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지인의 아들 결혼식에서 에릭 사티의 'Je te veux'를 축가로 부르고 있었다.
그당시만 해도 에릭사티는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터라
신랑이나 신부가 좋아하는 곡이려니..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에릭 사티의 곡은 많이 들려지고 광고나 드라마에도
많이 사용되고 있었다. 그리 무겁지 않고 짧게 연주되는 그의 음악.
악보에 일반적인 연주 기호 대신 ‘계란처럼 가볍게’,
‘이가 아픈 꾀꼬리 같이’와 같은 말들을 써놓은 것이 악상기호라 한다.
악보에 '알레그로'나 안단테'보단 훨씬 사랑스런 기호란 생각이 들었다.
무겁거나 길지 않고 단순한 듯한 하면서도 색다른 그의 음악에 호기심이 생겼다.
귓가에 속삭이는 듯,
계단을 가만 가만 밟고 올라오는 듯한 그의 음악들..
네 살 위인 드뷔시를 만나
25년간 긴 우정을 나누며 서로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래서일까? 그들의 음악은 비슷한 분위기로 꿈꾸는 듯 신비롭다.
사티의 작품은 ‘그노시엔느’와 ‘짐노페디’가 많이 알려졌으며
편곡해서 여러 악기로 연주되고 있다.
사후에 유명해진 그는 자신의 음악이 세계 곳곳에서 사랑받고 있음을 알게되면
가난하고 고독했던 그의 삶이 조금은 위로를 받지 않을까..
술집에서 피아노를 치며 곤궁한 생계를 이어가던 그는
화가 로트렉과 춤을 추고 있는 수잔을 처음 보았고 2년후 다시 만나
사랑하게 되는데, 화가 로트렉과 르누아르의 모델이며 연인이기도 했다.
수잔 발라동이 그린 젊은 날의 사티
수잔은 사티를 사랑했고 사티는 일곱 살 때 죽은 어머니를 사랑했는데
사티와 수잔이 헤어진 건 어머니 때문이라는데..
르누아르의 모델로 그의 그림을 흉내내며 화가의 꿈을 키워 가던 수잔과 사티는 반년동안 동거를 하게되고
어느 날 수잔과 사랑을 나누고 있던 사티는
맞은편 거울 속에서 어머니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날 이후로...
사티는 수잔과 육체적인 사랑을 나눌 수 없게 되었다 한다.
그를 재발견한 것은 프랑스 영화감독 루이 말이었고
자신의 영화 '도깨비불'의 영화음악으로 사티의 피아노 곡을 사용했다
영화가 개봉되자
‘정신이 아찔해질 만큼 아름다운 이 음악은 대체 누가 작곡한 거지?..
1919년 사티의 음악을 접한 스트라빈스키는
"프랑스 음악은 비제, 샤브리에, 사티 외에는 없다" ..
수잔 발라동은 프랑스의 표현주의 화가로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