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을 듣기를 원하시지 않으면 위의 정지(네모)버튼을 눌러주세요.
볼륨을 조금만 줄여서 읽어주세요!
자..그럼 오랫만에 돌아온 다시 사랑해도 될까요? 얘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 50
2층 샵으로 올라온 혜수는 제일 먼저 태규를 눈으로 찾았다.
스텝 한명과 함께 여자 손님 헤어 염색을 하고 있는 태규를 발견하고는 기분 좋게 걸음을 내딛는다.
“나 오늘 골치아픈 하루였는데
당신을 보니깐 다 풀리는 것 같네요“
태규 등뒤를 스치며 혜수가 태규만 들릴수 있도록 작은소리로
속삭이듯 얘기하고는 3층 원장실로 올라갔다.
태규는 잠시 손을 멈추고 3층으로 올라가고 있는 혜수를 돌아봤다.
한쪽 끝에서 손님 헤어 스타일링을 하고 있던 강인이 의심스런 눈빛으로
혜수와 태규를 반갈아 쳐다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잠시후 태규와 강인까지 3층 사무실로 호출을 받았고 이번 헤어쇼에
관한 여러 가지 진행상황에 관해 들을수 있었다.
기다리는 샵 손님들 때문에 태규와 강인은 미리 2층으로 내려왔고
한시간 가량 더 원장실에서 브리핑을 진행하던 혜수가 2층으로 내려왔다.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태규의 모습을 계단 난간에 기댄채 한참을 지켜보았다.
일에 몰두해 있는 그의 모습이 더 남자답게 느껴지는 것 만 같았다.
태규 옆에서 보조를 하던 핑크색 브릿지의 스텝여자가 그런 혜수의 행동을
눈치 채고는 못마땅하다는 듯 눈을 흘겼다.
혜수는 핑크빛 브릿지를 향해 어깨를 으쓱해보이고는 태규에게로 다가갔다.
그녀가 걸음을 옮길때마다 화사한 꽃이 화려하게 그려진 쉬폰 치마가
살랑살랑 다리사이를 스친다.
핑크빛 브릿지는 혜수가 태규쪽으로 점점 다가오는 것이 아주 못마땅한 듯
곁눈질을 하고 있다가 그만 손님의 귀에 드라이기 바람을 날렸다.
“앗, 뜨거워!”
“죄, 죄송합니다.”
여자손님이 귀를 어루만지고 있고 핑크빛 브릿지가 고개를 숙여가며 다급하게 사과를 했다.
스텝의 잘못을 손님에게 사과하는 태규의 어깨위로 혜수의 손이 올라왔다.
태규가 고개를 돌리자 진한 혜수의 향수냄새가 풍겨졌다.
태규와 눈빛이 마주치자 혜수가 기다렸다는 듯이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수고해요.
아쉽지만 오늘은 가봐야겠네요.
내일 봐요.“
혜수는 자신의 말만 마치고는 살랑~ 치맛자락을 날리며 1층으로 계단을 내려갔다.
다른 약속을 한적이 없는데 내일이라니?
태규가 잠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아직도 귀가
얼얼한지 한쪽 손으로 귀를 감싸쥐며 인상을 쓰고 있는 여자손님을
발견하고는 스텝에게 고개를 돌렸다.
“타올에 얼음 좀 싸서 갖다 주겠어요?”
“네......”
다들어가는 목소리로 미안해하며 핑크색브릿지 스텝이 1층 계단을 빠르게 뛰어 내려갔다.
1층 카운터 옆에 있는 미니바로 가자 어느새 혜수가 샵 자동문을 빠져 나가는 뒷모습이 눈에 띄었다.
“어휴. 나 저 불여시 같은 저 여자 정말 맘에 안들어!”
“왜요? 이쁘잖아요? 몸매도 끈내주고요~”
저번에 태규를 놓고 한참 실갱이를 했던 어린 스텝이 혜수의 뒷모습에
감탄을 하며 핑크빛 브릿지 말에 대뜸 끼어들었다.
“아무래도 이상해.
저 여자랑 태규선생님 뭔가 있는 것 같단말야.“
“진짜요?? 왜요왜요?? ”
“글세 저 불여우 같은 여자가 요렇게 서서는
태규선생님을 한참을 지켜보더라니깐...... .
그러더니 태규선생님한테 다가와선 어깨에 손을
턱 올리면서 내일 봐요! 이러는거 있지!“
“그게 정말이에요??
어떻게요??
아깐 또 어떤 여자가 요 앞 커피숍에서 기다린다면서 태규선생님한테
전해달라고 하더라구요. 자기 전화번호도 적어주고 가는걸 제가 봤어요. “
“태규선생님 안 나가셨는데...... .
아! 그러고보니깐 아까 창가에 서서 통화하시는 것 같았어!”
“으앙~! 어떻게요??? 태규 선생님 여자생기셨나봐요 ㅠㅠ”
“근데...... 둘중 누굴까?”
“그러게요. 누구죠? 정말?? ”
“누가 여자생겼어? 누구?”
언제 왔는지 강인이 두 여자 스텝의 수다에 툭! 끼어들었다.
“태규선생님 헤어쇼 담당기획하시는 여자분이랑 사귀세요?”
느닷없는 어린 스텝의 질문에 도리어 강인이 놀랐다.
밖을 훤히 비치는 창을 바라보자 혜수가 타고온 빨간 로드스터가
차들 사이로 섞여지고 있는게 눈에 띄었다.
민혜수씨가 태규와???
강인도 처음듣는 질문이었기에 잠시 시야에서 사라지는 혜수의 차만을 쳐다보고 있을뿐이었다.
시야에서 차가 완전히 사라지자 강인은 핑크빛 브릿즈 스텝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짓궂은 표정으로 물었다.
“근데 왜 여기 있어요?
