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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16
씬1. 삼일 빌딩 앞 (전편, 마지막 장면에서)
(미주가 신발을 품에 안고 나지막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미주 : (이어서)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면... 비단 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2절 이어서 노래..)
(그 모습을 보던 강모, 뭔가에 이끌리듯 미주 앞으로 천천히 다가간다.
점점 가까워지는 데 미주가 어느새 어린 미주로 변해 있다. 어린 미주, 나지막이 노래 부르며...
강모, 그 앞에 서는데 다시 성인이 된 미주가 손에 신발을 든 채...
강모, 보는데... 미주, 그제야 강모를 보더니...)
미주 : 뭐에요? 여까지 쫓아왔어요?
강모 : ... (눈물이 고여 온다)
미주 : ..? (이상해서, 보는데)
강모 : (눈물이 주르르 흐르고) 미... 미주야...
미주 : ... (멍해져서)
강모 : 미주야....
미주 : 오.. 빠?
강모 : ... (눈물이 흐른다)
미주 : 가, 강모 오빠?
강모 : ...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 끄덕인다)
미주 : (눈물 고인다) 오빠..
강모 : (울며) 미주야... (팔을 벌린다)
미주 : 강모 오빠..!!
(미주, 울음 터뜨리며 강모를 껴안는다. 두 사람, 서로 껴안고 우는데..)
씬2. 동, 삼일빌딩 앞 (시간 경과)
(지나가는 사람들... 강모와 미주가 나란히 계단에 앉아 있고..)
미주 : 대전에 있는 고아원에서 도망쳐 나왔어. 하루라도 빨리 서울로 올라오려고 열심히 일했는데... 돈이 잘 안 모이더라구.
강모 : .. (애처롭게 보다가) 미안해, 미주야..
미주 : 아냐.. 내가 잘못한 건데 뭐... 오빠가 기다리라고 했는데... 큰 오빠 닮은 사람이 지나가길래...
강모 : (어깨를 감싸고 안는다) 이제부터 오빠가 호강 시켜 줄게. 그동안 고생한 거.. 다 보상해 줄게.
미주 : (강모 허리를 꼬옥 안는다) 다시는 오빠하고 안 떨어질 거야.
강모 : .. (미주를 끌어 앉고)
씬3. 중국집 안
(자장면과 군만두가 놓여 있다.
자장면을 맛나게 먹고 있는 미주.. 그런 미주를 보며 흐뭇하게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는 강모...)
미주 : 고아원에 있을 때, 제일 먹고 싶었던 게 자장면이었어. 그때부터 오빠들 만나면 자장면 사달라고 해야지.. 그랬거든.
강모 : (물끄러미 본다) 나두 참 바보 같아. 우리 미주, 하나도 안 변했는데... 옛날 모습하고 똑같은데...
미주 : 나두 바보 같지 뭐. 오빠를 못 알아 보구..
강모 : .. (미소, 먹으려는데)
미주 : 큰 오빠 소식은 모르지?
강모 : .. (씁쓸해진다)
미주 : 그래도 다음부턴 혼자 안 기다려서 좋다. (기분 좋게 먹는다)
강모 : .. (보다가) 미주야... 형... 못 찾을 거 같아.
미주 : (본다)
강모 : 어쩌면 형... (말을 못 잇는데)
미주 :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강모 : ...
미주 : (아무렇지 않게) 나도 그런 생각 안 해본 거 아냐. 큰오빠가 삼일빌딩이 어딘지 몰라서 안 찾아올 리 없을 테니까..
강모 : ..
미주 : 그치만, 나 큰 오빠 끝까지 기다릴 거야.
강모 : 미주야..
미주 : 난 큰 오빠 죽었다고 안 믿어. 오빤 그렇게 믿어?
강모 : 아니...
미주 : 것 봐. 그럼 늙어 죽을 때까지라도 기다려야지.
강모 : (눈물 고여 오고) 그래... 기다리자... 형 나타날 때까지.. 우리 포기하지 말자...
씬4. 미주네 집 앞
(성모와 찬성이 다가온다)
찬성 : 이 집이에요.
(성모, 잠시 안쪽을 둘러보다가 들어서는데..)
씬5. 미주 방 안
(들어서는 성모와 찬성...)
찬성 : 이미 중정요원들이 한번 뒤졌던 곳이에요.
(성모, 주변을 살피더니 벽지를 손으로 더듬는다. 뭔가를 느끼고는 벽지를 뜯어내는데... 그 곳에서 나오는 장부..
찬성, 놀라는데... 성모, 장부 펼치며..)
성모 : (미소) 참 영리한 아이 아니냐? 이런 데 숨겨 놓을 생각도 다하고..
씬6. 달동네
(미주네 동네를 걸어 올라가는 강모와 미주...)
미주 : (걸음 멈추고) 근데, 오빠... 오빠 말대로 하면, 정말 우리 회장님 무사할 수 있는 거야?
강모 : 말했잖아. 그 장부가 세상에 공개되면 홍회장님, 위험해 질 수 있어.
미주 : (걱정스럽게) 회장님이 장부 찾으면 뭐라고 하지?
강모 : 사실 대로 말씀 드리고 설득하면 돼. 이 오빠가 알아서 할게.
미주 : (밝게) 알았어, 오빠만 믿을게.
(강모와 미주, 걸어가는데... 이때, 위쪽에서 성모와 찬성이 내려온다.
성모와 찬성이 갈림길로 내려가는데... 다른 쪽 갈림길에서 미주와 강모가 올라가고..
성모와 강모, 미주들.. 그렇게 서로 엇갈린다)
씬7. 미주 방 안
(들어서는 미주와 강모... 미주, 벽지가 뜯어진 것을 보더니 놀라서...)
미주 :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이 안에 둔 걸 누가..?
강모 : (살펴본다, 뭔가 직감하고) 틀림없이 그 안에 뒀니?
미주 : 어... (주변을 살피는데)
강모 : 너 말고, 여기 둔 거 아는 사람 누구야?
미주 : 회장님..
강모 : 홍회장?
미주 : .. (고개 끄덕인다)
강모 : .. (생각)
씬8. 홍기표네 집 앞
(신문지를 칼처럼 말아 쥔 홍기표... 맨발 차림으로 대문 앞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미친 짓을 하고 있다)
기표 : (광기어린 눈빛, 신문지 칼을 휘두르며) 여긴 우리 집이야..! 아무도 못 들어 와..! 어딜 들어오려고..!
(남녀 행인들이 지나가며 놀라서 피하고..)
기표 : (신문지 칼을 휘두르며) 네 놈들 속셈을 모를 줄 알아? 우리집에 있는 돈 다 훔쳐 갈려구...!
절대 못 뺏어 가...! 어림도 없어!
(홍기표, 안으로 들어가더니 대문을 쾅 닫는다.
일각의 승용차 안... 요원 1이 기표를 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데...
이때, 창문을 똑똑 두드리는 성모와 찬성.. 요원1, 얼른 차 안에서 내리고..)
요원1 : 여긴 어쩐 일이세요?
성모 : 요 근처, 지나가다가.. 수고가 많다?
요원1 : 죽겠어요. 미친 짓 구경하는 것도 한 두 번이지.. 나까지 돌겠다니까요?
성모 : 밥은 먹었냐?
요원1 : 등가죽 붙은 거 안 보이세요?
성모 : 둘이 먹고 와. 내가 봐줄게.
요원1 : 정말요? 고맙습니다.
찬성 : 가자. 맛있는 거 사줄게.
(요원1과 찬성이 간다. 성모, 금방 눈빛 변하며 홍기표네 집쪽을 보는데..)
씬9. 동, 집 안 서재
(홍기표가 생각에 잠겨 있다. 이때, 들어서는 성모... 기표, 놀라며)
기표 : ..! (성모를 알아보고) 여긴 어떻게?
