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사는 그리스도인(조영민, 죠이북스)을 읽고(2021/07/12)
이제는 더 가까이 하고 싶은 다,니,엘
김영호
1. 가깝고도 먼 당신! 그 이름은 다니엘. 기독교 신앙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다니엘은 매우 친숙한 인물이다. 우상의 제물로 드려진 질 좋은 고기를 거절하고, 채소를 먹기로 ‘뜻을 정한’ 신앙의 영웅이고, 주일학교 설교의 단골 메뉴인 ‘사자굴 속에서 살아남은’ 인물이며, 낯선 땅에서 신앙생활을 하며, 3개 제국의 변화 속에서 총리로 살아간 ‘직장생활’의 모델이기도 하다. 그래서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다니엘을 가깝게 생각한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막상 다니엘서를 읽으면 ‘익숙함’ 보다는, ‘낯설음’과 ‘난해함’이 가까이 하게 하는 장애물이 된다. 그나마 이야기식으로 전개되는 전반부 1~7장은 괜찮은데, 묵시적 환상과 계시로 쓰여진 후반부 8~14장에서는 길 읽은 사람처럼 헤매고 만다. 그래서 인지 설교자들도 그나마 익숙한 7장까지는 다루지만, 8장 이후의 후반부를 다루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 읽게 된 [세상을 사는 그리스도인]은 다니엘서의 ‘익숙함’을 ‘친밀함’으로 발전시켜 주고, ‘낯설음’을 ‘친숙함’으로 바꿔주며, ‘난해함’을 ‘선명함’으로 설명해준다.
2. [세상을 사는 그리스도인]의 저자 조영민 목사를 처움 알게 된 것은 [읽는 설교 룻기(죠이선교회, 2015)]를 통해서이다. 청년 사역자에서 ‘나눔교회’ 2대 담임목사로 취임하면서 공동체를 말씀으로 어떻게 섬기는지를 보여준 책이다. 언어는 그 삶과 연결될 때 ‘울림’을 준다. 그는 성실한 성경연구와 해석을 통해 받은 메시지를 현장으로 연결해서 ‘울림’과 ‘감동’을 주었다. 이후 그의 책을 가까이하며, 성경을 묵상하고, 영적성장의 도움을 받았다. 그의 성서강해는 자극적이거나, 화려하지 않다. 음식으로 표현하자면 고급 레스토랑에서 먹는 ‘외식’은 분명 아니다. 오히려 매끼니 먹지 않으면 안 되고, 늘 생각나게 하고, 우리의 몸을 건강하게 하는 어머니의 ‘집밥’에 가깝다.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매일같이 정성을 쏟는 어머니처럼 성도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고민하고 전하는 ‘집밥’ 메시지이다.
3. 이 책은 다니엘서를 강해한 ‘집밥’이다. 코로나 상황을 겪으며, 포스트-크리스텐돔(Post-christendom) 시대를 살아가며, 주류가 아닌 비주류가 되어도 복음이 진리라는 사실을 믿는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전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먹고 싶은 밥(메시지)'이 아니라, 영양소가 듬뿍 담겨 있기에 반드시 '먹어야 하는 밥(메시지)'을, '먹고 싶게' 만든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배우고 느낀 점은 다, 니, 엘이다.
첫째, ‘다(多)’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다니엘은 본국에서 포로로 끌려와 이국땅에서 살아야 했다. 즉 낯선 땅에서 신앙생활을 해야 하는 이다. 이때 우리는 고민하게 된다. 특별히 본인이 다수로 이루어진 주류라면 모르겠지만, 소수의 비주류라면 살아남기 위한 수많은 선택을 해야 한다. 이때 사람들은 조언한다. “남들 ‘다’하는데 유별나게 살지 말고, ‘다’수가 사는 대로 둥글둥글 하게 살라고 한다.” 특별히 손해와 이익의 갈림길에서는 더욱 그렇다. 다니엘은 ‘다’의 길을 가지 않는다. 그는 세상을 살아가지만, 분명한 선을 긋고 살아간다. 다니엘도 완벽하게 선을 긋고 살지 않았다. 하지만 그 중심과 본질은 지키려고 애를 썼다. 성도의 정체성을 고난보다 강력하게 무너뜨리는 ‘유혹’을 거절한다. 이를 고민하는 몸부림이 ‘저항’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다(多)’를 쫓는 것이 아니라 ‘주(主)’를 쫓기로 하는 결정이 중요하다. 신앙은 선택이며, 특별히 세상을 살되, 선을 긋는 선택의 삶을 도전한다.