태규선생 엄청 바빠 보이던데?? “
“아! 맞다 얼음!!!
나 얼음 좀 줘요!!! “
# 51
집에 들어선 한다가 가희를 찾았다.
거실에 들어설 때 까지 가희의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벌써 “이제와? ” 하며 집지키는 강아지마냥 몇일째 자신을 반겨줬는데 말이다.
방 2곳을 다 열어서 안을 살폈지만 가희는 없었다.
“또 담배 사러 갔나? ”
핸드백을 침대위에 내려놓고 씻기위해서 욕실문을 열었다.
"까악!”
욕실안의 광경에 놀란 한다가 그만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야! 너 뭐하는거야? ”
너무 놀라서 다시 일어나지도 못한채 한다가 욕실안에 흉측한 몰골로 쭈그려 앉아있는
가희에게 원망섞인 목소리로 소리를 질러 됐다.
욕실 바닥에 가희의 검고 길었던 머리카락들이 흉물스럽게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세면대에도 잘려진 머리카락이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었으며
씽크대 위에 있어야할 부엌칼까지 세면대위에 떡하니 놓여있었다.
거기다 가희는 엉망으로 싹 뚝 짧아진 보기흉한 머리를 하고는
욕실 한쪽 벽에 쭈그려 앉아 있었던 것이다.
“너 뭐야? 누구 심장마비 시킬일있어?”
“생각해보니깐 실연에 필수코스가 긴머리 자르기더라구.”
“그래서 설마...... 너 저 부엌칼로 머리 자른거야? ”
“가위를 아무리 찾아도 없잖아.”
“야, 미용실가서 자르면 돼지~ 왜 혼자서 이런 공포스런 장면을 연출하고 이러는거야? ”
“근데 이상해. 머리가 넘 웃겨!
나 실연당해서 슬픈 비운의 여자로 보여야하는데 지금 나 넘 웃긴거 있지? “
“너 대갈장군이랑 헤어진거 괴로운게 아니라 지금 이 상황 즐기지?”
“아니야! 무슨...... .
나 정말 슬퍼.
슬프다고. 넘 슬퍼서 실연의 기분에 흠뻑 젖어 있다가 다 털고 일어서려는거야.“
“하여간 너 그 머리 좀 어떻게 해!
그 꼴이 대체 뭐니? 완전 삼순이 같잖아!!!
그리고 저 욕실바닥에 떨어진 징그러운 너 머리카락도 다 치우고!!! “
“아...... .
슬프다. 괴롭다. 정말 힘들다.
머리카락 자른다고 대갈장군과의 기억이 잘려나가진 않을거란걸 알고 있었는데
그래도 사람들이 다들 실연당하면 머리를 자르길래 뭔가 도움이 되나 했어.
근데 뭐니? 바닥에 지저분하게 널려있는 저 머리를 보니깐 머리 길이 만큼
대갈장군과의 같이 했던 긴 시간들이 생각나.
웃긴 내 머리보니깐 대갈장군 앞으로 못보겠단 생각만 들어.
왜 다들 도움도 안되는데 머리들은 자르고 지랄 들인거야? 완전 속았잖아.“
가희의 눈에서 원망의 눈물이 한줄기 흘러내렸다.
가희의 눈물을 보자 한다의 마음이 한쪽구석이 저려오는 것 같았다.
그제서야 엉덩이를 털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바닥에 어지러진 머리카락을 대충 발로 슥슥 치워되며 힘없이 쭈그려 앉아 있는
가희옆에 나란히 벽에 등을 기댄채 앉았다.
“바보야!
머리자르고 새로운 모습으로 새 출발하자!
뭐 이런 의미로 긴 머리를 자르는거지.
너 말처럼 머리자른다고 기억이 사라지면 삭발하지.
왜 짧게만 자르겠니? “
“내 생각도 그런 것 같다.
근데 한다야......? “
“응? ”
“너 태규한테 넘 심했던 것 같애.”
“왜 또 여기서 태규 얘기니? ”
“그게...... .
내가 대갈장군한테 실연 당해서 이렇게 겪어보니깐
태규도 너한테 채이고 참 힘들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구.
얼마나 힘들었겠니? 나야 대갈장군이 바람난 거지만
태규는 자기 때문에 헤어지게 된건데 널 다시 잡고 싶지 않았을까? “
“아니.
내가 심하게 태규 버린 거긴 하지만.
마지막으로 헤어지자고 하고나서 태규한테 다른 연락 한번도 없었어.
우리가 생각했던 것 보다 어쩜 태규는 날 사랑하지 않았는지도 몰라.“
“정말? 정말?
한번도 연락없었어?? “
“응.
솔직히 은근히 태규전화 기다리는 것 같아서 한 일주일 지나선가?
그때 핸펀 번호 내가 바꿔버렸거든. 그때까지 전화 한통 없었어.
가희야.
조태규.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남자 아닐지도 몰라.“
두 친구는 욕실바닥에 주저앉은채 이미 다른 여자의 남자가 되어버린
과거의 자신의 남자들을 떠올리며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었다.
# 52
삐죽삐죽 삐져나온 머리를 대충 야구모자에 쑤셔넣은 가희가 S 미용실 안으로 들어섰다.
“찾아오신 선생님 계세요? ”
카운터에 서있던 매니저가 상냥하게 가희를 반겼다.
“조태규씨”
“어머? 어쩌죠? 오늘은 태규선생님 쉬시는 날이신데...... .”
“아~ 그래요...... .”
어제 아무렇게나 잘라놓은 자신의 머리도 손 볼 겸 욕실 바닥에 나란히
앉은채 들었던 한다 고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꺼내볼겸,
가희는 일부러 태규가 일하는 이 미용실을 찾았던 것이다.
난감한 표정으로 주머니에 손을 아무렇게나 쑤셔 박은채 다시 돌아가야 할까?