성모 : (장부를 내놓는다) 이거, 홍회장님이 보관하고 계십시오.
기표 : .. (받는다)
성모 : 조필연이 식모 쪽도 의심하고 있어요. 차라리 여기가 안전합니다.
기표 : 언제쯤 감시가 풀릴 것 같습니까?
성모 : 곧 조필연이 보궐선거에 출마할 겁니다. 그때가 기회예요.
기표 : 알겠습니다. 그때까지 기다리죠.
성모 : ... (돌아서서 나가려는데)
기표 : 저..
성모 : (돌아본다)
기표 : 이런 부탁을 해도 될 런지 모르겠지만..
성모 : 말씀해 보세요.
기표 : 우리 식모애가 오빠들을 찾아 달라면서 나한테 부탁을 한 게 있습니다.
그 아이한테 다른 건 못해줘도 그것만은 꼭 좀 들어주고 싶어서...
성모 : 사람을 찾아 달라는 겁니까?
기표 : (누런 봉투를 건넨다) 여기에 그 아이가 찾는 사람들 이름하고 생년 월 일이 있습니다.
성모 : (봉투를 받는다)
기표 : 미안합니다. 이런 부탁까지 해서..
성모 : 아니에요. 시간 날 때 부하들 시켜서 찾아보겠습니다.
(성모, 나간다. 기표, 자리에 앉으며 장부를 보는데...)
씬10. 미주네 방 안 (밤)
(미주가 강모의 무릎을 베고 잠들어 있다. 강모, 조심스럽게 무릎을 빼내고 베개를 베어준다.
잠시 잠이 든 미주를 보고는... 강모, 이불을 덮어주고 밖으로 나가는데...)
씬11. 중정, 성모 방 (그 밤)
(불이 꺼져 있는 사무실 안... 성모가 들어선다.
불도 켜지 않고 자리에 앉는 성모... 잠시 손에 든 누런 봉투를 보다가 대수롭지 않게 서랍 안에 툭 던져 넣는다.
피곤한 듯 생각에 잠기는데...)
씬12. 만보건설 로비
(막 출근 하는 정연과 강모... 여직원들이 모여서 쑥덕거리다가 정연과 눈이 마주치자 얼른 딴 짓을 한다.
정연, 뭔가 이상하지만 인사 꾸벅 하는데... 직원들, 마지못해 인사하고...
정연, 그들을 지나가는데 뒤쪽에서...)
여자1 : (낮게) 어휴, 회장 딸이 좋긴 좋네...
여자2 : 아무튼, 아빠 복에 남편 복에... 부러워 죽겠네.
여자3 : 쉿, 듣겠다.
정연 : ... (그 소리 듣고 멈춘다)
강모 : 신경 쓰지 마세요.
정연 : ... (화 참고 가는데)
씬13. 동, 기획실 안
(문성중과 남자 대리 1, 2, 여직원 1, 2들이 모여서 쑥덕대고 있다)
대리1 : 대체 우리 몰래 언제 연애를 한 거야?
여직원1 : 그러게요, 맨날 아옹다옹 하더니..
성중 : 그러니까 남녀 관계 모른다잖아.
여직원2 : (질투) 분명히 먼저 꼬리 친 게 확실해...
(이때, 들어서는 정연... 직원들, 딴전 피우며 얼른 흩어지는데..)
정연 : (분위기 알아채고, 화난다) 저기요? 방금 무슨 얘기들 했어요?
성중 : 예? (당황) 별게 아니라..
여직원1 : 정말, 실장님하고 결혼하세요?
정연 : ...!! (그것 때문이었구나)
여직원2 : 회사에 소문이 파다하던데. 정말 두 분이 결혼하시는 거 맞아요?
(이때, 민우가 실장실에서 나온다)
민우 : 오늘 저녁, 회식 있습니다. 약속들 있으면 취소하세요.
성중 : 회식이요? 야, 이게 얼마 만에 회식이야?
(다들 좋아하는데.. 정연, 민우를 노려본다. 기분 상한 채...)
씬14. 중식당, 방 안
민우 : (잔을 치켜들고) 만보건설과 기획실을 위하여..
좌중 : (잔을 맞대며) 위하여..!!
(다들 맥주를 마신다. 정연과 민우가 나란히 앉아 있고 문성중과 대리1, 2, 여직원1, 2들이 앉아있다. 음식들이 차려져 있고...)
성중 : 두분, 그동안 연애 하셨으면서 어떻게 그렇게 감쪽같이 속인 겁니까?
민우 : 미안합니다. 다들 배신감을 느끼셨다면 봐주세요.
여직원1 : 궁금해서 그러는데요 두 분 중에 누가 먼저 프로포즈 하셨어요?
민우 : 제가요.
정연 : ... (본다)
여직원2 : (실망) 정말요? (민우에게) 정연씨, 어디가 그렇게 좋았는데요?
민우 : (정연 보며) 웃는 게 예뻐서... 한 눈에 반했어요.
정연 : ... (술 마시다가, 비웃듯 픽 웃는)
대리1 : 그럼 정연씬, 실장님 어디가 매력적이었어요?
정연 : (시쿤둥) 글쎄요...
민우 : 나도 알고 싶은데... 대답 하시죠?
정연 : (마지못해) 그냥... 능력 있고 멋있어서요.
성중 : 에이, 대답이 너무 식상하시다.
민우 : (웃는다) 아니에요. 난 듣기 좋은데요?
정연 : ... (괜히 약이 올라서 맥주를 벌컥 벌컥 마시는데)
여직원1 : 우리 나이트클럽 가요, 실장님.
민우 : 춤추자고요?
여직원2 : 회식인데, 춤이 빠지면 안 되죠. (애교 섞인) 나이트클럽 가요, 실장님..
정연 : ... (못마땅하고)
씬15. 나이트클럽 안
(신나는 음악이 울려 퍼지는 스테이지... 민우가 여직원들에게 둘러싸여서 춤을 추고 있다.
문성중과 여직원1, 2.. 대리 1, 2들이 함께 어울리며 신나게..
정연이 혼자 맥주를 홀짝거리며 테이블에 앉아서 무대 쪽을 보고 있고.. 정연, 재미없다.
이때, 블루스 음악으로 바뀌며 다들 들어와 자리에 앉는데..)
성중 : (정연과 민우에게) 두 분이 나가서 춤 한 번 추시죠.
정연 : (당혹) 됐어요, 저 춤 못 춰요.
대리1 : 에이, 곧 결혼하실 건데... 저희도 보고 싶어요.
대리2 : (민우에게) 뭐하세요? 이럴 땐 남자가 적극적으로 나셔야죠.
민우 : .. (손을 내민다) 춤 한 번 추실래요?
정연 : .. (약이 올라서, 이를 악물듯 낮게) 나 춤 못 춘다고 했잖아요.
(민우, 정연의 손을 덥석 잡아서 끌고 나간다. 정연, 반항도 못하고 끌려가는데...
무대 위에 오르는 두 사람.. 몇몇 커플들이 블루스를 추고 있고..
정연이 객석을 보면 기획실 직원들이 다들 기대에 찬 듯 손까지 흔들어 보이며...
민우와 정연, 어색하게 손을 잡고 브루스를 추기 시작한다)
정연 : (곱지 않게) 우리 결혼 소식, 민우씨가 알렸어?
민우 : 어차피 다 알게 될 텐데, 뭘 그렇게 신경 써?
정연 : 오늘 그것 때문에 전체 여직원들한테 얼마나 눈총 받았는지 알아?
마치 내가 싫다는 사람, 회장 딸인 거 이용해서 억지 결혼하는 것처럼...
민우 : (피식 웃으며) 뭐, 아주 틀린 말은 아니잖아.
정연 : (발끈) 뭐에요?
