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뜻하지 않게 73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을 보게되었습니다.
식이 열린 장소는 놀랍게도 포항 영일만 해상의 마라도함 함상이었습니다. 얼마전에 취역한 도산안창호함이 수상항해하며 국기에 대한 맹세를 진행하는 것으로 식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작년 72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과 비교해보자면 장소는 경기도 이천에 소재한 특수전사령부였으며 내용은 특수부대의 사열과 한국공군이 보유한 모든 공군전력의 공중사열이었다는 점에서, 올해는 해군과 해병대가 주인공으로 부상한 셈입니다,
해군과 해병대는 한국육군의 북한에 대한 방어적 성격보다는 대외를 향한 무력투사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해외파병에 관련된 장병들도 생각보다 많이 언급되었습니다.
좀 있다가 다시보기가 나오면 더 추가해야겠지만, 대통령의 말씀중에서는 군이 국방개혁 2.0과 처우개선 및 군인권문제가 직접적으로 언급되었습니다. 그리고 군인권문제는 전투력이 좌우되는 요소라는 인식도 엿보였습니다. 그 외로는 미사일 지침 폐기와 관련해서 군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민간에 관련된 사항이기도 하다는 인식도 있었으며, '경항모 사업이 추진중에 있다'고 직접 발언되었으나 핵잠수함에 대한 발언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식 도중에 '피스 메이커'라는 이름의 한국군 단독의 육-해-공-사이버-우주차원의 합동 상륙작전이 있을거라는 소개가 있었습니다. 저는 식 끝나고 진행되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마라도함 주위로 IBS와 상륙돌격장갑차 수십대가 대열을 형성하며 대기하고 있더니 1해병사단장의 대통령에 대한 보고를 시작으로 <현장에서 실제로 합동 상륙작전이 전개되었습니다>.
작년 국군의 날 기념식이 떠오르는 공중사열과 전투기동이 시작되더니 아파치 헬기의 엄호아래 상륙돌격장갑차 수십대들이 실제로 연막을 차장하며 영일만 모래사장을 향해 돌격하였고 IBS들과 호버크래프트가 뒤를 이었습니다.
북한이 장엄한 연출을 하기 위해 사람을 대량으로 동원하여 수개월간 열병식연습만 시킨다면, 남한은 그럴 필요없이 그냥 연료- 물자-장비-인력을 실제로 운용하면서 전투역량을 그대로 보여준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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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상륙돌격장갑차에서 하차한 해병대원들이 해안을 점령하고 대형 태극기를 펼치자, 육-해-공-해병의 4개군 군가가 나오면서 참석자들이 모두 일어나 태극기를 흔들며 제창하기 시작했습니다. 직접 보시면 내셔널리즘이 끓어오르는 느낌을 받으실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그렇지만 이 장면의 중요한 포인트는 '국방, 민족, 내셔널리즘같은 것들은 한국 보수세력의 것이다'라는 상징과 고정관념이 정면으로 전복된 순간이라는 점입니다. 그냥 깊게 생각할 것도 없이 '국군에 날 기념식때 현장에서 진짜로 상륙작전을 시킨 대통령이 누가 있나?', '당신은 모든게 다 그저 쇼라고 하지만, 서울거리를 마비시키며 카 퍼레이드나 벌이는것과 상륙작전을 실제로 벌이는것 중에서 무엇이 쇼인가?'라고 되물어봐도 충분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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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적으로는 역시 종전선언과 연관있을 것입니다. 사회자는 식 도중에 직접적으로 '힘을 통한 평화'라는 단어를 꺼냈습니다.
우리 모두는 한반도의 평화를 원합니다. 하지만 북한 손 위에서 놀아나며 우리의 국익을 잃는 방향의 평화는 원치 않습니다. 그래서 외교라는 것은 결코 말로만 하는 것이 될 수 없습니다.
결국은 상반된 두 이견을 가진 국가간의 상호작용이기에 soft power건 hard power건 covert power건 외교와 전쟁은 대전략이라는 지점에서 분리될 수가 없습니다. 클라우제비츠의 '전쟁은 정치의 연장선에 있다'는 유명한 격언처럼요.
그래서 오늘 문재인 대통령이 주관한 73년 국군의 날 기념식은 너무나도 생생한 외교의 현장이었습니다. 북한을 향한 외교이기도 했고 식에 직접 참석한 미군 장성들을 향한 외교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미중갈등속에서 번민할지도 모를 국민들을 향한 외교이기도 했습니다.
48:50부터(* 시간이 지나니 쓸데없는 부분이 편집되었습니다. 그냥 처음부터 보시면 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mMLITKufGo
첫댓글 군가 제창 때 태극기 흔드는 거 보고 좀 놀랐어요 ㅋㅋㅋㅋ 아 이번건 좀 다르구나 하면서 봤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