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의 재발견
담양은 생각보다 아담하고 고즈넉하다. 화려한 볼거리와 놀거리를 기대하고 왔다가는 반나절도 못 되어 지루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곳곳이 산책로요, 고개 돌리면 호수가 있어 지친 몸과 마음을 환기시키기에는 충분하다. 대신 발걸음 속도를 늦출 필요는 있다. 한곳에 오래도록 머물며 돌아봐도 도시보다 하루가 훨씬 더디고 여유롭고 넉넉해질 테니까. | | #1 어디로 가야 할지 망설여질 때, 토박이의 조언들
대나무 숲 걷기, 죽녹원vs대나무골 테마공원 대나무 숲 산책은 누구나 다 아는, 담양의 가장 대표적인 코스다. 개인적으로는 숲 사이로 좁다랗게 난 길을 산책하는 것보다는 넓게 펼쳐진 대나무 숲을 멀리서 가만히 앉아 바라보는 게 더 좋았지만. 개인 사유지인 ‘대나무골 테마공원’이 대표적이었으나, 재작년 담양군청이 운영하는 ‘죽녹원’이 개장하면서 관광객이 양분화되는 상황이란다. 3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3만 평 규모의 대나무골 테마공원은 대나무에서 소나무 숲으로 이어지는 산책로가 나 있고 야영 시설, 캠프파이어 시설도 있어 토박이들은 이곳을 더 추천하는 편. 개장 2년째인 죽녹원은 잘 정돈된 7개의 산책로가 있고 규모도 5만 평으로 꽤 넓은 편이나 인공적인 냄새가 강하게 풍긴다. 그러나 중심지에서 떨어져 있는 테마공원에 비해 담양읍 중심지인 관방제림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고, 주차 걱정도 없고 시설도 깨끗한 편. 단체 관광객은 이곳을 더 즐겨 찾는다고.
뜨끈한 물에 몸 담그고 싶을 때, 담양 리조트vs대나무 건강랜드 해외 리조트풍의 모던하고 고습스러운 담양 리조트는 이미 가족 여행의 인기 코스로 자리 잡은 곳. 수영장과 온천에는 대나무 수액이 함유되어 있고 산책로, 호수, 가족 호텔, 바비큐 시설 등 최신식 시설을 자랑한다. 활동적인 여행을 좋아하거나 아이들이 있는 팀이라면 메타세쿼이아 길을 지나 담양 리조트에 짐을 풀고 물놀이하고 당일에는 리조트 뒤 금성산성을 돌아본 다음 이튿날 대나무 숲과 관방제림 등을 둘러보는 것도 좋은 방법. 그러나 굳이 담양에 와서까지 리조트 시설을 이용할 필요 있나 하는 사람들이나 동성 친구팀, 젊은 커플이라면 담양 사람들이 즐겨 찾는 ‘대나무 건강랜드’에 들르는 것도 좋을 듯. 대나무 산소방, 대나뭇잎 온천탕, 보석 불가마 등이 갖춰진 대규모 남녀 사우나로, 대나무 온천의 효과를 충분히 경험해볼 수 있다고.
호수 끼고 달리는 드라이브 코스, 담양호vs광주호 최고의 자연 풍광을 자랑하는 담양호는 추월산과 용추봉, 강천산 등 산새 사이에 자리 잡고 있어 가을에 더욱 절경을 이룬다. 특히 금성면에서 추월산으로 향하는 작은 국도는 호변 도로의 멋을 만끽할 수 있는 코스. 담양호를 중심으로 가마골 청소년 야영장, 금성산성, 추월산 국민관광단지가 펼쳐져 있다. 자연 풍광은 담양호가 더 멋지지만 호변 카페촌이나 정자를 보러 가려면 광주호를 지나게 된다. 인공 호수이지만 자연 호수 못지않게 멋지다. 행정구역상 담양이지만 사실 광주 무등산과 붙어 있다. 광주 쪽에서 넘어오면 호변을 따라 카페들이 늘어서 있고 담양 쪽에서 넘어가면 좌우로 식영정, 독수정, 소쇄원이 늘어서 있다. 특히 식영정은 광주호 중에서도 가장 절경인 곳에 자리 잡고 있는데, 이 근처에서는 소문난 낚시 포인트이기도 하다니 낚시 마니아라면 꼭 알아둘 것. 여행하다 보면 결국 이 두 코스를 모두 지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 그래도 특징은 알아두고 음미하는 게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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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뻔하지만 꼭 들러야 할 담양 필수 코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 충주 초입의 가로수 길과 더불어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2대 가로수 길. 그러나 사진과 영상을 통해 접하고 갔다가는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도로임을 알고 실망하는 이도 많다.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 길가에 차를 대고 기념 사진을 찍는 이들도 종종 눈에 띈다. 메타세쿼이아 길 중에서도 군청에서 순창으로 이어지는 24번 국도가 가장 예쁜 길이라고. |
관방제림 강둑 양쪽으로 2백년 된 느티나무, 이팝나무 등이 늘어서 있는 담양사람들의 중심 산책로. 서울로 치자면 한강 둔치 같은 곳이랄까? 그러나 낮에 보면 일반 숲과 별다를 바 없다. 하늘이 붉게 물들어가는 해질녘, 개천을 따라 가로등이 하나 둘 켜지고 운동하는 사람들,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나오는 그때서야 관방제림의 진가가 드러난다. 소쇄원 가사 문학의 중심지에 왔다고 관광 안내서대로 온갖 정자와 가사 문학 박물관을 다 둘러보다가는 ‘지루한 곳’이라는 인식만 남을 뿐이다. 관광을 위해서라면 소쇄원이나 식영정만으로도 충분하다. 특히 소쇄원에 간다면 정자 그늘 아래에서 가만히 바람을 느끼며 30분 이상은 앉아 있다 올 것.