민우 : 다른 건 다 무시하면서 회사 사람들은 신경 쓰이나보지.
정연 : 자꾸 비아냥거릴 거야?
(민우, 정연을 품 안으로 확 끌어당긴다. 정연, 놀라는데....)
민우 : 그런 오해 풀려면, 서로 사랑하는 것처럼 보여줘야지...
정연 : ...!
민우 : (끌어안은 채, 귓전에) 머리 좀 내 어깨에 기대는 게 어때? 그게 좋을 것 같은데..
(정연, 고개 빳빳이 들고 노려본다. 민우, 눈짓으로 테이블 가리킨다.
정연, 보면.. 직원들 모두가 쌍심지를 키고 춤추고 있는 정연과 민우를 보고 있다.
민우, 눈짓으로 어깨에 기대라고... 정연, 어색하게 민우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인상 쓰는데...
민우, 정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꼭 안는다)
민우 : (씩 웃으며) 인상 쓰지 마. 사랑하는 사람 품에 안겼는데 웃어야지.
(정연, 분통 터진다. 일부러 민우의 발을 콱 밟아 버리는데..! 민우, 아파서 얼굴 구겨지고...)
정연 : 어머, 미안해. 내가 이런 춤은 첨이라..
민우 : ... (보는데)
정연 : (미소) 웃어야지.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인상 쓰면 돼?
(정연, 자연스럽게 민우 품에 안긴다. 민우, 그런 정연 보고 어의가 없어서 픽 웃는데...)
씬16. 달리는 택시 안 (그 밤)
(민우와 정연이 뒷좌석에 타고 있다.
술에 취한 정연이 졸고 있고... 민우, 보다가 가만히 정연의 머리를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해 준다.
정연, 민우의 어깨에 기댄 채 편하게.. 민우, 그런 정연을 물끄러미 보다가)
민우 : (기사에게) 천천히 가세요.
기사 : 네?
민우 : 늦어도 좋으니까, 천천히 이 곳 한 바퀴 더 도세요.
기사 : 알겠습니다.
(민우, 어깨에 기대어 잠든 정연의 볼에 가만히 손을 대 본다. 사랑스럽다)
씬17. 집 근처 골목
(술에 취한 정연을 민우가 부축해서 온다.
강모가 걱정스럽게 기다리고 있다가 정연을 보고는...)
강모 : 아가씨..! (부축하려는데)
민우 : 손대지 마..!
강모 : .. (멈칫, 손 댈 수가 없다)
민우 : 정연아.. 내 등에 업혀.
정연 : .. (비몽사몽) 강모..? 강모니..?
(민우, 화난다. 정연을 들쳐 업고는 가는데.. 강모, 씁쓸하게 보는데..)
씬18. 정연 방 안
(민우, 정연을 침대에 눕힌다. 강모가 문 앞에 서 있고... 민우, 정연에게 이불을 덮어주고는 잠시 보다가...)
민우 : (강모에게) 잠깐 나가서 얘기 좀 할까?
강모 : ... (본다)
씬19. 집 앞 골목
(강모와 민우가 마주보고 있고...)
민우 : 이제 그만 정연이 옆에서 떨어져.
강모 : .. (화가 난다)
민우 : 우리, 곧 결혼할 사이야. 내가 그 정도는 요구 할 수 있겠지?
강모 : (화 참고, 애써 태연하게) 얘기 끝났지? 잘 가라. (돌아서려는데)
민우 : 내가 모를 거 같냐?
강모 : (본다)
민우 : 니가 내 아내 될 사람, 사랑하고 있다는 거... 나, 더는 못 참아.
강모 : ..!! (노려본다)
민우 : 내가 보는 데서, 다신 정연이한테 얼씬거리지 마.
강모 : ...
민우 : 어쨌든.. 그동안 정연이 지켜준 건, 고맙다고 해 줄게. (가려는데)
강모 : 야, 조민우..
민우 : (본다)
강모 : (노려보며) 만약 우리 아가씨 불행해지면... 그땐 너, 내 손에 죽어.
민우 : 우리 아가씨..? (노려본다) 너만 없어지면.. 정연이 행복해질 거다.
(민우, 조소하듯 간다. 강모, 분했던 감정이 이내 가슴 아픈 걸로..)
씬20. 만보건설 전경 (낮)
시덕 : (E) 뭐? 니 동생을 만났단 말이야?
씬21. 용역반 사무실 안
(강모와 시덕이 앉아 있다)
시덕 : 야, 너..! (어깨 툭 치며) 축하한다, 임마.
강모 : 이번 일 끝내면, 나 회장님한테 집 한 칸 얻어 달라고 부탁할 거다.
시덕 : 회장님 댁에서 나갈려구?
강모 : 이젠 미주하고 같이 살아야지.
시덕 : 하긴... (슬쩍 눈치 보며) 정연이도 시집가고 나면, 니가 그 집에 붙어 있을 이유가 없지...
강모 : ... (씁쓸하게)
시덕 : 근데, 장부는? 니 동생이 갖고 있는 거 맞아?
씬22. 동, 밖 복도
(다가오는 정식.. 막 문을 여는데... 그 안에서)
강모 : (E) 홍기표 회장이 가져 간 거 같아.
정식 : ..! (듣는다)
씬23. 동 사무실 안
시덕 : 그 장부를 홍회장이 가져 갔다구?
강모 : 어, 한발 늦었어.
정식 : (들어서며) 진짜냐?
강모 : ..!
시덕 : 도련님..?
정식 : 지금 그 장부가 홍회장한테 있단 말이지?
강모 : ... (낭패스럽고)
정식 : 너, 그거 손대지 마.
강모 : (자리에서 일어선다) 도련님...
정식 : 그거, 내가 빼내 올 테니까 넌 이쯤에서 손 떼. 알아들어?
강모 : 제가 할게요.
정식 : 뭐?
강모 : 잘못 건드리면 산통 다 깨지는 수가 있어요. 차라리 내가 빼내서 도련님 드릴 테니까..
정식 : 이게 정말 죽으려구...! (강모의 정강이를 걷어찬다)
강모 : ..!
정식 : 뭐? 산통을 깨? 내가 그렇게 미련해 보여? 어?
강모 : 도련님..
정식 : 너, 내가 손대지 말라고 분명히 말했다? 내 말 어기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밖으로 나간다)
시덕 : 아, 저 고춧가루 같은 새끼...
정식 : (고개 쑥 내밀고) 지금 고춧가루라고 그랬냐?
시덕 : ..! (놀라서) 예? 이빨에 고춧가루가 껴서.. (이를 만지는 시늉)
정식 : ... (노려보며 사라지고 나면)
시덕 : 어떡하냐? 저 놈이 나서면 틀림없이 쪽박 깨질 텐데.
강모 : ...
시덕 : 야, 그냥 내버려 둬라. 막말로 잘못되면 지 아부지 끌려가지 울 아부지 끌려 가냐?
강모 : ... (걱정스럽게)
씬24. 홍기표네 집 앞
(엠블란스가 서 있고... 흰색 가운에 마스크를 쓴 사내 두 명이, 양팔을 묶인 홍기표를 억지로 차에 태우고 있다)
기표 : (반항한다) 너희들 누구야..! 날 어디로 또 끌고 가는 거야?
(홍기표가 차에 타면 뒷문이 탁 닫히고.. 사내들이 차에 오르면 엠블란스가 사이렌 소리를 내며 출발하는데...
그 일각의 차 안에 요원1과 고재춘이 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데..)
요원1 : 따라 갈까요?
재춘 : 본부로 들어가.
요원1 : 알겠습니다. (시동 건다)
씬25. 한적한 도로
(승용차가 서 있고, 선글라스를 낀 성모와 찬성이 그 안에 있다.
다가와 서는 엠블런스... 운전석에 흰색 가운 차림의 박소태와 조수석에 김실장이 있고...)