둘째, ‘니’(you) 별을 품지 않고 ‘내’(my) 별을 품겠습니다. 한 사람의 선택은 그 사람의 신념과 가치관을 드러낸다. 행동은 그 사람이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욕구를 통해 드러나는 것이다. 오늘을 사는 그리스도인들의 내면적 욕구는 무엇일까? 우리가 품고 있는 ‘별’은 무엇일까? 아마도 바벨론 땅에 정착한 대부분의 이스라엘 사람들은 발달된 문명과 하나님보다 우월해 보이는 우상들을 보며 ‘니 별’을 품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니엘과 그의 친구들은 신앙에 근거하여 그들을 구원하실 ‘내 별’을 품고 살았다. 그래서 ‘그리 아니하실지라도’라고 고백하며 풀무불 가운데도 들어갔다. 오늘 우리의 모습은 어떨까? 물질만능주의 세태 속에서 거룩하게 구별되어 하나님 나라 복음으로 무장된 ‘내 별’을 품고 살아가고 있는지 반성해본다. 저자는 8장 후반부를 해석하며 3개 제국의 총리로 지내고, 90세의 노년이 된 다니엘의 처지와 형편을 강조하고, 그가 품은 별에 대해서 강조한다. 저자는 70년이면 끝날 것 같은 포로생활 이후에 지속되는 ‘일흔 이레’의 삶이 성도의 삶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오늘날 성도는 다니엘이 하늘을 보며 ‘내 별’을 보았던 것처럼 ‘내 별’(예수 그리스도)를 품고 살아가야 한다고 도전한다.
셋째, '앨(엘)'범을 열어 추억을 떠올리듯이, 자주 열어보고 싶은 책입니다. 부부간의 사랑을 저축통장에 비유한다. 좋은 추억의 잔고가 충분하면 관계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지만, 좋은 추억의 잔고가 바닥이면 관계가 깨어질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좋은 추억을 평소에 많이 만들어 놓아야 부부가 어려움을 잘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이때 좋은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 앨범이다. 과거의 추억은 상대방의 장점과 긍정적인 감정을 강화시켜 준다. 다니엘서 전반부의 삶의 이야기는 오늘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다니엘서 후반부의 묵시는 삶의 방향키를 놓치지 않게 해준다. 전반부보다 후반부를 더 가까이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아마도 이 책 저자의 덕분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또한 저자는 다니엘이 자신의 삶과 기록을 통해 성자 하나님 예수 그리스도(사람이 손대지 않은 돌, 풀무불 가운데 머물던 분, 사자굴에 먼저 들어가신 분, 구름타고 오시는 ‘인자 같은 이’, 하나님의 계시의 의미를 알려주는 분, 지극히 거룩한 자, 세마포를 입은 사람)를 여행가이드처럼 안내해주며 우리의 앨범을 풍성하게 해준다.
4. 이 책은 가깝고도 먼 당신 다니엘(서)을, 가까이 하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오늘 우리 삶은 어떠한가? 코로나 상황 속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집합금지 명령 등의 여파로 교회가 힘들어졌다. 그리고 ‘주일에 교회 다녀왔나?’하며 퉁명스런 물음과, ‘왜 갔어?’ 하는 냉담한 눈초리들은 분명 낯선 땅을 살았던 다니엘이 오늘의 우리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많은 사람이 그리스도인의 삶에 관심을 갖고 주목하고 있는 이 때야 말로, 우리의 별이 무엇인지 즉, 우리의 가치관과 신념 가치관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저자는 말한다. “다니엘은 예수를 알았기에 ‘지혜 있는 자’가 되었습니다. 예수를 품고 전했기에 ‘하늘에 있는 빛’이 되었습니다. 저는 성도인 우리가 영원히 빛나는 별이 되기를 원합니다. 다니엘이 삶 전체로 보여주었던 이 예수, 이 세상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그 예수를 보여주고 들려주는 삶이 되길 바랍니다.”라며 이 책 저술의 목적을 밝힌다. ‘다’가 아니어도 좋다. ‘니’ 별이 아닌 내 별을 품겠다. '다,니,엘' 이제는 더 가까이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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