ª 바둑 기사가 된 사연 / 김 성룡 9단, 포스코 바둑단 감독 :
아버지와 어머니는 학교 선생님이셨다. 부부교사인 부모님은 여름방학
때 외삼촌이 근무하던 만리포 해수욕장으로 휴가를 갔다. 그곳에서 텐트 치고
수영하며 지내던 시절에 바둑을 배웠다. 정말 우연히 아버지가 장기를 두던
것을 옆에서 보다가 그만 장기의 가는 길을 다 알아버린 것이다.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룰을 다 알아서인지 아버지는 자식에게 큰 감명을
받았던 것 같다. 만리포 해수욕장에서 수영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이후 아버지는 장기보다 더 좋아하는 바둑을 가르치려 했다. 5급이던 아버지는
1년도 채 안 돼 아들에게 흑을 잡게 되는 수모를 당했다. 바둑을 배운 지 3년 후
초등학교 4학년 때 전국 어린이 바둑대회에서 우승하기 전까지 아버지와 어머니는
내 문제로 자주 싸웠다.
아버지는 바둑이 그 사람의 능력만으로 판가름을 낼 수 있는 그런 승부의 결과가
좋다고 했고, 어머니는 왜 하나밖에 없는 멀쩡한 아들을 건달 만들려고 하는지 이해
할 수 없다고 했다. 더군다나 외할아버지는 경찰서장이었고 외할아버지가 가장 싫어
하는 것은 바둑을 포함한 세상의 모든 잡기였다.
그런 내가 바둑 전문기사가 되었다. 바둑이 내 인생의 전부가 된 삶을 살게 된 것이다.
사람의 일생이란 참으로 알 수 없는 일들 투성이다. 어머니도 돌아가시기 얼마 전에야
비로서 자식의 삶을 인정해 주셨다. 자식이 목숨걸고 원하는 일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
때문이었다.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내가 좋아했고 앞으로도 눈을 감는 날까지 좋아할 직업이며,
또한 후배와 제자를 키울 수 있는 보람된 일이라 여기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