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해정을 나오니 무학산 골짜기에서 발원한 맑은 물줄기가 졸졸졸 흐른
다. 여름이면 물이 고인 웅덩이에서 아이들이 물장구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지만 겨울철이라 군데군데 바닥을 드러낸 콘크리트가 을씨년스럽다. 하천바닥을 콘크리트로 발랐으니 하천을 정화시키는 미생물들이 모두사라져 버렸다. 마산만을 살리는 첫걸음은 인간들의 편리에 의해 하천을 덮어버린 콘크리트 복개천을 뜯어내고 자연하천으로 돌려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마산시립박물관과 문신미술관으로 가는 길에 자산동 약수터에서 무학산 정기 품은 시원한 약수로 목을 축이고 횡단보도를 건너 잠시 걸어 내려가
면 마산시립박물관이다.
시립박물관은 지역의 특성을 살려 급격한 현대화, 도시화의 물결속에서
사라져 가는 우리의 전통문화 유산을 수집·보존·전시하고자 마산시 개항100주년 기념사업으로 2001년 9월 개관했다.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 야외전시장으로 구성돼 있다. 상설전시실은 4개의 공간으로 주제에 따라 마산의 역사와 문화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했다. 전시활동 외에도 유물의 수집 보존과 연구, 조사, 학술자료 발간,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제공 등을 통해 지역의 전통문화유산 보존과 문화 창조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시민박물관대학을 열어 시민들에게 마산과 마산인의 정체성을 갖게 하
고, 민족 문화의식을 고취시키고 있다. 어린이 박물관 학교와 여름 박물관 교실을 운영, 학생들에게 마산의 역사와 문화, 전통문화 유산의 소중함을 이해시키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우리 고유의 명절에는 박물관 마당에서 제기차기, 투호놀이, 줄넘
기, 굴렁쇠 굴리기, 윷놀이, 널뛰기, 팽이치기 등 잊혀져 가는 전통놀이마당을 열어 문화유산을 계승 발전시키고 있다. 무엇보다도 확고한 지역 문화 공동체의 중심으로 박물관이 자리매김 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소장하고 있는 유물을 기증하여 공유할 수 있는 분위기가 정착되어야 한다. 송성안 학예사는 『빛 바랜 사진 1장이라도 전문가를 통해서 소장자료의 가치를 확인하는 기회가 되도록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시립박물관 옆에 문신미술관이 있다. 시립박물관보다 7년 먼저 문을 열었지만 이정표조차 없다가 시립박물관이 개관되면서 자산동 약수터옆 도로변과 3.15탑을 조금 지난 무학초등학교 앞, 성호초등학교 인근에 이정표가 설치됐다. 예전에는 외지에서 문신미술관을 찾아오는데 무던히도 애를 먹었다고 한다.
문신선생은 1995년 예술혼을 불태우다 미술관을 마산에 바친다는 유언과 함께 고향 땅에 영원히 잠들었다. 세계적인 조각가가 남긴 주옥같은 소중
한 문화자산을 고인의 뜻에 어긋나지 않도록 가꾸고 보존 관리하는 것은 시민 모두가 해야 할 일이다.
박물관과 미술관 사이에 있는 작은 언덕으로 오르면 소나무가 능선을 따라 이어져 있고 이 일대가 1988년 12월 경남도기념물 88호로 지정된 회원현성지(會原縣城址)다. 낮은 야산 계곡을 둘러싸고 있는 산성이라고 하나 유심히 살펴보지 않으면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없다. 주변을 살펴보면 깨진 기와조각과 도자기 조각들이 흩어져 있다. 이곳 회원현성지에 서면 남서쪽으로 마산만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양지 바른 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노인들에게 성지 내력을 물으니
『주민들은 자산산성(玆山山城)이라고 부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는 옛 회원현의 관아가 있던 곳으로 행정상의 구실과 군사상의 구실을 겸한 것으로 보인다. 성벽은 능선을 따라 폭 4.3m, 높이 1.7m 크기로 둘러져있다. 주로 흙을 다져 쌓았는데, 성벽 안팎의 끝 부분은 돌로 마무리했다.
성문은 북쪽의 것이 남아 있으며 일반 성벽에 정사각형의 입구를 내고 안쪽에 기둥을 세워 문을 단 형태다. 마산시의 복원 계획이 있다니 다행스런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