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실하 교수는 1995년에 명명된 요하문명을 최초로 한국에 소개하신 분으로 <환단고기>를 정식 사서(史書)로는 인정하지 않는다. 동이족이 이룩한 요하문명은 중국 황하문명보다 시기적으로도 앞서고 문화적으로도 훨씬 발달한 제5의 문명이었다.
8, 9천 년 전에 이미 농사를 지었음이 밝혀졌다. 후대에 중앙아시아에서 유목민족이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즉, 동이족은 농경을 하는 부족이지 유목민족이 아니었다.
요하문명권인 요서, 요동 지역에서 청동기 유적이 대거 발굴되었기에 이곳이 고조선의 수도였을 것으로 우교수는 추정하고 있다. 고조선은 중국 요임금과 서로 경쟁관계에 있었다. 상하 군신 관계가 아니었다.
점선으로 둥글게 표시된 부분이 요하문명 권역이다
요하문명의 꽃, 홍산(紅山) 문화
_우실하 교수 강의 내용
▶“요하문명은 동북아의 시원문명이다”
그렇다고 요하문명 세력들이 전부 한반도로 내려왔다고 볼 수는 없다. 당연히 중원으로도 들어갔다. 요하문명에서 A자 형태로 문화가 전파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한 줄기는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가고, 다른 줄기는 중국 동해안을 따라 내려가서 장강(양쯔강) 문명에 영향을 줬을 것이다.
요하문명에서 출토된 유물과 유적.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우하량의 여신상, 빗살무늬토기, 비파형 청동검, 거대 피라미드 적석총, 우하량 제2지점 1호총의 묘와 부장된 옥기.
발굴중인 여신상
반가부좌를 하고 수행하는 여신상
호흡수련을 하는 듯한 모습의 남신상
(5,300년전, 적봉시 발굴)
홍산문화 옥조각
▶한국 상고사 연구를 위한 방향
요하문명은 중국뿐 아니라 우리 민족의 상고사 연구에도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한국 상고사 연구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하다.
우선, 단군 신화를 적극적으로 재검토하고, 동북 민족과 우리 민족을 연결하는 새로운 역사의 기틀을 짜야 한다. 우리도 중국인처럼 북방 민족을 야만인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데, 우리부터 소중화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둘째, 만주 일대가 유목과 수렵문화라는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 이 지역에서 6천 년 전 흥륭와문화부터 조와 기장을 중심으로 한 농경을 한 흔적이 발견되었고, 홍산문화 후기에 오면 대규모 농경이 이루어진 가장 앞선 선진문명을 가졌다는 것이 발굴을 통해 증명되었다.
셋째, 요하문명이 중원문명과 전혀 다른 ‘제5의 문명’으로 등극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는 역사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요하문명은 황하문명보다 앞섰고, 세계 어디에도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문명이기 때문이다.
넷째, 한반도 중심의 역사관을 만주, 몽골 초원, 중앙아시아 지역까지 넓혀야 한다. 마지막으로 요하문명 지역에서 출토된 신석기와 청동기, 특히 옥기를 연구할 학자를 길러야 한다.
▶‘동방 르네상스’를 위한 제안
서구문명이 한계에 이르자 서구인들은 ‘그리스·로마문명’의 전통에서 ‘고대로부터의 빛’을 발견했고, 이를 ‘르네상스’로 재구성하였다. 르네상스를 통해 새로운 문화적 피를 수혈해 승승장구하던 서구문명은 20세기를 지나면서 또다시 근본적인 문제에 직면하였다.
이제 20세기 문명의 한계를 넘을 ‘고대로부터의 빛’은 동방에서 시작될 것이다. 그것이 ‘동방 르네상스’다. 문명의 뿌리를 함께 공유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진정한 동방 르네상스 시대를 열 수 있다. 한·중·일·몽골이 함께 열어갈 동방 르네상스를 꿈꾸며 몇 가지 제안을 하려고 한다.
첫째, 21세기 동북아 문화공동체를 이루려면 ‘어디까지가 우리 땅’이라는 식의 역사관을 넘어, 역사를 ‘흐름과 교류의 과정으로 보는 새로운 역사관’과 ‘열린 민족주의’를 한·중·일·몽골이 공유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상고사에 대한 인식에서는 더욱 그렇다.
둘째, 요하문명이 탄생할 때는 중국도 한국도 일본도 없었다. 주변의 모든 국가가 요하문명을 ‘동북아 시원문명’으로 삼아 공동으로 연구해야 한다. 이를 21세기를 위한 ‘동북아 문화공동체’의 근원으로 삼아야 한다.
셋째, 한·중·일·몽골의 학자가 연계해야 한다. 그래서 동북아 고대문화에서 새로운 희망의 빛을 찾고,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문화철학을 가꾸어 가야한다. 이런 문화철학을 바탕으로 ‘동방 르네상스’를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7천년, 8천 년 전 요하문명처럼 동북아시아에서 찬란한 문화의 꽃을 다시 피울 수 있을 것이다.
◆ 우실하(禹實夏) 교수
1961년 경북 상주 출생. 연세대 사회학과 학사, 석사, 박사 취득
동양사회사상, 문화이론, 한국문화론, 한국문화사-사상사 등을 연구하며 한국 문화와 사상의 원류를 밝히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고, 현재 한국항공대 인문자연학부 교수다.
현) 한국항공대학교 인문자연학부 교수 (학부장 역임) 현) 동양사회사상학회 회장, 고조선단군학회 부회장 현) 한국 몽골학회 이사 (편집위원 역임) . 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운영위원 . 현) 중국 내몽고홍산문화학회(內蒙古紅山文化學會) 회원 ․ 전) 중국 요녕대학(遼寧大學) 한국학과 교수 (요녕성 심양시) ․ 전) 중국 적봉학원(赤峰學院) 홍산문화연구원(紅山文化硏究院) 방문교수 (내몽고 적봉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