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팔이와 장돌뱅이]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중에 ‘돌팔이’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이 ‘돌팔이’의 원 뜻을 ‘돌’과 관련지어 생각하고 있다. 머리가 돌이라 엉터리라는 의미로 해석을 하기도 하는데, 그래서 치료를 잘못하는 의사를 보고 '돌팔이 의사'라 한다. 그러나 이 말은 원래 남의 직업을 낮추는 말이 아니었다. ‘돌팔이’는 요즘처럼 상설 붙박이 가게가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에 생겨났다. 그 시절의 장사꾼 가운데는 이곳저곳으로 돌아다니면서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바로 그런 사람을 ‘돌팔이’라고 했다. 요즘 말로 ‘행상(行商)’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돌팔이’의 ‘돌’은 돌멩이가 아니라 ‘돌아다니다’의 첫 글자임을 알 수 있다.
그러니까 장이 서는 곳마다 돌아다니며 장사하는 사람을 ‘장돌뱅이’라 하듯이, 돌팔이는 돌아다니며 물건을 파는 사람을 지칭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본디 ‘돌팔이’는 부정적인 말이 아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자꾸 이 말을 부정적으로 쓰다보니까, 요즘에 와서는 ‘돌팔이’란 말에 ‘제대로 자격을 갖추지 못한 엉터리 사람’ 이란 부정적인 뜻이 보태진 것이다.
또 우리속담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다. 이 속담의 뜻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촌이 땅을 살 경우 그것이 부러워서 배가 아프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는 “남이 잘 되는 꼴을 보면 시샘이 난다.”인데 너무도 냉소적이고 부정적인 민족성을 드러낸 속담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속담은 “사촌이 땅을 사는데 보태줄 것이 없어 배라도 아파서 거름이라도 줘야 할 텐데….” 그러니까 “사촌이 땅을 사면 배라도 아파야 할 텐데…”라고 하는데서 유래됐다.
그런데, 이렇듯 순수하고 아름다운 미풍양속을 일제강점기 때 우리민족의 민족성을 비하(卑下)하기 위하여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플 정도로 시기 질투가 많은 민족으로 일부러 바꿔버린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그 말의 원뜻과는 달리, 사촌이 땅 만사도 배가 아파 못사는 저급한 민족으로 굳어져 버렸다.
이제라도 원래의 아름다운 풍속(風俗)을 제대로 알고 이를 이해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가을철이면 노랗게 익어가는 단감(丹果)이 있다. 그런데 ‘단감’이란 말도 뜻을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단감’의 ‘단’이란 말이 ‘달다’, ‘달콤하다’는 뜻인 줄 알고 있는 경우가 그렇다. 그러나 달기로 말하면 단감보다는 연시나 홍시가 훨씬 더 달다. ‘단감’의 ‘단’은 달다는 뜻이 아니라 ‘단단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단감은 ‘단단한 감’이란 뜻이다.
그와는 달리 완전히 익어서 말랑말랑한 감은 ‘연시’라 하는데, 글자 그대로 ‘연한 감’이라는 뜻이다.
비슷한 사례를 한 가지만 더 들면 우리가 자주 쓰고 있는 ‘야산’이라는 말이 있다. 흔히 ‘야산’의 ‘야’가 한자 ‘들야(野)’자에서 온 것으로 오해하고 있지만 (실제 몇몇 국어사전에는 이렇게 실려 있기도 하다) 사실은 우리말 ‘야트막하다’에서 첫 음절을 딴 것이다. 그러니까 ‘야트막한 산’이 바로 ‘야산’인 것이다.
그래서 ‘단감’과 ‘야산’은 서로 짜임새가 같은 말이기도 하다.
이렇듯 우리가 늘 사용하는 말인데도 원래의 뜻을 모르든가 아니면 왜곡(歪曲)되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것은 제대로 알고 제대로 사용해야 한다. 특히 역사(歷史)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역사는 시대의 거울이다" 라는 말이 있다. 거울로서의 역할을 해온 역사 앞에서 우리는 언제나 바로 알고 바로 이해하고 바로 사용해야 한다.
또 역사는 미래의 거울이라 했다. 그래서 역사는 신성한 것이며, 신성한 역사는 진실의 바탕위에 바로서야 한다. 歷史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고, 미래의 길을 제시하는 ‘羅針盤’이다.
-좋은글 옮깁니다- -오늘도 즐겁고 좋은 하루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