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계절에 나를 담다’ 유수연입니다.
어릴 때의 저는 사람들에게 맞추어가는 것이 편해 저의 생각과 감정을 드러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심하게 맞추어가다 보니 어느 순간 저의 겉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평가를 하기 시작했어요. 싸움이 싫었을 뿐이고, 나를 잘 몰라 다른 사람에게 맞추었을 뿐인데 착하다는 말을 듣게 되었죠. 그러다 어느 순간 ‘착하다’라는 칭찬에 길들어져 사람들의 평가에만 목매달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어요. 그런 저를 발견한 이후부터 순수한 나 자신을 찾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었죠.
자연은 저의 순수한 모습을 온전히 받아 주는 존재였어요. 자연 속에 있으면 나의 모든 모습을 이해해주는 것 같아 나 자신이 당당해졌고, 마음은 편안해졌죠. 퇴보할까 봐 변화를 두려워하는 저와는 다르게 자연은 머물러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변했어요. 저는 그런 자연의 모습이 부러웠고, 저도 자연스럽게 바뀌어 가고 싶었어요.
자연스럽게 변하는 계절의 모습을 닮아가고자 계절과 나를 함께 관찰해보기로 했어요. 사진과 글은 계절과 나를 관찰할 수 있는 수단이었어요. 계절은 사진으로, 나는 글로 기록했죠. 이렇게 ‘계절에 나를 담다’라는 에세이 포스터를 만들게 되었어요.
그럼, 이제부터 각 계절 에세이 중 핵심 부분을 읽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봄 : 새로운 시작 그리고 책임]
‘나는 왜 도움이 못 되는 거지?’
외롭고, 이상하게 억울하기도 했고, 친구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다. 엉키고 엉킨 마음의 실타래를 만들어갔다. 그리고 내 진심과는 다르게 툭- 툭- 상처 주는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왜 가오가 늘었냐?”
쓸데없이 다른 사람에게 시비를 걸었다. 돌아온 건 친구들과 나의 비난뿐이었다. 내가 주고 싶었던 영향은 상처가 아니라 따뜻한 온기였을 뿐인데, 친해지고 싶은 욕심이 어리석은 방법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상처가 되어 남았다. 나는 항상 그렇게 남에게 상처를 냈다.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만으로 끝났어야 했는데, 자존감도 끝도 없이 내려갔다. 자신에게 욕을 먹고 타인에게도 욕을 먹으니, 나를 사랑할 수 없었다. 나로 인해 오늘도 나와 사람들의 몸엔 흉터가 남는다.
아마 살아가며 잘못한 일들은 계속 생길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알아차리고, 극복하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다. 지금처럼 하루하루를 기록하고 돌아보는 것이 새로운 시작을 만들고, 자신의 선택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시켜주지 않을까?
|
봄에 저는 잘못한 일들을 계속 머릿속에 떠올리며 자책을 했어요. 자책을 하면 할수록 바람 빠진 풍선 마냥 저는 쪼그라들었고, 나 자신에게 당당할 수가 없었어요. 그런 저의 모습을 자연 속에선 받아드릴 수 있을 것 같았죠. 자연 속의 풍경은 마치 시들어가고 있는 저의 모습과는 다르게 생명력이 넘쳤어요. 봄의 넘치는 생명력을 비로 삼아 시들 거리는 마음에 물을 주었어요. 먼저 제가 잘못한 점을 드러냈고, 그다음으로 ‘생각하고 말하자’라는 성장지점을 상기시켰죠. 산책을 마친 후, 마음을 다잡고 새롭게 알게 된 나의 모습을 알아차려 갔어요.
[여름 : 균형]
대만을 다녀온 후, 처음에는 혼자만의 시간, 안전한 공간, 쉴 수 있다는 것이 마냥 즐거웠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고 보니 게을러지는 내가 보였다. 많이 보던 장면이었다. 자유에 따르는 책임이 있는 것처럼 게으름에도 책임이 따랐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첫 번째로 어질러진 방을 보고 한숨을 쉬었고, 두 번째로 치우지도 않는 한심한 나를 보며 한숨을 쉬었고, 세 번째로 ‘나를 보며 한숨 쉬고 있는 나’를 보며 한숨 쉬었다. 나는 그렇게 어둠의 자식이 되어갔다. 아무것도 안 하니 내가 하찮게 보였고, 삶의 의미가 없어졌다. 방학 때 혼자만의 시간이 있었지만,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진 못했다.
개학이 오고, 친구를 만나니 멈춰있던 시간이 다시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신기했다. 오랜 시간 사람들과 붙어있을 때는 지쳤고, 오랜 시간 혼자 있을 때는 게을러졌다. 변덕스러운 나의 모습에 혼란스러웠다. 적절히 혼자의 시간, 함께 있는 시간의 균형을 맞춰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럼 나는 언제 혼자 있어야, 그리고 언제 사람들과 어울려야 예민해지지 않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다.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시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글로 감정을 정리하고, 카메라와 산책하는 시간을 꾸준히 가져야겠다.
|
저는 여름 방학 동안 나를 인지하는 모든 것이 싫어 밖에 나가지 않았어요. 외부에 아무런 영향도 받지 못해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의 속도도 놓쳐버리고 말았죠. 자연의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하게 되었고, 자연 속의 느낌을 잃어버린 채 나의 변화도 인지하지 못했어요. 저의 마음은 날마다 홍수로 인해 넘쳐 찝찝했죠. 비가 내리면 식물이 자라기도 하지만, 심하게 내리면 도리어 식물을 해치게 되는 것처럼 혼자만의 시간도 적당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개학이 다가오고 나서야 주변을 둘러보았어요. 눈을 몇 번 깜박였을 뿐인데 풍경은 많이 바뀌어 있었죠. 몇 잎의 이파리가 끝이라고 생각했던 나무는 어느새 풍성한 이파리를 가지고 있었고, 모기는 더 많아져 여러 마리의 모기들이 저를 쏘아대고 있었죠. 내가 편하려고 밖에 나가지 않았던 것이었는데, 막상 밖에 나오고 보니까 다양한 여름을 보지 못한 것에 아쉬워하는 저를 발견했어요.