생각을 하는데 그런 가희의 눈에 얼마전 오피스텔 엘리베이터안에서
자신에게 담배를 빌려준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가희는 강인을 향해 손을 들어보였다.
“이봐요! 담배!! ”
자신을 부르는 소리인줄 모르고 대기하고 있던 자신의 여자 손님과 대화를
나누던 강인이 가희가 성큼성큼 다가가 등을 툭 치자 그제서야 고개를 돌려 가희를 쳐다봤다.
“?”
“그쪽도 여기서 일해요?”
“?”
자신을 전혀 알아보지 못하는 강인을 위해 가희가 얼굴에 푹 눌러썼던
야구모자를 벗어보였다.
“오피스텔 엘리베이터에서 담배 빌려...... .”
“아아...... 한다씨랑 같이 사시는 분!”
“어! 한다도 알아요?
그러고 보니깐 그때...... .“
어떤 멋진 여자와 헤어져 오피스텔로 들어서는 태규와 로비에 서서
인사를 하고 있을 때 이남자가 나타나 태규에게 아는척을 하며 끌고 가듯
자신앞에서 사라졌던게 생각났다.
그리고 뻔히 자신이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홀랑! 문을 닫아버리고 올라갔던 치사한 일까지 떠올랐다.
“그때 왜 나 안태우고 엘리베이터 문 닫았어요!”
“허허. 제가요?
설마...... .“
“일부러 나 않기달렸죠? 왜 담배 또 빌려달라고 할까봐서요?
쪼잔하게...... “
“허허. 아니 제가 그럴리가요. 허허허허”
강인은 난처한 억지 웃음을 지으며 가희의 눈을 피하려고 애썼다.
솔직히 이렇게 할말 없게 되버린 자신의 처지도 난감했지만
그보다 자신앞에 서있는 가희 자체가 더 난감한 강인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봤던 그 촌스런 구닥다리 추리닝 차림은 아니었지만
신경쓰지 않고 아무렇게나
차려입은 옷하며 뭘 믿고 저리 겁 없이 내밀고 다니는지 그 용기가 존경스러워지는 생얼에
거기다 오늘은 완전 대책이 안서는 흉한 머리꼬라지를 하고선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지금까지 이미지를 지켜오며 근무한 자신의 직장에서
이런 끔찍한 여자가 자신을 아는척 하며 말을 걸고 있다니 강인은 도망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한다씨가 제 옆집에 삽니다.
그래서 알지요.
그리고 한다씨 저한테 헤어스타일링도 하시는걸요. 허허허허허“
그제서야 한다가 자신의 옆집 헤어디자이너한테 20% DC를 받으며
머리를 한다는 말을 들었던 것 같은 기억이 났다.
“그럼. 저도 20% DC 해주나요?
저도 지금은 옆집 사니깐
한다랑 같이 살고 있거든요. 그럼 저도 20%죠? “
“허허허허 그래야죠. 뭐 허허허허허”
한강인!
지금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ㅠㅠ
강인은 별수없이 가희를 자신이 일하는 2층으로 안내해서 자리에 앉혔다.
다행히 대기하는 손님이 한명이어서 같이 헤어를 만질수 있었다.
의자에 앉아 자신앞에 있는 가희의 머리를 내려보자 강인은
울컥! 속에서 뭔가가 올라오는 것 같은걸 겨우 참아 내렸다.
애써 티를 안내며 미소까지 지어보인다.
“근데 어쩌다 머리가 이렇게...... .”
“식칼로 잘랐어요.”
헉!
역시 제정신의 여자는 아니었다.
“실연당했거든요.
실연당하면 머리 자르잖아요?
근데 집에 가위가 없더라구요.
뭐 이꼴 날줄 알았나요? “
아....맞다 실연.
이 끔찍한 여자의 이 몰골의 원인이 실연을 당해서 힘들다고
태규한테 들었던게 생각났다.
더덕 더덕 떡진 머리가 삐죽삐죽 아무렇게나 잘려져 있는 이 끔찍한 여자의 머리를
한참 들여다보던 강인이 자신의 보조 스텝을 불렀다.
“미리씨.
손님 샴푸좀 부탁해요“
미리라는 이름의 여자 스텝이 가희의 머리를 보더니 난감한 표정으로 강인을 쳐다봤다.
“선생님...... .”
더 이상 말을 잇지는 않았지만 도살장에 끌려가는 최후를 맞이하는 소 마냥 눈빛이 안쓰러웠다.
강인은 울상을 짓고 있는 보조스텝의 등을 토닥이며 나긋나긋 속삭였다.
“미리씨.
우린 직업정신을 잊지 말아야해.
나도 부탁하기 참 미안한 상황이지만 어쩌겠어?
좀 힘든 상황이 있어서 머리를 많이 못 감은 것 같으니깐
O.K? 미리씨 믿어~!“
샴푸를 하기 위해 의자에 머리를 젖힌채 눈을 감고있는 가희.
그리고 손을 댈수 없을정도로 떡이져서 더러운 손님의 머리를 괴롭게 쳐다보는 보조 스텝.
따뜻한 물로 한참을 가희의 떡진 머리를 적시자 (불리자.ㅋㅋ)
그제서야 서서히 머릿결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샴푸로 3번 넘게 벅벅 감아되자 그제서야 사람머리카락으로 돌아온
가희를 스텝이 다시 강인에게 안내했다.
차분하게 돌아온 가희의 머리카락에 강인의 가위질이 시작됐다.
강인의 솜씨는 생각보다 놀라웠다.
샤샤삭~!
삐죽삐죽 아무렇게나 잘려져 보기 흉했던 가희의 머리카락이 멋스럽게 변해가고 있었다.
짧지만 세련된 컷트 머리로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가희가 강인에게 말을 걸었다.
“퇴근은 언제 하세요? ”
“8시30분에서 9시? 근데 왜 물으시죠?”