기표 : 자네들은 여기 있어.
(기표, 엠블란스에 내려서 승용차 쪽으로 간다. 차 창문이 열리고..)
성모 : 어디, 숨어계실 데는 있습니까?
기표 : 친구 명의로 사둔 별장이 하나 있습니다.
성모 : 제가 연락드릴 때까지 그곳에서 꼼짝 말고 계십시오.
기표 : 알겠습니다.
(승용차가 출발한다. 기표, 보는데...)
씬26. 달동네 골목 (낮)
(강모가 TV 상자를 어깨에 메고 계단을 오르고 있다)
씬27. 미주 방 안
(미주는 일 나가고 없다. 강모가 작은 흑백 TV를 막 설치 하고는 흐뭇하게 본다. 메모지를 꺼내더니 뭔가를 적는데...)
강모 : (E) 오빠가 너, 보라고 텔레비전 한 대 샀어. 오빠 없다고 심심해하지 마. 알았지, 미주야?
(강모, 다 쓴 메모지를 TV 화면에 붙여둔다. 기분 좋고..)
씬28. 다방 안
(소태가 앉아 있다. 짧은 치마의 레지가 옆 테이블의 빈 커피 잔들을 치우고 있고...
소태, 빤짝거리는 구두 앞코를 바짓단에 쓱쓱 문지르더니 슬며시 치마 속으로 들이민다. 엿보려는데..
이때, 레지가 하이힐로 박소태의 구두를 질끈 밟는다. 소태, 아파서, 악..! 오두방정...)
레지 : 어머, 죄송해요.
소태 : (아파 죽겠고) 아, 아냐.. 괜찮아.
(레지, 가고 나면 소태 아파서 구두를 벗은 채 발을 호호 불어가며 주무르는데..
이때, 정식이 그 앞에 다가온다)
정식 : 니가 박소태냐?
소태 : ..! (얼른 발 치우고, 일어선다)
정식 : 앉아. (자리에 앉고)
소태 : .. (앉으면)
정식 : 너, 나 알지?
소태 : 예, 만보건설 자제분이신...
정식 : 후계자, 임마.
소태 : 예, 후계자 되시는 황자, 정자 식자...
정식 : 홍기표 회장, 지금 어디 있어?
소태 : ... (머뭇) 저, 무슨 일로 그러시는지...
정식 : 내가 홍회장한테 찾을 물건이 좀 있거든. 날 도와주면.. 니 출세 길, 내가 보장해 줄게.
소태 : .. (놀라서)
정식 : 어디 있어, 홍회장?
씬29. 저수지
(한적한 산중의 저수지다. 인적이 없고... 홍기표가 낚싯대를 드리우고 앉아서 생각에 잠겨 있다)
씬30. 만보건설 용역반 사무실
(시덕이 막 작업복으로 갈아입는데 정식과 소태가 들어선다)
정식 : 강모 어딨어?
시덕 : 일이 있어서, 나갔는데요.
정식 : 강모 차키 내 놔.
시덕 : 차 키요? 도련님 차는 어쩌구..?
정식 : 아버지한테 빼앗긴지가... (하다가) 키 내놔, 임마.
시덕 : ... (주머니에서 차 키 꺼내 건넨다)
정식 : (차 키 받고, 소태에게) 가자. (급히 나간다)
소태 : (따라 나가고)
시덕 : (뭔가 이상해서) 박소태가 여긴 웬일이야?
씬31. 별장 안
(산중의 작은 별장 안이다. 혼자 양주잔을 기울이고 있는 홍기표.. 탁자에 장부가 놓여 있고... 이때, 전화벨이 울린다)
기표 : (수화기 들고) 네..
성모 : (F) 접니다.
씬32. 중정, 성모 방
(성모, 통화중이다. 찬성이 옆에 있고...)
성모 : (수화기 들고) 힘드시더라도... 조필연과 민홍기가 국회의원 선거에 나올 때까진 그곳에 숨어 계셔야 합니다.
찬성 : .. (심각하게 보는데)
성모 : 제아무리 조필연이라도.. 선거 유세 자리에서 그 장부를 공개한다면... 막을 수 없을 겁니다.
씬33. 별장 안
기표 : .. (수화기 들고) 알겠습니다.
(홍기표, 수화기 내려놓는다. 장부를 집어 들더니 잠시 생각에 잠기는데.. 뭔가 굳게 다짐하는 눈빛으로...)
씬34. 별장 앞
(승용차가 다가와 선다. 운전석에 소태가 있고 조수석에 정식이 있다)
소태 : 여깁니다.
정식 : .. (내다본다)
소태 : 안에 계신지 보고 올까요?
정식 : 넌 여기 있어.
(정식, 차에서 내려서 간다. 소태, 잠시 보다가...)
소태 : 분명히 출세 길 보장해 준다고 했지? 그래, 만보건설 후계자라는데.. 강모만 믿고 기다리는 것 보단 낫겠지, 뭐...
씬35. 동, 별장 안
(욕실.. 홍기표가 샤워중이다.
거실 쪽... 정식이 들어선다. 주변을 살피는데 아무도 없고.. 탁자 위에 먹던 양주병이 놓여 있다. 그 옆에 장부가 있고...
정식, 장부를 펼쳐보더니 놀라는 표정으로... 정식, 환희에 찬 표정으로 돌아서는데
실내 가운 차림으로 막 욕실에서 나오는 홍기표.. 서로 놀라는 두 사람...!!
기표, 정식의 손에 든 장부를 보고는...)
기표 : 너 누구야?
(정식, 도망치려는데 홍기표가 등산용 곡괭이를 집어 든다. 정식, 겁먹는데.!)
기표 : (살핀다, 알아보고) 너...? 황태섭 회장 아들..?
정식 : ... (낭패스럽게)
기표 : (장부를 보며) 그 장부.. 이리 내.
정식 : 저기... 홍회장님...
기표 : (당장 찍을 듯이) 그거 내 놔..!!
정식 : (움찔 놀라며) 혀, 협상하자고 온 겁니다.
기표 : 협상?
정식 : 이거.. 저한테 넘겨주세요. 그럼 내가 아부지한테 얘기해서 홍회장님 도와드리겠습니다.
기표 : (광기어린 눈빛) 도와줘? 어떻게?
정식 : 부도를 막아달라면 막아주고.. 아무튼 홍회장님이 원하시는 대로..
기표 : 그거부터 이리 내.
정식 : 이건 죽어도 못줘요.
기표 : 죽어도 못줘?
(기표, 등산용 곡괭이를 휘두른다. 정식, 한쪽 팔로 막는데 어깨 쪽에 찍히고..!
정식, 악, 비명소리를 지르며 홍기표의 허리를 휘어 감고 뒤로 밀어버린다.
발에 뭔가 걸리며 그대로 뒤로 넘어가는 홍기표.. 벽돌로 된 페치카 벽에 뒤통수를 박는다.
기표, 눈을 부릅뜨고 주르륵 벽에 등을 기댄 채 주저앉는데...
정식, 급히 도망치려다가 뭔가 이상해서 돌아보면 기표가 눈을 뜬 채 주저앉아 미동도 없다.
정식, 놀란 채 조심스럽게 다가오고...)
정식 : 호, 홍회장님..?
(정식, 기표를 흔드는데 그대로 옆으로 털썩 쓰러진다. 벽에 묻은 뒤통수 쪽의 피...
정식, 놀라며 터져 나오는 비명을 손으로 막는다. 그러나 새어나오는 비명...
정식, 장부를 손에 든 채 겁에 질려 도망쳐 나오는데...)
씬36. 동, 별장 밖
(승용차 안에서 소태가 잠시 꾸벅꾸벅 조는데 정식이 장부를 손에 들고 급하게 차에 탄다.
