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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일(雪日)/김남조 겨울나무와 바람 머리채 긴 바람들은 투명한 빨래처럼 진종일 가지 끝에 걸려 나무도 바람도 혼자가 아닌 게 된다.
혼자는 아니다.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나도 아니다 실상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 보는 날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
삶은 언제나 은총(恩寵)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다.
사랑도 매양 섭리(攝理)의 자갈밭의 어디쯤이다.
이적진 말로써 풀던 마음 말로써 삭이고 얼마 더 너그러워져서 이 생명을 살자. 황송한 축연이라 알고 한 세상을 누리자.
새해의 눈시울이 순수의 얼음꽃, 승천한 눈물들이 다시 땅 위에 떨구이는 백설을 담고 온다.
각종 혈연, 지연, 학연, 종교의 관계로 얽힌 한국사회에서 경조사는 빠짐없이 챙기는 우리의 모습, 그렇지만 정작 어려울 때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았다는 최근 통계를 언론을 통해 보았습니다. 최근에 발표된 OECD의 ‘2015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 2015)’에 따르면 한국은 여러 평가부문 가운데 ‘사회적 연계에서 36개 조사대상국 중 꼴찌를 기록했습니다. 사회적 연계는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친척이나 친구, 또는 이웃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을 뜻하는데, 한국인은 72%가 이런 사람이 있다고 답하여서 OECD 평균(88%)보다 낮은 수치입니다. ‘관계가 풍요로워질수록 관심은 빈약해 진다’는 말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모습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어느 글에서 보니 지구의 주인은 과연 누굴까? 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그는 지구상의 인간과 개미의 숫자와 무게를 비교합니다. 개미의 수가 10의 16승으로 지구상 인구 70억과 비교하여 보면 숫자로나 무게로나 아니 역사적으로도 개미가 인간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입니다. 개미의 입장에서는 지구의 주인은 개미 자신이라고 자신 있게 주장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지구상에서 식탁에 올라오는 종류가 5,000가지이며 모기나 진드기처럼 인간을 먹고 사는 종도 1,000가지에 이른다고 하니 모두가 상호 관계가 바로 우리의 모습입니다.
사람의 수명도 관계에 따라 달라진다고 합니다. 짝이 있다가 없는 남자는 9년이 단축되고, 혼자 사는 남자는 17년 단축되고, 사별 후 혼자 사는 여자는 24년이 단축이 된다니 관계의 중요성은 어느 곳에도 적용이 됩니다.
어느 분은 인생 마지막 10년의 행복도 관계를 포함한 3관의 주요성을 강조합니다. 즉 튼튼한 관절(관절), 좋은 인간관계(관계),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할 일(관심사)등 이랍니다. 은퇴의 삶에서도 행복을 위해서는 비재무적요소로 경제활동, 봉사활동, 여가. 취미활동 등 참여와 자아가 원하는 진정한 삶을 위한 새로운 출발, 재 이륙을 위한 배움도 중요하겠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가족, 배우자, 친구, 이웃과의 관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관계의 넓힘보다 중요한 것은 관계의 좁힘을 하는 관계의 재구성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고기가 물을 떠나서 살 수 없듯이 기업도 사회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사회에 대한 실질적 공헌과 봉사활동을 통하여 사회적 신뢰와 공감을 획득해 나감으로써 '좋은 기업', '사랑 받는 기업' 이미지가 사회 곳곳에 뿌리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자신에게 이로운 것이 남에게도 이로우며, 남에게 이로운 것이 자신에게도 이롭다는 불교 정신인데 自利利他와 利他自利, 우리가 기업과 국가를 생각하면서 생각할 주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경영이란 역시 관계의 조화입니다. 즉 다섯 사람에게 사명과 책임을 다하고 다섯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는 활동이 경영이란 주장이 있습니다. 즉 사원과 가족, 거래처 기업과 하청기업의 직원, 고객, 지역 주민, 주주 등 다섯 사람에게 사명과 책임, 행복을 안겨주는 것이 멋진 경영이란 것입니다(사카모토코지 일본 교수)
어린이 교육을 조부모가 하는 세대를 걸러 이루어지는 교육을 격대교육이라 하는데 이의 중요성을 역사적으로 증명합니다. 퇴계 이황은 아들에게 613통, 손자에게125통의 편지를 통하여 교육을 하였으며, 퀴리 부부를 대신하여 할아버지가 손녀 이렌느에게 교육을 하여 손녀는 부모에 이어 2대 연속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였고, 빌 게이츠는 ”할머니의 대화와 독서가 나를 만들었다”고 할머니의 영향을 강조합니다. 오바마 대통령도 두 살 때 부모 이혼으로 “내가 편견 없이 자랄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외할머니 덕분”이라고 회고하고 있습니다. 요즈음 우리나라에서는 젊은 여성들의 육아문제를 할머니 할아버지가 주도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격대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셈입니다.
고독은 가장 힘든 고통입니다. 사람은 대화하지 않고는 살 수 없습니다. 그래서 로빈슨 크로스가 무인도에 착륙한 다음에 그는 고독을 이기기 위해 앵무새를 잡아 말을 가리켰답니다. 누군가를 붙들고 내 마음 속에 있는 잡다한 것들을 떨어 놓을 때 내가 살아 있는 존재라는 것을 느낍니다. 사람은 힘들어도 부딪히면서 서로의 관계 속에서 살게 되어 있습니다. 중죄인에게 벌을 주기 위해 독방에 가둡니다. 사람과의 관계와 교제를 끊는다면 식물인간과 같습니다. 하루 종일 사람도 만나지 못하고 말도 못하고 살아 간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사는 맛이 안 날 것입니다. 더구나 현대는 대중 속의 고독 즉 타인, 사회, 각종 공동체로부터의 소외감을 느끼며 살아 가고 있습니다. 즉 관계의 상실의 시대입니다. 이는 초등 중등학교에서부터 ‘왕따’ 라는 사회적 이슈를 계속 던지고 있기도 합니다.
