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이 자주하는 질문
1. 독성 간손상이 발생하면 어떤 증상이 생기나요?
독성 간손상은 다른 대부분의 간질환과 마찬가지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증상이 있다하더라도 간질환에서만 나타나는 특별한 증상이 아닌 피로감이나 식욕부진 등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며, 특이한 증상으로 알려진 황달이나 복수는 간손상이 아주 심해졌을 때에야 비로소 나타나게 됩니다.
그러므로, 증상만으로 간손상을 알아차리는 것은 무척 어렵습니다.
2. 의사의 처방을 받아 약을 복용하는 경우에도 독성 간손상이 오나요?
네. 그렇습니다.
모든 약에는 약효도 있지만 부작용도 있습니다. 또 독성 간손상을 일으키지 않는 약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해야합니다.
의사들은 약물을 처방할 때 그 약물의 약효가 나타나는지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이지만, 약물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주의를 기울입니다. 특히, 독성 간손상이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고 알려진 약물을 처방할 때는 특히 그렇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 결핵에 걸려 결핵약을 처방할 때는 결핵이 낫는지도 살펴보지만, 독성 간손상을 포함한 결핵약에 의한 부작용은 없는지 세심하게 살펴봅니다. 또, 다른 예로 먹는 무좀약이나 신경정신 계통의 약물을 들 수 있습니다.
의사가 처방을 할 때는 그 약물이 꼭 필요한지, 그 약물의 투여가 현재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인지를 살피고, 부작용에 대한 위험이 환자가 얻을 수 있는 약효보다 훨씬 적다고 판단할 때에 비로소 처방을 하게 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어쩔 수없이 원하지 않던 독성 간손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갑상선기능이 항진되어 괴로워하는 젊은 여성에게 사용할 수 있는 약은 몇 가지 되지 않는데, 그 약물들은 모두 드물지만 독성 간손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드물게 발생하는 위험을 무릅쓰고 처방을 하게 되고, 우리나라 전체로 보면 매년 몇 사람의 독성 간손상 환자가 어쩔 수 없이 발생하게 됩니다.

3. 한약에는 독성이 없다고 하는데 한약으로도 독성 간손상이 오나요?
네. 물론입니다. “이 세상의 모든 외래물질 중 독이 아닌 것은 없다”는 사실을 고대의 의사들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약과 독의 차이는 단지 그 양이 다를 뿐입니다.
그러므로, 의사가 사용하는 약은 독성 간손상을 일으킬 수 있지만, 한의사가 사용하는 한약은 자연에서 나온 것이므로 독성 간손상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의사가 처방하는 약 중에서 자연으로부터 얻은 약은 아주 많습니다. 아편으로부터 진통제를 얻었고, 독화살에 묻혔던 독으로부터 강심제를 얻었으며, 주목 나무로부터는 항암제를 얻었습니다. 요즘에 유행하는 ‘보톡스 주사’도 복어의 독으로부터 얻은 것입니다. 모두 자연으로부터 얻은 것이지만, 그 양에 따라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다만, 각자의 체질에 따라 약효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사람에게는 독이 되지 않는 양도 어떤 사람에게는 독이 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약효가 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약효가 나타나지 않는 것입니다. (서양)의학에서는 이런 “사람들 사이의 차이”를 연구하는 학문을 유전체학(genomics)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한약에 의한 독성 간손상이 많은 이유가 어쩌면, 한약이 정말로 독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한의사들이 “한약은 안전하다”는 잘못된 선전에 현혹되어 주의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독성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 물질은 약효도 전혀 없을 것입니다.
4. 건강기능식품이나 녹즙, 민간요법으로도 독성 간손상이 오나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건강기능식품, 녹즙, 민간요법에 의해 독성 간손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백선(봉삼), 개암풀 등 민간요법으로 인해 발생된 독성 간손상은 잘 알려져 있으며, 체중감량 목적으로 여러 가지 한약재를 복합하여 만든 중국산 건강기능식품에 의해 독성 간손상이 대량 발생하여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또,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지역에서도 민간요법으로 사용해 오던 개불알꽃(germa -nder)에 의한 대량 사고가 난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한약재로 쓰이는 황금, 곽향, 개곽향 등은 이 개불알꽃과 가까운 근연종(近緣種)입니다.
또, 미국에서도 독성 간손상이 문제되어 중국산 마황(ma-huang)의 미국 내 사용금지 조치를 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 만성 간질환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식물 중 하나가 인진쑥(茵蔯蒿)입니다. 한국에서 일컫는 “인진쑥”은 더위지기(Artemisia iwayomogi)를 의미하고, 일본에서 일컫는 inchinkoto는 사철쑥(Artemisia capillaris)을 의미하며, 중국에서는 더위지기와 사철쑥을 모두 인진호(茵蔯蒿)라고 하는데, 이 인진쑥에 의한 독성 간손상 또한 잘 알려져 있습니다.
6. 간질환이 있는 사람이 간질환의 치료에 도움이 되기 위해 복용하는 경우에도 독성 간손상이 일어나나요?
네. 안타깝게도 그런 사례가 드물지 않습니다. 이미 간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에게서는 일반인에 비해 독성 간손상의 발생 빈도도 높고, 중한 합병증이 더 빈번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자식들이 부모님의 간질환을 염려하여 병의 치료에 도움을 드리겠다는 좋은 뜻으로 사다드린 한약, 건강기능식품, 민간요법으로 오히려 간질환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런 우리나라의 관습이 외국에까지 알려져 재미동포를 많이 치료하는 미국 의사들조차 “한국계 미국인에게서 간질환이 악화되면 한약 등을 복용하지 않았는지 꼭 물어보아야한다”는 말을 합니다. 이제는 우리도 “약을 선물”하는 위험하고 무지한 관습을 빨리 버려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