[가을 : 삶의 태도]
마지막 대화 주제는, 나의 개인적인 고민 상담이었다. “제가 남의 눈치를 너무 많이 보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니, 내가 생각하는 ‘눈치’와는 완전히 다른 면을 말씀하셨다. 작가님에겐 ‘남의 눈치’라는 건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를 보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다른 사람을 신경 쓰고, 의식하는 것이 ‘눈치’라고 생각했던 나는,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며 궁금해하는 것도 ‘눈치’라고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부정적인 단어였던 ‘눈치’가 다르게 보였다.
“저는 자존감이 낮은 것 같아 저를 사랑하려고 노력을 했는데 잘 안 바뀌어요” 두 번째 고민을 털어놓았다. 작가님께선 나를 사랑하려고 먼저 노력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먼저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 말씀을 듣고 생각해 보니, 나는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 동정과 위로뿐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작가님은 나를 잘 알아야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놓일 때, 타인의 의견에만 기대지 않고 나의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고 하셨다. 만약 다른 사람의 말을 따라가게 된다면, 그 사람을 원망하게 될지도 모른다며 말이다. 거기서 ‘완전 나잖아’ 싶었다. 나는 소소한 메뉴를 고를 때도 잘 못 골라서 ‘아무거나’를 말하거나, 다른 친구들의 메뉴를 따라갔다. 편하긴 했지만, 맛이 없으면 속으로 남 탓을 하게 되거나 후회하게 되었다. 작은 일이 일어나도 조급해지지 않고, 내가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연습을 해야겠다.
|
저에게 이번 가을은 많은 것이 변했다는 것을 깨달았던 계절이었어요. 파릇파릇하던 산은 어느새 노릇노릇해졌고 거리에는 고소한 냄새와 달콤한 냄새가 코를 즐겁게 해주었죠. 열매를 맺는 계절인 만큼 작지만 소중한 저의 결실도 적지 않았어요. 사람과 쉽게 대화하지 못했던 제가 긴 인터뷰를 하기도 했고, 모르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며,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나도 융통성을 발휘해 빠져나가기도 했죠. 저의 소소한 열매를 발견하며 노력한다면 얼마든지 나를 바꿀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계속 나를 변화시키며, 제가 되고 싶은 모습인 ‘누구에게나 편안한 사람’에 한 발짝 한 발짝 가까워지고 싶어요.
[나의 계절 : 누구에게나 편안한 사람이 되기 위해]
내가 특별함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나는 언젠가부터 눈에 띄게 특별한 사람들만 관심을 많이 받는다는 것을 느꼈다. 관심을 받는다는 것은 곧 사랑을 많이 받는다는 뜻이니까 나는 특별해지고 싶었다. 성격도 특이하게 보일 수 있도록 바꿨고, 사랑을 받기 위해 모든 배려하고, ‘착한 아이. 성실한 아이’로 보일 수 있도록 나를 꾸며냈다.
나는 기대치가 높아 새로운 변수가 일어나는 것이 싫었고, 누군가와 싸워서 미움을 받는 것이 너무 싫어서 그냥 사람들에게 맞추어 살면 나도 편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중학교에 올라오고 보니, 질긴 관계를 만들기 위해선 나를 드러내야 했다. 나는 나를 드러내는 것이 무서웠다. 내 생각과 다른 사람의 생각이 다를까 봐 두려웠고, 맞춰가는 것이 갈등으로 번져 잘 어울리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생각해 보면 나는 살아가는 환경이 편안해지면서 조금씩 가면을 벗고 있었다. 가면을 벗은 이후 긴 시간 동안 함께한 가족, 친구들, 선생님들에게 대하는 나의 태도가 마냥 친절하지만은 않았다. 편한 사람일수록 소중하게 대해야 하는데, 항상 마음처럼 태도가 바뀌지는 않아 나는 마음을 전하는 방법을 조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이제 막 나를 알게 되었기 때문에 아직도 삶이라는 것이 참 어렵지만,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도 나에게도 편안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르고 빨리 성장하기 위해 나를 깎아내리기만 했던 저는, 저마다의 속도로 변하는 계절의 모습을 보았어요. 천천히 목표로 나아가는 계절의 모습은 거창하지 않았고, 어려워 보이지도 않았죠. 어느새 저는 나를 바꾸어 나가고 있었어요. 먼저 나의 모습을 성찰하며 받아드렸고, 저의 안 좋은 모습을 정리해 사소한 습관부터 바꿔나갔죠. 섬세하게 새로운 옷을 입히는 계절을 보며 느리더라도 꾸준하기만 한다면 나를 바꿔나가는 것도 어렵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젠 다가올 겨울에 힘들었던 지난 일을 반복하게 되더라도 무섭지 않아요. 또 다른 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고, 저는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하게 될 테니까 말이에요. 지난 1년의 시간 동안 저는 여유로움이 있으면 편안함도 같이 따라온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이번 겨울에는 여유로운 마음을 유지하며 맘 편히 보내고 싶어요.
여러분도 여유로운 겨울을 보내시길 바라며, 저의 논문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