“그럼 뭐 타고 다니세요?”
“자가용이요!”
“아~ 그럼 잘됐네!
이따가 저 좀 태워서 오피스텔 가면 되겠네요.“
순간 강인은 하마터면 가희의 귀를 자를뻔 했다.
허걱!
이 여자와 같이 퇴근까지 해야한단 말인가???
“이웃사촌 좋은게 뭐에요?
기름도 안나는 이 나라에 애국도 할겸.
같이 타고 가요.
머리하고 제가 좀 기다리죠.“
강인은 별수없이 고개를 끄덖였다.
# 53
수영은 자신의 차를 몰며 한다와의 약속장소로 향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쯤 생각도 못했던 한다에게서 한통의 전화를 받은 것이다.
저번 술자리에서의 실수와 집까지 바래다 준 것이 고맙다고 저녁을
사겠다는 한다의 반가운 전화였다.
한다와의 통화를 끊고 수영은 모처럼만에 설레이는 자신을 느꼈다.
오후내내 시계만 쳐다봤다.
최근들어 아니 애인이 없었던 몇년동안 이렇게 여자를 만나는 사소한
일로 설레여 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냥 인사치레적인 저녁식사일 것이 뻔한일이었다.
그런데 그 여자를 본다는 기대 하나만으로 첫사랑을 앓고 있는 사춘기
소년마냥 가슴이 두근거린다.
한다가 얘기한 퓨전 음식점에 들어서자 테이블 한곳에서 그녀가 자신을
기다리며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일식 퓨전 음식점이여서 한다가 앉아 있는 옆에는 곧게 뻗은 대나무들이
시원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자신에게 꼿꼿하게 대드는 한다의 모습과 흡사 같아 보였다.
수영은 감출수 없는 미소를 얼굴에 가득 머금은채 한다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왜 이렇게 늦게 와? ”
역시나 이 대나무같이 꼿꼿한 이 여자는 수영을 보자마자 쏘아되고 있었다.
처음 봤을때의 수영자신이라면 이렇게 자신에게 대드는 이 여자에게
피도 눈물도없는 차가운 말로 맞받아 쳤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한다앞에 앉은 수영은 이미 그녀의 쏘아붙이는 말조차
귀엽게 느껴지는 막 사랑에 빠진 연약한 사랑의 포로에 불과했다.
“처음 오는 곳이라 약간 헤매느라...... .”
“자기 길치야? 왜 매번 헤매고 그래??? ”
“지금 방금 날 자기라고 불러준 거야? 듣기 좋은데...... .”
“미쳐. 내가!
느끼하게 왜 이래?
무지 얼큰한 걸로 시켜!
지금 당신 얼굴 보니깐 막 매운게 땡기네! “
늦은 저녁으로 배가 고픈 둘에게 하나같이 이쁘고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롤과 퓨전 초밥.
얼큰한 국물요리와 라멘.
거기다 데리야끼 음식까지.
둘이 먹기에는 좀 버거워 보일만큼의 양이 가득한 군침이 도는 음식들로 테이블이 가득찼다.
음식이 나오자 저번 일에 관한 짧은 고마움의 인사말도 멈춘채
한다는 이것저것 혀를 즐겁게 하는 일식 퓨전요리 맛에 흠뻑 젖어 있었다.
얼큰한 라멘국물을 한입 떠먹으며 수영이 자신의 심정을 고백하기 시작했다.
“나 여기 오면서 무지 떨렸어.
오랫만에 누군가를 만나는일로 설레여본 것 같아.“
아직은 수영 말의 심각성을 못느끼고 라멘국물을 연신 후후 불며 떠먹기에만 바쁜 한다.
수영은 들고 있던 숟가락을 테이블에 내려놓고는 자세를 고쳐앉아 한다를 똑바로 쳐다봤다.
“나 당신이 좋아진 것 같애!”
“푸!”
수영의 느닷없는 황당한 고백에 한다는 입에 물고 있던 라멘 국물을 허공에 뿜었다.
마주 앉은 수영의 하얀 와이셔츠에 붉은 국물 자국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와우!
물 뿌리는 방법도 다양한데~.“
수영이 짜증도 부리지 않고 기분좋게 웃으며 셔츠에 묻은 얼룩을 손으로 툭툭 털어냈다.
한다는 테이블에서 티슈를 뽑아 한주먹만큼은 수영에게 닦으라고
던지듯 건네주고 나머지로는
국물자국이 지저분하게 묻은 입가를 닦았다.
“무슨 헛소리야?
늙은 여자 싫다며?
2세는 어쩌고? “
“역시 당신은 앞서가.
당신이 좋아졌다고 그랬지. 내가 언제 당장 결혼한데?“
얼굴이 달아오르는 한다.
수영은 자신의 손에 쥐어진 티슈로 미처 한다가 닦지 못한 입가의 얼룩을 닦아주었다.
수영의 손길이 느껴지자 한다가 당황하며 몸을 뒤로 뺀다.
한다가 더 뒤로 물러나지 않게 수영이 자신의 손을 치우며 짓궂게 말을 꺼냈다.
“저번에 업어 보니깐
엉덩이가 꽤 튼실하던걸?
뭐 그 정도의 크기라면 애 낳는 건 문제 없을 것 같더라구!“
“뭐야?
성폭행으로 고소할꺼야.
어디서 언어적인 ...... .“
“우리 연애합시다.
최한다씨!“
한다의 말을 딱 잘라내며 수영이 단호하게 말했다.
“미쳤어?”
“연애합시다!
우리 연애 한번 해보자.
당신하고 나 웬지 잘어울릴 것 같아!“
뚫어져라 자신을 쳐다보는 수영의 눈빛에 한다의 볼이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이 남자에게 이런 고백을 들을거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했었다.