정식, 식은땀을 흘리며 두려움에 떨고 있다)
소태 : 장부.. 찾으셨네요?
정식 : .. (겁에 질린 채)
소태 : (이상하게 보며) 괜찮으세요? (손으로 툭 치는데)
정식 : 악...!! (비명)
소태 : ..!! (덩달아 놀라는데)
정식 : 빨리 가... 빨리..!!
소태 : .. (놀라서 얼른 시동 거는데)
정식 : 아냐... 멈춰.
(정식이 얼른 차에서 내리더니 뒤 트렁크를 연다. 소태, 뭔가 이상해서 차에서 나오려는데..)
정식 : 넌 나오지 마..!
소태 : 네?
정식 : 거, 거기.. 꼼짝 말고 있어.
(정식, 미친 듯이 트렁크 안을 뒤진다. 이강모의 이름이 박힌 작업복이 있고... 거의 다 강모 소지품들이다.
정식, 목장갑을 끼고 ‘대륙건설 이강모’ 이름이 박힌 작업복 주머니 쪽을 잡아 뜯는데.. 쉽게 안 뜯어지고.. 정식, 미친 듯이..)
씬37. 동, 별장 안
(죽어 있는 홍기표...
정식이 조심스럽게 다가오고.. 정식, 홍기표의 손에 뜯어진 작업복 조각을 쥐어준다. 털썩 떨어지는 홍기표 손...
정식, 겁에 질려서 허겁지겁 도망쳐 나오는데... 죽은 기표의 손에 쥐어진 작업복 조각..)
씬38. 달리는 차 안
(소태가 운전 중이다. 정식, 식은땀을 흘리며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고..)
소태 : 저기.. 안에서 무슨 일, 있었어요?
정식 : ..! (노려본다)
소태 : .. (얼른, 그 시선 외면하고)
정식 : 너... 나하고 여기 왔다는 거, 아무한테도 얘기 하지 마.
소태 : 예?
정식 : 여기 온 거, 우리 둘이 비밀이야, 알았어?
소태 : 예... (뭔가 이상하고)
(정식, 어깨가 아픈 듯 손을 대보는데 피가 묻는다. 걱정스러운 표정에서...)
씬39. 만보건설 회장실 안
(황태섭이 혼자 생각에 잠겨 있다)
- 인서트 (전 회에서)
(백파를 만나는 자리에서 나타난 유경옥의 모습 짧게..)
- 다시 회장실 안
(태섭, 심각하게.. 이때, 주영국이 들어선다)
영국 : 퇴근 안 해?
태섭 : 먼저 들어 가. 나 좀 들를 때가 있어.
씬40. 로열클럽 사장실
(양주가 놓여 있고... 경옥이 물끄러미 생각에 잠겨있다.
이때, 노크소리... 지배인이 들어서고..)
지배인 : 황태섭 회장이 사장님을 뵙자고 합니다.
경옥 : ... (잠시 생각)
지배인 : 안 계시다고 할까요?
경옥 : 아냐, 갈게.
(지배인이 나간다. 경옥, 립스틱을 꺼내더니 거울을 보며 입술에 바른다)
씬41. 동, 룸 안
(황태섭이 심각한 표정으로 혼자 술을 마시고 있다. 노크소리가 들리고.. 경옥이 들어선다.
태섭, 경옥을 유심히 보는데... 경옥, 다가와 앉으며..)
경옥 : 무슨 일이시죠?
태섭 : (슬쩍 떠 본다) 이런 말 하면 뭣하지만.. 내가 아는 사람하고 너무도 똑같이 닮아서...
(술을 마신다. 잔을 건네며) 한잔 하시겠습니까?
경옥 : ... (잔을 받고)
태섭 : (술 따르며, 힐끔 보고) 근데.. 그럴 리가 없어요. 내, 이 나이 먹도록 죽은 사람이 살아났다는 소린 단 한 번도 들은 적이..
경옥 : 절 보자고 하신 용건이 그건가요?
태섭 : ... (본다)
경옥 : (태섭의 잔에 술을 따르며) 요즘 만보건설 주식을 사들이고 있어요. 그것 때문에 절 보자고 하신 줄 알았는데...
태섭 : ... (빤히 본다)
경옥 : 곧 업계 일위가 되시겠더군요. 사두면 큰 이익이 되겠어요.
태섭 : ... (보는데, 서서히 굳어지는 표정)
경옥 : 근데.. 저번에 봤던 따님이 회장님 후계자신가요?
태섭 : .... (경옥이라고 확신한다. 눈물 고이며)
경옥 : 사채 빌리러 오는 자리에 딸까지 대동하는 건 흔치 않아..
태섭 : (OL) 정연이.. 안보고 싶었냐?
경옥 : ..! (본다)
태섭 : 니 딸, 보고 싶어서.. 너 그동안 어떻게 참고 살았어?
경옥 : .. (떨리는 감정, 술을 털어 넣는다)
태섭 : 경옥아..
경옥 : (차갑게) 당신이 아는 유경옥 죽었어.
태섭 : ...
경옥 : 정연이를 낳아준 엄마도 죽었고...
태섭 : 독한 거야, 미련한 거야? 핏줄이 그렇게 끊는다고 끊어지는 줄 알아?
경옥 : 나, 이렇게 독하고 미련하게 만든 거 당신이잖아.! 당신이 그렇게 만들었잖아..!!
태섭 : ...
경옥 : (감정 억누르며, 일어선다) 정연이한텐 절대 내 얘기 하지 마세요.
태섭 : 정연이 곧 결혼해.
경옥 : ..!! (본다)
태섭 : 내일 약혼식 올릴 거야.
경옥 : ...
태섭 : 그래도.. 배 아파서 난 자식인데... 에미가 알고는 있어야지.
(태섭, 일어서서 나간다. 경옥, 털썩 주저앉아서 술을 따른다. 잔에 넘치는 술... 서서히 눈물이 고여 오고)
씬42. 황태섭 집, 정연 방
(정연이 피아노를 치고 있다. 약혼식 전날... 심란한 마음을 가다듬으려는 듯 피아노에 열중하고...
이때, 강모가 따뜻하게 덥힌 우유를 가지고 들어선다.
강모, 잠시 정연을 보다가 피아노 위에 우유 잔을 놓아주면.. 정연이 피아노를 멈추고 본다)
강모 : 내일 약혼식이잖아요. 이거 먹고 얼른 자요.
정연 : ... (우유를 한 모금 마신다)
강모 : 한 곡만 더 쳐 봐요.
정연 : 응?
강모 : 피아노...
(정연, 씁쓸하게 미소... 피아노를 치기 시작한다. 강모, 그 모습을 보는데..)
- 인서트 (회상)
(어린 정연이 피아노를 치고 있다. 문틈으로 어린 강모가 그 모습을 엿보고 있는데...)
- 다시 현실
(강모, 울컥한다. 애써 울음 삼키고 그대로 돌아서서 나간다.
정연, 피아노 멈추고 강모 쪽을 보는데...)
씬43. 강모 방
(들어서는 강모.. 시덕이 만화책을 보며 누워있고...
강모, 책상에 앉아 책꽂이에서 경영학 책 한 권을 쓱 꺼내서 펼쳐든다. 시덕, 눈치 보며...)
시덕 : 너, 괜찮냐?
강모 : (건성으로 책 보며) 내가 왜?
시덕 : 내일... 아가씨, 약혼 하는데...
강모 : 아가씨 약혼하는 게 뭐?
시덕 : 너 정말...
강모 : (책에 시선 둔 채, 말 끊고) 부탁인데... 떠들 거면 나가줘.
시덕 : 얌마, 너 그렇게 꾹꾹 누르다 가슴 터져 죽어.
