿐 아니라 자연의 소리도 들을 수 있어야 진정한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가식이 가득한 인간의 소리보다 자연의 소리가 더 진실하기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런지 석가모니 부처님이 새벽별을 보고 문득 깨달음을 이룬 이래, 수많은 선지식이 폭포수 떨어지는 소리,
기왓장 깨지는 소리, 새울음 소리, 대나무 부딪치는 소리, 하늘 땅 만물이 보이고 들려주는 자연의 소리, 그 무정설법을 듣고 깨달았습니다.
지혜의 눈으로 바라보면 백가지 산천초목 모두가 부처의 어머니白草是佛母요,
만물이 다 아미타 부처님의 화신化身입니다. 푸른 하늘은 청정淸淨을 보이고, 흰 구름은 무상無常을 노래하고, 매화는 감인대堪忍待를가르치고, 대나무는 비워야 높이 오름을 보이고,
개구리 울음소리는,
더 넓고 깊은 자비심을 일으킵니다.
염불수행이 깊으면 하늘 땅 만물이 들려주는 무정설법無情說을듣습니다.
자연의 소리를 듣는데 인간의 소리有情說法야 더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
자연이 감응하는데 사람이 감동하지 않겠습니까?
아미타부처님!
오늘 펑펑 내린 흰 눈은 나의 믿음을 더욱 깊게 하는 꽃비였습니다.
무량한 광명으로 쏟아지는 꽃비도 맞았으니 게으르지 않고 정진하렵니다
출처 : 일심정토 염불수행을 전하는 인터넷 전법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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