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타타우
지금은 꿈을 안 꾸지만 어릴 때, 특히 초등학생 땐 잘 때마다 꿈을 꿨어 악몽도 자주 꿨지
주로 꾸는 악몽은 쫓기는 꿈이야
누군가 나를 잡으려고 쫓아와
그것의 정체는 몰라 여자인지, 남자인지, 사람인지, 귀신인지
잡히면 어떻게 될 지도 몰라 저게 날 죽일지, 먹을지, 찢어발길지
그저 잡히면 안 된다는 것만을 느끼며 멈추지 않고 달릴 뿐이야
달리는 내내 내 어깨 너머로는 그것의 숨소리가 들려와
그건 내 등 뒤에 바짝 따라붙어서 날 쫓아오지. 끈적거리는 입김이 축축하고 뜨뜻미지근해서 기분이 나빠
나는 달려서 도망치고, 도망치고, 도망치고, 달릴수록 점점 몸이 지쳐가는걸 느껴
숨이 가빠오고 목과 어깨는 쳐지고 다리는 쇳덩이처럼 무거워지는데 달리기를 멈출 수 없어
거칠어지는 내 숨소리와 달리 그것의 숨소리는 언제까지나 평온한데 그게 나를 더 공포에 질리게 만들어
나는 꿈 속에서 이제 그만 달리고 싶다고 외치면서 울어 내가 울기 시작하면 등 뒤의 그것은 기쁨의 환호성을 질러대
낄낄낄 히힉!! 낄낄낄낄!!!!
마치 이제 조금밖에 안 남았다, 곧 나를 잡을 수 있다고 희망에 찬 것처럼 말이야
나는 지쳐서 차라리 쓰러지고 싶어 그렇지만 다리는 멋대로 뜀박질을 해
뒤돌아보고 싶어도 고개가 고정되서 어깨 너머로는 돌아가지지 않아
꿈이 끝날 때까지 나는 쭉 달릴 뿐이야
그런데 같은 꿈을 몇 년째 꾸니까 깨는 데 요령이 생겼어
요령이라고 할까 법칙을 알아냈어
첫째, 고층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리면 꿈에서 깬다.
고층 건물의 정의란 꿈 속에서 보이는 건물들 중 가장 높은 건물을 말한다. 이 이외의 건물에서 뛰어내리면 착지할 뿐 깨지 않음
둘째, 고층 건물의 꼭대기층에서 창문을 깨고 뛰어내리면 꿈에서 깬다.
창문을 깨지 않고 추락하면 꿈에서 깨지 않음 (창문 열기 x, 열려있는 창문 x)
고층건물이어도 옥상과 맨꼭대기층이 아닌 다른 층에서 뛰어내리면 깨지 않음
셋째, 고층건물의 옥상 혹은 꼭대기층은 계단을 통해 올라가야만 한다.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등 사용 금지
넷째, 몸이 박살나야 꿈에서 깬다.
마지막 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해 나머지 기준들이 있는 것 같음. 1~3의 기준을 실현해야만 내 몸이 산산조각으로 박살나며 지표면에 단순 착지한 것으로는 꿈에서 깨지 않음
몸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박살나면서 두개골이 깨지고, 뇌수가 흩어지고, 갈비뼈, 다리뼈 및 온몸의 뼈란 뼈는 다 으깨지고 사방에 내 장기와 피가 흩뿌려지는 느낌은 정말 내가 추락사를 겪는 것처럼 좆같았어 말로 다 설명할 수가 없어 그냥 개좇같고 끔찍해
그러다 15살인가 16살 이후로는 쫓기는 꿈을 꾸지 않게 되었어. 잘 때마다 꿈을 꾸던 것도 없어지게 됐어
오랜시간 날 괴롭히던 악몽에서 벗어나서 나는 안심했어
방심했지
21살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쫓기는 꿈을 꿨고, 꿈에서 나를 쫓아오던 놈과 꿈 밖에서 마주쳤어
밖에서 마주쳤다니 무슨 쌉소린가 싶을거야 이야기가 길어져서 루즈해졌을 수 있는데 좀만 더 참고 들어줘
그날은 내 생일이었어. 나는 잠에 들었고, 아주 오랜만에 쫓기는 꿈이 시작되었다는 걸 느꼈지
아 쫓기는 꿈이구나. 자각하자마자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고 제일 높은 건물을 찾았어
언제나처럼 나는 고층 건물을 향해 전속력으로 뛰어갔고, 그놈은 또 내 뒤를 바짝 따라붙었지
따돌리기 위해 다른 건물들 사이를 요리조리 누비다가 고층건물에 입성했어. 계단을 빙글빙글 뛰어올라 꼭대기 층으로 향했어
창문이 닫혀있는 층을 찾았고 팔을 내 앞에 X자로 크로스한 채 유리창을 향해 멧돼지처럼 돌진했어
와장창!!!
창문이 깨졌고 머리부터 떨어졌어
그런데 그날은 날 쫓아오는 놈이 정말 궁금했어. 뭘까 저건, 대체 뭘까?
떨어지면서 나는 오른쪽으로 어깨를 틀었고 그동안 한번도 틀어지지 않았던 어깨가 추락하면서 틀어졌어 (이것도 새로운 법칙일까? 뛰면서는 고개를 틀 수 없지만 추락 중에는 가능하다던가)
몸이 뒤집혀졌고 나는 떨어지면서 그것을 보았어. 그것과 눈이 마주쳤어
털이 긴... 뱀.........