강모 : 사람 쉽게 안 죽어. 눈앞에서 엄마, 돌아가시고, 형, 동생 다 잃어버리고 핏덩어리 같은 막내, 내손으로 입양 보내고도...
나, 밥 먹고 잘 살았어.
시덕 : 강모야..
강모 : 나, 앞으로 내 동생 호강 시킬 생각만 하고 살 거야. (책 보는데)
시덕 : 아씨... 내가 왜 눈물이 나는 거야?
(시덕, 밖으로 나간다.
강모, 고개를 떨군다. 펼쳐진 책 위로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데... 소리 없이 오열하듯이 우는 강모...)
씬44. 호텔 전경 (낮)
씬45. 대기실 / 커튼 안
(정연이 약혼식 드레스를 입는 중이다. 복자와 경자가 도와주고 있고...)
복자 : 잘 좀 잡어, 이 기집애야.
경자 : 잡구 있어.. 어휴, 오랜만에 시간 내서 집에 왔더니...
정연 : 다 됐어요. (거울 보는데)
복자 : 우리 아가씨 너무 예쁘다...
경자 : (쌜쭉해서) 엄만, 이 옷이 얼마짜린데... 안 이쁜 게 이상한 거지...
씬46. 동, 대기실 커튼 밖
(양복 차림의 강모가 약혼식 부케를 들고 서 있다.
이때, 커튼이 열리면서... 단상 위에, 정연의 드레스 입은 모습이 나타난다. 경자와 복자가 드레스를 잡아주며...
강모, 정연을 본 순간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멍해지는데...)
정연 : 이상하지?
강모 : 아, 아뇨... (씁쓸하게) 예뻐요... 정말...
정연 : ... (미소)
강모 : (부케 건네주며) 이거요.
(정연, 부케를 받는다. 강모가 손을 내밀면 정연이 강모의 손을 잡고 단상에서 내려오는데..
이때, 민우가 들어선다. 민우, 잠시 굳어지다가...)
민우 : 시간 다 됐어. (손을 내민다)
(강모, 어쩔 수 없이 민우에게 정연의 손을 넘겨주고...
정연, 민우의 손을 잡고 나간다. 복자와 경자가 따라 나가고..
씬47. 호텔 연회장 (몽타주)
(몇몇 하객들만 초청된 약혼식이 진행 되고 있다.
황태섭과 남숙, 어딘지 불안해 보이는 정식이 있고... 맞은편에 조필연과 양명자가 있다.
주례석에서 오병탁이 흐뭇하게 보고 있고...
잔잔한 음악이 흐르며... 촛대에 촛불이 하나 둘씩 켜지고... 정연과 민우, 손을 잡고 나온다.
하객 석에서 박수를 치는 성모와 한명석, 천, 백, 조, 박회장들.. 주영국과 문성중, 기획실 직원들. 재수와 복자, 경자...
입구 쪽, 강모가 나타난다. 슬프게 정연을 보는 강모...
성모, 그런 강모를 잠시 보는데...
강모의 시선으로.
민우가 정연의 손에 반지를 껴주고... 정연과 민우가 케잌 불을 같이 끄고... 커팅을 하면... 사람들, 박수 치고...
일각에서 보고 있는 강모도 박수를 친다. 서글픈 미소...
정연과 민우가 키스를 한다. 강모, 눈가에 눈물이 고이며 돌아 나오는데...
그 일각... 선글라스와 마후라로 머리를 감싼, 경옥이 먼발치에서 정연의 약혼식을 보고 있다)
씬48. 동, 호텔 복도
(강모, 씁쓸하게 걸어 나오는데 막 모퉁이에서 급히 나오던 고재춘과 어깨를 부닥친다.
고재춘, 뭔가 다급한지 강모를 본채 만 채 급히 가고.. 강모, 잠시 보다가 가는데...)
씬49. 동, 연회장 안
(조필연과 성모, 황태섭과 정식이 잔을 들고 담소 중이다.
이때, 고재춘이 급히 다가온다)
재춘 : 국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필연 : ..? 뭔데?
재춘 : (태섭을 한번 보고는, 낮게) 홍기표가 죽었습니다.
태섭 : ..!! (놀란다)
성모 : ..!! (놀라는데)
정식 : ... (겁에 질리고)
필연 : 무슨 말이야? 홍기표가 왜 죽어?
재춘 : 살해 된 것 같습니다.
필연 : 뭐? 살해?
정식 : ... (불안한 표정으로)
씬50. 별장 안
(수사 라인이 쳐져 있고 기자들이 몰려와 있다. 연신 터지는 카메라 후래시..
형사들이 홍기표의 시신을 확인해 본다. 기표의 손에 움켜쥐어져 있는 천 조각...
형사가 잡아 빼서 살피면 만보건설 이강모의 이름 석 자가 뚜렷하다)
씬51. 선술집 안
(강모가 혼자 쓸쓸하게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다. 마음이 무겁고 아프다. 술잔을 털어 넣는데..)
씬52. 중정, 조필연 방
(조필연과 성모, 고재춘이 급하게 들어선다)
필연 : 이 사건, 심상치가 않아. 틀림없이 장부와 연관이 있을 거야. (자리에 앉으며) 어떻게 된 건지 니들이 별도로 수사 해.
재춘 : 알겠습니다.
(성모, 심각하다. 이때, 민홍기가 엄가와 함께 들어선다)
필연 : 곧 사표를 낼 사람이 여긴 어쩐 일인가?
홍기 : 홍기표 소식 들었지?
필연 : (본다) 근데? 그 소식을 알려주려고 여기 온 건가?
홍기 : 니가 홍회장을 감시하고 있었다는 거, 알고 있어.
필연 : 뭐?
홍기 : 아마, 장부 복사본을 찾고 있다고 했지?
필연 : 이봐, 민홍기..!
홍기 : 나도 네가 한 짓이 아니라고 믿고 싶다. 국장이나 되는 자가 사욕을 위해서 살인까지 저지르는 거..
우리 중정의 명예에 먹칠이 될 테니까. (밖으로 나간다)
필연 : (노려본다) 그래.. 마음껏 지껄여라. 이번 보궐선거에서.. 피눈물을 흘리게 해 줄 테니...
성모 : ... (생각하는데)
씬53. 황태섭 집 거실 (밤)
(태섭과 남숙, 정연과 정식이 저녁 식사중이다. 복자가 국을 뜨고 있고...)
남숙 : 어휴, 무서워라.. 아니, 어떤 몹쓸 놈이 그런 짓을 해?
정식 : ... (두려움, 건성으로 밥을 먹는 척)
태섭 : 술 없어?
남숙 : 갑자기 술은 왜 찾아요?
태섭 : 나하고는 원수지간이었지만... 그렇게 비명횡사를 했다니까 마음이 안 좋아.
남숙 : 어떤 놈인지, 그런 흉악범은, 잡아서 확 사형시켜버려야 돼.
정식 : ..! (밥 먹다가 몫이 메인다, 켁켁대는데)
남숙 : 천천히 좀 먹어라. (복자에게) 국은 한 생전 푸기만 할 거야?
복자 : 예, 지금 가요. (식탁 위에 국을 놓는데)
(이때, 재수가 급히 들어선다)
재수 : 회장님..! 나와 보십시오. 밖에 형사들이 왔습니다.
태섭 : 형사?
정식 : ..!! (놀라서 숟가락을 떨군다)
씬54. 동 밖 마당 (그 밤)
(형사들과 정복 경찰들이 와 있다. 태섭과 정연, 정식, 남숙, 복자, 재수들이 나오고..)
태섭 : 무슨 일입니까?
반장 : (신분증 내보이며) 여기, 이강모라고 있죠?
태섭 : 근데요?
반장 : 홍기표 회장 살인 용의잡니다.
좌중 : ..!! (놀란다)
정연 : 그게 무슨 말이에요? 강모가 살인 용의자라니요?
