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1960)은 이광수의 동명소설을 영화화 한 작품이다.
소설 『흙』은 1932년 ‘동아일보’에 연재되었으며,
이후 1953년에 단행본으로 발행되어 큰 인기를 모았는데,
이 소설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귀농운동’과 ‘농촌계몽’을 강조하고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가난한 지식인과 부호의 딸이 결혼하지만,
이후 부부생활에 문제가 생기면서 갈등에 빠지는 내용’이
주요 소재이기 때문에 멜로드라마로 만들기에 아주 적합했다.
6.25 전쟁 직후에 이 소설이 베스트셀러로 등극하자,
중앙문화영화사는 영화로 제작하면서
권영순 감독에게 연출을 맡겼다.
권영순 감독은 1956년에 데뷔하여 1994년까지 현역으로 활동하면서
50여편의 작품을 남긴 명감독으로 <흙>은
그가 남긴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된다.
1989년 영화진흥공사에서 선정한 ‘한국영화70년, 걸작 200선’에 선정되었고,
제1회 국산영화상에서 여우조연상, 음악상, 각본상 등을,
제7회 아시아영화제에서는 음악상을 수상하면서
작품성을 인정받았으며,
개봉 당시 서울과 부산 등에서 흥행에 큰 성공을 거두면서
이후 장일호(1967년), 김기영(1978) 등의 감독에 의해
두 번이나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연기파 김진규와 문정숙이 주인공을 맡았고,
김승호, 최남현, 김동원, 주선태, 한은진, 황정순 등
중견 연기파 조연진들이 총출연했는가 하면,
조미령, 박암, 이빈화, 황해, 성소민, 허장강 등이 주요배역을 맡았고,
국립극장 극장장을 지낸 연극배우 이해랑의 얼굴도 보인다.
1950년대부터 항상 노역을 맡은 황정순이
30살의 노처녀 여의사로 등장하는 것도 이채롭다.
또 최금동의 각본은 당시 다른 한국영화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구성이나 짜임새가 훌륭한데,
그는 시나리오 작가로 한국영화의 황금기를 이끈 인물이다.
일제강점기, 시골 출신의 허숭(김진규)은 고향에서
유순(조미령)이라는 처녀와 연애 중이지만,
서울의 대학으로 진학하면서 “대학을 마치면 꼭 돌아오겠다”라는
약속을 하고 상경한다.
그러나 가난한 허숭은 부호인 윤참판(김승호)의 도움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동경유학까지 하게된다.
이후 고등문관시험에 합격하면서 법조인이 되자
윤참판은 자신의 외동딸인 정선(문정숙)과 결혼해 달라는 부탁을 하고
정선 역시 허숭을 짝사랑하고 있었다.
고심하던 허숭은 결국 정선과 결혼하지만,
서로 살아온 환경도 가치관도 다른 두 사람은 길등에 빠진다.
급기야 정선이 허숭의 친구 갑진(박암)과 바람을 피우면서
영화는 절정으로 치닫는다.
권영순 감독은 당시 도시와 시골을 극렬하게 대비시키고 있는데,
도시는 ‘타락의 장소’ 시골은 ‘구원의 장소’로 묘사하고 있다.
아마 이는 원작에서 강조하고 있는 귀농운동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흙>은 1959년에 제작된 영화가 맞나 싶을 정도로
배우들의 연기, 시나리오, 촬영, 음악 등이 수준급이다.
그래서 권영순 감독의 연출력이 가장 빛을 발한 작품이자
그의 최고작이 아닐까 한다.
<흙>은 개봉 당시 흥행 대박을 터트렸는데,
1960년 1월 서울 국도극장, 부산 제일극장 등에서 동시상영되어
서울에서는 115,000여명을,
부산에서는 총 7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