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2020 프로농구 개막이 이제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뭐든 하나라도 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중요한 듯, 중요하지 않은 구단 별 TMI 숫자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울산 현대모비스의 36.1분
울산 현대모비스의 라건아는 국가대표 일정을 소화하며 누구보다 바쁜 오프시즌을 보냈다.
2018년 귀화 후 태극마크를 달기 시작한 라건아는 대한민국 농구 대표팀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되었는데,
중국 농구 월드컵 5경기 동안 평균 36.1분을 소화하며 월드컵 출전 선수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오프시즌 몇몇 외국인 선수들이 필리핀, 푸에르토리코 등 여름 리그 알바를 뛰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여러 나라를 오가며 풀타임에 가까운 출전 시간을 소화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특유의 강철 체력을 자랑해온 라건아가 그 체력의 끝은 어디일지, 팀을 2연패로 이끌 수 있을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인천 전자랜드의 75.1점
챔피언 결정전에서 준우승에 머물렀던 인천 전자랜드는 지난 시즌 부상으로 팀을 떠났던 머피 할로웨이와의 재계약을 선택했다.
2미터 신장 제한이 사라진 상황임에도 196.2cm의 빅맨 할로웨이를 다시 선택한 것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지난 시즌 머피 할로웨이가 뛰었던 17경기 인천 전자랜드의 평균 실점은 75.1점으로 시즌 평균 실점 79.9점보다 무려 4점 이상 낮았다.
75.1점은 지난 시즌 최저 실점을 기록했던 울산 현대모비스의 77.8점보다도 더 낮은 수치이다.
수비와 팀 플레이에 강점이 있는 머피 할로웨이가 이번 시즌 2미터 이상의 외국인을 상대로도 좋은 활약을 하며,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시원하게 털어줄 수 있을지가 이번 시즌 인천 전자랜드의 관전 포인트일 것이다.
창원 LG의 11.6%
KBL의 오프시즌은 지나칠 정도로 심심한 경향이 있지만, 창원 LG만큼은 매주 공중파를 통해 구단의 소식을 전했다.
주말 저녁 공중파 예능 "당나귀 귀"에 창원 LG의 감독 현주엽이 출연하면서 농구팬들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꽤 큰 관심을 끌었다.
특히 지난 22일 현주엽 감독의 피자 먹방은 분당 최고 시청률 11.6%를 기록하면서 두 자리 수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평균 시청률 역시 10.3%로 10% 이상을 기록하며 타방송사 예능들을 따돌리며 동시간대 1위에 올랐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높은 시청률을 보장해주고 있는 현주엽 감독, 창원 LG와 좀 더 긴 시간 함께 가고 싶어하지만,
현주엽 감독 측은 미디어데이를 끝으로 방송 하차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농구가 이런 관심을 받은 적 있었나 싶을 정도로 하차가 아쉽지만, 계약 마지막 시즌인 만큼 성적에 더 집중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전주 KCC의 378경기
지난 시즌 정규리그 MVP를 수상했던 전주 KCC의 이정현은 데뷔 후 대표팀 차출과 군복무 기간을 제외한
모든 리그 경기에 출전하며 무려 378경기 연속 출장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KBL 최고 기록은 추승균의 384경기으로 이번 시즌 이정현이 시즌 초 결장만 하지 않는다면 무난하게 기록을 깰 것으로 보인다.
지난 농구 월드컵에서 발목 부상을 다하며 오프 시즌 전주 KCC가 참가했던 터리픽12 경기에는 출전하지 못했지만,
금강불괴라는 별명처럼 짧은 시간 빠르게 회복하며 최근 연습 경기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리 실력이 좋은 선수라도 부상으로 코트에 설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면 그 가치는 떨어질 수 밖에 없는데,
이정현은 좋은 실력에 엄청난 내구성까지 지니고 있으니 이번 시즌도 변수 없는 활약을 이어갈 것이다.
고양 오리온의 188cm
고양 오리온은 이번 시즌 외국인 신장 제한이 폐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180cm 이하 가드 포지션의 조던 하워드를 선발하였다.