반장 : 현장에서 결정적인 증거가 나왔습니다. 지금 집에 있습니까?
재수 : 아직.. 안 들어왔는데요..?
반장 : 이강모 방이 어딥니까?
복자 : 여기.. 이쪽이에요.
(반장과 형사들이 강모 방 쪽으로 간다)
태섭 : 이게 대체 뭔 일이야? 강모가 사람을 죽이다니?
남숙 : 이래서 천길 물속은 알아도 사람 속은 모른다니까? 어휴, 끔찍해..
(정연, 놀라서 생각하다가 급히 밖으로 나간다. 정식, 식은땀을 흘리며...)
씬55. 동 대문 밖
(강모가 힘없이 다가온다. 이때, 경광등을 번뜩이며 대문 앞에 서 있는 경찰차...
강모, 이상해서 가려는데 누군가가 다급하게 강모의 팔을 잡는다)
강모 : 아가씨?
정연 : (다급하게 잡아끌며) 이쪽으로 와, 빨리..
씬56. 인근 공원
강모 : (놀라서) 살인이라뇨? 지금... 누가 누굴 죽였다는 거예요?
정연 : 홍기표 회장이 죽었다고..! 니가 지금 범인으로 몰려 있단 말야..!
강모 : .. (놀라서)
정연 : 너, 아니지? 그치? 니가 그런 거 아니잖아.
강모 : ..! (가려는데)
정연 : (잡는다) 어디 가려구?
강모 : 가서 내가 범인이 아니라고 얘기 해야죠.
정연 : 결정적인 증거가 나왔데.
강모 : 홍회장 만나 적도 없는데, 무슨 증거요?
정연 : (답답하다) 일단 피해 있어.
강모 : 피해 있으면? 세상 사람들이 날 살인자로 생각하라구요?
정연 : 증거가 있다잖아..! 그러다가 니가 진짜 범인으로 누명쓰면 어떡할 건데..?
강모 : ...
정연 : 상황을 알아보고 경찰서에 가도 늦지 않아.
(강모, 답답하다. 그네 기둥을 손바닥으로 내리치는데.. 정연, 생각 난 듯 지갑에서 있는 돈을 다 꺼낸다)
정연 : (건네며) 이거, 받아.
(강모, 본다. 정연의 손가락에 끼어있는 약혼반지가 시선에 들어오고..)
정연 : 어서 받아.
강모 : ... (그 돈을 받는다)
정연 : 밥 굶지 말고.. 절대 경찰한테 잡히지 말구..
강모 : ... (애써, 씁쓸하게 미소) 고마워요, 아가씨...
(이때, 강모의 뒤쪽에서 형사들이 다가온다)
정연 : (놀라서, 낮게) 가, 강모야.. 얼른 도망가..
(강모, 뭔가 낌새를 느끼고 돌아보는데.. 반장과 시선이 마주치고..
반장, 뭔가 이상해서 얼른 손에 든 이강모 사진을 보고는...)
반장 : 이강모다..! 잡아..!!
정연 : 강모야.. 빨리..!!
(강모, 도망친다. 반장과 형사들... 저 놈 잡아..! 소리치며 뒤쫓는데.. 정연, 마음 졸이며..!)
씬57. 경찰서 안
(수사본부가 차려져 있고... 정연이 반장 앞에서 취조를 당하고 있다)
형사 : 얼른 말해 봐. 이강모, 숨어 있는데 어디야?
정연 : 모른다고 했잖아요.
형사 : 둘이 얼굴 맞대고 얘기 했잖아..!
정연 : 진짜 몰라요. 모른다고요..!
반장 : 아가씨.. 범인 은닉죄로 감빵 가고 싶어?
민우 : (E) 모른다는데, 그만 하시죠. (다가온다)
반장 : 당신 뭐야?
정연 : ..? (얼굴 굳는)
민우 : (차갑게) 그만 일어나. (정연의 손을 잡고 일으킨다)
반장 : 이봐? 너 누구냐고?
민우 : 이 여자, 약혼자에요.
반장 : 뭐? 약혼자?
민우 : 감빵에 넣으려면 중앙정보부 조필연 국장한테 연락하세요. 우리 아버지니까. (정연을 끌고 나간다)
정연 : ... (끌려 나가는데)
반장 : (얼어서) 중정... 조필연 국장?
씬58. 동, 경찰서 밖
(민우가 정연의 손을 잡고 나온다)
정연 : (그 손을 잡아 빼고) 놔.. 내 발로 갈게.
민우 : (화나서 본다) 언제까지 이강모를 감싸고 돌 건데?
정연 : (본다)
민우 : 니가 이런다고 달라질 것 같아? 강모, 걔 살인범이야, 사람을 죽였다고..!
정연 : 말 함부로 하지 마.
민우 : 똑똑히 봐. 니 약혼자는 나야. 우리, 곧 결혼한다구..!
정연 : 나한텐 지금 강모가 더 중요해.
민우 : 뭐?
정연 : 걔, 억울하게 살인범 되는 꼴 절대 못 봐. 내가 그렇게 안 만들 거야.
(정연, 간다)
민우 : ... (이글거리는 눈빛)
씬59. 미주네 집 앞 (그 밤)
(다가오는 강모... 잠시 들어갈까 망설이다가..)
강모 : (부른다) 미주야? 자니?
씬60. 미주네 집 안
(미주와 함께 들어서는 강모... TV가 놓여 있다)
미주 : (TV쪽을 보고) 저건 언제 놓구 갔어?
강모 : (미소) 혼자 심심할 때 보라구.
미주 : 비쌀 텐데.. 고마워 오빠.. 참, 저녁은?
강모 : 먹을 것 좀 있니?
미주 : 잠깐만 기다려 오빠? 내가 금방 상 차려 올게.
(미주, 나간다. 강모, TV를 켠다. 뉴스가 나오고 있고.. 강모, 보는데...)
앵커 : (TV속) 다음 뉴스입니다. 대륙건설 홍기표 회장이 살해됐다는 소식입니다.
강모 : ..! (본다)
앵커 : 홍씨는 오늘 아침, 경기도의 모 별장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습니다.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증거물을 바탕으로
이강모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행방을 쫓고 있습니다.
(TV속에 강모의 사진이 나온다. 이때, 와장창 밥상 떨어뜨리는 소리..!!
강모가 보면, 미주가 문 앞에서 놀란 채 TV를 보고 있다)
강모 : 미주야..? (TV를 끈다)
미주 : (들어선다, 놀라서) 아니지..? 오빠가 그런 거 아니지?
강모 : ...
미주 : 그럴 리 없어.. 오빠가 그런 거 아니잖아. 그치? 오빠 아니지?
강모 : 나, 아냐..
미주 : ..
강모 : 날 믿어 미주야... 절대 내가 한 짓 아냐...
미주 : (끌어안는다) 알아.. 오빠가 한 짓 아냐... 오빠가.. 회장님을 죽일 리 없어.
강모 : ...
미주 : (본다) 근데 왜 오빠보고 범인이래?
강모 : 누군가가 일부러 조작한 게 틀림없어.
미주 : 그 사람들이 누군데? 오빠한테 왜 그러는 건데?
강모 : 경찰에서 못 찾으면, 내가 진범을 잡을 거야.
미주 : 오빠..
강모 : 걱정 마, 미주야.. 다, 잘 될 거야.
미주 : 누명을 벗을 때까지 오빠, 딴 데 가지 마. 내가 숨겨 줄게. 여기서 지내면 아무도 모를 거야.
강모 : ... (미주의 손을 잡는다, 마음 무겁게)
씬61. 만보건설 주차장 안 (낮)
(형사들이 승용차를 뒤지고 있다. 트렁크에서 작업복을 꺼내는 형사.. 상의 주머니 쪽이 뜯어져 있고...