처음 맞선자리에서 봤을때처럼 경멸할 정도로 이 남자가 싫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새삼 연인 사이가 된다는 것도 이상한 일이었다.
달아오르는 볼을 감추려는 듯 한다가 두손을 양볼에 감싸며 입을 삐죽 내밀어 썩소를 날렸다.
“꿈도 꾸지마!”
# 54
태규는 혜수의 사무실에 앉아있다.
이번 헤어쇼에서 태규의 작품에 어울리는 의상에 관해 여러 가지 상의를 했었다.
조금전까지 태규와 혜수와 함께 의상에 관해 회의를 마친
이번 헤어쇼 의상담당자가 방금 사무실을 나갔다.
혜수의 모던하고 세련된 커다란 사무실안에 태규와 혜수 이렇게 둘만 남아 있었다.
오전부터 민혜수의 호출로 태규는 그녀를 만났다.
혜수와 함께 헤어쇼 퍼포먼스인 뮤지컬 연습장에 찾아가 모델들의
연습하는 모습도 지켜보았고
자신의 작품을 선보일 모델들과 인사도 나눴다.
중간에 간단하게 스파케티로 점심도 했고 가까운 야외 커피숍에서 차도 한잔씩 나눴다.
그 후로도 작품에 관해 이것저것 상의를 했고 조금전까지는 의상에
관해서도 회의를 마친 상태였다.
그들이 방금까지 회의를 마친 직사각형의 긴 테이블에는
저녁으로 대충 허기를 때웠던 초밥이 남아있었다.
긴테이블의 위쪽에 머리를 깔끔하게 묶은 민혜수가 화려하지만
무거워보이지 않는 커다란 금속 이어링을 귀에 걸고 앉아 있었다.
태규는 그녀의 옆이지만 테이블의 옆 쪽에 앉아 회의에 쓰인 서류를 다시 한번 검토하고 있었다.
혜수는 빨간 담배케이스를 손에 쥐었다 다시 테이블위에 내려놓았다하며 약간은 산만한 행동을 보이고 있다.
곁눈질로 보이는 혜수의 행동에 신경이 쓰인 태규가 고개도 돌리지 않은채 말을 꺼냈다.
“그렇게 생각나면 나가서 피고 오시지오.”
“아니에요!
태규씨도 담배 안피잖아요.
언제 키스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내 입에서 담배냄새가 나게 할순 없어요.“
혜수의 도발적인 말에 태규가 서류에 주시했던 시선을 혜수쪽으로 돌렸다.
“그런 일은 없을겁니다.
그리고 저번에 이미 말한걸로 아는데요.
전 민혜수씨에게 일적인 일 의외의 다른 사적인 감정이 없습니다.
지금 나에겐 이미 다른 여자의 존재가 큽니다.“
“언제까지 그렇게 옛사랑의 과거에 젖어 있을꺼에요?
태규씨 과거의 첫사랑에 대한 상처가 얼마나 큰지는 충분히 알 것 같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새로 시작할수도 있는 사랑조차 밀어낼 필요는 없잖아요?
그리고 다시 만난 그 여자.
당신마음하고 다르다면서요?
이미 과거의 기억아닌가요? “
“과거의 기억이어도 지금 나에겐 그 기억의 자리가 너무 크게 남아있습니다.
그녀의 마음이 나와 같지 않다고 해도 지금 내 마음이 다른 사람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되어있습니다.“
“그렇게 무조건 아니라고 선을 긋지 말라고요.
그렇게 선을 그어놓고 뒤로 물러서있으면 태규씨는 내가 아니라 앞으로
그 누구에도 당신이 만들어 놓은 그 지독한 선 밖으로 나올 수 없을거에요.“
태규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혜수는 그가 자신의 말에 화가 나서 사무실을 나가려고 하는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자리에서 일어선 태규는 오히려 자신에게로 한발짝 다가오는 것이었다.
의자에 앉은채 자신에게 바짝 다가온 그를 올려다보니 자신을 내려보기 위해
아래로 내려뜬 그의 속눈썹이 가지런하게 뻗어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작은 부분조차 이렇게 바라보고 있는게 좋았다.
매력적인 미소를 그려주는 그의 굳게 다문 입술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왜 나를 좋아해주는겁니까?
당신같이 전부를 가진 사람이...... .
민혜수씨에게 난 넘 부족한 남자 아닙니까?“
“전부를 가졌기 때문에요.”
혜수도 자리에 일어서 태규앞에 섰다.
조금만 몸을 기대면 바로 그의 품안에 안길수 있을정도의 밀접한 거리였다.
“전부를 가졌기 때문에
소유하고 싶어지는게 있어지면 그것도 가져야 되죠.
내가 지금 갖고 싶은건 조태규.
당신이라는 남자에요.
지독히도 나한테 무관심한...... .“
혜수가 한걸음 다가서려하자 그녀의 매혹적인 향기가 태규의 코를 자극해 왔다.
그녀의 귀에 길게 늘어진 금속 이어링이 맞부딪쳐 찰랑! 맑은 소리를 흘러냈다.
혜수의 사무실 한쪽을 가득채운 창밖으로 까만 어둠이 깔려진 한강이 보였고
그 어둠을 무색할만큼의 화려한 차량의 헤드라이트와 다리의 밝은 불빛으로
외국의 도시를 연상케 하는 야경이 펼쳐져 있었다.
“가봐야할 것 같습니다.”
태규가 몸을 돌렸다.
“태워다 드릴께요!”
사무실 문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태규의 뒷모습을 보며
혜수가 빠르게 핸드백을 챙겨 들었다.
태규가 걸음을 멈추고 혜수를 돌아봤다.
다시 한번 혜수에게 단호하게 얘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해서였다.
“민혜수씨가 이러는거 무척 부담스럽습니다.
계속 이런식으로 나에게 대하신다면 앞으로 일 때문에
보게 되더라도 편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럼.
