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을 통하여 정신의 꿈을 키우고, 문학 작품 속에 영혼을 담는다는 것은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 것인가?
이 질문과 관련하여 우리는 수필 문학의 성격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유명한 독일의 좌파비평가인 게오르크 루카치는 《영혼과 형식》에서 진정한 영혼이란 인간의 가장 은밀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정신 상태를 말하는 것이라고 한 적 있다. 더 나아가 보이지 않는 영혼을 담아내기에 충분한 그릇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혼과 형식이란 추상적으로는 분리가 가능하지만 그 어떤 존재도 분리할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를 갖는다.(G. Lukacs, Soul and Form, Merlin Press, 1974. 4-7쪽). 예컨대 우리가 바라보는 불빛은 이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예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불빛에서 불이라는 뜨거움이 영혼이라면, 그 보이지 않는 영혼은 빛이라는 형식을 뿜어내는 것이다. 둘은 별개의 존재이지만 떼어낼 수 없는 하나로 존재를 헝성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본질을 담아내는 글의 모든 형식들은 제각각일 것이지만, 그 속에는 보이지 않는 나름대로의 영혼이 존재하게 된다. 우리가 쓰는 한 편의 에세이는 (루카치가 사용한 에세이라는 용어는 편의상 수필로 번역하여 사용한다)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자외선의 띠처럼 그 본질에는 일정한 영혼이 담겨 있다. 말하자면 한 편의 수필이란 자신의 영혼을 찾아가기 위한 과정에 있는 형식을 갖춘 글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루카치는 수필을 삶의 근원적이면서도 직접적인 문제에 대한 물음이자 인간 영혼의 가장 은밀한 곳에 자리잡은 마음 상태와 동경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에 기초한 글이라고 규정하였다. 이러한 의미에서 뛰어난 수필은 우리의 마음을 조용히, 그렇지만 강하게 뒤흔드는 '지적인 시(intellectual
poems)'의 본성과 형식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한다(같은 책 18쪽)
여기서 우리는 다시 수필이란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글, 또는 붓 가는대로 쓴 글이라는 정의는 수정되야 한다고 느끼게 된다. 수필이란 마치 떠돌이 영혼들이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고단한 여정과 같은 것이다. 말하자면 수필이란 형식에 구애받지 않거나 붓 가는 대로 작가 마음대로 쓰는 글이 아니라, 자신이 쓰려고 하는 글의 영혼과 본질에 맞는 형식을 찾아가야 하는 글이다. 그야말로 수필은 영혼의 끊임없는 확장과 경계를 넘나들면서 그자체를 헝식으로 추구한다고 할 수 있다. 글에 영혼을 담는 일, 의미와 비유를 형식으로 삼아 한 편의 수필을 쓰는 일, 그것이 우리가 생각하여야 할 수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다.
첫댓글 Georg Lukacs
https://m.terms.naver.com/entry.naver?docId=2077158&cid=44546&categoryId=44546
영혼과 형식
https://www.ypbooks.co.kr/m_detail_view.yp?code=101109675&gubun=NM&NaPm=ct%3Dlaprnhd4%7Cci%3D8f577ea8dce6c72920db63762f0d180ac217a0b7%7Ctr%3Dboknx%7Csn%3D5295494%7Chk%3D161b41e7758ac7420c46fbb5fe06d10f6f008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