사마천(司馬遷)은 [사기(史記) 급정열전(汲鄭列傳)]에서 우정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 “한 사람은 죽고 한 사람은 살아 있으면 우정의 진심을 알게 되고(一死一生, 乃知交情), 한 사람은 가난하고 한 사람은 부유하면 우정의 태도를 알게 되고(一貧一富, 乃知交態), 한 사람은 출세하고 한 사람은 천하면 우정의 진정성이 나타난다(一貴一賤, 交情乃見).”관계의 상황에 따라 우정의 참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게 인지 상정입니다.
훌륭한 재목이 못난 목수를 만나는 것은 재앙입니다. 또한 멋진 옥이 안목 없는 장인과 만나면 그냥 돌과 같이 취급되어 가져간 사람의 뒤꿈치만 잘리게 됩니다. 타고난 자질이 뛰어나도 나뿐 친구와 만나면 함께 진흙탕에 뒹굴게 됩니다. 붉은 인주를 가까이하면 붉게 되고 먹을 가까이하게 되면 검게 물들게 되며(近朱者赤 近墨者黑), 쑥이 삼밭에서 자라면 붙들어주지 않아도 곧게 자라고, 흰 모래가 진흙 속에 있으면 함께 검어지게 마련입니다(麻中之蓬). 이 모든 것이 관계 속에서 영향을 받는 우리네의 모습입니다.
“인생의 비밀은 단 한 가지, 네가 세상에 대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세상도 너를 대한다는 것이다. 네가 세상을 향해 웃으면 세상은 더욱 활짝 웃을 것이고, 네가 찡그리면 세상은 더욱 찌푸릴 것이다”(<정글북>의 작가 러디어드 키플링이 아들에게 주는 편지에서) ‘분명히 말한다.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 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테복음,25장40절 ), 나를 도와 주는 사람의 숫자는 내가 도와준 사람의 숫자와 같다(나카타니 아키히로, 내 영혼의 비타민). 이는 인과관계의 진리 입니다.
우리가 점심식사를 위해 음식점에 갑니다. 한 종업원은 고객에게 ‘무엇을 주문하시겠습니까?’ 또 다른 종업원은 ‘오늘 좋은 일 있으신 가봐요?’ 라고 첫만남의 말을 시작합니다. 전자는 서비스에 충실한 것이고 후자는 관계로 시작하는 서비스입니다. 어느 시작이 효율성이 높은 인사말일까요? 인간관계 투자이익률 (ROIR, Return on investment relation)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금전적 차원에서 ROI를 측정하고 관리하는 것 보다 인간 관계 투자가 안겨줄 가치를 측정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서울대의 김난도 교수는 서울대 졸업식 축사에서 직업별 관계놀이를 지적한 바가 있습니다. ‘정치인들은 나라의 분열을 걱정한다면서 실은 자기 재선을 위해 국민을 이념으로 지역으로 갈라놓고 갈등을 이용하는‘정파놀이’, 관료들은 공익을 도모한다면서 실은 자기 예산과 영향력을 확대시키기 위해 나라의 시스템을 비효율로 몰아넣는‘규제놀이, 대기업은 국가경제에 이바지한다면서 단가 후려치기, 사람·기술 빼앗기 등 각종 불공정한 관행으로 시장을 황폐화시키는 ‘갑질놀이’, 일부 고용주들은 취업난을 악용해 ‘열정페이’다 뭐다 해서 청년 구직자의 노동을 약탈하는 ‘착취놀이’, 저를 비롯한 교수들은 이러한 현실적 문제를 수수방관하며 자기 연구실적만 채우는 ‘논문놀이’를 하고 있다고 힐란하고 있습니다. 이 또한 관계의 이기주의입니다.
직장에서 사표를 낸 사람 중 80% 이상이 일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인간관계가 힘들어서 입니다. 회사에서는 일만 잘하는 직원 보다 일도 잘하는 직원을 선호합니다. 이토록 관계의 중요성이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제가 자주 인용하는 말입니다. ‘어느 구름에서 비가 내릴지 모른다’ 언제 어디서 또 다시 어떤 상황으로 만남이 이루어질지 아무도 모릅니다. 만남이든 이별이든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이 중요합니다. 특히 가능하면 뒷모습이 아름다운 이별을 하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현실에 살면서 여러 가지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정치인에게서 권력을 빼고, 기업가에서 명함을 빼고, 연극배우에게 무대를 빼고, 부자에게서 돈을 빼고 남는 것이 바로 ‘자신'입니다. 우리의 모든 관계를 빼고 마지막으로 육체까지 빼고 나면, 그 무게는 오직 영혼의 무게 21g에 불과한 존재입니다. 임종을 앞둔 환자의 무게를 미리 측정하였는데 죽는 순간 저울 눈금은 0.75온스(약21g)만큼 줄었답니다 |
첫댓글 일수거사님..워요..
에서 비가 내릴지 모른다
오늘 주신 글.
금요단상..어느
감사히 보고 갑니다...
수고 많으셨어요..행복한 불금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