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소·기차역 테러 대응…육군17보병사단, 화랑훈련
입력 2023. 06. 12 17:24
업데이트 2023. 06. 12 17:28
군·경찰·소방 ‘실전 같은 훈련’
인파 밀집 장소서 동시다발 전개
화생방신속대응팀 화학테러 탐색
폭발물처리반, 드론 잔해물 처리
특전사, 테러범 진압 성공 마무리
현대전은 병력이 직접 맞붙는 것만이 아닌 복잡·다양한 양상으로 진행된다. 이제 전쟁은 병력 간의 충돌이 중심이던 과거와 달리 국가 중요시설을 향한 불의의 일격으로 시스템 자체를 무너뜨리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테러로 대표되는 비전통적 위협에 대한 대응이 중요해진 지금, 우리 군 역시 예상 가능한 모든 양상에 맞춰 훈련을 진행하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육군17보병사단도 12일 시작된 화랑훈련의 초점을 ‘통합방위’에 맞췄다. 민·관·경·소방 등 통합방위 요소와 힘을 합쳐 각종 위협을 극복하는 늠름한 모습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글=배지열/사진=김병문 기자
미상 드론 폭발…통합방위작전 완벽 수행
소방 진화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주변에 대한 경계작전을 펼치는 장병들의 모습.
이날 오전 인천의 한 저유소. 다량의 기름이 저장돼 있어 늘 사고 위험이 도사리는 이곳에 적의 공격이 쏟아졌다. 시설 관계자가 인근 상공에서 미상의 드론을 식별했지만, 미처 손을 쓸 새 없이 자폭 공격에 큰 피해를 입었다. 불길에 휩싸인 저유소에서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아비규환이 펼쳐졌다.
17사단에 부여된 이 상황은 올해 화랑훈련의 중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바로 드론에 의한 테러와 이에 신속·정확하게 대응하는 통합방위작전 역량 강화가 그것. 사단은 인천중부경찰서와 하인천지구대, 중부·송도소방서 인원 100여 명과 함께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에 돌입했다.
상황이 발생하자 저유소는 자체 소방시설을 활용해 1차 진화작업을 했다. 이어 소방차량도 합류해 불길을 잡아나갔다. 사단 북진여단 맹호대대 5분전투대기부대 장병들이 주변을 경계하는 동안 환자들은 무사히 후송됐다.
불길은 잡았지만 방심은 금물. 추가 공격을 막기 위한 전문 인력의 활약이 필요했다. 두꺼운 방호복을 갖춰 입은 사단 화생방신속대응팀(CRRT)이 화학테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주변을 탐색했다. 다행히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자 위험성폭발물개척팀(EHCT)과 폭발물처리반(EOD)이 투입돼 드론 잔해물을 처리했다.
작업에 투입된 장병들을 보호하기 위해 사단 군사경찰대대도 나섰다. 소형 전술차량과 모터사이클(MC)을 타고 현장을 둘러본 이들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지휘소를 설치하고, 도로를 통제했다. 아울러 주변을 경계하면서 침입자의 흔적을 찾기 위해 곳곳을 수색했다.
사단은 경찰과 공조해 검문소도 운영했다. 결국 드론 조종자를 식별하고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용의자 위치를 발견, 검거에 성공하면서 훈련은 마무리됐다.
김민섭 중위는 “이번 훈련으로 민·관·군·경·소방이 하나 된 모습으로 통합방위작전 역량을 한 단계 높였다”며 “적의 어떠한 공격에도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침과대적’의 결전태세를 확립하겠다”고 다짐했다.
사단은 통합방위작전 역량과 훈련 성과를 높이기 위해 지난달 26일 2분기 통합방위협의회 및 화랑훈련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통합방위태세 확립에 심혈을 기울였다.
서천용(중령) 맹호대대장은 “지역 유관기관과 함께 훈련하는 기회를 가졌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주기적인 야외기동훈련(FTX)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장·기차역 상황 대응 ‘훈련 또 훈련’
이날 화랑훈련은 저유소뿐만 아니라 대규모 관중이 몰리는 경기장·기차역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됐다. 사단 북진여단과 미추홀여단은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폭발로 화재와 사상자가 발생했을 때 이에 대응하는 절차를 숙달했다. 훈련은 대테러 초동조치부대가 출동해 미상 인원을 식별하고, 이들을 제압하는 것으로 끝났다.
부평역에서도 훈련이 열렸다. 미추홀여단은 역 물품보관함에 폭발물 의심 가방이 있다는 상황을 전파받고 정보분석조를 보내 초동조치를 한 뒤 수도군단 화생방테러특수임무대(CRST)와 경찰 폭발물처리반(EOD)이 가방을 안전하게 회수하도록 도왔다.
51보병사단은 같은 날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대테러 합동훈련을 했다. 훈련에는 사단 예하 비봉여단과 수도군단·51사단 군사경찰 특임대, 육군특수전사령부(특전사) 백호부대 등 4개 부대 장병과 민·관 유관기관이 함께했다.
훈련은 경기장에 테러범이 난입해 시민을 억류한 상황으로 포문을 열었다. 현장에 도착한 사단 수원대대 장병들은 차단선을 설치하고 도주로를 빈틈없이 점령했다. 동시에 수원중부경찰서 긴급현장상황반이 관객을 대피시켰다. 인질범들의 끈질긴 저항은 특전사 장병들의 강제진압 작전으로 순식간에 막을 내렸다.
테러 등 새로운 위협에 대비한 이번 화랑훈련은 수도군단 예하 모든 부대가 참가한 가운데 오는 16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출처메인 | 국방일보 (dema.mil.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