#3 먹거리는 대나무 통밥 대신, 떡갈비&암뽕
관광객이 담양에 들를 때 꼭 먹는 것은 대나무 통밥이지만 대나무의 유명세를 등에 없고 이 음식이 등장한 것은 갓 10년이 넘었을 뿐이란다. 토박이들이 꼽는 담양 대표 음식은 바로 떡갈비와 암뽕. 전라도 전통 음식인 떡갈비로 유명한 곳은 덕인관(061?381-2194)과 신식당(061?382-9901). 덕인관은 갈비뼈는 남기고 뼈에 붙은 살에 잔칼집만 넣고 구워내어 부드럽게 뜯기는 것이 특징. 반면 신식당은 살을 다 발라내어 잘게 다진 다음 뼈에 다시 감싸 구워내는 스타일이다. 어른들은 전자가, 아이들과 함께 가면 후자가 낫다고. 암뽕은 암퇘지의 새끼집을 삶아내어 자른 것으로 청운식당(061?381-2436)이 가장 맛있다. 주로 전라도 막창순대와 곁들여 나온다. 그 맛이 질긴 듯할 정도로 쫄깃쫄깃해 부부끼리 또는 어른들 모시고 저녁 겸 술안주로 즐기기에 좋다. 그래도 대나무 통밥을 안 먹고 떠나기 섭섭하다면 죽물 박물관 앞의 송죽정(061?381-3291)이나 대나무통밥집(061?382-1999)에서 식사할 것. 유명한 집들이긴 하지만 서울의 그것과 별다를 바 없다는 것이 중평.
#4 담양+α 여행 코스를 원한다면
담양+내장산 국립공원 대나무 숲도 보고 단풍놀이도 확실히 즐길 수 있는 코스. 담양에서 정읍 IC로 빠져 29번 국도를 타고 달리면 지리산 끝자락인 내장산 줄기와 만난다. 내장산 국립공원에 꼭 들르지 않더라도 이 길을 이용해볼 것. 지리산 자락을 굽이굽이 타고 넘어가며 펼쳐지는 풍경은 정말 장관이다! 담양+순창 담양에서 24번 국도를 타고 달리면 바로 순창이 나온다. 순창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 코스는 순창 전통 고추장 민속마을. 미리 신청하면 직접 장 담그기를 체험할 수도 있고, 굳이 동참하지 않더라도, 각종 전통 장류와 장아찌류를 구경하고 구입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담양+보성 담양에서 하루를 꼬박 둘러보고 저녁 먹은 뒤 보성으로 출발해 1박 한다. 보성 차밭은 햇살이 비치기 전이 가장 아름답기 때문에 새벽 일찍 구경할 것. 시간이 남는다면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해남을 둘러봐도 좋겠다. 담양+화순 운주사 담양과 1시간 거리에 있는 화순 운주사는 굴러가는 돌멩이에도 부처가 새겨져 있고 아주 커다란 와불이 있는 파격적이고 독특한 절로 유명한 곳. 레몬트리에 연재되었던 ‘조병준이 만난 사람들’에 등장한 절이기도 하다.
1 담양에서 순창으로 향하는 24번 국도는 메타세쿼이아 길로 유명하다. 2 가장 아름다운 조선시대 정원 형태인 소쇄원. 3 청운식당의 ‘암뽕’. 한 접시에 1만원이다. 4 두툼하고 씹기 좋은 신식당 떡갈비. 1인분에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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