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 25일. 축제는 끝났다. 심판의 잘못이든, 우리의 골 결정력 부족이든... 어쨌든 이미 끝나버린 경기를 돌릴 수는 없게 되었고, 이제 다시 새로운 국가대표팀이 태어나기 위한 인고의 시간을 가질 때이다.
그리고, 그러한 시간이 다가오면....언제나처럼 언론은 '한국 축구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K리그를 활성화해야 한다' 라고 외치겠지.
맞는 말이다. K리그가 잘 되어야 국대가 잘 된다. ㄷㄷㄷ한 포스를 보여주는 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등의 국대를 보면 당연하디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일부 축구팬들은 K리그 사랑의 마음이 지나친 것인지, 'K리그도 안 보면서 국대만 보는 국빠 찌질이', 'K리그 선수만 보고 오빠를 외치는 빠순이들' 라고 외치는... 개념을 스위스에 국제 특송으로 주문한듯한 모습이 곳곳에 보이는 듯 하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백화점 식품코너를 들리다 보면 참 다양한 음식들의 시식코너를 구경할 수 있다. 당연히 맛있는 음식도, 맛 없는 음식도 있고, 영양가 없는 음식도, 영양가 있는 음식도 있다. 그런데, 그런 시식코너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이런 맛있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사지 않고 맛보기만 하고 그냥 가냐? 너네 참 재수없다. 먹고 갔으면 꾸준히 사먹어야지' 라면서 G.R를 떠는 게 있었나? 그냥 멍하니 서서 시식 코너에 서서 '이 음식 맛있어요~' 라면서 홍보를 하다가 시식에 맛 들린 사람이 사가길 기대하는 게 식품코너의 정석이 아니던가?
축구도 마찬가지이다. 가뜩이나 즐길 스포츠가 다양한 한국(프로야구, 프로축구, 프로농구, 프로배구, 프로여자농구, 프로골프, 이종격투기, 레슬링, E-Sports....), 게다가 축구조차도 위성채널의 영향으로 EPL, 라리가 등을 다 볼 수 있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K리그가 다른 스포츠들보다 매력이 있는 스포츠다' 라는 것을 증명하라는 것이다.
98년, 2002년에 보였던 것처럼 '월드컵'은 K리그에게는 가장 매력적인 '시식용 식품' 이다. 하지만 시식용 식품이 맛있어봤자, 실제 식품에 맛이 없다면 한번 사먹고 나서 다시 그 음식을 사먹게 되는가? 마찬가지의 논리를 K리그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나 싶다.
K리그의 경기들이 3대 리그들에 비해서 부족하다?
그러면 3대리그와 다른 매력을 만들어라. 98 월드컵때 보여준 고종수, 이동국, 안정환, 이관우 등의 우리만의 스타 마케팅같은 것 말이다.
아니면 볼 만한 경기를 만들어라. E-Sports 중에서 '스타크래프트' 경기가 'C&C 타이베리안 선' 경기보다 인기가 넘치던 이유를 기억하는가? 스타크래프트는 수많은 전략시뮬 중에서도 경기가 빠르고 박진감이 넘치는 편이기에, '스타크래프트'가 나오기 이전에 큰 인기를 자랑하던 'C&C'의 인기를 한 방에 누르는데에 성공했고 지금까지도 '워크래프트' 의 인기를 누르고 있지 않은가? (해외는 제외...-_-)
경기에 따라 치고받는 경기도 있고 해서 '꼭 K리그는 수비형 리그다' 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K리그표 경기 지연기술 - 쓰러지면 일단 드러누워 버티기, 수비적 경기를 강요하는 듯 지나치게 엄하고 불공평한 심판의 휘슬 등등 -, 같은 경기의 맥을 끊는 모습만 좀 줄어도 어느 정도 재미난 경기들이 나오지 않을까?
일부 '자존심 지나친' 서포터들이여. 팬을 쫓아내지 말라. K리그는 '그들만의 잔치' 가 아니다. '김남일' 이 좋아서 '뱀 던지러 온' 여성 팬이든지(김보민 아나운서 결혼설 이후에 김남일 팬들이 결혼식장에 뱀을 뿌리겠다고 농담 아닌 농담을 함..), 부모 손을 잡고 구경 온 아이들이든, 따끈한 햇빛 맞으며 소일차 나온 할아버지이든....어쨌든 K리그를 보러 온 '관객'이다.
오빠를 외치면서 경기를 즐길 수도 있고, '수~원 삼성!'을 외치면서 N석에서 불타오는 게 즐거울 수도 있고, E석에서 '씨바~ 윙백이 바보잖아!'를 외치면서 구경을 할 수도 있고.....사람마다 보는 방법이 백이면 백 다 다른 법일텐데, 'N석의 응원이 W, E석까지 퍼지지 않아서 싫다' '오빠~ 외치는 소리가 축구를 보는 건지 선수를 보는건지 이해가 안되어서 싫다' 식으로 몰아붙이지 마라.
대체로 '마이너' 한 취미일수록 사람들끼리의 단합이 잘 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마이너' 한 취미들은 타인을 배척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지고, 그러다 보니 '그 인원 그대로 마이너한 모습을 유지'하면서 그냥 그 상태로 있으면서 스스로 망령되이 '그래, 난 마이너한 취미의 매니아야' 라면서 자기만족을 하는 모습이 많다. TRPG, 동인계 같이... 메이저로 올라가기에는 좀 난감한 취미들이야 그렇다고 할 수 있겠지만.... '세계의 공통언어'라고 불리우는 축구에서조차도 '서포터' '일반팬'간의 괴리를 스스로 만들 이유가 있나? 뭐 이전에 서포터들이 E석에서 응원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어서 - E석의 팬들에게 응원구호가 잘 안 먹힌 것도 있고, E석에서 리딩을 했다가 '시끄럽다~ N석가서 놀아라' 식의 항의를 받아서 실패했음 - 좋든 싫든 괴리감이 생긴 것도 있지만, 그걸 억지로 우겨넣거나 '쟤네는 우리 생각 몰라' 라고 하지 말고, 그냥 즐겨달라.
또다시 생각날때까지 잠수 탑니다.