콰직
나는 꿈에서 깼어. 방 안은 햇살로 환했고 천장에는 그것의 얼굴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어
순간 잠이 덜 깼나 싶었어 아니면 아직도 꿈인걸까? 그렇다기엔 내 고개는 움직여졌고 내 옆에 잠들어 있는 동생도 보였어
창밖에선 골목에서 아이들 뛰노는 소리가 들렸고 햇살은 우리방의 하얀 벽지를 눈부시게 비췄어
나는 눈을 깜빡였어. 그리고 손을 들어 눈을 부볐어
그러나 그것은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거기 내 발치에 서있었어
그것은 손이 없었어 발도 없었어 기다란 몸통이 아주 아주 기다래서 천장에 닿은 채 몸을 90도로 구부렸고 기다란 얼굴은 내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봤지
안광이 형형하게 빛났어
눈이 무지막지하게 큰 뱀 같기도 하고, 털을 검게 물들인 사자탈 같기도 했어. 사자탈 놀이의 사자탈 말이야
털들은 살아있는 것처럼 넘실거렸지
'너구나..' 난 속으로 생각했어
마음 속 소리를 들었는지 그것의 몸이 구불구불거리며 줄어들었어
그것의 얼굴이 천장에 매달린채 저 아래로, 내 발 쪽으로 스르륵 스르륵 내려갔고 그러는 와중에도 그것의 눈은 계속 내 눈을 쳐다보았어
그것의 머리가 천장에 닿았어
그것의 키가 천장보다 아래로 줄어들었어
이윽고 그것은 내 발치에 웅크렸어. 그러더니 뱀처럼 구불구불 미끄러지며 내 머리를 향해 올라왔어
내 몸을 칭칭 감고 올라와 왼쪽 편에 자리잡았어 그리고 귀에다 대고 속삭였지.
자장.... 자장........ 자장... 자장......
자장가였어. 그것은 나를 다시 재우려고 자장가를 불렀어.
어처구니가 없었지
자장가의 첫 앞소절만을 반복해 불렀어 '자장.... 자장... 자장..... 자장.....'
다시 첫소절로 돌아가서 '자장..... 자장.... 자장..... 자장..'
고음이었는데 여자 목소리는 절대 아니었고 남자가 억지로 여자 목소리를 흉내내는 것 같았어
칠판에 대고 손톱을 긁을 때 척추에서부터 올라오는 불쾌하고 소름끼치는 느낌 다들 알거야. 딱 그런 느낌이 들었어
그런데도 졸렸어
자장가를 들으니까 멀쩡하던 정신이 흐리멍텅해지고 눈꺼풀이 무거워졌어
어서 자.....
얼른 자....
어서 자.......
저놈이 내가 잠들기를 원한다는 것과 지금 잠들면 좆된다는 게 어렴풋이 느껴졌어
눈에 힘을 주고 몸을 일으키려고 버텼어
그렇지만 너무... 너무 졸렸어
히힉!!!!!! 히히힉!! 낄낄낄낄낄낄낄!!!!
그 순간 찬물을 끼얹은 듯 정신이 확 들었어.
번쩍 몸을 일으켜 앉았어 비몽사몽한 와중에 오른쪽 엄지 손가락을 입에 넣고 깨물었지
내 왼쪽에 누워있던 그것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어
다시 누우면 잠들까봐 무서워서 일어나서 거실에서 컵라면 먹었어
그리고 그 후로 현재까지(약 6~7년) 그놈 꿈, 쫓기는 꿈을 꾸지 않았어 그게 마지막이야
그놈이 마지막에 기쁨의 환호를 지르지 않았다면 난 그대로 잠들었을텐데... 멍청한 새끼
* 왜 이상한 소리들은 꼭 내 왼쪽 귀에 들리는지 모르겠어 이것도 뭐 있나
* 모죠의 세계 보다가 7화인가 8화인가 잘 기억 안나지만 초반화 쯤에 쫓기는 꿈 얘기가 나왔는데 나랑 똑같아서 깜짝 놀랐어 (어중간한 높이에서는 안 깸, 높은 데를 찾아서 다시 뜀 등)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아 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서웠는데 여시 댓글 덕분에 화만 남 고마워 ㅎ
@알브이디어쩌고이직성공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강약약강 귀신은 쳐패야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타타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타우 여샤 고생햇어ㅠㅠ
우왕 개무섭다 ㅠ 뭐하는새끼여 저건 요즘은 꿈 안꾼다니 다행이다
으~~!!!~! 입김 최악
와 꿈 밖에서까지ㅠ 소름스트...
와 뭐야 진짜 ㅅㅂ 꺼져라
소름진짜
대빅 .. 다시 잠즐지않아서 진짜다행이다 ㅠ이런끔 넘 무서워
전에 누가 그랬는데 왼쪽귀로 사악한것들이 속삭이고 오른쪽귀로 선한것들이 속삭인다는데 사람은 왼쪽소리만 듣는다 어쩐다하고
뭐야 혹시 성경구절이야?
별일 없어서 다행이다ㅠㅠ
규제댓뭐여
와 개소름 ㅠ
헐머람 요망한것 썩 꺼져라 털 다 뽑아버려!!!
무서워 ㅠㅠㅠㅠㅠㅠ
모죠일지 26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