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하는 아이-2
그 후에도 두개의 한 되(一乘)병에 한쪽은 물을 채우고 다른 쪽은 알코올을 가득 채운 후 섞어 보았는데 양이 줄어들었으며 이런 이치는 고구마 한 가마니에 쌀 한가마니를 섞으면 두가마니가 채 안 된다는 이치이다.
지금도 뒷마당 한구석에 지어 놓은 31평짜리의 창고 안에는 여러 가지 기계류 등을 많이 사들여 나름대로 연구, 취미생활을 한답시고 돈도 허비하게 되므로 아내는 불만을 잠재우고 있지만 불평은 가끔 토로(吐露)한다.
내가 연구하여 만든 도구는 평면 콘크리트가 지축이 나서 갈아 앉으면 손가락 굵기의 구멍을 뚫고 진흙을 개어 5파운드의 압력으로 넣으면 원상대로 떠오르는 것인데 실제로 사용 성공했고 사용 가(可)품이 된다.
지금은 전기 모터를 사용하지만 한국에서 전기가 없던 시절 내가 발명한 것으로 지대가 높은 집에서 펌프샘의 물 깊이가 약 9m(1 기압때 물기둥은 10.031m, 수은기둥은 무거워 고작 76cm, 미국 일기예보에서는 29.92 inch를 1기압으로 기준하여 30.75이라 하면 고기압이 된다)쯤 되는 샘에서는 손잡이를 누를 때 파이프 속의 물이 위로 천천히 움직이려고 하면 피스톤은 이미 하 행정이니 퍽퍽하는소리와 함께 물이 찔끔찔끔 조금씩 밖에 안나오지만 파이프 옆에 완충장치의 진공 통을 달아 놓으면 피스톤은 진공통 속의 저장된 물을 빨아드리는 원리가 되니 물은 진공통을 채우려고 수직 파이프 속을 서서히(비록 손잡이는 약2초마다 상하로 왕복 운동을 할지라도)같은 속도로 위로 움직여 물은 계속 버킷에 많이 담기게 된다.
시림의 심장은 평생동안 약 1/3초에 펌핑을 하고 2/3초를 쉬는데 발가락의 동맥혈관은 혈액이 일정한 속도(constant speed)로 흐르는 이치와 비슷하다.
1936년의 병자년 수해는 김천군에서 53명이 사망했는데 사라호 태풍보다 더 큰 피해이어서 할아버지께서 사시던 집은 폭삭 내려앉았고 동내가 없어지는데 수마에 놀란 동네 어른들이 산중턱에 마을을 급조하는데 집터가 평지로부터 너무 높으니 우리 집과 두레우물과 거리가 멀 수밖에 없었다.
두레우물에 붕어를 여러 마리 넣어 키우며 물의 정화를 꾀했는데(이 붕어를 잡아먹는 사람은 눈이 먼다고 소문이 나 있어서 아무도 손을 안 댔다)크게 자랐으며 고요한 물속을 들여다보면서 외치면 메아리도 생기고 명경지수(明鏡止水)가 되어 내 얼굴도 보이고 하늘과 구름도 보였다.
외할머니께서 사시던(어머니께서 결혼 전임)송곡(松谷)도 수마가 휩쓸고 간 집터에는 가재(家財)라고는 오석(烏石;검정색 돌)으로 만든 다듬이 돌 한 개만이 뎅그렇게 빈 집터를 지키고 있다는 외할머님의 말씀이 있으셨는데 병자년홍수가 1936년이니 약 87년이 된다.
수해를 입던 날 저녁인데 물이 불어나니 노인들은 방에 불을 켜고 모두가 산으로 올라갔는데 현명하셔서 훤한 창호 문을 통해서 보이는 호롱불빛이 만약 꺼지면 집이 없어지는 신호로 알았는데 오밤중이 되니 꺼지더란다.
나는 방과(放課)후에는 두레박으로 물을 퍼서 매일 물지게로 무거운 물 두통씩을 어깨로 여러 번 메어 날라서 물두멍을 채우는 것이 나의 책임이 되는데 어깨뼈에 변형이 생겨 어깨 모양이 옷걸이 모양으로 양쪽이 쳐져 목이 길어 보이는데 만약 싱글(원명은 single jacket)을 걸치면 다른 사람들은 모양새가 난다고 말 한 적이 있다.
이런 여건에서 비롯되어 나는 물을 풍족하게 쓰는 것이 염원이었다.
이곳 로럴(Laurel;月桂樹)시의 수도국 으로부터 보내오는 물은 공무원의 봉급을 주어야 되고 상수도 세보다 하수도세가 더 비싸며, 가끔 날이 가물면 물을 절약하는 차원에서 집에서 세차하는 것과 잔디밭에 물주는 것을 금하지만 우리 집은 광천수(깊이128m의 암반수)의 2마력펌프의 자가 수도 이어서 관청의 제약은 받지 않고 수량이 풍부하니 잔디와 화단에도 사용하는데 전기료(밤에는 싸고 낮에는 비싸다)가 KW당 평균 16센트라고 보면(미국인 데이터에 1인당 1일 물수요량을 380ℓ로 잡는다)한달에, 매 2700리터마다 수질정화용 소금 값 까지 가산하여 8불정도이니‘가격 대 만족’이고 소독약 냄새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