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부산에서는 귀한 손님에게 초량돼지갈비에 소주 한 잔 올리는 것이 최고의 대접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기껏해야 막걸리 한 잔에 두부 한 모가 좋았을 시절에 돼지갈비는 서민들에게 최고의 대접일 수밖에 없었다.
초량돼지갈비골목은 이러한 상황에서 아주 재미있는 골목이라 할 수 있다.
한국동란이 끝난 후 몇 년간 미국을 비롯한 우방에게 원조를 받았는데
이 원조물품이 모두 부산항을 통해서 들어왔다.
이 때문에 원조물품을 부리는 부두 노무자들은 한 때 최고의 수입을 올리는 매력 있는 직업이었다.
힘을 쓰는 이들을 상대로 근처의 초량골목은 저렴하면서도
영양이 듬뿍 담긴 음식을 제공해야 했는데,그 중 가장 적당한 음식이 돼지갈비였다.
지금부터 약 40여 년 전 이 부두 노무자들을 위해 한 집 한 집 생겨난 것이 초량돼지갈비 골목의 시초였다.
그 시절 울산집을 비롯하여 삼호집 등이 나름의 맛있는 갈비로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명성을 날렸었다.
현재는 원조 돼지갈비집골목에 명맥을 유지하는 10여 집이 있고
그 주위로 20~25여 집이 초량돼지갈비골목을 이루고 있다
초량돼지갈비골목이 지금까지 부산의 돼지갈비 본가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고기를 직접 장만한다는 점에 있다.
초량돼지갈비의 특징은 다른 지역과는 달리 고기를 주문할 때 갈비짝째 주문하여 그 갈비를 직접 부위별로,
맛있는 결따라 장만하여 고객에게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특징은 갈비를 재우는 양념 맛이 일품이라는 데 있다.
이곳의 양념이 다른 곳과 특별히 다른 점은 마늘과 생강을 많이 쓴다는 점이다.
이것을 알기 위해 필자는 대단한 노력이 필요했다.
양념 맛의 특징을 집요하게 물으니 필자의 형색을 보며
이곳의 양념 맛을 캐내기 위해 온 사람으로 오해하고 주저주저한다.
씩 웃으며 "내가 돼지갈비집 할 사람으로 보입니까?" 하니 그제야 깔깔 웃으며 "택도 없쓰예!"란다.
일단 초량 원조돼지갈비골목의 창녕갈비집에 앉는다.
주위의 청도갈비,진주갈비,청송갈비집에서 무슨 일인지 궁금해 우루루 모인다.
이 골목에 앉은 돼지갈비집들은 20~30년은 족히 된 집들이라 원조 돼지갈비집골목에 자부심들이 대단하다.
고기를 척척 불판에 올리며 이야기는 계속된다.
"이곳 고기는 손으로 장만하기 때문에 고기가 두껍습니더. 두꺼워야 고기 씹는 맛도 좋고 육즙도 많이 나오지예." "아! 예~"
장단을 맞추니 신이 나서 목청을 올린다.
"요새 얇게 저민 고기가 많은데 못씹니더. 그기 무씬 고기맛이 납니꺼?"
지지직 돼지갈비가 구수한 냄새를 내며 익는다. 상추에 깻잎 한 잎 얹어 두껍게 익은 초량식(?) 돼지갈비를 두어 점 얹는다. 마늘에 땡초 한 개 올리고 동그마니 쌈을 싸서 입에 넣는다. 한입 가득 두 볼이 분기탱천 하 듯 미어진다. 마늘의 향긋하고 개운한 맛에 땡초의 알싸한 맛이,돼지갈비의 구수한 육즙과 어울리며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씹을수록 달짝한 고기와 깻잎의 풋내가 기가 막힌 음식궁합을 만들어내고 있다.
"너무 굽지 마이소"라는 말에 얼른 고기를 접시 위에 내려놓고 파절이 한 젓가락과 함께 돼지갈비를 입에 넣는다. 파의 맵고 상쾌함이 고기의 달큰함과 너무 잘 어울린다.
두껍게 썰어 육즙이 풍부한 갈비의 깊은 맛은 부산의 원조 돼지갈비로서의 손색이 전혀 없어 보인다.
특히 갈비 육즙에 밥 한 술 비벼 먹으니 이 또한 일품이다.
입 안에서 밥알이 사그락사그락거리며 뒷맛을 개운하게 한다.
배를 두드리고 앉아 있자니 살풋 졸음이 온다.
아주 기분좋은 졸음이다.
무더운 이 여름! 가족과 함께 초량돼지갈비로 힘을 얻고,여름을 이겨내는 여유를 가지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