그리고 또 다른 외국인 선수 역시 2미터가 되지 않는 포워드 포지션의 마커스 랜드리를 선택하였다.
시즌을 앞둔 지금 고양 오리온의 외국인 선수 평균 신장은 10개 구단 중 가장 작은, 190cm도 되지 않는 188cm로 구성하게 되었다.
다른 모든 구단이 더 큰 선수들을 찾을 때, 추일승 감독만은 다른 시선으로 외국인 선수들을 찾았는데,
2015-16시즌 포워드 애런 헤인즈와 가드 조 잭슨 조합으로 우승을 차지 했던 좋은 기억을 되뇌인 것 같다.
하지만, 당시와는 다르게 이번 시즌은 경기 내내 외국인 선수 1인만 출전할 수 있는 상황으로 당시보다 국내 빅맨들의 활약이 더 필요하다.
국내 빅맨 이승현, 장재석, 최진수의 활약이 이번 시즌 고양 오리온 외국인 선수 농사의 성패를 결정할 것이다.
부산 KT의 6경기
부산 KT는 다른 구단들보다 한 박자 빠르게 외국인 선수 계약을 완료하였다.
NBA 경력이 있는 213cm 최장신 바이런 멀린스와 NBA에서 300경기 가까이 뛰었던 베테랑 알 쏜튼이 그 주인공이다.
커리어만 봤을 때 어느 구단도 부럽지 않을 최상의 조합으로 보이지만, 연습 경기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조금 불안하기도 하다.
특히나 바이런 멀린스는 경기 태도에 대한 많은 루머가 돌고 있으며, G리그에서 6경기만 뛰고 퇴출 되었던 과거가 루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G리그 퇴출 후에는 일본 프로팀으로 리그 중반 합류하였는데 본인의 기록은 나쁘지 않았지만 소속팀은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었다.
1989년생 아직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선수인데 일본 리그를 거쳐 한국까지 온 데에는 뭔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다.
과연 부산 KT와의 인연은 어디까지 일지, 그리고 부산 KT의 이번 시즌 성적은 어떻게 될지 매우 궁금한 부분이다.
안양 KGC의 64.2%
오세근의 부상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던 안양 KGC는 이번 시즌 다른 것보다도 오세근의 건강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건세근이면 최소 4강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건강한 오세근의 위력은 대단하지만, 반대로 보면 그만큼 부상이 잦다는 뜻도 있다.
프로 데뷔 후 7시즌을 소화하고 있는 오세근은 경기당 평균 30분 이상 출전한 시즌에는 팀을 무려 64.2%의 승률로 이끌었다.
하지만, 부상 등으로 오세근이 30분 미만 출전한 시즌에는 승률 44.9%로 거의 20% 가까운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이미 알려진 대로 오세근의 무릎은 이제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으로 꾸준히 관리하며 경기를 뛰어야 하는 상태이다.
시즌 시작에 맞춰 착실히 몸을 만들고 있는 오세근의 아슬아슬한 건강관리에 팀의 명운을 맡기기엔 불안한 느낌도 있지만,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선 오세근이 반드시 필요하고 오세근은 부상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를 지닌 선수이다.
원주 DB의 8일
원주 DB는 국가대표 빅맨 김종규를 역대 최고 금액인 12억 7,900만원으로 영입하면서 시즌 전 우승 다크호스로 떠올랐지만,
김종규와 함께 골밑을 지켜줄 파트너로 낙점 되었던 일라이저 토마스가 개막 8일 앞두고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기대한 그림에 차질이 생겼다.
대학 졸업 후 자신의 첫 직장으로 KBL을 선택한 토마스는 누구보다 의욕적으로 훈련에 임하며 시즌을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었다.
특히 대만 전지훈련에서 기대했던 수비력 뿐 아니라, 백보드를 부술 정도의 파워와 적극적인 공격력까지 보여주었기에,
개막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 일라이저 토마스의 이탈은 DB 구단 입장에선 매우 큰 손해이다.