계속 부담느끼세요.
그리고 편하게 느껴지지 않아도 좋아요.
난 태규씨에게 편한 사람이 되고 싶은게 아니에요.
날보면 부담스럽고 온몸에 긴장이 생길만큼 난 당신에게
여자가 되고 싶은 거에요.“
혜수의 기세는 전혀 꺾일 것 같지 않았다.
태규의 어떤 말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혜수는 더욱 더
적극적으로 태규에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그녀를 더욱 더 자극이라도 하는 듯이...... .
# 55
강인은 늦은 밤 도로를 운전하며 자신의 차 보조석에 앉아 있는 여자를 곁눈질로 쳐다봤다.
가희는 차에 탄 후로 줄곳 아무말 없이 창밖만 쳐다보고 있었다.
마지막 손님이었던 가희와 또다른 여자 손님의 머리를 마치고 서유자 원장과 헤어쇼에 관해
보고를 할 일이 있어 3층 원장 사무실로 올라갔었다.
한시간이 다 되도록 원장과 헤어쇼 작품에 관해 회의를 하고 나왔을 때
강인은 이 여자가 기다리다가 지쳐서 혼자 돌아 갔을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여자는 혼자 2층 창가에 앉아 창밖만 멍하니 바라보며 자신을
그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지독하다.
그렇게 기다릴필요가 있었을까?
오피스텔까지 오는 차비가 얼마라고 충분히 먼저 갔을 법도 한데 말이다.
미용실에서 다운이 자신을 주구장창 기다리지 않으니 이젠 저런 여자가
느닷없이 나타나서는 자신이 퇴근할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아...... .
아무래도 빠른 시일내에 제대로 된 woman을 만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가슴에 팍팍! 꽂혔다.
한참을 달리는 차 밖의 도로 풍경만 바라보고 있던 가희가 주머니에서 담배갑을 꺼냈다.
“담배필께요.”
“안돼요!
내 차 금연이에요!“
“무슨 되도 않는 소릴...... .
차 천장에 담배 그을림이 가득하구만.“
“그러니깐 그을음 더 안만들려고 금연이에요!”
가희는 강인의 말은 무시한채 창문을 내렸다.
그리고는 담배에 불을 붙여 입에 물고는 창밖으로 희뿌연 연기를 내뿜었다.
창밖으로 머리를 내밀자 그녀의 짧게 자른 머리가 바람에 흩날렸다.
처음 미용실에 찾아왔을때의 흉측한 머리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보이시하게 짧은 머리였지만 밝은 갈색으로 염색까지 하고 영양을 줘서 제법
찰랑거리는 윤기있는 헤어스타일이 되어있었다.
달리는 차의 바람으로 가희의 짧은 머리가 가늘게 살랑살랑 바람에 춤을 추고 있었다.
“헤어스타일 맘에 들어요? ”
자신의 말에 아랑곳 않고 담배를 피워되는 이 외계인같은 여자에게 체념하며 강인이 물었다.
“네.”
가희는 창밖으로 목을 내민채 대답했다.
“홀가분하네요.
그동안 치렁치렁 너무 길기만 했나봐요.
너무 길어서 지겨웠던 것 같아요.
이렇게 잘라버리고 나니 개운하네요.“
소리치듯 말하는 가희의 말을 들으며 강인은 웬지 다른 의미의 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겨워졌다.
홀가분하다.
그리고 개운하다.
강인은 이 세마디가 이 여자의 심정을 대신해주는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빠빠빰~
강인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액정을 살펴보니 다운이였다.
“안받아요?
시끄럽게...... .“
한참동안 벨이 울려도 전화를 받지 않자 가희가 창밖으로 내밀었던
얼굴을 차안으로 들이밀며 강인에게 짜증섞인 목소리로 재촉했다.
가희의 손가락사이에는 아직 불이 붙어 타들어 가고 있는 담배가 끼어있었다.
“운전중에 통화는
금물이에요.“
“그럼,
스피커폰으로 받으면 되겠네요.
이렇게 하는건가...... “
가희가 운전석옆에 있는 수화기모양의 버튼을 누르려고 하자
강인이 당황하며 얼른 핸드폰 꽂이에 꽂혀져 있던 핸드폰을 집어 들어 귀에 가져갔다.
“어...... .”
“오빠!!!”
다운의 유난히도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어디야?”
"집에 가는길...... .”
“그래?
잘됐다! 나 지금 오빠 오피스텔 왔거든.
지하주차장에서 기다릴게. 얼른와!“
“다 다운아 기다리지마!
다운아...... .“
그러나 이미 다운의 전화는 끊기고 난 후였다.
고개를 돌리자 가희가 이상한 눈초리로 눈을 흘기며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
강인은 핸드폰을 내려놓고는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리고는 창문을 끝까지 내리고 가희가 했던 것처럼
목을 창밖으로 내밀어 연기를 부딪히는 바람에 내뿜었다.
“금연이라면서요?”
“그쪽이 먼저 폈잖아요?
금연이라고 해도 보란 듯이 폈으면서...... .“
“그래서 창밖으로 연기 뿜었잖아요!”
“그래서 나도 창밖으로 연기 내뿜습니다!
내차에서 내가 핀다는데...... .“
“애인?”
“그냥 나 좋다고 쫓아다니는 꼬마에요!”
검은 도로위로 은색차가 달린다.
운전석과 보조석에 창문이 나란히 열린채 창문밖으로는
담배를 한 개씩 들고 있는 팔이 밖으로 쑥 나와있다.
가끔 희뿌연 연기가 양쪽 창문밖으로 뿜어져 나와 검은 공기를 하얗게 만들고 있다.
오피스텔 건물 앞에 도착한 강인의 차가 입구쪽 인도옆에 섰다.
“내려요.”
“왜요? 주차장에 차 세울거 아니에요?