형사들끼리 시선 맞추며 고개 끄덕이는데..
그 일각의 승용차 안... 운전석의 찬성과 성모가 형사들을 보고 있다)
성모 : 틀림없이 그 장부, 이강모란 놈이 갖고 있어. 그 놈을 우리가 먼저 잡아야 돼.
정연 : (E) 강모가 한 짓이 아니에요.
씬62. 동, 회장실
(정연이 와 있다. 황태섭과 단 둘이...)
정연 : 아버지도 강모, 잘 아시잖아요.
태섭 : 내가 그 놈한테 일을 좀 시킨 게 있어. 홍기표 장부를 찾아오라고..
정연 : 그래서요? 강모가 살인을 했다고요? 아버지, 그렇게 믿고 계시는 거예요?
태섭 : ... (답답하고) 나도 강모가 그럴 거라곤 생각 안 해. 하지만 사람 일이란 게...
정연 : 강모, 나한텐 절대 거짓말 안 해요.
태섭 : ... (답답하다, 한숨)
(이때, 주영국이 조필연을 데리고 들어선다)
영국 : 조국장님 오셨습니다.
(정연, 조필연에게 목례를 하고는 밖으로 나가고... 영국도 나가면...)
태섭 : 앉으세요. 연락도 없이 어쩐 일이십니까?
필연 : (앉고) 혹시.. 홍기표 장부를 황회장님이 갖고 계십니까?
태섭 : ..! (본다)
필연 : 살인범이 이강모라면, 원한관계는 아닐 테고... 내 생각엔 그 장부와 관련이 있을 것 같은데.
태섭 : 제가 무슨 일로 그 장부를 탐내겠습니까?
필연 : .. (본다, 눈빛) 글쎄요.. 나도 그게 너무 궁금합니다.
태섭 : 애들, 약혼식까지 한 마당에 아직도 날 못 믿으십니까?
필연 : .. (본다)
태섭 : .. (보는데)
필연 : (하하 웃는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동지이자 가족입니다. 제가 어떻게 사돈어른을 의심하겠습니까?
태섭 : ..
필연 : 이번 일로, 괜한 불똥이라도 튈까봐 그런 거니까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태섭 : 나한테 불똥 튈 일... 절대 한 적 없습니다.
필연 : 만약에 말입니다... (얼굴 가까이 하며) 이건 정말 만약인데... 그 장부를 가지고 계시면 저한테 주십시오.
태섭 : ...
필연 : 이번 보궐 선거에서, 민홍기를 무너뜨릴 수 있는 아주 유용한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태섭 :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라도 장부를 입수하면 갖다 드리죠.
필연 : .. (본다, 의심스런 눈초리)
태섭 : .. (불쾌하고)
씬63. 강변, 모처
(승용차 한 대가 서 있다. 운전석에 선글라스를 낀 정식이 앉아 있고 뒷자리에 박소태가 있다. 잠시의 침묵이 흐르다가...)
정식 : 너.. 알고 있지?
소태 : ... (알고 있지만, 능청) 글쎄요.. 밑도 끝도 없이 뭘 말씀하시는 건지..
정식 : 홍회장, 내가 죽였어.
소태 : .. (본다, 싸늘해진 얼굴.. 그러나 이내 부드러워지며) 저도 밤새 한 숨도 못 잤어요.
다른 건 몰라도 제가 신고 정신 하난 투철해서..
정식 : (옆자리에 있던 가방을 뒷자리로 넘긴다) 열어 봐.
(소태, 가방을 연다. 지폐가 가득하다. 소태, 놀라는데..)
정식 : 그 돈이면, 이강모 잡힐 때까지 숨어 지내는 덴 충분 할 거다.
소태 : (애써 침착) 근데요.. 제가 강모랑 아주 친하거든요. 돈이란 게, 흥청망청 쓰고 나면 다 없어지는 거고..
정식 : 니 인생 내가 봐준다고 했지?
소태 : (본다)
정식 : 잘 봐라. 나.. 이 황정식이.. 곧 만보건설의 주인이 될 거다.
소태 : ...
정식 : 너한테 이런 기회, 다시는 없어.
소태 : ... (다시 한 번 가방속의 지폐를 보는데)
정식 : 너... 강모, 지금 어디 숨어 있는지 알지?
소태 : (본다)
정식 : 어디 있냐, 이강모?
소태 : 숨어 있는 덴 모르고.. 어릴 때 헤어진 여동생을 찾았다는 소린 들었어요.
정식 : 여동생?
소태 : 그게 말이죠.. 눈앞에 두고도 서로 몰라 봤다는 거 아닙니까... 하긴 그 이쁜 식모가 강모하고 안 닮긴 했어.
정식 : ... (생각하는 눈빛)
씬64. 용역반 사무실 안
(전화벨이 울린다. 시덕이 급히 수화기를 드는데..)
시덕 : 여보세요?
강모 : (F) 나야, 시덕아.
시덕 : (놀라서) 야, 너 어떻게 된 거야?
씬65. 다방 안
(강모가 모자를 눌러쓴 점퍼 차림으로 공중전화로 전화중이고)
강모 :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나한테 죄를 뒤집어씌웠어.
시덕 : (F) 강모야.. 그날... 정식이가 홍회장 찾으러 갔었어.
강모 : ..!! (놀란다)
시덕 : (F) 박소태하고 같이 같으니까 소태 그놈은 알거야.
(강모, 수화기 놓고 급히 나간다)
씬66. 경찰서 안
(분주한 실내... 선글라스 차림의 정식이 들어선다. 반장이 통화중이고..)
반장 : 주변이 목격자 있나 더 찾아봐. (수화기 놓고) 전단지 어떻게 됐어?
형사 : 곧 가져 올 겁니다.
정식 : ... (반장에게 다가가고)
반장 : 무슨 일이시죠?
정식 : (선글라스를 벗는다) 지금 이강모 찾고 계시죠? 홍기표 회장 살인범.
(반장, 놀라서 일어선다. 삽시간에 주변의 형사들이 모여들고...)
반장 : 이강모 행방을 아세요?
정식 : ... (보는데)
씬67. 박소태네 방 안
(강모가 급히 문을 열어본다. 이미 짐을 다 빼내고 없는 빈방이다.
들어서는 강모, 주변을 둘러보는데 주인여자가 고개를 내밀고..)
여자 : 어젯밤에 급히 방 빼더니 이사 갔어요.
강모 :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세요?
여자 : 글쎄요.. 이런 사글세방엔 하두 뜨내기들이 많아서...
강모 : .. (낭패스럽고)
씬68. 중정, 성모 방
(찬성이 와 있다)
찬성 : 주변 인물들을 감시중이지만, 아직 이강모와 별다른 접촉은 없습니다.
성모 : (분하다) 계속 감시해. 분명히 다시 나타날 거다.
(성모, 서랍을 여는데 봉투가 보인다. 홍기표가 준 그 봉투다)
성모 : (봉투 꺼내며) 이거, 홍회장이 부탁한 건데.. 니가 알아서 처리 해.
(성모, 찬성에게 봉투를 건네고 일어서서 나가려는데.. 찬성, 봉투를 뜯어본다. 잠시 읽어보는 찬성이 놀라며..)
찬성 : 선배님..!
(성모, 나가려다가 돌아보는데... 찬성, 놀란 채 종이를 건넨다.
그곳에 적힌 신상명세... ‘이성모, 1953년 생. 부산 출생.. 이강모, 1958년 생, 부산 출신’
성모, 멍해지는데..!! 그 위로...)
기표 : (E) 우리 식모애가 오빠들을 찾아 달라면서 나한테 부탁을 한 게 있습니다.
성모 : (눈물 고여 온다) 미, 미주야...
찬성 : 맞죠? 선배님 동생이 맞죠?
성모 : 미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