물론 발 빠른 움직임으로 토마스의 공백을 메워줄 수비력 좋은 빅맨을 며칠 만에 영입하긴 했지만,
토마스를 충분히 파악하고 거기에 맞게 전술을 준비해온 이상범 감독의 머리는 다른 팀 어떤 감독보다 복잡할 것이다.
서울 SK의 1억 1,800만원
지난 시즌 디펜딩 챔피언의 위상을 제대로 깎아 먹은 서울 SK는 이번 시즌 부상 선수들이 돌아오면서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
특히 외국인 선수 투자에도 돈을 아끼지 않았는데, 기존 메인 외국인 이었던 헤인즈는 물론 G리그 탑 빅맨이었던 자밀 워니 영입에 성공했다.
선수 구성을 봤을 때 다가오는 시즌 우승 0순위로 꼽히면서 오프시즌 가장 큰 대회인 터리픽12에서 보여줄 모습 역시 기대를 모았는데,
결과는 기대 이상의 놀라운 모습이었다. 아시아 여러 국가의 수준 높은 프로팀들을 상대로 연전연승 했고, 결승에 올라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아시아의 챔피언스 리그를 꿈군다는 터리픽12의 우승 상금은 무려 15만 달러이며, 이번에 SK에 받은 준우승 상금 역시 10만 달러이다.
프로농구 정규리그와 챔피언 결정전 우승 상금이 각각 1억인데, 터리픽12 준우승 상금이 이보다 더 높다.
서울 SK는 이번 시즌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 답게 시즌 전 팀의 사기를 제대로 올리며 다른 팀들보다 이미 한 발 앞서나간 모습이다.
서울 삼성의 72.76%
서울 삼성은 지난 시즌 유일하게 20승 미만을 기록했던 팀으로 16-17시즌 파이널에 올랐지만 이후로 2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탈락했다.
부진한 성적을 증명하듯 이번 시즌 연봉 총액은 샐러리캡 25억의 80%도 채우지 못한 72.76%, 18억 2천만원 수준이다.
이상민 감독은 그동안 선수들의 자율적인 훈련을 추구해왔지만, 지금까지 그 결과는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
만약 이번 시즌 역시 부진한 성적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시즌을 다 채우지 못하고 사령탑이 교체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김준일, 임동섭 등, 군 제대 선수들이 돌아오면서 국내 선수들의 구성이 타팀에 비해 나쁘지 않으며,
해외 리그에서 득점왕에 올랐던 빅네임 닉 미네라스를 영입하여 이상민 감독의 벼랑 끝 탈출을 노리고 있다.
과연 시즌 종료 후 서울 삼성 선수들이 받게 될 연봉표는 감독과 선수 그리고 팬들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모습일지 궁금하다.
첫댓글 이런 글 너무 좋아요ㅜ
감사합니다 ㅎ
@76다마 제가 감사합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글보면 여쭤보려 했었는데 고양 오리온에 색상을 보라색으로 (개인적으로 보라색 유니폼을 신정,구정 같은 특별한 날이나 특정 팀 대결 때 착용 해 줬음 하는데) 지정 해 주셨는데요
76다마님께서도 보라색 유니폼 시절이 좋아서 지정하신것인지요?ㅎㅎ
전자랜드 머피 할로웨이(지난시즌까지 중계해 준 엠스플에 한명재 캐스터가 머피 할로웨이를 부를때 음성이 생각나네요)가 수비도 잘하는 선수로 알고 있었는데 평균 실점율 기록을 보니 좋은 선수인게 다시 한번 실감나네여
현주엽 감독님이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 하차 하면 감독직 계약 만료 후 예능으로 복귀?하실까여...
섀년 쇼터, 조던 하워드 두 단신 선수가 이번시즌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면 다음 시즌 타구단들도 단신 선수를 영입할지 궁금해지면서도 이 두선수 활약 기대됩니다
@장재석 보라색 유니폼을 입는 구단이 오리온 밖에 없어서 오리온은 보라색으로 표시 했습니다.ㅎ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