어차피 옆집인데 지하주차장에 주차하고 같이 올라가죠.“
“아니에요.
내려요. 주차장에서 뭘 좀 할게 있어서...... .“
“주차장에서 뭘해요?
애인이랑...... .“
“아참, 애인아니래도 그러네!
쫓아다니는 꼬마라구요! 꼬마!“
펄펄 뛰는 강인이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을 지으며 가희가 차문을 열었다.
그때 하드탑을 활짝 열은 빨간 로드스터 한 대가 강인의 차 바로 뒤에 시원스럽게 멈췄다.
강인이 빽밀러로 뒤 차량의 운전석을 살피자 민혜수와
그녀의 옆에 타고 있는 태규가 보였다.
가희가 차문을 열고 인도위로 올라섰다.
저번에도 봤던 바로 그 빨간 수입오픈카와 태규의 그 쭉쭉 빵빵녀
그리고 그 여자 옆의 태규가 있었다.
태규가 가희를 발견하고는 차에서 황급히 내렸다.
강인이 혜수와 태규를 발견하고 차에서 내리자 강인을 발견한 혜수조차 차에서 내렸다.
“안녕하세요?”
혜수의 반가운 인사를 받았으면서도 강인은 순간 아무말도 못했다.
혜수와 태규의 모습이 뭔가 달라보였다.
그때 밝은 헤드라이트 불빛이 차에서 내려서있는
4명에게로 눈이 부실만큼 환하게 비춰왔다.
불빛의 주인인 차는 빨간 혜수의 차 뒤에 멈췄고 바로 눈이 따가울
정도로 비췄던 헤드라이트 불빛도 꺼졌다.
차에서 내리려던 한다는 바로 인도와 도로에 나란히 서있는
남녀를 발견하고는 멈칫했다.
태규와 가희 그리고 강인.
거기다 처음보는 무척이나 세련된 차림의 늘씬한 여자였다.
생각을 해보니 태규의 미용실앞 도로에 아무렇게나 주차했던
그 빨간 로드스터와 같은 차량 같아 보였다.
그렇다면 이 여자도 그때 미용실로 당당히 걸어들어갔던 그 여자?
“안내려? ”
보조석문 손잡이를 잡고 앞유리창을 멍하니 바라보고 앉아있는
한다에게 수영이 묻다가 고개를 돌려 자신도 앞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바깥모습에 눈을 돌렸다.
4명의 남녀가 서있었는데 수영의 눈에 들어오는 사람은 단 한명.
얼마전 오피스텔 엘리베이터에서 자신의 멱살을 잡으며
한다를 데려갔던 바로 그 남자.
호텔에서 한다에게 겁을 주려고 제스처를 취하는 자신에게 물을 뿌리고
그녀를 데려갔던 바로 그 남자.
한다의 첫사랑이 아닐까 의심스러운 바로 그 남자.
그 사람이었다.
수영이 먼저 차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수영을 발견한 태규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바로 수영의 차 보조석 문이 열리고 한다가 인도위로 내려섰다.
“한다야!”
가희가 한다를 발견하고는 태규를 지나쳐 한다에게로 뛰어갔다.
“머리 잘랐네?”
한다가 애써 태연한척 가희를 반겼다.
“응.
강인씨가 다듬어 줬어.
어울리니?“
“어.
훨씬 났다.“
“누구?”
가희가 한다를 태우고 온 남자를 눈짓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한다씨랑 같이 사신다는 친구분이시군요?
처음 뵙겠습니다.
고수영입니다.“
“네. 이가희에요.”
가희는 인사를 하며 짧은 순간 수영을 살폈다.
큰 키에 정장차림이 무척 잘 어울리는 남자였다.
그가 타는 차도 꽤 고급스러운 세단이었다.
“다음에 원장선생님과 같이 미용실에서 뵈요.”
혜수가 뭔가에 머리를 얻어 맞은듯한 표정으로 서있는 강인에게
애써 미소를 지어보이며 인사를 다시했다.
강인이 머뭇머뭇 자신에게 인사를 한다.
차에 타려다가 인도에 서있는 태규를 보자 그는 뒷차에서 내린
여자를 의식하며 쳐다보고 있었다.
한번 얼핏 봤었지만
누군지 알 수 있었다.
태규가 그어 놓은 선안에 있는 단 한여자.
욕심나는 이 남자가 가슴에 품고 있는 그 여자였다.
혜수는 태규에게도 짧은 인사를 건네고 차에 올라타 제일 먼저 그곳을 벗어났다.
“타라.
주차장에 같이 가자.“
아직도 얼떨떨한 표정의 강인이 태규를 불러 자신의 차에 태웠다.
한다는 강인의 차에 올라타는 태규를 눈으로 쫓았다.
태규와 강인이 탄 차가 주차장쪽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수영은 저 남자에 대해서 한다에게 묻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일단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아직은 그런걸 물어볼 단계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갈게.
다음에 뵙겠습니다.”
수영이 한다와 가희에게 인사를 건넸다.
“태워줘서 고마워.”
“가세요. 다음에 또 보죠.”
가희도 갑자기 신이나서는 수영에게 친절하게 인사를 건넨다.
“앞으로 볼 일 없어!”
한다는 차갑게 말을 끊었다.
수영이 가희에게 무섭다는 제스처를 가볍게 보이더니 차에 올라탔다.
수영이 탄 차까지 모두 떠나자 오피스텔건물 앞 도로가 한산해졌다.
가희가 한다의 팔짱을 끼고는 오피스텔 입구쪽으로 걸어가며 다시 한번 물었다.
“동자신 할머니가 말한 그 남자 맞지? ”
“저번에 너가 말한 태규 애인이 저 여자니? ”
그러나 한다는 가희 질문과는 별게의 말을 되물었다.
“응.
거봐! 쭉쭉 빵빵 맞지??
