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24절기의 6번째인 곡우다. 곡우(穀雨)란 말은 곡식에 움을 틔우기 시작한다는 말이다. 즉 봄비가 내려서 온갖 곡식이 윤택해진다고 한다. 씨앗이 발아가 되려면 적당한 온도와 습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때를 시작으로 농사일이 바빠진다는 뜻이다. 차를 마시는 사람들에게는 곡우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우전 [ 雨前 ](차)라고 하면 곡우를 전후하여 딴 찻잎으로 만든 차를 말하며 찻잎을 따는 시기에 따라 분류한 녹차 종류의 하나이다. 곡우(穀雨) 5일전 이른 봄에 딴 찻잎을 덖어서 만든 차로서 가장 처음 딴 찻잎으로 만들었다고 하여 첫물차라고도 한다. 주로 자라지 않은 1창(槍:차나무 가지에서 처음 나오는 움) 2기(旗:막 피기 시작한 잎), 즉 1개의 찻잎 양 옆에 두 이파리가 받쳐주는 모양새의 여린 차순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은은하고 순한 맛이 특징이며,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여 생산량이 적고 값이 매우 비싼 최고급차로 친다. 우전 다음으로는 곡우와 입하 사이에 차 나무의 새잎을 채취한 것으로 참새 혀와 닮았다 하여 작설차(雀舌茶) 또는 세작(世雀)이라고도 한다.
서해 바다에서는 곡우 무렵에 흑산도 근처에서 겨울을 보낸 조기가 북상해서 충남의 격열비열도(格列飛列島)까지 올라오므로 황해에서 조기가 많이 잡힌다. 이때 잡힌 조기를 곡우사리라고 한다. 이 조기는 아직 살은 적지만 연하고 맛이 있어 서해는 물론 남해의 어선들도 모여든다. 전남 영광에서는 한식사리, 입하사리 때보다 곡우사리 때에 잡히는 조기가 알이 많이 들어 있고 맛이 좋다. 그래서 곡우사리 조기를 가장 으뜸으로 친다. 조기철에 되면 흑산도 부근 바다에 나가면 조기 울음소리가 들린다고 하던데 나는 어선을 타 보지 않아 그 소릴 들어보진 못했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나들이도 제대로 못하고 뜸 하지만 주말 농장을 가진 친구들은 밭에 나가 파종도 하야 되니 바쁜 모양이다.
농촌 같으면 씨나락을 꺼내 모판을 준비해애 되니 눈코 뜰새 없이 바쁠 시기이다. 농가월령가의 삼월을 한 번 보자.
농가에서 매달 해야 할 일과 당시의 세시풍속 등을 한글로 읊은 '농가월령가'는 정약용의 둘 째 아들인 정학유(丁學遊:1786~ 1855)가 경기도 양주에서 직접 농사를 지어면서 실학정신을 실천하면서 지었다고 한다.
. 三月
삼월은 모춘이라 청명 곡우 절기로다
춘일이 재양하여 만물이 화창하니
백화는 난만하고 새 소리 각색이라
당전의 쌍제비는 옛집을 찾아오고
화간의 범나비는 분분히 날고 기니
미물도 득시하여 자락함이 사랑홉다
한식날 성모하니 백양나무 새 잎 난다
우로에 감창함은 주과로나 펴오리라
농부의 힘드는 일 가래질 첫째로다
점심밥 풍비하여 때 맞추어 배 불리소
일군의 처자 권속 따라와 같이 먹세
농촌의 후한 풍속 두곡을 아낄소냐
물꼬를 깊이 치고 도랑 밟아 물을 막고
한편에 모판 하고 그나마 삶이하니
날마다 두세 번씩 부지런히 살펴보소
약한 싹 세워낼 제 어린아이 보호하듯
백곡 중 논농사가 범연하고 못하리라
포젼에 서속이요 산전에 두태로다
들깩모 일찍 붓고 삼농사도 하오리라
좋은 씨 가리어서 그루를 상환하소
보리밭 매어 놓고 못논을 되어 두소
들농사 하는 틈에 치포를 아니할까
울밑에 호박이요 처맛가에 박 심으로
담 근처에 동아 심어 가자하여 올려 보세
무우 배추 아욱 상치 고추 가지 파 마늘을
색색이 분별하여 빈 땅 없이 심어 놓고
갯버들 베어다가 개바자 둘러 막아
계견을 방비하면 자연히 무성하리
외밭은 다로 하여 거름을 많이 하소
농가의 여름 반찬 이 밖에 또 있는가?
뽕눈을 살펴보니 누에 날 때 되겠구나
어와 부녀들아 잠농을 전심하소
잠실을 쇄소하고 제구를 준비하니
다래끼 칼 도마며 채광주리 달발이라
각별히 조심하여 내음새 없이 하소
한식 전후 삼사일에 과목을 접하나니
단행 이행 울릉도며 문배 참배 능금 사과
엇접 피접 도마접에 행차접이 잘 사나니
청다래 정릉매는 고사에 접을 붙여
농사를 필한 후에 분에올려 들여 놓고
천한 백옥 풍설 중에 춘색을 홀로 보니
실용은 아니로되 산중의 취미로다
인간의 요긴한 일 장 담는 정사로다
소금을 미리 받아 법대로 담그리라
고추장 두부장도 맛맛으로 갖추 하소
전산에 비가 개니 살진 향채 캐오리라
삽주 두룹 고사리며 고비도랏 어아리를
낙화를 쓸고 앉아 병술로 즐길 적에
산처의 준비함이 가효가 이뿐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