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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세기를 향한 제 3의 길 박 찬 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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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나 정치사상가는 정치에 방향감각과 목적의식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이념을 모색한다. 즉 어떠한 사회를 창조할 것인가, 이를 실현하는 구체적 수단은 무엇인가를 제시하려고 노력한다. 앤서니 기든스가 제시하는 제 3의 길 역시 그러한 정치 이념이다. 현대 사회학계 최고의 거목이자 영국이 배출한 세계적 석학인 기든스는 1970년에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사회학 강의를 맡으면서부터 본격적인 학자로서의 활동을 시작했고, 1980년대 이후 좌우 이념의 대립 및 그 극복방안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 왔다. 그의 연구 결과는 토니 블레어 신임 영국 총리가 주창한 제 3의 길의 이론적 기반이 되었다. 2차 대전 직후에 제 3의 길이라고 주장되었으며 유럽에서 1970년대 말까지 큰 영향력을 행사하였던 고전적 (또는 구식) 사회민주주의, 즉 구좌파는 오늘날 기든스에 있어서 제 1의 길로 간주되고 1970년대 중반 이후 사회민주주의의 대안으로 등장하여 1980년대에 확산되었던 신자유주의, 즉 신우파가 제 2의 길이다. 따라서 기든스가 말하는 제3의 길은 구좌파와 신우파를 뛰어넘는 제 3의 이념인 것이다. 제 3의 길은 좌파와 우파를 아우르고 종합하는 중도의 입장인데 그 뿌리로 보아 중도 좌파이다. 고전적 사회민주주의가 추구해 왔던 사회정의, 연대, 평등, 공생의 가치를 여전히 중심적인 것으로 삼으면서도 변화하는 세계에 비추어 고전적 사회민주주의가 당연시하였던 국가중심적 입장을 재검토하였다. 결국, 제 3의 길은 사회민주주의의 쇄신을 이루고자 하는 현대적 실험인 것이다. 변화하는 세계와 제 3의 길 고전적 사회민주주의의 원리는, 국가는 공익을 위해 시장과 사회의 다른 부문에 개입하여 시민사회에 대하여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고, 케인즈 이론에 입각하여 수요를 관리, 일부 국유화 정책을 통해 혼합경제체제를 확립하며 완전고용을 추구, 누진세를 포함한 다양한 수평화 전략으로써 평등을 추구하고 시민을 '요람에서 무덤까지' 보호하는 복지국가를 건설한하고 사회민주주의자들의 국제적 연대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한편, 신자유주의의 원리는, 국가의 역할은 최소한으로 제한해야 하고 개인의 창의성을 바탕으로 하는 시장은 방임되어야 최대선을 가져오며 시민사회는 국가의 간섭 없이 자동적으로 번영하도록 허용되어야 하고 전통적인 가족과 민족의 보존을 통해 사회적 질서가 유지된다는 것이다. 그럼,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의 입장에서 어떠한 종류의 변화와 이에 따라 제기된 문제가 제 3의 길을 모색하도록 하였는가? 기든스는 이와 관련하여 ① 범세계화(globalization, 세계화, 지구화, 전지구화, 지구촌화) ② 개인주의의 확산 ③ 좌우파 구분의 모호성 ④ 정치적 행위 주체에 있어서 변화 ⑤ 생태환경적 문제 이 다섯 가지를 언급하였다. 물론 이 다섯 가지의 변화는 각각 독립된 것이 아니고 상호 연관되어 있다. 제 3의 길 프로그램은 첫째, 민주주의를 심화, 확장시키는 방향으로 국가와 정부의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이것이 민주주의의 민주화이다. 국가는 위로, 그리고 아래로 이중적인 권력 이양(범세계화와 지방으로의 권력이양)과 함께 권위를 재확립해야 하고 부패 방지와 척결, 투명성과 개방성 증대를 위한 헌정개혁으로 공공영역의 역할을 확장시켜야 한다(공공성 제고). 또한 정부의 행정 효율성을 제고해야 하며 직접민주주의 실험을 확대하여 정부와 시민간 직접적 접촉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공동체의 복원과 발전을 목표로 정부와 시민사회의 행위체들이 동반자적 관계(상호협력과 견제)를 형성해야 한다. 상호유대 형성을 위한 소집단 활동, 제 3부문의 확장과 참여, 지방공동체 주도의 개발사업, 안전한 공공 장소와 시설 확보 등으로 자율적 시민사회를 활성화해야 한다. 이런 방향의 시민사회 쇄신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셋째, 복지제도의 현대화 방향으로 경제가 관리, 운영되어야 한다. 제 3의 길은 생산의 측면에 주목하지만 재분배 의제는 여전히 중요하다. 제 3의 길은 적극적 복지사회라는 맥락에서 작동하는 사회투자국가를 지향한다. 정부가 기업발전을 위한 인적 자원과 기반시설에 대하여 능동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잠재력 개발로 '가능성의 재분배'를 실현하고자 한다. 사회투자국가는 직업창출과 노동의 미래를 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그것은 창업과 기술혁신 지원, 평생 교육 실현, 공공사업에서 정부와 민간기업의 협력, 다국적 기업간 교육의 공통 기준 마련과 상호 인정 및 연금권리의 휴대가능성(portability) 제고, 가정친화적인 직장 정책 등을 펼치는 것을 포함한다. 넷째, 민족은 내부적으로 통합되는 동시에 세계주의적 민족이 되어야 하며, 초국가적 관할/운영(governance) 체제가 확립되어야 한다. 민족 개념에 대한 재성찰이 요구된다. 문화적 다원주의가 필요한 것이다. 즉 상이한 문화적 집단(종족, 민족 포함)들의 공존이 요구되는데, 다수자 집단은 공정하게 대하는 정의감을 가져야 한다. 범세계화는 국가와 민족의 경계를 넘어서는 범세계적 시민사회의 등장을 가져온다. 이 수준에서 민주주의가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새 천년, 새 세기를 향한 한국과 제 3의 길 한국은 복지사회를 건설함에 있어서 영국이나 유럽 국가들이 당면했던 복지국가의 위기를 고려에 넣어야 한다. 우리는 남북통합을 성취하지 못했으나 탈냉전과 세계 속의 한민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대외경쟁력이 취약한 경제이면서도 외국자본에 대하여 개방하고 또한 세계로 적극 진출하는 것을 중시하지 않을 수 없다. 21세기 한국의 발전을 위해 국가, 시장, 시민사회의 관계를 철저하게 재검토하고 다시 형성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과거를 지배한 발전모델은 한계에 부딪쳤다. 오랫동안 익숙해 온 권위주의 정치, 관료주도의 행정, 재벌중심의 독과점 시장이 안고 있던 문제들이 적나라하게 노출되었다. 우리는 제 3의 길을 탄생시킨 영국적, 유럽적 맥락을 망각해서는 안되겠으나 한국적인 제3의 길을 찾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참여 민주주의, 활기찬 시민사회, 적극적 복지사회, 신혼합경제, 사회투자국가, 세계주의적 민족 등의 개념들은 분명히 오늘날의 한국인들에게 많은 교훈을 시사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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