무척 럭셔리해보이는...... .“
“바람둥이.”
한다는 가희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내뱉었다.
자신도 모르게 한다는 입술을 아플정도로 깨물고 있었다.
*
지하주차장으로 들어서며 강인이 굳은표정으로 자신옆에 앉아있는 태규에게 물었다.
“누가 먼저야?
너야? 민혜수씨야? 아니면 둘이 동시인거야? “
“뭐가?”
“누가 먼저 데쉬한거냐구?”
태규는 아무말이 없었다.
강인은 허탈한 웃음을 내뱉었다.
“혜수씨가 널 바라보는 눈빛이 이상하다고 느끼긴 했었어.
샵에서도 여직원들이 둘의 관계를 의심하는 질문을 받은적도 있고
그래도 혹시나 했는데...... .
이제 끝났거냐?
첫사랑의 상처에 대한 방황?“
“그런거 아니야.”
태규의 대답은 무척이나 짧았다.
지하주차장에 차가 들어와 빈자리를 찾아 선회하자
엘리베이터 입구쪽에 강인주니어를 꼬옥 끌어안고 서있는 다운이 보였다.
다운은 강인의 차를 발견하고는 크게 손을 흔들어보이며
반가움에 폴짝폴짝! 제자리에서 뛰고 있었다.
강인의 얼굴이 금새 일그러졌다.
“이그. 저 웬수!
저 웬수같은 꼬마 때문에 완전 내 이상형인 민혜수씨한테 말 한번 제대로 못 건네보고
완전 놓쳐버렸네.
그것도 친동생같은 너한테 말야.“
태규는 여전히 어두운 표정으로 굳게 입을 다문채였다.
# 56
[왕가슴 성형외과]
핑크빛 간판이 확! 눈에 띄는 건물의 입구 문을 열며 가희가 들어섰다.
그리고 바로 뒤로 한다가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
[다음편에 계속 이어집니다.]
-------------------------------------------------------------------------------
아이고 오랫만에 뵙겠습니다.
꾸벅꾸벅!!!!
다시 사랑해도 될까?
이글을 쓰면서 처음으로 이렇게 오랫동안 멀어져 있었네요.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약간의 슬럼프와 글도 안써지고 몸도 안좋았답니다.
올빼미 드뎌 병난거죠. ㅋㅋ
그런데요.....
제글을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계신걸 알고 어찌나 감격을 했는지
모른답니다.
감사해요!! 감사합니다!!!
앞으로 열심히 부지런히 글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참!!! 21편 마지막 가희의 행동에 관한 댓글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제가 자살이라는 그런 무거운 소재를 다루겠습니까?
하하하하하~
뭔가 가희의 다음행동에 가슴졸였던 분들 이번편 읽어보시고 왕!
허탈하지 않으셨을까 싶어요!!!!
그동안 늘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감사말씀 기회내어 올려보아요!!!
빠짐없이 제글에 댓글을 달아주시는 Benjamin님,
밀꾸루시님, 오리오리꽥꽥님, 건강만세님, 혼트님,
하늘을 날다님, 푸켓써니님, 달콤한 초콜릿a님,
오구리쓘님, 규비야님, 퍼플그림자님, 내마음속엔님,
온화할님, story가 조아님, 구자옥님.
제글에 댓글 달아주셔서 정말 감사말씀드립니다.
님들의 댓글이 제가 글을 쓰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답니다.
그리고 말없이 제글을 읽고 계시는 다른 많은 님들께도
다시한번 고개 숙여 감사말씀 올립니다.
감사드립니다.
복받으실꺼에용^0^/
첫댓글 너무기다려는데...이런 슬럼프가 .....한다는 태규전화를 기다리고 있어군요....태규야 전화를 하지 그랬니....가희 머리를 그 식칼을 이용한거에요....가위없다고....한다는 너무없이해서 미용실가서 자르면 될것을 욕실에 이렇게 해놓고 있는이 한심하다고 하네요...혜수 태규한데 그만 들리대 증말...그리고수영이 오~~~사귀자고 하네요...한다는 거절을하네요....마지막엔 우연하게도 다 아파트 도로위에 만남이.....태규와 한다 그리고 강인 서로 맘이 안좋은상태에서 서로 집으로.....다음편도...[빨리 슬럼프에서 탈출을....ㅋㅋ]
몹쓸 슬럼프 무사히 탈출했답니다. ㅎㅎ 열심히 계속 끝을 향해 나아가겠습니다. 꾸벅!
진짜 많이 기다렸는데.. 오늘 그래도 긴글로 오시니 기분 완전 업 됏어요...빨리 태규랑 한다랑 오해풀고 서로의 감정을 알았으면 좋겠어요...그리고 혜수 정말 싫어요~ 주는거 없이.. 가희랑 강인이랑 자꾸 엮이는게 둘이 연인되는거 아니에요? 제가 너무 드라마를 많이 봤나봐요 ㅋㅋㅋ 그럼 담편도 목빠지게 기다릴께요^^
목빠지시면 안돼요! 빨리 돌아오겠습니다~!
어디잇다 오신줄 알았더니 슬럼프가 왔었나 보군요...아프지 마시고 기다리는 저희들을 위해 성실연재 부탁해요... 화이팅 !!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주의하도록 하겠어요. 아자!! 건강만세님 역시 건강이 최고에요 ㅠㅠ
힘드셨군요. 하지만 열심히 글 쓰시는 모습 보기가 좋아요. 한다가 마음이 변할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또 태규가 상처받는 거 아닌가 싶어요. 건강하세요^^
감사해요~! 혼트님도 건강 꼬옥~ 챙기세요. 아쟈!! 아쟈!!에요~
왜 안오세요~~~ 저 목빠져서 병원에 입원할지도 몰라요ㅠㅠ
다음편 올라가 있어요! 목빠지시면 안돼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